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49회 <신돈> -49회- #대궐의 문. 앞 이인복, 온다. 이인복:..... 멈춰서 본다. 통곡하는 백성들. 온갖 꽃과 조화, 먹거리 등을 가져와 대궐문 앞에 쌓아놓고 있는 백성들. 원현:(울며) 중전마마의 장사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건 전하께서 중전마마의 관을 얼싸안고 내주지를 않는 탓이라네. 얼마나 애통하고 가슴이 아프면 관을 얼싸안고 내주질 않으시겠나 더욱 통곡하는 원현. “중전마마!”를 외치는 백성들. 공철:(슬며시 나서며) 따지고보면 몽골 분이 아니신가 원현: 그게 무슨 말인가 공철: 그렇지 않소이까. 고려분도 아니고 우리를 못살게 군 원나라 공준데 이렇게까지 슬퍼할 이유가 뭐냔 말요 원현: 엣끼, 이 배은망덕한 놈. 중전마마께서 우리 고려를 얼마나 사랑하셨는데 그따위 말을 입에 올려 공철: 말이 그렇다는 소리요 원현: 중전마마께서 백성을 사랑하기를 제 살같이 하셨고, 부원배들을 몰아내는데 일등 공을 세우셨고, 흥왕사에 쳐들어온 김용의 일당을 몸으로 막으신 분이야. 그런데 뭐 슬픔이 지나치다고 “죽여라 그 놈을!” 누군가 뒤에서 소리친다. 와아 공철을 두들겨패기 시작하는 백성들. 죽어라 도망치는 공철. 이인복:...... 그 모양을 바라보는 이인복. #중서문하성의 회의실 들어오는 이인복. 경천흥: 큰일 났습니다 성산군대감. 전하께서 곤성전 문을 걸어 잠그시고 중전마마의 관을 내어주질 않으신답니다 이인복: 오면서 들었소이다 경천흥: 좀 지나친 게 아닙니까 이인복:(본다) 경천흥: 평소에 전하께서 중전을 애지중지하신 것은 알고 있으나 이인복: 만백성이 중전마마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있으니 어쩌겠나. 하시는대로 구경이나 하는 수밖밖에 경천흥:(보더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인복: 전하와 편조가 무슨 일을 하던 중전마마를 앞에 내세우기만 하면 꿀먹은 벙어리 시늉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지 #초선의 집. 마당 장정에 둘러싸인 공철. 공철: 말도 마시게. 하마터면 몰매를 맞아 죽을 뻔했네 와아 웃음이 터진다. 원현이 들어온다. 공철: 형님도 참. 좀 말리는 시늉이나 하시지 원현: 그랬다간 나까지 맞아죽을 판인데 말리는 시늉은 공철: 형님. 중전마마 욕은 더 못하고 다니겠수. 그러다간 아무래도 제 명에 못 죽겠어우 다시 와아 터지는 웃음. #동. 안방 초선과 마주앉은 박서방. 밖에서 웃음소리. 초선: 잠시도 끊을 늦춰선 안 되네. 중전마마를 기리는 백성들의 추모 열기가 높을수록 그 어른이 일을 하시기가 수월할 것이네 박서방: 예, 마님 초선: 전하의 슬픔이 크면 클수록 일을 이루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야 생각에 잠겨 미소 짓는 초선. #곤성전의 마당 전각을 향해 엎드려 있는 유탁. 신돈이 온다. 신돈: 노정승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유탁: 마침 잘 오셨네. 전하께 아무리 고해도 대답이 없으시니 신돈:(전각보며) 전하께서 아직도 중궁전 안에 들어 계십니까 유탁: 중전께서 하세하신 지 이틀이 지났네. 그런데도 관을 얼싸안고 내어주지를 않으시니 신돈: 제가 말씀을 올려보겠습니다 굽혀 보이고 안으로 들어가는 신돈. 유탁:(엎드려) 전하, 국상을 선포하시고 빈전을 차려 조문을 받으시옵소서 흐느끼는 유탁. #중서문하성의 회의실 이인복을 중심으로 모였다. 김원명: 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습니다. 이틀이 지나도록 장사를 치를 생각을 안 하시니 이춘부: 전하의 슬픔이 크시니까 그렇지요 경천흥: 그렇다고 해도 이건 경우가 지나치외다 이인임: 크게는 국상이나 사사롭게는 왕실의 장롑니다. 위에서 말씀이 계실 때까지 기다려 보십시다 김원명: 엄연히 국법이 있거늘 이춘부: 국법만 따질 일이 아니지 눈을 부릅 뜨는 김원명. 이인복:...... 가만히 최영을 눈짓한다. #동. 앞 나오는 이인복과 최영. 가만히 한숨 쉬는 이인복. 최영: 말씀을 하시지요 이인복: 예상할 수 있는 일이 두 가지외다 최영:....... 이인복: 하나는 이미 전하께서 편조를 섭정으로 삼는다고 하셨으니 그에 대한 명분을 쌓자는 것이요 최영:....무슨 명분 말씀이신지 이인복: 말이 그렇지 전하께서 정말 편조를 섭정으로 삼으면 조정대신들이 가만히 있겠소이까 최영: 어림없는 소리지요 이인복: 그러니 전하께서 지나칠 정도로 중전마마의 죽음을 애통해하신다는 거외다. 그런 마당에 누가 감히 전하의 명을 거역하겠소이까 최영: 어림없는 소립니다. 조정은 몰라도 군은 따르지 않을 겁니다 이인복:(본다) 최영: 전하를 대신해서 내리는 편조의 군령을 누가 따르겠습니까 이인복: 조정은 이미 편조의 손에 들어갔소이다. 이춘부와 내 아우인 이인임 등이 중심이 돼서 편조를 따르거나 눈치를 보는 이들이 반이 넘어요. 그러니 믿을 건 군인들 뿐이외다 최영: 염려마십시오. 우리 무인들은 전하와 나라를 위해서는 충성을 다 바칠 것이나 편조의 영을 따르지는 않을 겁니다 이인복:(신음하며 끄덕이는) 최영: 헌데 또 한가지는 뭡니까 이인복:(본다)...... 최영:....... 이인복: 편조가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거지요 최영: 편조가 꿈꾸는 세상이라니오 이인복: 귀천이 없는 나라 최영: 노비가 득세하는 세상 말씀입니까 이인복: 그렇지. 거기엔 전하도 예외가 아니외다. 경우에 따라선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고 들지도 모른다는 거외다 최영: 허면 역모가 아닙니까 이인복:(싱긋 웃더니) 임금을 갈아치우자는 건 역모지만 나라를 바꾸자는 건 역모가 아니외다. 창업이지 껄껄 웃어대는 이인복. #곤성전의 안 ‘관’. 관을 향해 머리 숙이고 앉은 공민왕의 뒷모습. 바라보고 있는 신돈. 공민왕: 내가......중전과 한 약속을 지킬 것이야 신돈: 하오시면 군권을 소인에게 주셔야 합니다 공민왕: 이성계를 비롯한 무인들이 최영만을 따른다고 들었다 신돈: 전하께는 요동을 수복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사옵니다 공민왕:...... 신돈: 주원장이란 자가 홍건적을 통일했다고 합니다. 홍건적이 새로운 한족 국가를 세우면 원 제국은 하루 아침에 붕괴하고 말 겁니다. 그러니 고구려의 옛 영토를 찾아올 좋은 기회가 아니옵니까 공민왕:....... 신돈: 지금의 요동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이 없사옵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요동을 차지해 장대한 고려를 건설해야 할 것이옵니다 공민왕: 최영이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신돈: 어디 요동 뿐이옵니까. 몽골족이 차지한 중원을 고려라고 차지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나이까 공민왕:....... 비로소 등을 돌려 신돈을 바라보는 공민왕. 공민왕:....... 신돈:....... 공민왕: 꿈이 아니란 말이지 신돈: 고구려의 광개토대왕께서는 요동 이북의 광활한 영토를 평정하셨었나이다 공민왕: 원의 볼모로 끌려갔던 수모를 이제야 갚는구나 관을 돌아본다. ‘관’. 그 관을 어루만지는 공민왕. 공민왕: 편안히 가세요 부인 신돈:(바라보는)...... 공민왕: 내가 부인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을 겁니다 관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는 공민왕. #동. 마당 나오는 신돈. 애타게 바라보는 유탁. 신돈: 대궐에 빈전을 세우고 도성 안에 사찰마다 빈소를 차려 만조백관은 물론 만백성의 조문을 받으라는 왕명입니다 유탁: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전각을 향해 큰절을 올리는 유탁. #법왕사의 종루 조종을 치는 지효. #동. 마당 줄지어 법당 안으로 들어가는 백성들. 덕운이 점잖게 일일이 합장하며 제법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동. 법당 안 염불 올리는 보우. 노국공주의 빈소에 분향하고 절을 올리는 백성들. #곤성전의 마당 늘어선 대신들. #동. 안 노국공주의 위패. 문상을 받고 있는 유탁과 김원명. 분향하고 절하는 대신들. #어느 전각의 안 초선: 세상이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신돈: 중전마마의 덕이 그만큼 깊었던 탓이지요 초선:(빙긋) 신돈:...... 마주보더니 가만히 고개를 돌린다. 초선: 지나치게 슬퍼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셨다면서요 신돈:(본다) 초선: 중전마마의 영구가 대궐 문밖을 나서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전하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권신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사부님과 사생결단을 하려들 것입니다. 그러니 그 전에 전하께 다 얻어내셔야 합니다 신돈: 약속을 하셨습니다 초선:..... 신돈: 전하와 단 둘이 한 약속이 아닙니다. 중전마마와 문득 목이 메이는 신돈. 다시 가만히 고개를 돌린다. 초선:(바라보더니) 큰스님과 한 약속을 어기고 편조스님께선 무문암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큰스님께서 구해주시려던 편조스님의 혼이 아닙니까. 그 혼을 다 버리셨으니 속세의 왕국을 세우셔야지요 신돈:....... 초선: 새 왕국의 주인이 누가 되든 백성들이 아랑곳이나 하겠습니까 일어나 허리굽히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초선. 신돈:...... 고개 돌린. #동. 마당 나오는 초선. 가마문 여는 박의처. 초선:..... 전각을 바라본다. #동. 안 신돈:....... #동. 마당 가마에 앉은 초선. 초선: 법왕사로 가자 가마문 닫는 박의처. 가마 간다. #동. 안 신돈:...... 문득 고개 돌려 방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신돈. 그 위에, 노국공주:(소리) 제 손을 잡으세요 #곤성전의 안(밤)(회상) 가뿐 숨 내쉬며 손을 내미는 노국공주. 울음을 참으며 그 손을 잡는 공민왕. 바라보고 앉은 신돈. 노국공주: 죄송합니다. 전하의 아들을 낳아드리고 싶었는데 공민왕:(노국공주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부인 노국공주: 전하. 원은 사막의 유목민이었습니다. 그런 몽골인들이 중원을 차지했습니다. 저는 전하께서 중원의 주인이 되시는 꿈을 꾸며 살았습니다. 이루기 힘든 꿈이라고 단념하지 마세요. 저는 전하께서 보위를 지키기에도 급급해하시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공민왕:(힘주어 잡으며) 꼭 약속을 지키리다 노국공주:(고개 돌려 신돈을 본다) 신돈:..... 노국공주:...... 가만히 미소 짓더니 손을 내민다. 신돈:(바라본다) 노국공주: 제 손을 잡으세요 신돈:...... 노국공주의 손을 잡는다. 노국공주: 편조스님 신돈: 예.......마마 노국공주: 연경에서 처음 편조스님을 만났을 때 백성들이 전하께 승복하지 않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신돈: 예.......마마 노국공주: 어찌하면 전하께서 당당한 고려의 국왕이 되시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신돈:(울면서) 고려에 가시기 전에 고려의 역사를 먼저 배우십시오. 그러면 고려인이 어떤 민족인지 아시게 될 겁니다 노국공주:(미소) 신돈: 그런 다음 고려의 말과 풍습을 배우십시오. 그러면 고려인의 마음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 두 가지를 다 아시게 되는 날 중전마마께서는 고려와 고려인을 사랑하시게 될 겁니다 노국공주: 나는 내가 태어난 몽골보다 고려를 더 사랑했습니다 눈물. 고개 돌리며 비로소 흑 흐느끼는 신돈. 노국공주: 울지마세요 편조스님. 스님은 백성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셔야 합니다 신돈:(바라본다) 노국공주:....... 신돈과 공민왕의 손을 잡아당겨 마주 쥐어주는 노국공주. 노국공주: 약속하세요 신돈:...... 공민왕:....... 노국공주: 두 분이 힘을 합쳐 새로운 나라를 세우셔야 합니다 공민왕:..... 신돈:...... 노국공주: 제가 고려가 창업한 역사를 읽어보니 고려엔 귀천이 따로 없었습니다. 당의 침략을 받아 망하거나 속국이 돼버린 삼국이 서로 힘을 합해 고려를 세웠습니다. 새로이 나라를 세우는데 귀천이 따로 있었겠습니까. 두 분이서 귀천이 따로 없는 나라를 만드셔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성한 나라가 될 겁니다. 그렇게 힘을 합해 요동을 찾아오셔야 합니다. 귀천을 가리지 않는 고려라면 북방의 여러 이민족이 어찌 전하의 새왕국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신돈:...... 공민왕:..... 노국공주: 약속을 하세요. 두 분이서 힘을 합치시겠다구요 공민왕: 약속을 하리다 노국공주:(신돈 본다) 신돈:.......예, 마마 노국공주: 두 분께서는 친구가 되셔야 합니다. 군신은 언젠가는 갈라지지만 좋은 친구는 생사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공민왕: 염려하지 마세요. 내가 편조와 더불어 중전께서 꿈꾸시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노국공주: 고맙습니다 전하 (미소 짓더니) 저를 용서하세요 전하 공민왕: 용서라니오 노국공주:...... 미소 짓고 있는 노국공주. 공민왕: 부인 숨이 막히는 공민왕. 여전히 미소 지은 채 움직이지 않는 노국공주. 공민왕: 부인 통곡하며 노국공주를 얼싸안는 공민왕. 바라보는 신돈. 노국공주의 얼굴에 얼굴을 부비며 통곡하는 공민왕. #어느 전각. 안(현실) 신돈:..... 문득 눈물이-. #어느 언덕 이춘부: 전하. 이보다 좋은 명당은 찾기가 힘이 드옵나이다 공민왕과 신돈, 유탁, 김원명 등이 서있다. 이춘부: 이 곳은 북쪽의 크고 넉넉한 산 아래 알을 품은 듯한 포란형인데다, 좌우로는 좌청룡 우백호가 길게 늘어져 있으니 고려 땅에 이보다 좋은 명당은 없을 것이옵나이다 공민왕:(끄덕이며) 사부께서 고르셨는가 신돈: 예, 전하. 마음에 드시옵니까 공민왕: 좋소이다. 헌데 묫자리가 좀 협소해 보입니다 유탁: 이만하면 넉넉하온데 어째서 비좁다고 하시는지 공민왕:(신돈에게) 여기 옆에다 무덤을 또 하나 들일 수가 있겠습니까 신돈:...... 공민왕: 내 묫자리도 미리 봐두려고 그러는 겁니다. 내가 죽거든 이 옆에다 나란히 묻어주세요 김원명: 쌍릉을 만들어 달라고 하시는 것이옵니까 공민왕: 예, 죽어서도 같이 있어야지요 김원명: 황공하오나 전하, 전하의 능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은 예법에도 어긋날뿐더러 공민왕:(무시하고 신돈에게) 내가 어느 고서를 읽어보니 부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능과 능 사이에 굴을 파서 묻힌 사람이 있다고 하더이다. 죽은 혼이 서로 오가게 통로를 만든거지요. 내가 죽으면 여기에 쌍분을 만들고 혼이 서로 오갈 수 있게 굴을 파주세요 (산을 바라보더니) 과연 명당입니다 #선경전의 마당 김원명과 경천흥, 온다. 경천흥: 무덤과 무덤 사이에 굴을 파 달라고 하셨단 말씀입니까 김원명: 그만큼 중전마마를 잃은 슬픔이 크시다는 뜻이겠지요 경천흥:(혀를 차는) 김원명: 몸을 바싹 낮추고 계셔야 합니다. 전하의 슬픔이 광풍이 되어 우릴 덮칠 모양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김원명. #동. 안 유탁을 비롯한 대신들이 모두 모였다. 들어오는 김원명과 경천흥. 삼삼오오 귓속말을 주고 받는 대신들. 김원명:(이인복에게) 어째 으시시합니다 최만생:(들어오며) 전하께서 납시오 모두 자리 잡는다. 공민왕과 신돈이 들어오고 뒤에 이색과 승선들인 임박, 김구용, 정몽주가 전교를 각각 떠받들고 들어온다. 용상에 오르는 공민왕. 단 아래 멈추는 신돈. 김원명:(이인복에게 귓속말) 오늘은 웬일로 사부님께서 용상 아래 멈춰서계실꼬. 용상으로 올라가 나란히 앉으실 것이지 숨죽여 웃는 김원명. 공민왕: 내가 중전의 시호를 노국대장공주로 정했소이다 유탁: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복창하는 대신들. 공민왕: 내 슬픔이 지나치다고 하나 내게는 한없이 부족하외다. 노국대장공주께서 고려를 사랑한 마음에 비하면 세상 천지를 내 눈물로 덮어도 부족하기 그지 없소이다. 내가 노국대장공주를 송악산 서쪽 봉명산 기슭에 묻고, 운암사에서 노국대장공주의 명복을 빌며 내 슬픔이 가실 때까지 같이 있을 겁니다 경천흥: 황공하오나 전하, 전하께서 같이 계시겠다고 하시는 것은 공민왕:(막듯이 소리 높여) 뿐만 아니라 노국대장공주의 혼을 모시는 영전을 따로 지어 공주의 혼이 천추만세 고려를 지켜줄 것을 빌 생각입니다 이춘부:(얼른)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공민왕:(무시하고) 그때까지 내가 만사를 신돈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이인복: 전하 (나서는데) 공민왕: 신돈을 영도첨의사사로 삼는다 신돈이 용상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는다. 임박이 전교지를 신돈에게 내린다. 두 손으로 받들어 거행하는 신돈. 공민왕: 신돈을 판중방감찰사사로 삼는다 김구용이 전교지를 신돈에게 내린다. 받드는 신돈. 기막힌 이인복. 공민왕: 신돈을 제조승록사사 겸 판서운관사로 삼는다. 전교를 가져가는 정몽주. 받드는 신돈. 공민왕: 신돈은 내 분신이니 앞으로 신돈의 복식과 의전, 호위하는 병력을 나와 같이 하라 신돈: 성은이 하해와 같나이다 일어나 큰절을 올리는 신돈. #대궐의 문. 앞 대궐문이 열리고 연이 나온다. 신돈이 앉아있다. 호위병들이 겹겹이 싸고 나온다. 백성들이 달려와 만세를 부른다. 미소 짓고 있는 신돈의 모습. #중서문하성의 회의실 경천흥: 기철이 타고 다니던 연에 높이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편조의 모습이라니. 나도 모르게 구역질이 치밀더이다 유탁:(입맛 다시는) 경천흥: 문하시중께선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전하께서 편조를 영도첨의사사로 제수하셨으니 문하시중께선 그 아래로 들어가시는 것이 아닙니까 이인임:(웃으며) 영도첨의야 명예직이 아닙니까. 문하시중께서 언잖아 하실 일이 아니지요 경천흥: 그뿐이외까. 판중방· 감찰사사를 제수하신 것은 어떻구요. 상장군과 대장군의 모임인 중방의 수장이요, 관리들을 규찰하는 감찰사의 우두머리가 아닙니까. 문신과 무신들의 멱을 편조가 꽉 잡고 있는 격입니다 최영:(신음) 경천흥: 거기다 승려들을 관장하는 승록사의 우두머리까지 제수를 하셨으니 대체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굽니까. 편좁니까, 전하십니까 이인복:(신음) 경천흥: 더는 두고 못보겠습니다. 낙향해서 농사나 짓든지 해야지 이춘부: 말이 씨 된다는 옛말이 있소이다 경천흥: 뭐라고 하셨는가 이춘부: 누가 말리겠소이까. 낙향해서 농사나 지으시겠다는데 이인임:(웃으며) 말이 씨 된다는 소리가 바로 그 소립니까 이춘부: 그렇지요 웃어대는 이인임과 이춘부. #신돈의 집. 앞 연에서 내리는 신돈. 백성들을 막고 있는 경비병들.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초선, 원현, 공철, 박서방, 덕운과 곰순네. 덕운:(좋아서 달려오며) 아이구 우리 편조가 출세를 했구나. 큰스님이 보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꼬 좋아하며 눈물 짓는 덕운. 빙긋 미소하는 신돈. 집을 바라본다. 원현: 어서 안으로 드시옵소서 영도첨의대감마님 멋지게 절을 하며 안을 손짓하는 원현. 신돈, 안으로 들어간다. 바라보는 초선의 미소. 공철: 미륵보살님 만세 만세를 불러대는 공철. 따라서 부르는 백성들. #영수전의 안 김원명: 천하가 편조의 수중으로 들어갔습니다 명덕태후: 으흠 김원명: 전하께선 영전을 지으신다고 운암사에서 꼼짝을 안하고 계시니 명덕태후: 으흠 자리가 불편한 듯 옮겨앉는. 김원명: 이러다간 마마, 조정대신들이 편조의 집으로 재가를 받으러 가게 생겼습니다 #운암사의 마당 최만생과 이환관 등이 어린 환관들을 여기저기 세워놓고 있다. #동. 법당 안 불당 대신 노국공주의 위패가 모셔져있다. 노국공주의 영정을 그리고 있는 공민왕. 지켜보고 있는 김상궁. 공민왕:...... 노국공주의 영정을 바라본다. 젊은 모습이다. 공민왕: 김상궁 김상궁: 예, 전하 공민왕: 공주의 모습이 너무 젊지 않으냐 김상궁:(기웃) 공민왕: 가까이 와서 보거라 김상궁, 와서 본다. 공민왕: 어떠냐 김상궁: 처음 대궐로 들어오셨을 때의 모습이옵나이다 공민왕: 그렇지? 김상궁: 예, 전하 공민왕:....... 웃으며 영정 그림을 바라보더니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공민왕. 가만히 눈물을 훔친다. 김상궁: 전하 공민왕: 믿을 수가 없구나. 이 사람이 세상에 없다니 김상궁: 황공하오나 마마께서는 전하 곁에 계시옵니다 공민왕:(보더니) 그렇지? 내가 이렇게 이 사람을 사모하고 있는데 날 떠날 리가 없지 (영정을 보더니) 보거라. 내가 여기다 입김을 후하고 불어넣으면 당장이라도 웃으며 손을 내미실 것 같지 않으냐 영정에 가만히 입김을 후하고 불어보는 공민왕. 바라보는 김상궁. 공민왕: 웃어보세요.....어째서 가만히 계십니까 울음이 터질 듯한 공민왕. 눈물을 훔치는 김상궁. #신돈의 집. 앞 말을 타고 오는 최영. 달려나오는 공철과 장정들. 최영:..... 말을 탄 채 집을 본다. 원현:(나오며) 늦으셨습니다 최영:(찡그리는) 원현: 어서 말에서 내리시지요 최영:...... 신음하더니 말에서 내린다. #동. 집무실 안 신돈이 단 위에 만들어놓은 자리에 앉아있다. 최영:...... 훑어본다. 마치 강안전을 옮겨다 놓은 듯한 모습이다. 신돈: 중방으로 나가 장군과 상의를 하려고 했으나 장군께서 거북해하실 것 같아서 집으로 오라고 했소이다 최영: 사람들이 영도첨의를 권왕으로 부른다기에 믿지 않았더니 방 안 풍경이 과히 틀리지 않소이다 신돈: 권왕이라니오 최영: 임금과 같다는 뜻이지요 신돈:(무시하고) 왜구가 강화도까지 넘나든다면서요 최영:...... 신돈: 장군께서 직접 강화도로 가서 왜구를 단속해주셔야겠소이다 최영: 왕명이오이까 신돈:.......(바라본다) 최영: 나는 왕명만 따르겠소이다 신돈: 내 말이 왕명이외다 최영:......(부르르) 신돈: 김용과 조일신이 전하의 신임이 돈독한 것을 이용해서 역모를 꾀했소이다. 근자에 장군께서 붕당을 만들고 무장들에게 왕명보다는 장군의 명을 따르게 서약을 받았다는 소릴 들었소이다. 전쟁을 하자면 부하 장수들의 신임을 그만큼 받아야겠으나 더는 용서할 수 없소이다 최영:(부르르) 신돈: 생각같아선 장군의 갑옷을 벗기고 지방 관아의 행정관으로 보낼까 하는 생각도 해봤으나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소이다. 머잖아 군사를 조련하여 요동 정벌에 나서야겠는데 장군같은 지휘관을 찾기가 힘이 든 까닭이외다 최영:(신음) 신돈: 강화도로 가서 왜구를 섬멸하고 돌아오세요. 오늘 내 앞에서 행한 장군의 방자함은 그 때 죄를 묻겠소이다 최영: 내 죄를 묻다니 눈을 부릅뜨는 최영. 신돈이 앞에 걸쳐놓은 검을 집어든다. 신돈: 전하께서 내린 검이외다. 군령을 어기는 자는 그 자리에서 베라고 내리신 것이외다 최영:(신음) 신돈: 내게 승복하시기가 쉽지 않으시겠지. 노비의 자식이니 빙긋이 웃는 신돈. 부르르 떠는 최영. #동. 대문. 앞 말에 오르는 최영. 원현과 공철 등이 싱글거리고 있다. 분해서 박차에 발을 헛딛는 최영. 웃음이 터진다. 원현: 뭘 보고들 있느냐. 장군께서 말에 오르시게 좀 도와드리지 않고 최영:...... 꾹 참고 말에 다시 오르는 최영. 원현: 무인이 전장에 나가는 것보다 정치에 맛이 들면 몸이 둔해지는 법이외다 와아 웃음이 터진다. 최영: 이럇 말을 몰아 달려가는 최영. #동. 집무실 안 명단을 쓴 책자를 들고 떨고 있는 덕운. 덕운: 이걸 어찌하라시는 건지 신돈: 전국 사찰의 주지들 명단입니다. 이름 뒤에 방점을 찍어둔 자는 명문간의 자손들로 승적에 이름만 올리고 불공은 드리지도 않는 땡중들이니 절문을 드나들지 못하게 하세요 덕운: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신돈: 못하시겠습니까 덕운:(난처) 신돈: 허면 법왕사 주지 자리는 지효 스님에게 줘야겠소이다 신돈:(손 내저으며) 나는 법왕사 주지 자리는 꿈도 안 꾸는 사람입니다. 나 같은 사람이 법왕사 주지가 되면 지나가던 개 돼지도 웃을 판이니 멋쩍게 웃어보이는 덕운. #중서문하성의 마당 이인복:(신음) 최영: 너무 염려마십시오 성산군대감. 강화도는 개경에서 지척간이니 도성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한걸음에 달려오겠습니다 이인복: 다녀오시게 최영과 뒤에 선 참모들이 경례를 올린다. 경천흥이 달려온다. 경천흥: 안 됩니다. 최장군께서 도성을 비우시면 우리가 무슨 변을 당할 지 모릅니다 이인복: 편조가 중방의 수장이니 어쩌겠소. 군령을 따르는 수밖에 경천흥: 강화도에 왜구가 침범한 것은 사실이나 최장군이 출전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이는 편조가 최장군을 도성 밖으로 내보내려는 흉곌 겁니다 최영: 편조를 따르는 무신들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제 놈이 일을 꾸민다고 해도 염려할 것이 없소이다 (참모들에게) 가자 앞서가는 최영. 따르는 참모들. 경천흥: 못가게 잡으셔야합니다 성산군대감 이인복:...... 신음하며 멀어져가는 최영을 바라보는 이인복. #법왕사의 법당. 마당 울상이 돼서 서성거리는 덕운. #동. 안 주지승의 명단이 적힌 책자. 보우:......(눈 감은) 지효: 모두 왕사님을 따르는 주지스님들입니다. 절문을 모두 닫을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지요 보우:....... 지효: 왕사님 보우: 편조에게 전하거라. 내가 용문산 소설암으로 들어가 다시는 법왕사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효: 불가를 지킬 분은 왕사님밖에 안 계십니다 보우, 벌떡 일어나 불상을 향해 큰 절을 올린다. #운암사. 법당 안 노국공주의 위패 뒤에 공민왕이 그린 노국공주의 영정이 걸려있다. 그 앞에 김상궁의 도움을 받으며 상식을 올리는 공민왕.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덕녕공주. 공민왕: 오늘은 김상궁이 봄나물을 캐왔습니다. 향기가 어찌나 상큼한 지 내 군침이 다 돌았어요. 드셔보세요 정성껏 나물을 집어 올리는 공민왕. 덕녕공주: 전하. 대궐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공민왕: 어떻습니까. 맛이 좋지요 덕녕공주: 그만 대궐로 돌아가시지요 공민왕:(가죽 주머니 집어들며) 부인, 이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보르츠입니다. 몽골의 전사들이 전쟁에 나갈 때 먹는 음식이라며 내게 권하지 않으셨습니까 (덕녕공주를 보며) 공주와 내가 신혼여향을 몽골로 갔는데 초원에 게르라는 몽골식 천막을 치고 이걸 물에 타서 먹곤 했습니다. 처음엔 맛이 이상하더니 덕녕공주: 전하. 전하께서 대궐을 비워놓으시면 공민왕: 신돈이 있질 않습니까. 내가 만사를 신돈에게 다 맡겼습니다 덕녕공주: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전하께서 직접 하셔야지요 공민왕:(흠칫) 덕녕공주: 북벌을 하시든 개혁을 하시든 전하께서 직접 하셔야 합니다 공민왕:(웃으며) 허면 이 사람은 누가 돌보구요 덕녕공주:...... 공민왕:(돌아서 영정을 보며) 나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음식을 골라 올리는 공민왕. 가만히 한숨 내쉬는 덕녕공주. #영수전의 안(반) 명덕태후: 들어오세요 방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신돈. 신돈:...... 힐끔 옆을 본다. 혜비와 익비 그리고 정비가 앉아있다. 명덕태후: 앉으세요 신돈:....... 앉는다. 명덕태후: 주상께서 편조스님 말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주신다면서요 신돈: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마마 명덕태후: 혜비는 잘 아실 것이고, 내가 덕풍군의 여식과 안극인의 여식을 골라놨습니다 신돈: 무슨 말씀이신지 명덕태후: 중전의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는 없잖습니까 신돈:....... 명덕태후: 다른 일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허나 중전의 자리를 비워놓을 수는 없어요 신돈:...... 힐끔 혜비와, 익비, 정비를 바라본다. 숙이는 혜비. 생긋 웃는 익비.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정비. #동. 마당(밤) 나오는 신돈. 명덕태후:(소리) 무덤이나 지키고 앉아 있으면 하늘에서 아들이 떨어진답니까 신돈:.... 바라보는. #동. 안(밤) 명덕태후:(혜비 등에게) 너희들 중 누구든 주상의 승은을 입어 아들을 낳으면 내가 며느리로 삼을 것이야 숙이는 혜비. 환하게 웃는 익비. 여전히 얼굴만 붉히는 정비. #곤성전의 마당(밤) 불꺼진 전각. 신돈:....... 바라본다. #동. 안(밤) 방문이 열렸다. 신돈이 서있다. 노국공주 생전의 모습 그대로인 방 안. 신돈:..... 바라본다. 그 얼굴에, 노국공주:(소리) 들어오세요 바라보는 신돈. 노국공주가 자리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신돈:...... 노국공주: 나라를 다시 세운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권신들을 내쫓고 배부른 스님들만 내쫓는다고 고려가 바로 서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바꾸고 또 바꿔도 오백 년 묵은 고려 왕조의 기반이 바뀌겠습니까. 임금은 왕위를 지키기 위해 권신들에게 의지하고, 권신들은 왕위를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부귀영화를 쌓아왔습니다. 그러니 그 고리를 끊어야지요. 그 고리를 끊자면 태조께서 고려를 창업하듯 새롭게 나라를 세워야합니다 신돈:(불쑥) 전하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겠습니까 말을 멈춘다. 노국공주를 본다. ‘빈자리’. 신돈:...... 가만히 한숨을 내쉬고 돌아서는 신돈. 그 얼굴 위에, 노국공주:(소리) 전하만 그 자리에 앉아 계시면 됩니다 신돈:..... 돌아선다. 노국공주가 화사하게 웃고 있다. 노국공주: 헌 집은 아무리 고쳐도 헌 집이라고 하셨지요. 서까래와 기둥 몇 개를 바꾸고 기와를 새로 얹는다고 그걸 새 집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럴 바엔 새 터를 잡아 새 집을 짓는 것이 수월하다고 하셨잖습니까? 신돈:(터질 듯 벅차서) 예, 마마. 소인이 전하께 새 집을 지어드리겠나이다 노국공주를 향해 절을 하는 신돈. 고개 들면 빈자리. 신돈: 마마께서 무문암의 문을 여셨습니다. 그 때문에 소인의 혼이 천만년 억겁을 떠돈다고 해도 중생의 고통을 모두 지고 가겠나이다 노국공주의 빈자리. 신돈:..... 기쁨의 눈물이 -. #도성으로 가는 길 깃발을 찬 전령이 달려온다. #중서문하성의 회의실 유탁: 뭐라고 했느냐 이색: 강화도에서 전령이 급히 달려와 보고하기를 왜구가 창릉에 들어와 세조의 어진을 가져갔다고 하옵니다 김원명: 세조의 어진을 가져가다니. 태조대왕의 부왕을 말하는 것이외까 이색: 그렇습니다 이춘부:(버럭) 대체 최영은 뭘하고 있었기에 #이인복의 집. 후원 정자에서 혼자 술 마시고 있는 이인복. 경천흥이 달려온다. 경천흥: 성산군대감, 큰일 났소이다. 편조가 최영장군을 순군옥에 가뒀소이다 이인복: 최영을 가두다니 경천흥: 강화도 창릉에 모셔둔 세조의 어진을 왜구가 약탈해 간 죄를 묻는다고 합니다 이인복: 으음 (신음하더니) 이 놈이 벌떡 일어나는 이인복. #순군옥의 앞 이인복이 경천흥과 온다. 막아서는 순군들. 이인복: 비키지 못하겠느냐 꼼짝 않는 순군들. 경천흥: 성산군대감도 몰라보느냐 이놈들 여전히 꼼짝 않는 순군들. #동. 마당 최영의 참모들을 형틀에 묶어놓고 고문을 하고 있다. 이춘부: 한줌도 안 되는 왜놈들이 창릉에 들어가 세조의 어진을 훔쳐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말이 되느냐. 내가 듣기론 최영이 왜구를 칠 계획은 세우지도 않고 사냥이나 다녔다고 하던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더란 말이냐 고문을 가한다. 신음을 참으며 버티는 참모들. 이춘부: 누가 먼저 이실직고를 하겠느냐. 사실대로 고하는 자는 살려줄 것이고 끝까지 최영을 감싸고 도는 놈은 최영보다 먼저 죽을 것이야 눈짓하는 이춘부. 더욱 심해지는 고문. #동. 감옥 안 버티고 앉은 최영. 부르르 떨고 있다. #순군옥의 앞 이인복:..... 신음. 버티고 선 순군들. 경천흥: 편조의 집으로 가시지요 이인복:...... 경천흥: 우선 최영을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인복: 내가 전하와 담판을 질 것일세 돌아서는 이인복. #동. 마당 모진 고문이 가해지고 있다.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웃고 있는 이춘부. #신돈의 집. 집무실 안 이인임:(웃으며) 참으로 대담하십니다, 영도첨의께서는 신돈:...... 이인임: 최영의 손에서 군권을 회수하실 줄은 알았으나, 아예 물고를 내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그렇지요. 최영을 살려두고 중방을 장악할 수는 없지요 신돈: 내가 전민변정도감을 다시 세우려고 합니다 이인임:(흠칫) 신돈: 어찌 생각하십니까 이인임: 세우셔야지요. 백성들을 끌어안으려면 당연히 신돈: 이번엔 샅샅이 뒤질 겁니다 이인임:(찔끔) 신돈: 곡식 한톨도 숨기지 못하게 이인임:(웃으며) 최영을 잡아가두셨는데 어느 누가 감히 영도첨의대감과 맞서겠습니까 신돈:..... 빙긋. #동. 대문. 앞 나오는 이인임. 몸서리를 치더니 허겁지겁 달려간다. #이인임의 집. 마당 들어오는 이인임. 하인들에게, 이인임: 곳간을 깨끗이 비워놔라, 곡식 한톨 보이지 않게 (마루로 올라가려다) 그리고 노비문서를 몽땅 갖고 오너라. 내가 일일이 다 대조를 해봐야겠다 허둥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이인임. 이리저리 뛰는 노비들. #운암사의 법당 안(밤) 노국공주의 영정에 향을 올리는 공민왕. 바라보는 이인복. 절하는 공민왕. 바라보는 이인복. 절을 끝내고 시침 떼듯 영정을 향해 앉는 공민왕. 이인복: 전하. 편조가 최영을 순군옥에 가뒀나이다 공민왕:(흠칫) 이인복: 너무 심하지 않사옵니까. 최영 같은 충신을 죄도 없이 가둔다면 공민왕: 세조의 어진을 도둑맞은 것이 죄가 아니라면 무얼 두고 죄라 한다는 말입니까 이인복:......(바라본다) 공민왕: 돌아가세요 이인복: 허면 이것이 전하의 영이옵나이까 공민왕:...... 이인복: 전하께서 최영을 가두라하셨나이까 공민왕:(고개만 돌리며 버럭) 최영이 김용과 조일신을 닮아가고 있어요 이인복:(흠칫) 공민왕: 내가 이번엔 나를 업수히 여기는 무신들의 방자함을 바로 잡을 겁니다 사납게 내지르는 공민왕. #신돈의 집. 앞(밤) 이성계와 참모들이 말을 타고 달려와 멈춘다. 집을 바라보더니 고개짓을 한다. 신돈의 집을 에워싸기 시작하는 기병들. 대문이 열린다. 공철이 바라보더니 깜짝 놀라 얼른 대문을 닫는다. #동. 마당(밤) 달려들어오는 공철. 원현을 보더니 말이 안 나온다. 공철: 좀, 좀.....나, 나가 원현: 갑자기 말은 왜 더듬느냐 공철:....... 손으로 바깥만 가리킨다. #동. 대문. 앞(밤) 대문을 여는 원현. 이성계와 참모들이 말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원현: 뉘시오 이성계: 동북면병마사 이성계다.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전하거라 원현: 이 댁 주인이 누군지나 알고 이러시오 이성계: 편조란 요승이 아니냐 원현: 요승이라니 덤비려는 원현. 참모들이 일제히 칼을 빼든다. 흠칫 몰라서는 원현. 이성계:(안에다 대고) 최영장군을 투옥한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동. 집무실(밤) 신돈:..... 덜덜 떨고 있는 덕운. 이성계:(소리) 만일 사사로운 감정으로 누명을 씌운 것이라면 우리부터 다 죽여야 할 것이다 #동. 대문. 앞(밤)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이성계. 맞서듯 대문을 막고 서있는 원현. #동. 집무실 안(밤) 신돈:...... 떨고있는 덕운. 신돈의 눈치만 본다. 신돈:....... 이윽고 빙긋 미소짓는 신돈. <신돈 49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