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48회 <신돈> -48회- #곤성전의 안(밤) 삼신끈을 움켜쥔 노국공주의 손. 노국공주:...... 입에 자갈을 물고 신음하는 노국공주. 허둥지둥 어쩔 줄 모르는 산파. 초선: 뭘 하고 계시는가. 자궁이 얼마나 열렸나 보시잖구 덜덜 떨며 노국공주의 하체에 손을 넣는 산파. 노국공주: 으으윽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입에 문 자갈을 내뱉으며 비명치듯 신음소리를 내지르는 노국공주. #동. 마당(밤) 노국공주의 신음소리. 놀래서 전각을 바라보는 공민왕. 공민왕:(김상궁에게) 들어가봐라. 중전께서 어찌하고 계시는지 김상궁: 예, 전하 급히 안으로 들어간다. 다시 노국공주의 신음소리. 공민왕:....... 참지 못하고 전각으로 간다. 최만생: 황공하오나 전하, 여기서 기다리셔야 하옵나이다 공민왕: 비키지 못하겠느냐 최만생을 뿌리치고 전각으로 올라서는 공민왕. 명덕태후:(소리) 주상. 어딜 들어가려고 하십니까 돌아보는 공민왕. 명덕태후와 덕녕공주, 혜비, 박상궁 등이 오고 있다. 공민왕: 저 소리 좀 들어보세요 어머니. 차마 중전의 신음소리를 듣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명덕태후: 애기를 낳는 것이 고양이가 새끼를 낳듯이 쉬운 일인줄 아셨습니까? 어미가 주상을 낳을 때는 저보다 고통이 더 심했습니다 공민왕:(안절부절) 명덕태후: 대전으로 돌아가세요. 중전께서 해산을 하시면 전갈을 드리겠습니다 전각으로 올라서는 명덕태후. 따르는 덕녕공주, 혜비 등. 그대로 서있는 공민왕. 명덕태후:(돌아보더니) 뭘 하고 계십니까 주상. 대전으로 돌아가 계시래두요 전각만 바라보는 공민왕. 가만히 혀를 차는 명덕태후. #남대가의 거리(밤) 신돈, 온다. 길바닥에 엎드려 대궐을 향해 절을 하며 순산을 비는 백성들. 신돈:...... 그 모양을 바라보는 신돈. 심지언 울부짖는 백성들도 있다. #곤성전의 안(밤) 기진하듯 늘어져 있는 노국공주. 마치 잠이 든 듯하다. 명덕태후: 그게 무슨 말이냐 초선:..... 명덕태후: 어허 초선: 황공하오나 산통이 시작됐는데도 중전마마의 자궁이 열리질 않고 있사옵니다 명덕태후: 자궁이 열리지 않다니 기막히다는 듯 덕녕공주를 본다. 덕녕공주: 허면 산통이 아니란 말이냐 초선: 그렇진 않사옵니다 명덕태후: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초선: 이미 양수가 터졌사옵나이다 명덕태후: 저런. 이미 양수가 터졌으면 태아가 위험하질 않으냐 놀래서 노국공주를 본다. 여전히 잠이 든 듯 기진한 노국공주. 명덕태후: 무슨 일이 있어도 태중의 아이를 살려야 한다 #동. 마당(밤) 전각을 바라보는 공민왕. 조용한 전각. 마른침 삼키는 공민왕. 안에서 덕녕공주가 나온다. 따라나오는 김상궁. 공민왕: 어찌됐습니까 덕녕공주:...... 공민왕: 아직도 해산을 못했습니까 덕녕공주: 시간이 좀 걸리겠습니다 초선: 시간이 걸리다니오 덕녕공주: 전하. 대전에 가서 기다리시지요 공민왕: 중전께서 잘못되셨습니까 덕녕공주:(웃으며) 아닙니다. 잠시 산통이 멎어서 중전께서 잠이 드셨습니다. 조금 있으면 산통이 다시 시작되겠지요 공민왕:(김상궁에게) 방금 전에 중전께서 금방 해산을 하실 거라고 하질 않았느냐 김상궁:(숙이는) 덕녕공주: 전하. 중전께선 아무 일도 없으십니다. 전하께서 밖에 계신 것을 알면 산모가 불안하고 초조해집니다 웃어보이고 안으로 들어가는 덕녕공주와 김상궁. 공민왕:....... 전각을 바라본다. #동. 안(밤) 노국공주의 얼굴의 땀을 닦아주는 초선. 잔뜩 못마땅해서 노국공주를 바라보는 명덕태후. #동. 복도 떨고 있는 어의들. 덕녕공주: 당황하지 말고 대책을 세워보거라. 어찌하면 중전마마의 자궁을 열 수 있는지 대답을 못하고 떠는 어의들. #동. 마당(밤) 전각을 바라보던 공민왕이 어린애처럼 눈물을 훔치며 돌아선다. 신돈이 서있다. 공민왕: 편조냐 신돈: 전하 공민왕: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중전께서 난산인 모양이다. 어찌나 괴로워하는지 신음소리가 내 가슴을 찢어놓는구나 어린애처럼 신돈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흐느끼는 공민왕. 신돈:...... 전각을 바라본다. #중서문하성의 회의실(밤) 유탁을 비롯한 대신들이 모여있다. 초조하게 일어나 서성거리는 이춘부. 그런 이춘부가 못마땅해서 쳐다보는 김원명. 이춘부: 어허, 이거 큰 일이 아닌가 김원명: 큰일 날 게 뭐가 있겠소이까. 때가 되면 해산을 하시겠지요 이인임: 마마의 보령이 문제지요. 젊으신 나이도 아니고 경천흥: 전에도 한번 유산을 하신 적이 있지 않습니까 김원명: 그랬지요. 그 때 어의들이 다시 회임을 하시면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고 말씀을 올렸다고 하질 않소이까 이춘부: 그래서 큰일이란 겁니다.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서 잘못 되기라도 하신다면 이인복:(버럭) 가만히 좀 앉아계시구려 이춘부: 성산군께선 걱정도 안 되십니까 이인복: 걱정이 안 되다니 이춘부: 중전께서 잘못되기를 바라는 분들이 있으니 하는 소립니다 이인임: 맞소이다 경천흥: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이춘부: 중전께서 잘못되시면 덕보는 사람이 누굽니까. 태후전의 위세가 드높아질 것이 불을 보듯 환한 일이 아닙니까 김원명: 말씀을 삼가시게 이춘부: 내가 없는 말을 했소이까 최영:(벌떡 일어나며) 이러니 나라 꼴이 바로 서질 않는 겁니다 김원명: 혼자서 깨끗한 척 하지 마시게 최영: 원은 고사하고 북방의 여진족들이 호시탐탐 고려를 노리고 있습니다. 남도 지방엔 왜구의 침입이 그치지 않고요. 헌데 조정의 문신들은 편안히 앉아 제 이익만 쫓고 있으니 이래서야 전장에 나가 있는 장수들이 마음 놓고 싸울 수가 있겠습니까 김원명: 으음 (참는) 최영: 오죽하면 전하께서 편조같은 자에게 국정을 맡기시려고 하겠습니까 이춘부: 편조같은 자라니 최영: 편조는 노비의 자식이외다. 전하께서 그걸 모르시고 사부로 삼았겠습니까. 부끄러운 줄을 아셔야지요 유탁: 찬성사의 말이 옳으이 (한숨 내쉬며) 중전마마께서 순산을 하실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십시다 #영수전의 안(밤) 명덕태후: 중궁전에선 아무런 전갈이 없느냐 박상궁: 예, 마마 명덕태후:(한숨) 덕녕공주: 시간이 걸릴 모양입니다. 밤이 깊었으니 그만 수침에 드시지요 명덕태후: 잠이 옵니까. 생각을 해보세요. 중전이 해산을 못하면 대궐 안팎이 시끄러워질 겁니다 #동. 마당(밤) 덕녕공주, 나온다. 한숨 쉬고 간다. #동. 안(밤) 명덕태후:(혜비를 힐끔보더니) 원 손주 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혜비: 황공하오나 마마, 이번에도 유산을 시키는 것이 어떨런지요 명덕태후: 그게 무슨 말이냐 혜비: 산모의 자궁이 열리지 않으면 산모도 태아도 모두 위험할 것이 아니옵니까 명덕태후:(돌아앉으며) 애는 구해야지 혜비:(바라본다) 명덕태후: 주상께서 이번에도 후사를 얻지 못하면 보위가 흔들릴 것이야 #곤성전의 안(밤) 잠든 노국공주. 덕녕공주:..... 바라보더니 한숨. 눈치 보고 있는 초선. 덕녕공주: 어의들은 뭐라고 하느냐 초선: 자궁을 여는 약을 썼다고 합니다 덕녕공주: 그래도 자궁이 열리지 않으면 초선:..... 덕녕공주:(본다) 초선:.....(가만히 숙이며 고개 돌리는) 덕녕공주: 태중의 아이를 강제로 꺼내야 산모를 살릴 수가 있을 것이 아니냐 초선:(보더니) 그러하옵나이다 덕녕공주:..... 노국공주를 본다. 잠든 듯 실신한 노국공주. 입술이 움직인다. 초선: 정신이 나십니까 노국공주:...... 가만히 눈을 떠본다. 초선: 목이 마르십니까 노국공주:(끄덕인다) 김상궁이 얼른 물을 가져온다. 수저로 물을 떠서 노국공주의 입에 흘려 넣어주는 초선. 물을 넘기려던 노국공주가 윽 신음하더니 두 손을 위로 쳐든다. 초선: 진통이 오십니까 마마 얼른 삼신끈을 달라고 손짓하는 노국공주. 신음하기 시작한다. 삼신끈을 노국공주의 손에 쥐어주는 김상궁. 신음하기 시작하는 노국공주. 방문이 열리고 달려들어오는 산파. #동. 마당(밤) 노국공주의 신음소리. 환관들이 이리저리 달려가고 어의들이 달려온다. #강안전의 마당(밤) 이환관, 달려온다. 이환관: 전하. 중전마마의 산통이 다시 시작되었나이다 #동. 안(밤) 공민왕: 그래? (반가워서 신돈에게) 이번엔 해산을 할 모양이다 일어나려는 공민왕. 최만생: 전하. 중전마마께서 해산을 하시면 다시 전갈이 올 것이옵나이다 공민왕: 중전께서 고생을 하시니까 그렇지 (신돈에게) 내가 가서 중전의 손이라도 잡아줘야 하지 않겠느냐 신돈: 그리하시지요 전하 공민왕: 자비를 하거라 최만생: 예, 전하 조심스럽게 나가는 최만생. 공민왕:(웃으며) 얼마나 힘이 들면 중전처럼 강한 여인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지르겠느냐. 진즉에 안에 들어가서 손이라도 잡아줄 것을 신돈: 전하 공민왕:(본다) 신돈:....... 공민왕: 사람을 불러놓고 왜 말이 없느냐 신돈: 만에 하나 산모와 자식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공민왕:(웃으며) 자식을 버려야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신돈:...... 공민왕:(웃으며) 자식이야 또 낳으면 되는 것이고 웃다가 문득 웃음이 사라지는 공민왕. 신돈:(울음이 터질듯) 중전마마의 자궁이 열리질 않는다고 하옵나이다 공민왕: 자궁이 열리질 않는다니 신돈: 전하께서 중전마마를 구해주셔야 합니다. 마마께옵서는 죽는 한이 있어도 아이를 낳으려고 하실 것이옵니다 #곤성전의 안(밤) 노국공주:(삼신끈 움켜쥐고) 뭘 하고 있느냐. 힘을 더 주게 내 손을 잡아달라고 하질 않느냐 초선: 마마 노국공주: 내 다리를 잡아다오. 시간을 더 끌면 애기가 숨이 막혀 죽을 것이야 온몸에 힘을 주는 노국공주. 삼신끈에 매달려 안간힘을 쓴다. 초선: 마마. 그만 줄을 놓으시옵소서 노국공주: 네 이년. 줄을 놓으라니. 내 아이의 명줄을 놓으란 말이냐 초선: 마마. 이러시면 마마께서 변을 당하십니다 울음이 터지는 초선. 노국공주:....... 삼신끈을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떠는 노국공주. 덕녕공주: 중전. 어의를 불러 아이를 꺼내겠습니다 노국공주: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일 낳아야 합니다 덕녕공주: 초선의 말이 옳습니다. 마마의 목숨부터 구해야지요 노국공주: 나는 죽어도 좋습니다. 나는 죽어도 좋으니 전하의 아이를 낳아드려야 합니다 (초선에게) 날 잡아다오 (김상궁에게) 뭘하고 있느냐 김상궁. 날 잡아달라니까 고개 돌리고 우는 김상궁. 노국공주:(삼신끈에 매달려 신음하며) 뭘 하고 있느냐, 아가야. 어서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마지막 힘을 다하는 노국공주. 초선:(와락 노국공주를 안으며) 마마. 태중의 아이가 숨을 쉬지 않은 지 오래 됐나이다 노국공주: 이런, 못된 년. 내 아이가 죽었다고 하는 것이냐 김상궁: 마마 김상궁 유나인을 비롯한 상궁 나인들 주저앉으며 운다. 노국공주:..... 문득 힘이 빠진다. 삼신끈을 놓고 몸을 눕히는 노국공주. 울음 참는 초선. 노국공주: 그럴 리가 없다. 숨을 쉬지 않는다니 덕녕공주: 마마 노국공주:.... 손을 내민다. 부들부들 떨린다. 초선:(본다) 노국공주: 칼을 다오 초선: 칼이라니오 노국공주: 내 아이를 꺼내야겠다 초선: 마마 노국공주: 내 아이를 밖으로 꺼내야 숨을 쉴 것이 아니냐. 그러니 어서 칼을 다오 초선: 마마 김상궁 등 마마를 외치며 울음이 터진다. #동. 마당(밤) 공민왕과 신돈 온다. 노국공주:(안에서) 어서 칼을 가져오라고 하질 않느냐 마마를 외치는 통곡소리. 공민왕: 무슨 일이냐 이환관:(떨기만 한다) 공민왕:(전각을 보며) 중전께서 무슨 일로 칼을 달라고 하시는 거냐 #동. 안(밤) 몸을 일으키는 노국공주. 초선: 마마 노국공주: 모두 귀들이 먹은 모양이니 내 손으로 칼을 가져와야겠다 덕녕공주: 칼은 어디다 쓰시려구요 노국공주: 내 배를 갈라야지요. 그래야 내 아이가 숨을 쉴 것이 아닙니까 덕녕공주: 중전 노국공주: 시간이 없습니다. 내 아이가 뱃속에서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습니다. 어서 칼을 가져오너라. 시간이 없다고 하질 않느냐 악쓰는 노국공주. 방문이 열리고 뛰어 들어오는 공민왕. 공민왕: 중전 노국공주를 끌어안는다. 노국공주: 잘오셨습니다 전하. 저들이 내 말을 듣질 않습니다 공민왕:(김상궁에게) 어의들을 들어오라고 해라. 중전의 목숨부터 구해야겠다 노국공주:(서글피 울며) 칼을 달라고 하지 않습니까 전하. 이 아이만 살릴 수 있다면 저는 백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컥컥거리며 우는 노국공주. 공민왕:(노국공주를 끌어안으며) 그까짓 아이가 문젭니까. 이 세상 천지를 다 잃어도 부인을 잃을 순 없습니다 #동. 마당(밤) 신돈:..... 공민왕:(소리) 뭘 하고 잇느냐. 어의들을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질 않고 비명처럼 내지르는 공민왕. 신돈의 두 눈에 치솟는 눈물. #도성가는 길(밤) 밤하늘의 별. 유성이 길게 꼬리를 그리며 진다. 보우:......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도성의 길 보우, 온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소리치고 있는 장정들. “중전마마께서 승하하셨다”를 계속 외쳐댄다. 여기저기서 달려나오는 사람들. #대궐의 문. 앞 사람들이 몰려와 통곡하고 있다. “중전마마”를 부르짖는 백성들. #법왕사의 마당 덕운이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법당으로 들어가려다 인기척에 돌아본다. 보우가 서있다. 화들짝 놀라서 길을 열어주는 덕운. #대궐의 문. 앞 통곡하는 백성들. 그 틈에 끼어 우는 시늉하고 있는 원현과 공철. 서로 눈짓을 주고 받더니, 원현: 세상에 이런 원통한 일이 있나 공철: 그럼 그게 사실입니까 원현: 생각을 해보시게. 중전마마께서 해산을 하시다 돌아가셨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공철: 허면 중전마마께서 독살이라도 당하셨다는 말씀이시오 원현: 편조스님이 전하의 사부가 된 게 누구 힘이겠나. 중전마마께서 편조스님을 밀어주신 덕분이 아닌가. 그러니 중전마마가 눈에 가시일 수밖에. 편조스님께서 노비문서를 불에 태우시고 권신들에게 뺏긴 땅을 양민들에게 돌려주려고 하니 중전마마를 독살하고 편조스님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지 공철: 저런 죽일 놈들이 있나. 중전마마를 시해하고 편조스님마저 죽이려 하다니 주위의 백성들이 수군거린다. 원현:(땅을 치며 통곡하며) 마마. 이 원수를 어찌 갚아드리면 되겠나이까 소란이 일기 시작한다. 통곡하며 백성들의 눈치를 살피는 원현. #법왕사의 법당. 안 불상을 향해 앉은 초선.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나란히 앉는 보우. 지켜보고 서있는 지효. 초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시겠다고 울부짖는 중전마마의 칼을 뺏어 거두고 어의들이 마마의 자궁을 겨우 열어 아이를 꺼냈으나 이미 숨을 거둔 지 오래였습니다 보우:.....(눈감은 채 신음) 초선: 마마께서는 시커멓게 변한 핏덩어리를 가슴에 안고 놓으려고 하시질 않았습니다. 전하께서는 말씀도 못하시고 눈물만 흘리고 계시는데 마마께서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시며 아이를 안고 쓰러지셨습니다 #곤성전의 마당(밤)(회상) 밖으로 나오는 김상궁, 산파, 어의들. 공민왕:(안에서 버럭) 모두들 물러가거라. 내가 중전과 단둘이 있을 것이야 #동. 복도(밤)(회상) 신돈과 초선이 서있다. 공민왕:(안에서 소리) 예, 말씀을 하세요. 우리 세사람 뿐입니다 노국공주:(안에서) 아들이라고 했습니까 전하 공민왕:(안에서) 예, 아들입니다. 중전께서 내 아들을 낳으셨습니다 #법왕사의 법당. 안(현실) 보우: 나무관세음보살 초선: 중전마마께서 돌아가셨으니 편조스님의 앞날이 험난해질 겁니다. 편조스님께서 전하와 함께 나라를 바로 세우시는 날까지만 사셨어도.....(눈물이 치솟으며) 이 나라는 참으로 지지리 복도 없는 나랍니다...... 눈물을 훔치는 초선. #도성의 거리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백성들. 원현과 공철이 떠들고 다닌다. 공철: 태후전에서 중전마마 대신 후궁들을 들이려고 했단 말입니까 원현: 그렇지. 중전께서 호락호락하지가 않으니 욕심많은 태후가 얼마나 속이 탔겠나 공철: 허면 김원명이가 간신이란 말이 사실입니까 원현: 김원명이 뿐인가. 심지언 최영까지 한 패라고 하더군 공철: 원 세상에. 최영은 충신인 줄 알았더니 원현: 중전마마가 안 계시니 우리 백성들이 전하와 편조스님을 지켜드려야 하네. 김용이나 조일신 같은 역적놈들이 전하와 편조스님을 해치기 전에 웅성거리는 백성들. 공철: 여러분, 중전마마를 시해한 간신배들을 쳐죽입시다 와아 함성을 지르는 백성들. 공철: 갑시다 공철을 따라 몰려가는 백성들. 싱긋 웃는 원현. #선경전의 안 유탁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대신들. 이인임: 우선 국상부터 선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춘부: 서두르셔야 합니다. 밖에서 수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경천흥: 수상한 소문이라니오 이춘부: 중전마마께서 시해를 당하셨다는 소문이 돌고 있소이다 이인복: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나. 중전마마께서 해산을 하시다 돌아가셨다는 건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거늘 이춘부: 그러니 서둘러 국상을 선포하시라는 겁니다. 중전마마를 신주처럼 떠받들던 백성들의 실망이 분노로 변하면 사태를 걷잡을 수가 없게 될 겁니다 이인복: 문하시중대감. 대감께서 전하를 찾아 뵙고 상의를 하시지요 유탁: 전하께서 대전의 문을 다 걸어 잠궜다고 하질 않습니까 이인복: 어찌하시든 전하를 뵙고 중전마마의 죽음을 확인하셔야 할 것이 아닙니까 유탁:(신음하더니) 나를 따르시지요. 다 함께 가십시다 밖으로 나간다. #동. 마당 안에서 나오는 유탁 등 대신들. 김원명이 허겁지겁 달려온다. 김원명: 큰일 났습니다 문하시중대감. 중전께서 독살을 당했다는 소문이 떠도는 바람에 백성들이 떼지어 다니며 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탁: 누가 그런 괴이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단 말입니까 김원명: 모르지요 (최영에게) 소란이 커지기 전에 군사들을 동원해 진압을 해야겠습니다 최영: 그 정도로 심각합니까 김원명: 심각하다마다. 우매한 백성들이 눈이 뒤집혀 폭도로 변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 이춘부: 안 될 말입니다. 중전마마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백성들을 군사를 동원해 진압을 하다니오 김원명: 백성들을 배후에서 조정하는 자들이 있으니 하는 소립니다 이춘부: 그게 누구란 말입니까 김원명: 잘 아실 게 아니오이까 이인복: 그만들 하세요 씩씩거리는 김원명. 이인복: 우선 전하를 뵈러 가시지요 유탁을 앞세워 가는 이인복과 대신들. 버티고 서있는 김원명. 남아서 눈치보고 있는 대신들에게, 김원명: 집으로들 가보시오. 백성들의 노략질이 시작될 판이니 쑤군대는 대신들. #도성의 어느 집. 앞 집에다 돌팔매질을 하고 있는 백성들. 공철: 중전마마를 독살한 역적놈의 집이다 와아 함성을 지르며 더 돌을 던지는 백성들. #강안전의 대문. 앞 유탁 등이 몰려온다. 굳게 잠긴 대문 앞에 이색이 서있다. 유탁: 전하를 뵈러 왔네 이색: 안에서 문을 열어주질 않습니다 경천흥: 중전마마께서 승하하신 것을 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나 이색: 문을 열어주지 않으시니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유탁. 이춘부:..... 뒤에서 싱긋 미소 짓는다. #동. 마당 텅 빈. #동. 복도 신돈:....... 무릎 꿇고 앉아있다. 방문이 열려있고 안에 노국공주를 끌어안고 있는 공민왕의 모습이 보인다. #동. 안 공민왕:...... 노국공주를 끌어안고 음직이지 않는 공민왕. 신돈: 전하. 그만 마마를 눕혀드리시지요 공민왕:...... 신돈: 그만 마마를 보내드리시는 것이 공민왕: 어디로..... 신돈:....... 공민왕: 어디로 보내드린단 말이냐 신돈: 전하께서 마마를 놓아드리지 않으시면 마마께선 극락엘 드시지 못하십니다 공민왕: 이 사람은 나하고 같이 있을 것이야 더욱 노국공주를 끌어안는 공민왕. 그런 공민왕을 바라보는 신돈. #도성의 어느 집. 앞 백성들이 대문을 부수고 있다. 이윽고 대문이 열리자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백성들. #영수전의 안 김원명: 마마. 정신을 바짝 차리셔야 하옵니다 명덕태후: 그게 무슨 소리냐 김원명: 편조가 중전께서 독살을 당하셨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사옵니다 명덕태후: 독살이라니 김원명: 어리석은 백성들이 이미 크게 동요를 하고 있사옵니다 #도성의 어느 집. 마당 집안을 때려부수고 있는 공철과 백성들. #어느 전각의 마당 원현: 김원명의 집부터 때려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춘부: 아직은 내버려두거라. 우선 아랫것들부터 겁을 주고 나서 원현: 백성들의 눈이 뒤집혔습니다. 대궐이라도 때려부술 기셉니다 이춘부: 이사람. 사부님께서 정권만 잡으시면 되네. 김원명 같은 자는 그런 연후에 처치를 해도 늦지 않네 원현: 쇠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이춘부: 군권이 아직은 최영의 수중에 들어있네. 군이 나서면 우리가 크게 다치게 돼있어 원현:(신음) 이춘부: 대세는 우리 편이니 서두를 게 뭐 있나 음흉한 웃음. #강안전의 대문. 앞 서성이고 있는 유탁과 대신들. 문이 열린다. 이환관:(내다보더니) 문하시중대감께선 안으로 드시지요 유탁:..... 대문을 조금 더 여는 이환관. 유탁이 대문으로 간다. 뒤따르는 이인복 등. 이환관: 송구하오나 문하시중대감만 드시라는 전갈입니다 멈추는 대신들. 이환관: 안으로 드시지요 유탁, 안으로 들어가고 대문 닫는 이환관. 이인복:..... 신음하는 이인복. #동. 마당 유탁, 들어온다. 신돈이 기다리고 서있다. 신돈:(대뜸) 충선왕의 환국을 도운 충신 유청신이 문하시중의 대감의 조부가 되십니까 유탁: 그렇소만 신돈: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몽골어에 능통한 덕분에 역관으로 연경에 파견되었다가 충선왕을 도우셨다구요 유탁:(신음) 신돈:(웃으며) 전하께서 대감을 문하시중으로 삼으려고 하시니까 전력을 문제 삼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미천한 역관의 손자가 어찌 일국의 재상이 될 수 있느냐고요 유탁: 내 조부께서 고려에 돌아오지 못하고 연경에서 죽은 것은 신돈: 말씀 안 하셔도 잘 압니다. 조부께서 역모의 누명을 쓰고 타국의 고혼이 되셨다는 것을 유탁:(신음) 신돈: 고려가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려면 출신을 따지는 제도부터 고쳐야지요 (정중히) 드시지요 전각으로 앞서가는 신돈. 바라보고 서있는 유탁. 힐끔 돌아보는 신돈. 저도 모르게 당황해서 허리를 굽히고 따르는 유탁. #동. 복도 신돈: 전하. 문하시중대감께서 드셨습니다 공민왕:(안에서) 내가 신돈을 섭정으로 삼았습니다 유탁:(흠칫 놀라는) 공민왕:(소리) 만사를 신돈과 상의해서 해나가세요 신돈을 보는 유탁. 방을 향해 허리를 굽혀보이는 신돈. 신돈: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중서문하성의 회의실 안 경천흥: 섭정이라니오. 전하께서 분명 그리 말씀을 하셨단 말씀입니까 유탁: 분명 내 귀로 들었네, 신돈을 섭정으로 삼으신다고 최영: 전하께서 아직 강녕하시거늘 섭정이라니오 유탁: 그리 말씀하신 것을 낸들 어쩌겠나 경천흥: 어허, 세상에 이런 변이 있나. 성산군대감 이 일을 두고 보실 겁니까 이인복:...... 경천흥: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노비의 자식이 섭정이라니 이춘부:...... 이인임을 보더니 싱긋 웃는다. 좀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는 이인임. #대궐의 길 이인복을 따라오는 이인임. 눈치를 살핀다. 이인복:(멈추더니) 이게 누가 꾸민 일이냐 이인임: 전 모르는 일입니다 형님 이인복: 이춘부와 함께 편조의 뒤를 따라다니지 않았느냐 이인임: 나도 놀랬습니다 형님. 섭정이라니 오히려 펄쩍 뛰는 이인임. #어느 전각의 방 안 이춘부: 경하드립니다 신돈:..... 이춘부: 전하께선 슬픔에 잠겨 계시니 만사를 섭정께서 신돈: 최영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군이 최영의 수중에 들어있으니 이춘부: 제깐 놈이 무슨 힘을 쓰겠습니까. 섭정께 대항하는 자들은 전하에게 대항하는 것이니 곧 역적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신돈: 한가지 부탁이 있소이다 이춘부: 말씀만 하시지요 신돈: 천도를 해야겠어요 이춘부:(흠칫) 신돈:...... 이춘부: 뭐라고 하셨는지 신돈: 왕도를 옮겨야겠다고 했습니다 이춘부:(마른침) 신돈: 나는 서경이 어떤가 싶은데.... 이춘부: 묘청이 서경으로 천도를 하려다 죽임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신돈: 허면 충주나 금강산은 어떻겠습니까 이춘부:(눈치보더니) 어째서 왕도를 옮기려고 하시는지 신돈: 개경은 권신들과 사대부들의 근거집니다. 여기선 전하께서도 힘을 쓰실 수가 없어요. 역모가 끊이지 않는 것이 그런 까닭입니다 이춘부:(신음) 신돈: 천기를 누설하시면 안 됩니다 이춘부: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엎드려 보이는 이춘부. #동. 마당 이춘부, 나온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멈춰서 전각을 돌아보더니 후들후들 몸을 떠는 이춘부. #동. 안 신돈:..... 비웃음 같은 -. #곤성전의 마당(밤) 명덕태후가 온다. 달려나오는 김상궁과 최만생. 명덕태후: 주상께선 아직도 곤성전에 들어 계시느냐 최만생: 예, 마마 명덕태후: 대체 뭘 하고 있는 게냐. 주상을 대전으로 뫼셔야 중전의 장례를 치를 것이 아니냐 안으로 들어가는 명덕태후. #동. 복도(밤) 명덕태후:(들어오며) 주상, 어밉니다. 그만 중전의 시신을 내놓으세요 #동. 안(밤) 여전히 노국공주를 부둥켜 안고 있는 공민왕. 방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명덕태후. 명덕태후: 이게 무슨 짓입니까 주상 공민왕:....... 명덕태후: 그러신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겠습니까 공민왕:.....어머닙니다 명덕태후:....... 공민왕: 어머니가 이 사람을 죽였어요 명덕태후:(흠칫한다)...... 공민왕:(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니) 자식을 못 낳으면 어떻습니까. 이까짓 왕위가 뭐 대단한 자리라고 명덕태후: 실성을 하셨습니까. 이제는 에미 탓을 하시고 복도에 선 환관들을 돌아보는 명덕태후. 명덕태후: 뭣들 하느냐. 주상을 어서 강안전으로 뫼셔라 눈치보는 최만생 등. 명덕태후: 어서 주상을 뫼시지 못하겠느냐 버럭 내지르는 명덕태후. #동. 마당(밤) 최만생과 이환관 등이 공민왕을 강제로 부액해서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공민왕: 놓지 못하겠느냐 이놈들. 내가 중전을 지켜줄 것이야 버둥거리는 공민왕을 안다시피해서 달려가는 최만생과 이환관 등 환관들. 명덕태후:(전각에서 내다보며) 어느 제왕이 부인의 죽음을 잊지 못해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고 합니까. 슬픔도 지나치면 욕이 되는 겁니다, 주상 내지르는 명덕태후. #동. 안(밤) 명덕태후, 들어온다. 김상궁 등이 노국공주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반듯이 눕히고 흰천을 덮는다. 노국공주의 시신. 바라보는 명덕태후. 얼른 물러나는 김상궁 등. 명덕태후: 날 원망하지 마세요. 내가 며느리가 미워서 구박을 했겠습니까. 종묘와 사직을 보존하기 위해서 후사를 두어야 한다고 재촉을 한 겁니다 한숨 내쉬더니 마른 눈물 훔치는 명덕태후. 노국공주의 시신. #강안전의 마당(밤) 공민왕을 안고 안으로 들어가는 최만생 등. 공민왕: 이놈들, 놓으라고 하질 않느냐. 중전께서 얼마나 무서우시겠느냐. 내가 중전을 지켜드려야한다 이놈들 #곤성전의 마당(밤) 신돈, 온다. 전각에 켜진 불빛. 염불소리. #동. 안(밤) 천도재를 지내고 있는 보우와 스님들. 기가 죽어 목탁을 두드리고 있는 덕운. 힐끔 지효의 눈치를 본다. #동. 마당(밤) 명덕태후가 나온다. 허리굽히는 신돈. 명덕태후: 나는 자네와 싸울 생각이 없네 신돈:...... 명덕태후: 허나 내가 자넬 지켜볼 것이야. 주상을 어찌 보필하는지 신돈: 망극하옵나이다 태후마마 명덕태후: 김원명에게 상호군 자리를 주게. 김원명이 대궐을 지키는 응양군의 대장 자리에 앉아 있어야 내가 마음이 놓여 신돈: 그리하시지요 태후마마 명덕태후: 명심하시게. 나는 내 아드님을 용상에 앉히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야. 주상께서 자넬 지극히 총애하시니 내가 더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야. 허나 한치라도 주상을 뫼시는 데 소홀함이 보이면 그 때는 가만 두질 않을 것이야 신돈: 소인이 바라는 것은 오직 전하께서 고려의 강건한 군주가 되시는 것이옵나이다 미소 지으며 허리를 굽히는 신돈. 고개 돌리고 다버리는 명덕태후. 신돈:...... 허리를 펴서 전각을 본다. 독경소리. #동. 안(밤) 천도재 지내는 보우. 흰 보에 덮인 노국공주의 시신. #어느 전각의 마당(밤) 신돈이 나온다. 김원명이 서있다. 신돈: 상호군께서 이 밤중에 웬일이십니까 김원명:(우물쭈물 하더니) 태후마마께서 염려하시는 것은 사부께서.....(헛기침) 신돈:(돌아선다) 김원명: 행여 왕실의 안녕을 해하는 행동을 하시는 게 아닌가 해서 신돈: 태후마마께서는 마마의 방식대로 전하를 지키는 것이고, 나는 내 방식대로 전하를 지켜드리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김원명:..... 신돈: 나를 찾아주셔서 고맙소이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끼리 다툴 게 뭐가 있겠습니까 웃어보이고 가는 신돈. 김원명: 잘 부탁드립니다 뒤에다 깍듯이 인사하는 김원명. 멀어지는 신돈. 끄응 신음하는 김원명. #이인복의 사랑방. 안(밤) 이인복: 믿을 사람은 장군 밖엔 없소이다 최영: 염려마십시오 성산군대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제 놈이 아무리 날뛰어봤자 노비의 자식이 아닙니까 이인복: 편조가 섭정을 자처하고 있어요. 나는 전하께서 그런 하명을 내리셨을 리 없다고 믿고 있소이다. 모든 게 편조의 농간이지요. 중전마마를 잃으시고 비통에 잠겨 계시는 전하를 대궐 안에 유폐시키다시피 해놓고, 편조가 왕명을 빙자해 농간을 부리고 있는 겁니다 최영: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이인복: 편조가 중전마마의 독살설을 퍼뜨리며 백성들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어요 최영: 염려마십시오. 동북면 병마사 이성계에게 사람을 보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놓으라고 일러놨습니다 이인복: 이성계라면 믿을만 하겠지요 최영: 예, 성산군대감. 이성계는 제 수양 아들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인복:(끄덕이며) 중전마마의 장례가 끝나는대로 편조를 제거해버립시다 #동북면병마사의 숙소 안(밤) 서찰을 읽는 이성계. 최영:(소리) 왕실과 조정이 편조란 자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라. 무인들이야말로 이 나라의 마지막 보루니 항상 출동 준비를 하고 대기하라 이성계:..... 눈이 번뜩인다. 그 얼굴에, #어느 전각의 방 안(회상) 신돈: 요동은 누구 땅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이성계: 고려의 땅입니다 신돈: 허면 당연히 찾아와야겠지 이성계:....... 신돈: 조정의 늙은 권신들은 아직도 원에 사대하는 습성이 남아 있어 원과 맞서는 것을 꺼려하네. 원은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니 지금이야말로 요동을 수복할 좋은 기회가 아닌가 이성계:....... 신돈: 자네같은 젊은 무인들이 나서야 요동을 찾아올 수가 있네. 내 말뜻을 아시겠는가 이성계: 명심하겠습니다 #동북면 병마사의 숙소 안(밤) 이성계:..... 서찰을 손에 들고 신음하는 이성계. #초선의 집. 앞(밤) 대문이 열리고 내다보는 박서방. 신돈이 서있다. 박서방: 사부님이 아니십니까 놀래는 박서방. #동. 마당(밤) 들어서는 신돈. 안방에 불이 켜졌다. 박서방: 마님. 사부님께서 오셨습니다 초선:(안에서) 뫼시게 박서방: 드시지요 신돈, 마루로 가는데 별체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신돈:..... 힐끔 본다. 무안해서 눈치를 보는 박서방. 신돈: 웬 웃음소린가 박서방:....... 우물쭈물하는데 박의처가 부엌에서 술상을 봐가지고 나온다. 박의처:(신돈을 보더니) 에그머니나 상을 떨어뜨린다. #동. 별채의 방 안(밤) 술 마시고 있는 원현과 공철과 장정들. 원현:(취해서) 전하께서 사부님을 섭정으로 삼으셨다고 하질 않는가. 그러니 우리들 세상이 온 거지 왁자지껄 웃고 떠든다. 원현: 백성들을 잘 선동해야 하네, 중전마마께서 독살을 당하셨다고 믿게. 아시겠는가 왁자지껄 -. #동. 안방(밤) 신돈:......(바라보는) 초선: 술 좀 마신다고 나무랄 게 뭐 있습니까 신돈: 국상중입니다 초선: 중전마마께서 큰 선물을 주고 떠나셨습니다 신돈:....... 초선: 덕분에 사부님께서 섭정이 되신 것이 아닙니까 신돈: 더는 난동을 부리지 못하게 단속을 하세요 초선: 중전마마께서 세상을 떠나신 슬픔 못지않게 노비의 자식이 섭정이 된 기쁨이 또한 못지않습니다. 평생을 천대받고 산 사람들에게 그 기쁨을 참으라고 할 수는 없지요 두 눈을 부릅뜨고 신돈을 바라보는 초선. #별채의 방 안(밤) 웃고 마시고 떠드는 원현과 공철과 장정들. #동. 안방(밤) 초선: 조심하셔야 합니다. 전하께서 또 언제 변덕을 부리실 지 누가 가늠을 하겠습니까 신돈:(바라보는) 초선: 나는 전하께서 슬퍼하시며 흘리시는 눈물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곤성전의 마당(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환관과 나인들. 공민왕:(소리) 누구 맘대로 관 뚜껑을 닫으라고 했느냐 #동. 복도(밤) 떨고 있는 최만생과 김상궁 등. 공민왕:(소리) 당장 관 뚜껑을 열지 못하겠느냐 #동. 안(밤) 노국공주의 관을 두 손을 벌려 안고 있는 공민왕. 공민왕: 잠깐만 기다리세요. 내가 중전을 관속에서 꺼내드리겠습니다 통곡하는 공민왕. #초선의 별채 방 안(밤) 술잔을 마주치며 웃고 마시는 원현 등. #동. 안방(밤) 여전히 두 눈을 부릅뜨고 신돈을 바라보고 있는 초선. 신돈:...... 초선: 예. 나는 전하의 눈물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곤성전의 안(밤) 관을 얼싸안고 울고 있는 공민왕. <신돈 48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