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35회 <신돈> -35회 - #전민변정도감. 앞 삼엄한 경계. 안에서 관리 하나가 화가 나서 나온다. 서성거리던 관리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안에 대가 침을 뱉고 가버리는 관리. 불안해서 웅성거리는 관리들. #동. 안 중앙 상좌에 앉아있는 신돈. 앞에 의자를 놓고 관리 한 사람을 앉혀놨다. 서류를 뒤적이는 신돈.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관리. 좌우 눈치를 살핀다. 신돈의 우측엔 전민변정도감의 관리 하나가 앉아있고, 좌측엔 원현이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에서 필요한 서류를 찾아 신돈에게 건네고 있다. 신돈: 호부의 낭중이면 정오품 벼슬이 아니오 관리: 그, 그렇소이다 신돈: 정오품의 관록을 받으면서 집 안에서 부리는 노비가 십 여인이 넘고 거둬먹는 전답이 열 결이 넘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오 관리: 집에서 부리는 노비는 본래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것이고 전답은 가문의 소유를 다 합친 것이니 결코 많다고 할 수는 없소이다 원현:(책상을 치며) 작년과 올해의 재산이 다르지 않소이까. 부원배들의 난 때 약탈당하고 남은 부원배들의 재산을 호부에서 관리를 했는데 그 때 없어진 재물이 반이 넘소이다 관리: 나, 나는 모르는 일이요 원현:(신돈에게) 집에서 부리는 노비를 불러다 전에 부리던 주인이 누군지 알아보면 관리:(당황해서) 노비 서넛을 내가 거둔 것은 사실이외다 원현:(노려보는) 관리: 허나 그건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옵고 우리 집 노비와 가깝게 지내던 덕성부원군의 노비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집에 두고 먹고 재운 것이외다 원현: 허면 갑자기 늘어난 전답은 어찌된 거요 관리:.... 진땀만 흘린다. 원현: 바른대로 대지 않으면 전 재산을 몰수당할 것이니 그리 아시오 관리:.... 진땀을 흘리며 신돈 옆에 앉아있는 전민변정도감의 시랑을 바라본다. 난처한 듯 헛기침하며 고개를 슬며시 돌리는 시랑. 신돈: 한번 더 기횔 주겠소이다 관리: 예, 거, 거사님 신돈: 덕성부원군 집에서 빼돌린 노비는 호부에 다시 돌려주고 전답 가운데 양민들에게서 강탈한 것이 있으면 원래의 주인을 찾아서 돌려주시오 관리: 예, 예,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동. 앞 진땀을 닦으며 나오는 관리. 우르르 몰려드는 관리. 관리: 말도 마시게. 어찌나 내 뒷조사를 해놨는지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네 고개를 내저으며 가버리는 관리. 불안해서 웅성거리는 관리들. 원현:(나오며) 이부의 낭중 김천수, 병부의 낭중 홍문종, 공부의 낭중 양문석.... 이름을 부를 때마다 찔끔찔끔 놀라는 관리들. 원현: 안으로 들어오시오 앞서 들어가버리는 원현. 서로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안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의 관리. #선경전의 뜰 대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고 있다. 김원명이 온다. 시치미를 떼는 대신들. 김원명: 불안들 하시겠습니다. 편조가 각부의 낭중들을 불러 조사를 하고 있다니 머잖아 각부의 시랑들을 불러다 조사를 할 것이 아닙니까 대신1: 대체 어디까지 조사를 하겠다는 건가 김원명: 전들 알겠습니까.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고 있으니 다음엔 정사품 벼슬아치들을 불러들이겠지요 헛기침하고 가는 김원명. 불안해서 웅성거리는 대신들. 김원명:...... 힐끔 뒤돌아보며 싱긋 웃는다. #도첨의사사. 회의실 염제신: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 김용: 으흠 염제신: 정승 판산들 안전하겠느냐니 김용: 그렇지 않습니까. 전민변정도감의 수장은 우정승이신데 편조가 한번이라도 우정승대감의 재가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염제신:(이제현을 본다) 이제현:...... 김용: 우정승대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전하께 올리고 있어요 정세운: 전하께서 그리하라고 이르신 것이 아닌가 김용: 그러니 정승 판산들 무사하겠느냐 그 말이지 염제신: 그렇게 위아래 없이 휘젓고 다녀서야 정세운: 기왕 할 거면 철저히 하는 것도 좋지요 김용: 그렇지 웃는다. 정세운: 나는 편조가 못마땅하긴 하지만 전하께서 전민변정도감을 세우신 건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제에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지요 김용: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그 꼴이 날까봐 걱정이네 정세운: 그게 무슨 소린가 김용:(일어나며) 우정승대감. 조정대신들이 모두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오래 가서 좋을 게 없질 않습니까. 적당한 선에서 마무릴 짓는 게 염제신: 옳거니. 막말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딨겠나 김용:(웃으며) 좌정승대감께서도 꺼림칙하신가 봅니다 염제신: 나야 부끄러울 게 없는 사람이지 김용: 흠을 잡자면 한이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조심을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헛기침하고 나가는 김용. 염제신: 우정승대감. 편조를 좀 단속을 하시지요.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고 있으니 이제현:...... 염제신: 하다 못해 우정승께서 먼저 재가를 하신 연후에 전하께 올리도록 이제현: 내가 그렇게 하라고 일렀습니다 염제신: 어허 이제현: 내가 거른다고 전하께서 그냥 넘어가시겠습니까 #강안전의 안 서류를 뒤적이는 공민왕. 바라보고 있는 신돈. 공민왕: 겨우 이 정도냐 신돈:..... 공민왕: 육부의 낭중들이면 겨우 정오품 벼슬아치들이 아니냐. 뒤지려면 굵직한 벼슬아치들을 먼저 손을 봐야지 신돈:(미소) 공민왕: 이 정도면 내게 올릴 것도 없다. 파직을 시키든 형부에 넘겨 죄를 묻든 네가 알아서 하거라 최만생:..... 시립한 최만생이 힐끔 신돈을 본다. 웃고만 있는 신돈. 공민왕: 어째서 웃고만 있느냐 신돈: 시간을 좀 주시지요 전하 공민왕:..... 신돈: 정오품에서 정사품을 뒤지고 정삼품 벼슬아치를 불러들이겠다고 하면 고관대작들이 구경만 하고 있겠습니까. 스스로 알아서 제자리에 돌려놓을 것이 아니옵니까 공민왕: 기회를 주라 신돈: 예, 전하 공민왕:(혀를 차는) 신돈: 실망하셨습니까 전하 공민왕: 원 그렇게 신중해서야. 나는 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어주면 단숨에 해치울 줄 알았다 신돈:(웃으며) 조자룡이 헌칼을 휘두르듯 말씀이옵니까 공민왕: 그렇지 따라서 웃는 공민왕. 불안해서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최만생. 공민왕: 정오품 정사품은 그만두고, 정삼품 정이품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어떻겠느냐 신돈:..... 공민왕: 그래야 정신들이 번쩍 날 것이야 신돈: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공민왕: 누가 있느냐 신돈:(빙긋) 공민왕: 누군지 말을 해보아라 신돈: 전하와 가까운 사람인지라 공민왕: 김용이냐 신돈:(빙긋) 공민왕: 그럴 줄 알았다 신돈: 전하. 조정대신들이 관록 대신 하사받은 전답을 돌려주지 않고 자손에게 물려주고 이런저런 핑계로 전답과 노비를 늘려간 것은 오래된 관행이었나이다. 너도 나도 하는 일이니 부끄러운 줄이나 알았겠사옵니까. 그것을 하루 아침에 다 내놓으라고 하면 전하와 사생결단을 하려고 들것입니다 공민왕: 그러라지 신돈: 황공하오나 전하, 전하께서는 이들의 전답과 노비를 거둬 백성들에게 나눠주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공민왕: 아니면 신돈: 아니면 이들을 다 갈아치우시려는 것이옵니까 공민왕:(흠칫) 신돈: 이들이 전답과 노비만 자손들에게 물려준 것이 아니옵니다. 벼슬도 자자손손 물려준 것이옵니다 공민왕: 그것도 바로 잡아야지 신돈:(환하게 웃는다) 공민왕: 그렇게 하자꾸나 (웃는다) 신돈: 권문세도가 뿐이 아니옵니다 전하 공민왕:......(웃음이 걷힌다) 신돈: 전하께서는 가난하시나 왕족들의 부는 차고 넘치옵나이다 공민왕:(웃으며) 왕족들의 뒷조사도 했단 말이냐 신돈: 그것이 선왕들이 왕권을 유지해온 배경이옵나이다 공민왕:......(아예 웃음이 걷힌다) 신돈: 왕족과 권문세도가들을 키워 그 힘을 바탕으로 왕권을 유지해온 것이 밖에서 헛기침 소리. 말을 멈추는 신돈. 공민왕:(얼른) 누가 들었느냐 이환관:(소리) 우정승대감께서 들어계시옵니다 공민왕: 뫼셔라 방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이제현. 공민왕: 어서오세요 우정승대감. 내가 편조와 차 한잔을 마시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현: 그러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공민왕: 허면 벌써 와 계셨습니까 이제현:(앉으며 신돈에게) 잘 돼 가고 있는가 신돈: 예 (숙인다) 일일이 우정승대감의 재가를 받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이제현: 전하께 바로 아뢰면 됐지 공민왕: 우정승께서도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이제현:(웃으며) 설마하니 찻값을 내라고 하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공민왕:(웃으며) 찻값이라니오 (웃으며) 우정승께선 청빈하기 그지없다고 들었습니다 웃으며 신돈을 본다. 공민왕: 내 말이 틀렸느냐 신돈:(숙여보인다) 공민왕: 우정승께선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편조가 끄덕이는 걸 보니 또 웃어대는 공민왕. #동. 뜰 나오는 이제현. 따라나오는 신돈. 기다리듯 서있는 이제현. 와서 멈추는 신돈. 이제현: 어찌 다 감당을 하려구 신돈:..... 이제현: 권력이란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과 같은 것이야. 그 칼을 맞는 사람만 피를 흘리는 게 아니지. 휘두르는 사람도 손을 베이게 돼 있는 걸세 신돈: 소인 역시 칼날을 쥐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현:(본다) 신돈:(굽히는) 이제현: 그 누가 전하께 미치지 않게 자네가 다 감당을 할 자신이 있는가 신돈:(더 숙이는) 이제현: 전하께서는 오랜만에 모시는 성군이시네. 금상께서 고려를 일으켜 세우지 못하시면 사직이 위태로워질 것이야. 신중히 하시게 신돈:(더 숙이는) 이제현:..... 신음하고 가는 이제현. 오래도록 숙이고 서있는 신돈. #동. 안 생각에 잠긴 공민왕. 눈치보고 서있는 최만생. 공민왕: 그래........(싱긋 웃으며) 읍참마속이라고 했겠다 최만생:(보는) 공민왕:(웃으며) 제갈공명이 자식 같은 마속을 베어 군기를 바로 세웠다고 하질 않느냐. 편조의 말대로 내 손발을 다 자르는 한이 있어도 다 바꿔야지 #초선의 집. 별채마당(밤) 술과 고기를 소반에 받쳐 들고 오는 박의처. 방안에서 왁자지껄 웃음 소리. 공철:(소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벌벌 기더란 말이지요 #동. 원현의 방 안(밤) 원현을 둘러싼 공철과 박서방, 장정들. 원현: 기는게 다 뭔가. 진땀을 흘리며 쥐구멍을 찾는 꼴이라니 박서방: 속이 다 시원하셨겠네 원현: 내일부터는 정삼품 벼슬아치들을 불러들일 거요 공철: 정삼품이면 고관대작들이 아닙니까 원현: 그렇지 방문이 열리고 박의처가 술상을 들여놓는다. 공철: 형수님도 안으로 들어오세요. 원현스님 얘기만 들어도 십년 묵은 체증이 싸악 내려갑니다 웃으며 방문 닫는 박의처. 박서방: 자, 먼저 한잔 드시게 원현에게 술 따라주는 박서방. 원현: 두고들 보시게. 앞으론 천지개벽이 일어날테니. 편조거사님께서 싹 물갈이를 하실 걸세 술 들이키는 원현. 왁자지껄 떠들어댄다. #동. 초선의 안방(밤) 지효:(초선을 힐끔 보더니 신돈에게) 개태사에서 사람이 올라와서 보우왕사님을 모시고 내려갔습니다 신돈:..... 초선: 무슨 일로 보우왕사님을 모시고 내려갔다는 겁니까 지효: 모르긴하나 월선스님께서 병석에 누우신 모양입니다 초선: 저런 지효: 그럼 전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합장하고 나가는 지효. #동. 마당(밤) 나오는 지효. 별채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원현:(소리) 안성군 그 놈이지. 그 놈이 아니면 누가 우리 거사님을 죽이려고 했겠나 #동. 원현의 방 안(밤) 원현:(취해서) 김용이 이놈부터 잡아다 족쳐야겠는데 박서방: 어림없는 소리지. 연경에서부터 임금을 뫼신 놈인데 허락을 하시겠나 원현: 대비전도 뒤질 판인데 김용이 문젭니까 공철: 대비전을 뒤지다니. 어느 대비전 말씀이요 원현: 어느 대비전은. 전하의 모후 되시는 덕경부의 대비 말씀이지 #동. 안채마당(밤) 지효:..... 원현:(소리) 전하만 빼놓고는 모두 뒤져야지. 그래야 백성들의 속이 시원하게 풀릴 게 아닌가 웃음소리. #동. 초선의 안방(밤) 신돈:..... 초선: 너무 염려마세요. 큰스님의 병환이 위중하면 거사님을 먼저 부르지 보우왕사님을 부르셨겠습니까 신돈: 전번에 뵈었을 때도 너무 쇠약해 보이셨는지라 초선: 그렇게 걱정이 되시면 제가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신돈: 그래주시겠습니까 초선: 그러지요 웃어보이는 초선. 그러다 신돈과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얼굴 붉히는 초선. #영수전의 뜰(밤) 명덕태후:(소리) 저런 고얀 놈이 있나. 왕족들의 뒷조사를 하겠다니. 그 놈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동. 안(밤) 기가 막혀 웃는 명덕태후. 김원명: 웃어 넘기실 일이 아니옵니다 마마 명덕태후:(본다) 김원명: 편조란 자가 덕성부원군의 재산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그걸 캐고 다닌다고 하옵니다 명덕태후:(흠칫) 김원명: 그리되면 명덕태후: 그게 어디 덕성부원군의 재산이냐. 내가 주상을 보위에 앉히려고 기씨 일문에게 바친 재물이 얼만데 김원명: 그런 것을 따질 위인이 아니옵니다 마마 명덕태후: 마음대로 하라지 김원명: 마마. 전하께서는 편조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으시옵나이다. 편조가 전하께 온갖 모략을 일삼으면 전하께서도 마마를 의심하시게 될 것이옵니다 명덕태후:(신음) 김원명: 마마. 무슨 일이 있어도 전민변정도감을 폐쇄하셔야 하옵나이다. 조정대신들이 모두 동요를 하고 있사옵니다 명덕태후: 주상께서 하시는 일이니 김원명: 마마. 전하의 보위가 심히 위태로운 것도 모르고 계시옵니까 명덕태후: 보위가 위태롭다니 김원명: 기황후에게 사죄를 하러 연경에 간 이인복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사옵니다. 이는 기황후의 진노가 극에 달한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필경 이인복을 가두거나 죽인 것이 분명하옵나이다 (바싹 엎드린채 다가가며) 연경엔 덕흥군이 있사옵니다 명덕태후: 충선왕의 아들 말이냐 김원명: 예, 마마. 오래 전부터 기황후가 덕흥군을 고려의 국왕으로 세우려고 한다는 소문이옵나이다 명덕태후: 주상께서 원의 군사들을 모두 압록강 건너로 쫓아버렸지 않느냐 김원명: 그러니 화를 자초한 것이 아니옵니까 명덕태후:..... 김원명: 만일 기황후가 원의 대군을 보내 전하를 문책하시고 덕흥군을 새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면 전하께서 무슨 힘으로 이를 막으시겠습니까 명덕태후:(신음) 김원명: 참으로 딱한 일이옵니다. 이런 때에 전하께서 인심을 잃고 계시니 명덕태후:(신음하더니) 편조가 요물이구나. 그 놈이 주상을 망치고 있으니 번뜩이는 김원명의 미소. #동. 뜰 공민왕이 온다. 따르는 최만생. 기다리고 서있는 노국공주와 안도치, 김상궁, 유나인 등. 공민왕: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노국공주: 아니옵니다 전하 공민왕: 들어가십시다 전각으로 향하는 공민왕. #동. 안 고개 돌리고 앉아있는 명덕태후. 최만생:(소리) 마마. 전하께옵소서 아침 문후를 들어계시옵니다 더욱 고개 돌리는 명덕태후. #동. 복도 공민왕과 노국공주 서있다. 최만생: 마마 명덕태후:(안에서) 돌아가시라고 해라 흠칫해서 공민왕을 보는 최만생. 공민왕:(웃으며) 다시 한번 말씀을 올리거라 최만생: 마마 #동. 안 명덕태후: 돌아가세요 주상. 에미는 주상의 문후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덕녕공주: 마마 명덕태후: 아무 말씀마세요. 내가 죄인입니다 방문이 열린다. 공민왕과 노국공주가 들어온다. 명덕태후:..... 돌아앉는 명덕태후. 공민왕:(웃으며) 절 받으십시오 어머니 명덕태후: 그만두시라고 했습니다. 죄인이 무슨 절을 받겠습니까 흘키고 더 돌아앉는 명덕태후. 여전히 웃으며 서있는 공민왕. #선경전의 뜰 김용이 목을 길게 빼고 선경전을 바라보고 있다. 김원명:(웃으며) 대비마마께서 전하의 아침 문후를 받지 않겠다고 돌아앉아 계시다고 합니다 김용:(눈을 희번덕거리는) 김원명: 대비마마께 덕흥군의 이름을 꺼냈더니 사색이 되시더이다 김용: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앉으셨는데 선경전의 누각. #영수전의 안 명덕태후: 만에 하나 기황후가 덕흥군을 보위에 앉히겠다고 하면 주상께선 어쩌시겠습니까 공민왕:(웃는) 명덕태후: 웃으실 일이 아닙니다. 조정대신들이 다 주상께 등을 돌리면 그 일을 어찌 수습하려고 그러십니까 공민왕: 마마 명덕태후: 그만 두십시다. 어미는 죄인이니 하실 말씀이 있으면 편조를 불러서 하세요 다시 돌아앉는 명덕태후. #동. 앞 공민왕과 노국공주 나온다. 명덕태후:(안에서) 주상께서 보위를 잃으시면 편조란 자가 눈물 한방울 흘릴 것 같습니까. 오히려 잘됐다고 춤을 출 위인입니다 공민왕:..... 돌아보더니 꾸욱 참는다. #동. 안 명덕태후: 원 세상에 사람이 없어 노비의 자식을 곁에 두시누 덕녕공주: 그만하시지요 마마 명덕태후: 편조란 자가 대비전을 뒤지겠다고 했답니다 덕녕공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명덕태후: 허면 내가 없는 말을 지어냈단 말씀입니까 버럭 내지르는 명덕태후. #강안전의 안 노국공주:..... 가만히 공민왕을 바라보고 앉아있다. 공민왕:(웃으며) 염려하지 마세요. 대비전에서 오해를 하신 겁니다 노국공주:.... 공민왕: 하긴 오해랄 것도 없지요. 부원배들의 재산을 강탈한 권신들이 대비전에 줄을 댄 모양입니다. 일이 불거지면 대비전을 끌고 들어가려는 얄팍한 속셈이었겠지요 (다시 웃으며) 이제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알 거 같습니다. 다 편조 덕분이지요 노국공주: 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것입니다. 대신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공민왕: 저들의 약점을 내가 다 쥐고 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노국공주: 그러니 더욱 걱정입니다 공민왕:...... 노국공주: 흠집이 많으니 더욱 필사적으로 전하와 맞서려고 할 것이 아닙니까 공민왕:(역정내듯) 저들이 무슨 염치로 나와 맞선다는 겁니까 노국공주:...... 공민왕: 편조의 말이 옳습니다. 썩은 무리들을 다 갈아치울 겁니다 #도첨의사사. 회의실 서류을 들척이는 이제현. 힐끔 신돈을 본다. 이제현: 이걸 왜 나한테 가져오셨나 신돈: 정삼품이면 고관대작이 아닙니까 이제현: 으음 의자에 기대서 한숨을 내쉬는 이제현. 신돈: 조정대신들은 우정승께서 직접 심문을 하시지요 이제현: 이치로 따지면 전하께서 직접 나서야 할 일이네 신돈: 다 부르자는 게 아닙니다. 본보기 삼아 이제현: 알았네. 두고 가시게 서류를 덮어버리는 이제현. 신돈:.... 버티고 서있다. 이제현: 알았다고 하질 않는가 버럭 내지르는 이제현. #동. 앞 나오는 신돈. 원현: 우정승대감의 재가를 받으셨습니까 신돈:(끄덕이는) 원현: 헌데 어째서 빈손이십니까 신돈: 전해드렸으니 회답이 있겠지 간다. 원현:(따라가며) 우정승이라고 다르겠습니까. 모두 한통속입니다. 김용을 잡아들이려면 전하께 직접 고하고 재가를 받아내야 할 겁니다 #동. 안 이제현:.... 서류를 다시 뒤적이는 이제현.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쉰다. 염제신이 들어온다. 얼른 서류를 다시 덮는 이제현. 염제신: 이번에는 누구 이름을 올렸습니까 이제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염제신: 방금 편조가 다녀가지 않았습니까 이제현: 별 거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염제신: 이거야 영 불안해서 #강안전의 안 공민왕: 말씀을 해보세요 이제현:..... 공민왕: 편조가 누구의 이름을 올렸는데 그렇게 망설이십니까 이제현: 전하. 연경에 간 성산군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사옵니다 공민왕:(흠칫) 이제현: 만에 하나 기황후가 성상군을 가두고 대군을 일으켜 공민왕: 그건 김원명이가 떠들고 다니는 얘기가 아닙니까 이제현: 편조가 하는 일은 천천히 하셔도 되옵나이다. 어느 때나 부패한 관리는 있기 마련이옵니다. 오늘 그 죄를 물으신다고 그들이 다 사라지겠사옵니까. 하오나 원이 침공을 해온다면 사직의 운명이 걸린 일이옵니다 공민왕:...... 이제현: 지금은 힘을 모아 원의 침공에 대비할 때이옵나이다 전하 공민왕: 그러니 내가 김용의 죄를 물으려는 겁니다. 그런 자를 놔두고 내가 백성들에게 원과 맞서 싸우자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현:..... 공민왕: 조정이 깨끗해야 합니다. 그래야 백성들이 나를 따를 겁니다 김용:(소리) 전하, 이럴 수가 있사옵니까 #동. 뜰 김용:(울면서) 소신이 연경에서부터 전하를 뫼시었나이다. 전하께서 원의 볼모로 잡혀와 계시는데 소신이 훗날의 부귀영화를 바라고 전하를 뫼시었겠나이까 #동. 안 공민왕:...... 김용:(소리) 전하께서 그런 소신을 의심하시고 편조의 말만 믿으신다면 소신은 이 자리서 자결을 해서 소신의 결백을 증명해보이겠나이다 #동. 뜰 김용:(엎드리며) 전하. 저를 죽이시려거든 차라리 전하께서 죽여주시옵소서. 소신은 노비의 자식 손에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전하의 손에 죽겠나이다 대성통곡을 하는 김용. #동. 안 공민왕:... 냉정하다. 그런 공민왕을 바라보는 이제현. #전민변정도감의 안 신돈:..... 기다리듯 앉아있다. #강안전의 뜰 대성통곡하며 전각을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 김용. #선경전의 안 웅성거리는 대신들. 경천흥: 이게 어째서 남의 일입니까. 안성군은 전하의 수종공신이 아닙니까. 그런 분을 편조가 모함을 하고 있습니다 웅성거리는 대신들. 싱긋 웃는 김원명. 경천흥: 설령 안성군이 실수를 했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노비의 자식 손에 맡겨서야 되겠습니까. 안성군이 편조의 탄핵을 받아 투옥이라도 당하면 그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모릅니다 더 웅성거리는 대신들. 김원명: 여러말 할 것 없소이다. 편조 같은 자에게 수모를 당하느니 전하께 사직서를 올리고 모두 물러나십시다 왁자지껄. #도첨의사사. 회의실 전뜩 쌓아놓은 사직서들. 이제현: 사직서라니. 이 사람이 무슨 정신 나간 소릴 하는 게야 김원명: 모두의 뜻이 그러니 전들 어쩌겠습니까. 아무리 말려도 듣질 않으니 이제현: 자네는 전하와도 가까운 인척이 되질 않는가. 이런 어려운 때에 전하를 도와드리지는 못할 망정 분란을 일으키고 다녀서야 되겠는가 김원명: 소인은 이것이 전하를 돕는 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가버리는 김원명. 이제현: 이런다고 전하께서 눈하나 깜짝 하실 것 같은가 뒤에다 버럭 내지르는 이제현. #강안전의 안 정세운: 전하. 김용이 어리석기는 하나 전하께는 충복이옵나이다. 한번만 더 살려주시면 소신이 김용을 다독거려 사람을 만들어 놓겠나이다 공민왕: 나는 김용에게 아무 말도 한 것이 없소이다. 도둑이 제발이 저리다고 하더니 김용이 잘못을 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정세운: 전하께서 어려운 때를 당하시면 그래도 김용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옵니다 공민왕: 그런 자가 조일신의 난 때는 나를 버리고 도망을 쳤소이까 정세운: 그러기에 김용을 어리석다고 아뢰지 않았나이까 공민왕: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편조에게 부탁을 해보세요 고개 돌려버리는 공민왕. 정세운: 전하. 한번만 눈을 감아주시면 공민왕: 편조에게 부탁을 해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정세운:(신음) #동. 뜰 나오는 정세운. 마치 곡을 하듯 엎드려 우는 시늉을 하는 김용. 정세운: 못난 사람 같으니라구 김용: 내가 자넬 볼 면목이 없네 다시 흐느끼는 시늉하는 김용. #전민변정도감. 앞 정세운, 온다. 정세운:.... 망설이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동. 안 들어오는 정세운. 신돈이 혼자서 앉아있다. 정세운:(신음) 신돈:.... 미동도 않는. 정세운: 내 얼굴을 봐서 안성군을 한번만 용서해주시게 신돈:.... 정세운: 부탁이네 신돈:.... 정세운: 이 사람 편조 신돈: 안성군의 죄를 모른다하고 누구의 죄를 묻겠습니까 정세운: 내가 빌겠네 털썩 무릎을 꿇는 정세운. 신돈:(차거운) 정세운: 김용과 나는 형제같은 사일세. 연경에서 십년 넘게 온갖 고생을 하며 전하를 뫼신 사일세. 한번만 눈감아 주시게나 눈물까지 흘리며 애원하는 정세운. 숨어서 그 모양을 지켜보는 원현. #남대가의 거리 백성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난간 위에 올라 미친 듯이 떠들고 있는 원현. 원현: 내 눈으로 똑똑히 봤소이다. 전하의 측근인 군부판서 정세운이 편조거사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더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하께서 가장 총애하는 정세운이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데 정승판사는 무사하겠습니까. 두고보시오. 머잖아 세상이 확 뒤집힐 테니 주먹을 흔들어보이는 원현. #개태사의 법당. 안 불당을 향해 몸을 꼬부리고 앉은 큰스님. 바라보고 앉은 보우. 보우: 편조에게 구족계를 내려달라고 말씀을 하셨습니까 큰스님:...... 보우: 편조가 이미 절을 떠났거늘 새삼 무슨 말씀이신지 큰스님: 편조는 노비의 자식이외다. 내가 저를 가엾게 여겨 구족계를 내렸으나 승적에 이름이 오른 적이 없소이다 보우:.... 큰스님: 일찍이 노비의 자식이 승적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소이다. 명문가의 자손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보우: 소승이 그 제도를 이미 파했습니다 큰스님: 그러니 보우왕사님께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돌아앉으며) 내가 편조를 속세로 보낸 것은 부귀영화를 쫓으라 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두루두루 살펴보고 나서 부처님께 돌아오라는 뜻이었습니다 보우: 나무관세음보살 큰스님: 보우왕사님께서 편조의 화상이 돼주시구려 #동. 앞 보우, 나온다. 초선이 서있다. 초선:(합장하며) 큰스님께서 편찮으신 거 같아서 내려오는 길입니다 안에서 큰스님의 독경소리. #동. 안 힘차게 목탁을 두드리며 낭랑한 목소리로 독경하는 큰스님. #동. 앞 초선:(웃으며) 아직 정정하신 모양입니다 보우: 월선스님께선 벌써 달포 가까이 곡기를 끊고 계시다고 합니다 초선:(놀라는) 보우: 입적하실 때가 가까워지니 육신의 때부터 말끔히 벗으시려는 거겠지요. 나무관세음보살 합장하고 가는 보우. 초선:...... 법당을 바라본다. 독경소리. #동. 법당 안 더욱 낭랑해진 큰스님의 독경소리. 허리를 꼿꼿이 폈다. #동. 앞 가만히 눈물을 훔치고 돌아서는 초선.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 반야의 모습이 보인다. 유심히 바라보는 초선. 반야가 문득 뒤돌아보더니 초선을 향해 공손히 인사를 한다. 비로소 반야를 알아보는 초선. 미소. #동. 큰스님의 방 안(밤) 몸을 흔들며 앉아있는 큰스님. 초선: 개태사에 올 때마다 안보이길래 저는 스님께서 반야를 멀리 보내신 줄 알았습니다 큰스님: 그렇게 궁금하면 진즉 물어볼 것이지 (입맛 다시더니) 속세에 얽힌 연을 끊어주려고 여기저기 맡겨 보았으나 아무리해도 그 연이 끊어지질 않는 게야. 해서 내가 다시 데려다놨다 초선: 무슨 인연이 그리도 깊은 데 얽히고설켰다고 하십니까 큰스님:.....(그저 싱긋 웃는다) 초선: 제가 다시 데려다 키울까요 큰스님: 그냥 내버려두시게. 나 죽고 나면 편조가 거두겠지 초선: 그러니 제가 개경으로 데리고 올라가겠다는 겁니다 큰스님: 절을 떠나면 죽는 아이야, 반야는 초선:..... 큰스님: 보우왕사께서 편조에게 구족계를 내려주신다고 했으니 이 절을 편조에게 물려줘야지 #동. 앞(밤) 얘기를 엿듣고 있던 덕운이 깜짝 놀라서 울상이 된다. 큰스님:(소리) 얼마 남지 않았으니 반야는 그냥 두시게 더욱 울상이 되는 덕운. #동. 안(밤) 초선:...... 바라본다. 두 눈을 지긋이 감고 뭐라고 중얼중얼거리며 몸을 흔들고 있는 큰스님. #동. 뒷채 마당(밤) 초선이 온다. 부엌에서 곰순네가 달려나온다. 초선:..... 방을 기웃거린다. 곰순네: 반야를 찾으십니까 초선:(미소) 곰순네: 법당으로 가보시지요 #동. 법당 안(밤) 초선, 온다. 법당문을 열어본다. 촛불에 어른거리는 불상. #동. 안(밤) 들어오는 초선. 살핀다. 아무도 없다. 가만히 잔기침하는 초선. 그러자 불상 밑을 가린 천을 제치고 반야가 기어나온다. 초선의 눈길을 피하며 가까이 온다. 초선: 여기서 자느냐 반야:.....예.....마님 초선: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반야:.... 비로소 초선을 본다. 초선:....... 반야:....(가만히 끄덕인다) 초선: 따뜻한 방을 놔두고 하필 법당에 들어와서 자느냐 반야: 그래야 죄를 씻는다고 했습니다 초선: 죄라니 반야: 업이라 하셨습니다 죄를 진듯 고개를 돌리며 두려움에 떠는 반야의 눈. 초선:...... 그런 반야를 바라보는 초선. 문득 어린 시절의 반야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초선:..... 가만히 한숨 내쉬는 초선. #동. 앞(밤) 나오는 초선. 곰순네가 기다리고 서있다. 곰순네: 아무리 못 들어가게 말리고 야단을 쳐도 말을 듣지 않지 뭡니까. 거기가 어디라고 계집년이 부득부득 기어들어가는지 초선: 큰스님이 그리하라 시키신 게 아닌가 곰순네: 큰스님 아시면 큰일 납니다. 아무 말씀 마세요 보살님 초선:.... 법당을 돌아본다. #동. 법당 안 반야, 보이지 않는다. 팔랑이는 촛불. 불상과 불상 밑 좌대. #대궐의 문. 안 대궐문이 열리고 최영과 부관 서넛이 말을 타고 달려들어온다. 말에서 급히 내리는 최영. 기다렸다 달려오는 김첨수. 김첨수: 혼자서 돌아오셨습니까 장군 최영: 아무리 기다려도 성산군께서 돌아오질 않아서 급히 달려왔네. 성산군께서 혹시 뱃길로 귀국하신 게 아닌가해서 김첨수: 아직 소식이 없으십니다 최영: 허면 성산군께서 변을 당하신 게 틀림 없지 않은가 김첨수: 먼저 군부판서대감을 만나뵈러 가시지요 서둘러 가는 최영과 김첨수. #군부판서의 집무실 정세운: 자네 혼자 돌아오면 어떡하는가. 기다렸다 성산군을 모시고 와야지 최영: 약속한 기일이 달포나 지났습니다 김첨수: 성산군께서 변을 당한 게 아니시라면 벌써 돌어오셨을 겁니다 정세운: 으음 최영: 전하께 말씀을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세운: 전하께서 아신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신음하더니) 압록강 너머 원군의 움직임은 어떻든가 최영: 별다른 기미가 없습니다 정세운:....... 최영: 정탐병을 여러번 보내보았으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정세운:(김첨수에게) 쌍성총관부에 전령을 보내 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라고 하게. 기황후가 성산군을 죽였다면 머지않아 대군을 보내 고려를 침공할 것일세 김첨수: 예, 군부판서대감 급히 나가는 김첨수. 최영:(멈칫거린다) 정세운: 할 말이 계신가 최영: 전하께서 동북면병마사 유인우 장군을 투옥하셨다는 게 정말입니까 정세운:(신음) 최영: 쌍성총관부를 무혈 진압한 것은 유장군의 공이 아닙니까 정세운: 자넨 상관마시게 최영: 군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왕명을 거역할 수 없어 인당장군의 목을 베어 연경으로 보냈으나 정세운: 유인우나 인당이나 왕명을 거역했네. 더는 말씀 마시게 나가버리는 정세운. 최영:..... 신음. #순군옥의 감옥 안 유인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옥졸이 밥을 가져와 들여놓는다. 유인우: 이놈들. 이게 사람 먹으라고 주는 밥이냐. 개돼지도 이보다는 잘 먹겠다 밥그릇을 발로 걷어차는 유인우. 놀래서 도망치는 옥졸. 유인우: 전하께 고하거라. 이런 수모를 당하느니 혀를 깨물고 죽을 것이니 오늘이라도 당장 저자에 끌어내어 내 목을 치시라고. 내가 죽어서라도 전하를 저주할 것이야 미친듯이 날뛰는 유인우. #원의 감옥. 앞 감옥문을 여는 옥졸. 박불화:......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동. 안 탁자 위에 제법 풍성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그 앞에 단정히 앉아있는 이인복. 박불화: 아예 굶어죽을 작정이신가 이인복:....(미동도 않는다) 박불화: 황후폐하께서 마지막으로 물어보라고 하셨네 이인복: 고려의 요구조건은 변함이 없소이다. 고려의 관리는 우리 전하께서 직접 임명하실 것이고, 고려의 내정을 간섭하기 위해 설치한 원의 관서들은 모두 철폐해야 할 것입니다. 쌍성총관부는 고려의 영토이니 더는 문제삼지 말 것이며, 또한 쌍성 이북에 있는 여진족이 침범할 경우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고려군이 요동으로 들어가는 것을 묵인해줘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고려가 써온 원의 연호를 폐하고 고려의 연호를 쓸 것이며 죄를 짓고 연경에 도망와 있는 고려의 왕족 덕흥군을 내주셔야 할 것입니다 박불화:(기막혀 듣고 있는) 이인복: 우선 아쉬운대로 지금까지 열거한 조건들을 수락하면 고려는 원의 우방으로서 원의 골칫거리인 홍건적의 난을 타파하는데 협력을 할 것입니다 가만히 고개를 젓는 박불화. 이인복: 한가지 청이 더 있소이다 박불화: 말씀을 해보시게 이인복: 기왕이면 덕흥군의 목을 가져갈 때 자정원사의 목도 함께 가져가게 해주시오 흠칫 목을 어루만지는 박불화. 화가 나서 고개를 저으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감옥문이 잠기는 소리. 이인복:..... 싱긋 웃는다. #기황후의 처소 박불화: 더는 굴복을 안 하니 이인복을 죽이시고 덕흥군과 최유를 앞세워 고려를 응징하셔야 하옵나이다 기황후:...... 박불화: 고려를 치는 데는 많은 군사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쌍성총관부의 고려 유민이 동요하고 있사옵고 요동으로 쫓겨 간 여진족이 호시탐탐 쌍성총관부를 엿보고 있다고 하옵나이다. 하오니 덕흥군과 최유에게 군사 일 만만 내어주시면 기황후:(깊은 한숨) 박불화: 황후폐하 기황후: 황제폐하께서 윤허를 안해주시니 어쩌겠느냐 박불화: 군권은 황후폐하의 수중에 있지를 않사옵니까 기황후: 태자를 반대하는 세력과 타협하기 위해 군권을 황제폐하께 돌려주었느니라 박불화:(끄응 신음) 기황후: 양위를 받아야지. 내 아드님께서 그 늙은이한테 황제의 자리를 양위받아야 고려가 내 발밑에 무릎을 꿇을 것이야 박불화: 하오시면 이인복은 어찌하실 작정이시옵나이까 기황후: 이인복이 단식을 하고 있다지 박불화: 예, 황후폐하 기황후: 얼마나 견디는지 어디 두고 보자 #원의 감옥 안 이인복:..... 탁자 위의 음식들. 지긋이 눈 감고 버티고 앉은 이인복. #선경전의 앞 젊은 관리들이 수군거리고 있다.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는 김원명과 경천흥. #곤성전의 안 찻잔을 올리고 있는 김상궁. 마주앉은 신돈과 노국공주. 시립한 안도치의 얼굴에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노국공주: 드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신돈: 소인이 마마를 뵈올 면목이 없습니다 노국공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신돈: 마마를 자주 찾아 뵙고 상의를 드렸어야 하는데 노국공주:(웃으며) 저는 전하의 짐이 될 뿐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어서 차나 드세요 조심스럽게 찻잔을 드는 신돈. 웃으며 바라보는 노국공주. #대궐의 길 경천흥을 선두로 젊은 관리들이 뒤따라오고 있다. #곤성전의 안 노국공주: 안성군은 전하의 수종공신입니다. 행여 전하께서 인정에 끌리시어 안성군을 풀어주시려고 하면 절대로 물러나지 마세요 신돈:.....(미소) 노국공주: 전하께서 안성군의 죄를 물으시면 남은 대신들은 모두 승복을 할 것입니다 신돈:......(미소) #대궐의 길 경천흥을 따라 가고 있는 젊은 관리들. 어느 전각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히죽 웃는 김용. #곤성전의 안 신돈: 염려마십시오 마마. 전하께서 흔들리지 않으니 걱정할 것이 무엇입니까 노국공주: 예. 이번엔 전하께서도 물러나지 않으시겠지요 #동. 뜰 허겁지겁 달려오는 이환관. 이환관: 안환관 어른. 안환관 어른 #동. 안 이환관:(소리) 크, 큰일 났사옵니다 안도치:(무안해서 가만히 혀를 차는) 이환관:(소리) 안환관 어른 노국공주: 나가 보시게 안도치: 예, 마마 조심스럽게 나가는 안도치. #동. 뜰 나오는 안도치. 이환관: 안환관어른 안도치: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안으로 들어와 고할 것이지 그렇게 큰소릴 쳐대면 중전마마께서 얼마나 놀라시겠느냐 이환관: 워낙 급한 일이온지라 안도치: 말을 해보아라. 무슨 일인지 이환관, 얼른 안도치의 귀에 속삭인다. 안도치: 뭐, 뭐라고 했느냐 놀라서 전각을 쳐다보며 어쩔 줄 모르는 안도치. #강안전의 뜰 경천흥을 필두로 부복한 젊은 관리들. 경천흥: 전하. 고려는 더는 원의 속국이 아니옵니다. 원나라 황실의 강압으로 이루어진 전하의 혼사 또한 바로 잡으셔야 할 것이 아니옵나이까 #동. 안 공민왕:.... 경천흥:(소리) 전하. 중전을 폐하시고 고려인으로 새로 중전을 세우시옵소서 #동. 뜰 관리들 중전을 폐하라고 복창한다. #곤성전의 안 웃으며 신돈과 차를 마시고 있는 노국공주.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감추고 있는 안도치. #강안전의 뜰 경천흥: 중전을 폐하셔야 하옵나이다 관리들: 전하. 중전을 폐하시옵소서 #강안전의 안 공민왕:.... 부르르 떠는 공민왕. <신돈 35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