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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아직도 원고지에 글을 쓰신다.
전에는 선생님의 이름이 찍힌 200자 원고지를 쓰셨다가 언젠가 모닝 글로리에서 나온 1000자 원고지를 사다드렸더니 원고 매수가 빨리 나가는 느낌이시라며 그 후부터는 계속 이 1000자 원고지를 쓰신다.
200자 원고지는 120장을 써야하지만 1000자 원고지는 25장 정도만 써도 되는, 그래서 왠지 부담감이 한결 덜한 그런 느낌 때문이셨을 것이다.
60분 짜리 한 회를 쓰기 위해서는 1000자 원고지 25장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드라마가 70분으로 늘어나면서 장 수도 25장에서 30장 정도로 늘어났다.
그 5장 차이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부담을 준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볼펜은 빅(Bic)을 쓰시는데, 한국에서 파는 빅이 미국에서 파는 빅하고 다르다며 불평하신다. 생각의 속도를 손이 따라가는 데에는 빅처럼 잘 미끄러지는 볼펜이 적당했을 것이다.
다만 생각의 속도와 비례해서 나온 글씨가 문제다.
선생님이 쓰신 육필 원고 중 한장을 올린다.
[아내]4회 시작하는 부분으로 처음 봐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원고의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올려진 대본과 비교해보길 바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씨체를 해독(?)하는데 약 6개월 이상이 걸렸다. 지금도 이 글씨를 완전히 이해하고 읽는다기보다는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읽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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