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47회 <신돈> -47회- #강안전의 대문. 앞 대문이 활짝 열렸다. 부지런히 안으로 들어가는 관리들. #동. 마당 강안전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있는 대신들. 분주히 오가는 환관들과 나인들. 앞줄에서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는 김원명과 경천흥. 이춘부를 힐끔 뒤돌아보더니 짐짓 환하게 웃어보이는 김원명. #동. 안 최만생과 김상궁이 시립해 있고, 이색이 공민왕과 노국공주에게 표문을 올리고 있다. 마주앉은 유탁, 이인복, 최영, 이인임. 이색:(표문을 읽는다) 우리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 국운이 날로 번창하였다. 부원배들을 처단하여 원과 대등한 관계를 수립하였고 쌍성총관부를 비롯한 북방의 영토를 회복하였다. 두 차례에 걸친 홍건적의 침입을 물리쳐 외적이 고려를 넘보지 못하게 하였다. 다만 한 가지 근심은 두 분 전하께서 후사를 얻지 못하신 것이었으나 우리 왕비전하께서 회임하여 종묘와 사직을 든든히 하셨다. 이에 위로는 태후전과 종실이 아울러 기뻐하고 만조백관과 백성이 만세를 드높이 부르옵나이다 유탁: 경하드리옵나이다 앉은 채 허리굽혀 절을 올리는 유탁. 이인복 등이 따라서 복창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린다. 공민왕: 고맙습니다. 중전의 회임을 신민이 다 함께 기뻐해주니 고맙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동. 마당 유탁, 이인복, 최영, 이인임 나온다. 이환관:(김원명 등에게) 드시지요 거드름 피우며 안으로 들어가는 김원명. 경천흥과 이춘부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이인임:(이인복에게 나직이) 형님. 신돈과 화해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인복:.....(못마땅해서 보더니 고개를 돌린다) 이인임: 중전께서 회임까지 하셨으니 거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신돈의 세상입니다 형님 여전히 못들은 척 고개 돌리고 있는 이인복. #동. 안 김원명: 경하드리옵나이다 전하 복창하며 김원명과 함께 큰절을 올리는 경천흥과 이춘부. 김원명: 경하드리옵나이다 중전마마 노국공주에게 큰절을 올리는 김원명. 바라보는 공민왕과 노국공주. 김원명 등 일어난다. 이춘부: 중전마마. 틀림없이 왕자를 낳으실 것이옵니다 김원명:(얼른) 예, 그렇구말구요. 반드시 왕자를 생산하시어 전하의 뒤를 잇게 하시옵소서 공민왕: 공주면 어떻소이까 김원명:(흠칫) 공민왕:(웃으며 노국공주에게) 이번에 공주를 낳으시면 다음번엔 왕자를 낳으시면 될 것이 아닙니까 노국공주:(미소) 이춘부: 그러하옵나이다 전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다섯은 낳으시옵소서 중전마마 공민왕: 욕심도 많다. 다섯이나 낳으라니 (노국공주에게) 괜찮겠습니까 노국공주:(미소) 공민왕:(이춘부에게) 다섯은 안 되겠다. 셋만 낳으면 안 되겠느냐 웃음들이 터진다. #동. 마당 전각에서 흘러나는 웃음 소리. 유탁:(보더니) 전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뵈니 눈물이 다 납니다. 그 동안 얼마나 노심초사 하셨겠습니까 이인임: 중전마마의 근심이 더 크셨겠지요 유탁: 다행입니다. 다행이고 말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또 끄덕이는 유탁. 사람들이 갈라지며 길을 낸다. 힐끔 보는 이인복. 신돈이 온다. 길을 비켜주고 있는 사람들. 고개 돌려버리는 이인복. 이인임: 어서오십시오 사부님. 오늘 같이 경사스러운 자리에 사부님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서 웬일인가 했더니 이제야 오십니까. 두 분 전하께서 만조백관의 하례를 받는 자리에 사부님께서도 함께 앉아 계셔야지요 (둘러보며) 안그렇소이까 끄덕이며 동의하는 대신들. 그러자 대신들과 관리들이 신돈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린다. 그저 웃음으로 인사를 받아넘기는 신돈. 안에서 김원명, 경천흥, 이춘부 등 대신들이 나온다. 신돈과 시선이 마주치자 끄응 신음하며 고개 돌리는 김원명. 신돈: 상호군대감 김원명:(힐끔보더니) 나를 부르셨소이까 신돈: 오면서 보니 대궐의 곳곳에 무장을 한 군인들이 서 있더이다 김원명:(비웃듯 웃으며) 모르셨소이까. 대궐의 경비를 서고 있는 응양군들이외다 신돈: 보기가 안좋더이다 경천흥:(나서며) 보기가 안 좋다니. 응양군이 아니면 누가 전하를 지켜드리겠소이까 신돈: 오늘은 중전마마께서 회임을 하신 기쁜 날이외다. 관민이 하례를 올리는 자리에 칼차고 창든 군인들이 늘어서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경천흥: 별 트집을 다 잡으시네 신돈:(김원명에게) 상호군대감, 저들을 대궐 밖으로 물리시지요 김원명:..... 끄응 신음하더니 응양군 장수에게 눈짓한다. 달려오는 응양군 장수. 김원명: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 경비를 하시게 신돈:(막듯이) 모두 대궐 밖으로 내보내라고 했소이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이인복:..... 부르르 떨더니 나서려고 한다. 그 팔을 꽉 잡는 이인임. 이인임: 형님. 멸문지화를 당하고 싶습니까. 나서지 마세요 이인복:(부르르) 김원명:(주위를 살피더니 좀 기가 죽어) 방금 뭐라고 하셨소이까 신돈:(웃으며) 응양군들을 대궐 밖으로 내보내라고 했소이다 김원명: 허면 대궐의 경비는 누가 맡는단 말이오 신돈:.... 이환관을 바라본다. 얼른 전각 옆길로 달려간다. 김원명: 뭘 어쩌자는 건지 신돈: 유가에서는 태교를 중히 여기지 않습니까. 불가에서도 가리는 것이 많지요 김원명: 그래서요 신돈: 중전마마께서 회임을 하셨는데 대궐 안을 칼찬 무인들이 쇳소리를 요란히 내며 돌아다녀서야 되겠습니까 싱긋 웃어보인다. 이환관이 어른 환관들을 데리고 들어온다. 천진난만한 소년들. 웃고 짓까분다. 김원명:(보더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아이들한테 대궐의 경비를 맡기겠다는 겁니까 신돈:(싱긋) 어린 환관들 뒤를 이어 무장한 환관들이 줄지어 나온다. 김원명:...... 끄응 신음한다. 이춘부: 이제야 대궐이 대궐다워지겠소이다. 말이 안 돼지. 전하를 뫼시는 상궁 나인만 해도 수백이거늘 그 사이를 칼찬 군인들이 누비고 다녀서야. 과연 전하의 사부다운 생각이십니다 웃어대는 이춘부. 그러자 덩달아 웃어대는 대신들과 관리들. #대궐의 문. 안 응양군들이 몰려와 밖으로 나간다. #동. 대문 앞. 거리 몰려나오는 응양군들. 백성들이 온갖 물건을 가지고 와 문 앞에 놓고 절을 하고 있다. “경하드리옵나이다 중전마마”소리가 진동한다. #중서문하성의 회의실 침통하다. 김원명: 한말씀하시지요 문하시중대감 유탁:....... 김원명: 대궐을 지키는 응양군들을 모두 대궐 밖으로 내보냈는데도 구경만 하고 계실 겁니까 유탁:(마지못해) 전하께서 김원명: 전하의 뜻이 아니라 편조의 뜻입니다 유탁:(신음) 김원명: 문하시중대감께서 전하를 만나 뵙고 이게 누구의 뜻인지 확인을 해보시지요 유탁: 기다려보십시다. 전하의 뜻이 아니라면 무슨 말씀이 계시겠지요 김원명: 문하시중대감마저 편조의 눈치를 보십니까 유탁: 말씀을 삼가세요 두 눈을 부릅뜨는 김원명. #동. 앞 나오는 김원명. 경천흥: 뭐라고 하십니까, 문하시중께선 김원명: 꽁무니만 빼고 있소이다 경천흥: 어허, 이 일을 어쩐다 #선경전의 마당 뒷짐 지고 먼 산 쳐다보고 있는 이인복. 그런 이인복의 말을 기다리듯 서있는 최영. 이인복: 찬성사께선 이 일을 어떻게 보시오 최영: 응양군을 대궐 밖으로 내보내고 대궐의 경비를 환관들에게 맡긴 것이 전하의 뜻이라면 그건 전하께서 우리 군을 믿지 못하고 계시다는 뜻이 아닙니까 이인복: 그렇다고 봐야지 최영: 그렇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윕니다 이인복:(본다) 최영: 홍건적의 난을 진압하고 북방의 국경지대가 평온해졌다고 하나 전라도와 경상도에는 왜구의 침입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군을 가벼히 여기신다면 누가 목숨을 걸고 왜구를 막겠습니까 이인복:(끄덕인다) 최영: 성산군대감께서 전하와 담판을 지으시지요. 왕실이 군의 보호를 받고 싶다면 편조를 대궐 밖으로 내보내야 할 겁니다 이인복:...... 최영: 지금 당장 전하와 담판을 지으시지요 이인복: 기다려보시게 최영: 기다릴 것이 뭡니까. 우리 군이 충성을 바치지 않았다면 전하께서는 벌써 이인복: 나한테 맡겨두시게 최영:(신음) 이인복: 지금은 무슨 말씀을 올려도 전하께서 듣지 앟으실 것일세. 편조도 그렇지. 중전께서 회임을 하셨으니 그 기세가 더욱 등등해졌을 것이야 (신음하더니) 대체 어쩌자고 이러시는 것인지 #강안전의 안 공민왕: 잘했다 신돈:....... 공민왕: 나 역시 군인들이 대궐 안까지 들어와 지키고 있는 게 불안했다. 조일신과 김용이 모두 군권을 쥐고 있는 탓에 반역을 꿈꾼 게 아니냐 신돈: 허락을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공민왕:......(보더니) 하고 싶은대로 해라 신돈:....... 공민왕: 그 동안은 내가 후사를 얻지 못해 대신들의 눈치를 살폈느니라. 중전께서 아들만 낳아주시면 무슨 걱정이냐. 어느 놈도 내 자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야. 그러니 이 때를 이용해서 군과 권문세도가들을 한꺼번에 다 눌러야 할 것이야. 알겠느냐 신돈: 예, 전하 #곤성전의 안 노국공주: 그렇게 놀랐느냐 초선:(가슴을 만지며) 소인이 지어 올린 약을 드시고 마마께서 혼절을 하셨는데 놀라기만 했겠습니까. 소인은 백년 감수를 했습니다 노국공주:(웃으며) 자네 덕분이다. 자네 덕분에 내가 이 나니에 아이를 가졌다 초선: 마마. 한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노국공주:..... 초선: 마마께서 해산을 하실 때까지 소인이 마마를 뫼시게 해주십시오 노국공주: 그 부탁은 내가 먼저 하려고 했더니 초선: 허락해주시는 겁니까 마마 노국공주: 나도 자네가 편하다 초선: 하오시면 거처를 옮기시지요 노국공주:....... 초선: 마마를 소인의 집으로 뫼시고 싶사옵니다 노국공주: 그래? 초선: 누추하기는 하오나 대궐보다 편할 것이옵니다. 우선 번거롭지 않아서 편하실 것이고 윗전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니 노국공주:(김상궁에게) 그런 법이 있느냐 김상궁:...... 노국공주: 왕비가 사가에 나가 해산한 전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김상궁: 병을 피해 사가에 피접을 나간 예는 허다하였나이다 노국공주: 그래? 초선: 마마. 마마께옵서 소인의 집으로 납시어 계시면 백성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구중궁궐 드높은 담 속에 앉아계시는 마마에 비하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옵니다 생긋 웃어보이는 초선. #어느 전각의 방 안 신돈: 수고하셨습니다 초선: 명심하십시오 사부님. 중전마마께서는 순산을 하지 못하실 지도 모릅니다 신돈:..... 초선: 다행히 순산을 하셔도 왕자를 낳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불행히 전번처럼 중전마마께서 유산을 하시거나 공주를 낳으시면 권신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겁니다. 그 때는 연경에 있는 덕흥군을 다시 임금으로 세우려는 역모가 끊이질 않을 겁니다 신돈: 무슨 일이 있어도 중전마마께 순산을 하셔아 합니다. 보살님께서 잘 돌봐주셔야 초선: 사부님께선 그 전에 하실 일이 많으십니다 정색하고 노려보듯 초선을 바라보는 신돈. #영수전의 안 명덕태후: 피접이라니오 노국공주:..... 명덕태후: 나는 왕비가 사가로 나가 해산을 했다는 소리를 못들어봤습니다 (덕녕공주를 본다) 덕녕공주:(미소 짓는) 노국공주: 마마. 소인은 대궐의 지붕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습니다 명덕태후: 아니, 그건 왜요 노국공주: 전하의 후사를 낳아드리질 못하니 명덕태후:(혀를 차며) 내가 잘 압니다. 마음 고생이 오죽했을꼬 (끄덕이고) 대궐이 번거롭기는 하지. 중전께서 좋다면 나가 계시구려 노국공주: 고맙습니다 어마마마 숙여보이는 노국공주. #동. 마당 나오는 노국공주. 김상궁: 허락을 받으셨습니까 마마 노국공주: 그래 환하게 웃는다. #동. 안 덕녕공주: 어째서 허락을 해주셨습니까 명덕태후: 중전이 아이를 낳지 못해 구박을 했는데 회임을 했으니 어쩝니까. 이제부턴 내가 며느리 눈치를 보고 살게 생겼어요 환하게 웃는 명덕태후. 덕녕공주: 중전이 마음에 드십니까 명덕태후: 마음에 드는 게 뭡니까. 나는 중전이 이뻐죽겠습니다 소리내어 웃는 명덕태후. #도성의 길 노국공주의 가마가 간다. 따르는 김상궁과 유나인, 이환관 등. 모두 싱글벙글이다. 만세를 부르며 가마를 따라가는 백성들. #강안전의 안 공민왕: 그렇게 좋아하시더란 말이냐 최만생: 예, 전하. 희색이 만면에 가득하셨사옵나이다 공민왕:(신돈에게) 그렇기도 할 겁니다. 말 타고 사냥 다니는 걸 좋아하던 중전께서 대궐에 갇혀살자니 오죽이나 답답했겠습니까 신돈:(미소) 공민왕:(신돈에게 귓속말처럼) 잘됐다. 오늘부터는 나도 자네 처소에 들어 술도 마시고 낮잠도 자고 멋대로 살아야겠다 웃어대는 공민왕. #초선의 집. 마당 국밥을 끓여 나르는 박의처와 공철. 박서방: 대궐 음식에 비하면 입맛에 안들겠으나 정성으로 아시고 많이들 드십시오 환관 나인들, 먹고 마시고 떠든다. #동. 안 노국공주:...... 방안을 둘러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초선: 불편하시옵니까 노국공주: 아니다. 한참동안 가마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더니 초선:(웃으며) 다리를 쭈욱 펴시지요 마마 노국공주:(김상궁을 본다) 김상궁:(미소) 초선: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떻습니까 노국공주:...... 두 손 뒤로 바닥에 대고 앉아 두 다리를 쭈욱 펴는 노국공주. 초선: 시원하시지요 노국공주: 시원하다마다 (웃고) 나는 고려에 와서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온돌은 참기가 힘이 들더라. 의자와 달리 치마 속에 다리를 웅크리고 방바닥에 앉아 있어야 하니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픈 것이 초선:(웃으며) 그래서 소인이 마마를 사가로 뫼신 것이옵니다. 여기선 궁중법도를 지키실 필요도 없고 남의 눈치를 보실 것도 없으니 얼마나 편하시겠습니까. 모름지기 임산부는 자세를 편히 가져야 순산을 한다고 하옵나이다 노국공주: 내가 자네 덕분에 살았다 두 다릴 쭉 펴고 환하게 웃는 노국공주. #영수전의 대문. 앞 김원명: 문을 열지 못하겠느냐. 내가 태후마마를 뵈러 왔다 대문이 삐걱 열리더니 어린 환관이 얼굴을 내민다. 흠칫하는 김원명. 어린 환관이 김원명을 손짓하며 뒤를 보고 웃는다. 어린 환관 서넛이 한꺼번에 얼굴을 내민다. 김원명: 이놈들이 대문으로 간다. 그러자 대문을 다시 닫아버리는 어린 환관들. 김원명: 당장 문을 열지 못하겠느냐 이놈들 악쓰는 김원명. #영수전의 방 안 익비, 정비가 앉아있다. 명덕태후: 오히려 잘 되지 않았느냐. 중전께서 대궐 밖으로 나가계시니 주상께서 오죽이나 적적하시겠느냐 (싱긋 웃더니) 주상의 눈에 띄어 승은을 입은 사람에게 내가 후히 상을 내릴 것이야 웃는 명덕태후. #어느 전각의 마당 이인복이 들어온다. 흠칫 멈춘다. 원현이 늘어지게 앉아 코를 후비고 있다. 이인복:(신음) 원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인복:..... 원현: 벙어린가. 말귀를 못알아들으시는군 코만 후비는 원현. 이인복:..... 부르르. #강안전의 안 찻잔을 조심스럽게 올리는 혜비. 공민왕:...... 찻잔을 집으려다 혜비를 본다. 황급히 숙이는 혜비. 공민왕: 자네가 내 시중을 들기로 하셨는가 혜비: 예, 전하 공민왕:(웃으며) 자네가 명색이 내 후궁이거늘 여느 궁인처럼 차 시중이나 들고 있어서야 되겠느냐 (최만생에게) 다른 상궁을 알아보아라 혜비: 아니옵니다 전하. 소인이 자청을 한 일이옵니다 공민왕:.....(보더니) 그래? 혜비: 소인은 이렇게라도 전하를 가까이서 뫼시고 싶나이다 가만히 손으로 입을 가리는 혜비. 공민왕: 미안하다. 중전께서 아이를 갖지 못하시니 더 자네를 쌀쌀맞게 대한 것이야. 중전께서 해산을 하시고 나면..... 가만히 웃는다. 혜비: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공민왕: 익재대감께선 어찌 지내시느냐 혜비: 사가에 나가본 지가 오래됐는지라..... 공민왕:.....(보더니 한숨) 내가 익재대감께 여러모로 죄를 지었다. 가까이와서 앉으시게 혜비:...... 공민왕: 가까이 오라고 하질 않느냐 혜비:...... 그대로 있는 혜비. 공민왕:(웃으며) 중전께서 투기하신 적이 없거늘 그렇게 무서우냐 웃어대는 공민왕. #어느 전각의 안 신돈: 무슨 일이 있어도 덕흥군을 개경으로 잡아와야 합니다 이인복:..... 신돈: 그래야 전하께서 이인복: 혼자서는 안 되네 신돈:....... 이인복: 자넬 가리키는 게 아냐. 아무리 국왕이라고 해도 대신들의 도움 없이는 나라를 이끌고 갈 수가 없다는 것이지 신돈: 그렇다면 다 내쳐야지요 이인복: 그 전에 전하께서 먼저 다치실 것이야 신돈: 그러니 그 전에 다 내치겠다는 겁니다 이인복: 대체 누굴 위해서 신돈:....... 이인복: 전하와 대신들 사이를 갈라놓는 게 충성이라고 생각하시나 신돈: 전하와 백성들 사이에서 그만큼 도둑질을 해먹었으면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요 이인복:...... 신돈: 왕실이 쇠약해지고 국력이 허약해진 까닭이 어디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권문세도가와 사대부와 불가가 전하와 백성들 사이에 앉아 온갖 착취를 일삼은 까닭입니다. 백성들이 등이 휘게 농사를 지어 세금을 바치면 이런 명목 저런 명목으로 빼돌려 저희들의 배부터 불리고 나라엔 한톨의 곡식을 바치는 것도 아까워한 것이 세도가들이 아니었소이까 이인복:(신음) 신돈: 백성들의 상전은 국왕전하 한분으로 충분합니다. 중간에 모시는 사람이 하도 많으니 백성들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지 않소이까 이인복: 내가 자네 속을 모를 줄 아는가 신돈:...... 이인복: 자네가 말하는 상전은 전하가 아니라 백성들이겠지 신돈: 먹물께나 잡수신 분이 그 말뜻을 모르십니까. 국왕이 백성을 상전으로 모시는 것을 두고 대평성대라고 하는 거외다 이인복:(신음) 신돈: 성산군께서 정녕 전하를 위해 나와 맞서려고 하신다면 연경에 가서 덕흥군의 목을 가지고 오세요 이인복:...... 신음하더니 벌떡 일어나 가서 방문을 열려고 한다. 신돈: 성산군대감 이인복:..... 신돈: 전하와 맞설 생각은 버리세요 이인복:(본다) 신돈: 전하와 맞서려면 먼저 노비의 자식부터 죽여야 할 겁니다. 성산군같은 명문가의 후예가 노비의 자식과 맞섰다고 하면 체면이 서시겠습니까 이인복:.... 신음. 문을 박차듯 열고 나간다. 싱긋 웃는 신돈. #동. 마당 나오는 이인복. 코를 후비고 있는 원현. 노려보는 이인복. 원현이 제 목을 길게 빼고 목을 슬금슬금 어루만지며 히죽이죽 웃는다. 부르르 떠는 이인복. #강안전의 대문. 앞 대문이 열리고 내다보는 최만생. 이인복이 서있다. 최만생:(나오며) 인사는 나중에 다녀와서 하시고 그냥 떠나시라고 하십니다 이인복: 이 사람. 연경까지 원의 황제를 뵈러 가는 길인데 그냥 떠나라니 최만생: 덕흥군의 목을 가지고 오기 전에는 돌아오지 마시라는 전하의 분부십니다 이인복:..... 최만생: 허면 말씀을 전했습니다 다시 들어가 대문을 닫아버리는 최만생. 이인복:...... 옷깃을 여미고 큰절을 올린다. 이인복: 전하. 반드시 덕흥군의 목을 가지고 돌아오겠나이다 #초선의 집. 앞(밤) 대문 열고 나오는 박서방. 신돈이 서있다. 신돈: 중전마마께선 박서방: 법왕사로 불공을 드리러 가셨습니다 신돈: 지내실만 하다고 하시던가 박서방: 예, 좋아하십니다 웃어보이는 박서방. #법왕사. 법당 안(밤) 덕운과 지효를 비롯한 스님들이 염불을 올리고 있다. 불상을 향하고 앉은 노국공주. 좀 뒤에 앉은 초선. #동. 마당(밤) 들어서는 신돈. 법당을 바라본다. 염불소리. #동. 마당(밤) 염불을 외우는 스님들. 불상. 노국공주:(마음의 소리) 아들을 주셔야 합니다 부처님. 그래야 전하께서 강건하기 그지없는 고려의 국왕이 되십니다. 전하께서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왕권을 세우셔야 백성들이 태평성대를 누릴 겁니다. 부처님, 제발 아들을 낳게 해주십시오 일어나 절하기 시작하는 노국공주. 높아지는 염불소리. #동. 마당(밤) 바라보는 신돈. #동. 법당 안(밤) 절하고 또 절하는 노국공주. #강안전의 안(밤) 공민왕: 중전께서 열심히 불공을 드리더란 말이냐 신돈: 예, 전하 공민왕: 꼭 아들을 낳아야 할텐데 (가만히 한숨쉬더니) 그 사람이 해산을 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느니라 신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공민왕: 처음 유산을 했을 때 어의들이 중전께서 다시 회임을 하면 죽을 지도 모른다고 하질 않았느냐. 그 사람도 그걸 잊어버리고 있을 리가 없지 신돈:...... 공민왕: 내 실수니라. 그 사람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으려고 했거늘 신돈: 중전마마께서는 살신성인하는 심정으로 전하께 왕자를 낳아드리려고 하시는 것이옵니다 공민왕: 그 사람이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냐 신돈: 중전께서 이번에 왕자를 낳지 못하시면 왕위 다툼이 벌어질 것이옵니다 공민왕:(본다)...... 신돈: 소인이 대신 죽을 수 있다면 공민왕:(막듯이) 알았다. 그 사람 소원이니 어찌 말리겠느냐 신돈: 송구하옵나이다 공민왕: 그나저나 법왕사는 보우의 절인데 안전하겠느냐 신돈: 대궐에 비하겠사옵니까 공민왕:.....(보더니) 허긴 그렇지. 대궐보다는 안전하겠지 신돈: 전하. 중전마마의 회임을 반가워하지 않은 무리들이 언제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르옵니다. 역대 제왕 중에 대궐에서 독살당한 분이 여럿 계셨습니다 공민왕: 중전을 잘 지켜드려야 한다 신돈: 염려마시옵소서 전하 숙여보이는 신돈. #법왕사의 마당(밤) 탑돌이를 하는 노국공주. 뒤를 따르는 초선. 멈추는 노국공주. 노국공주: 내일부터는 자네 집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하례를 올리는 백성들을 내가 직접 맞을 것이야 초선: 소인의 집에 마마께서 기거하시는 것만으로도 백성들이 기뻐할 것이옵니다 노국공주: 내가 자네 생각을 모를 줄 아느냐 초선:..... 노국공주: 내가 백성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야 편조스님이 힘을 더 낼 것이니 그리 한 것이 아니냐 초선:(빙긋) 노국공주:.....(탑돌이하며) 내가 부처님께 뭐라고 비는 줄 아느냐 초선:.....(따르는) 노국공주: 편조스님을 위해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빌었다 멈춰서 바라보는 초선. 탑돌이를 계속하는 노국공주. 그 뒤를 다시 따르는 초선. #기황후의 처소. 마당 이인복이 초조하게 서성거린다. 덕흥군:(소리) 날 잡으러 오셨나 놀라서 돌아보는 이인복. 덕흥군: 최유를 잡아다 죽인 것도 모자라서 날 잡으러 오셨느냐고 물었네 이인복:(신음) 박불화:(오며) 먼길을 오셨소이다 이인복:(당황) 박불화: 죽은 사람을 보셨소이까. 놀라시기는 이인복:(신음) 박불화: 태자전하께서 역신들을 다 처단하고 황후폐하를 구해드렸소이다 #기황후의 처소. 안 아유시리다라를 옆에 세우고 앉아있는 기황후. 진땀을 흘리고 서있는 이인복. 기황후: 덕흥군을 내달라고 이인복: 황후폐하께서 덕흥군을 감싸고 도시는 한 원과 고려는 화친을 할 수가 없사옵니다 기황후: 화친이라 이인복: 황후폐하. 고려의 내정이 불안하면 원의 북방이 불안해지옵나이다 기황후: 아유시리다라 태자가 머잖아 황제폐하로부터 선위를 받을 것이야 이인복:...... 흠칫 놀라서 아유시리다라를 본다. 아유시리다라: 내 부황이신 황제께서 고려왕의 복위를 허락하신 것은 바꾸지 않겠다. 허나 고려왕이 연경에 와서 충성을 맹세하기 전에는 덕흥군을 내어줄 수가 없다 이인복: 태자전하. 덕흥군은 고려 왕실의 적통이 아니옵니다 기황후: 저자를 끌어내라 환관들이 달려들어 이인복을 끌어낸다. 이인복:(끌려가며) 황후폐하. 고려는 황후폐하의 모국이옵나이다. 덕흥군을 내어주시고 고려와 화친을 하시옵소서 끌려나가는 이인복. 기황후:....... 덕흥군을 본다. 놀라서 자라목이 되는 덕흥군. 기황후: 저자도 끌어내라 달려드는 환관들. 덕흥군: 황후폐하, 소인은 버둥거리며 끌려나가는 덕흥군. 불안해서 기황후를 바라보는 박불화. 기황후: 태자가 선위를 받으면 내가 직접 대군을 보내 강릉대군을 연경으로 잡아올 것이야 부르르 떠는 기황후. #어느 절의 마당 방에서 행장을 꾸리고 나오는 보우. 스님들이 기다리고 서있다. 스님: 어디로 가시려고 하십니까 보우왕사님 보우: 수도승이 갈 길을 정해놓고 다니겠느냐 스님: 보우왕사님. 편조를 두고만 보실 겁니까 보우:..... 힐끔 보더니 신을 신고 일어나는 보우. 스님: 편조가 절의 사비들을 풀어주라고 생떼를 쓰고 있습니다 보우: 내가 보기에도 절의 노비가 넘치느니라 스님: 중이 밭을 갈고 일을 하면 부처님 공양은 언제 합니까 보우: 힘든 일은 노비를 시키고 방석 깔고 앉아 목탁만 두드려서야 무슨 중이라고 하겠느냐 일어나 가는 보우. 스님: 보우왕사님. 편조의 모함을 받아 왕사의 인장을 뺏기시고도 분하지도 않으십니까 대답없이 가버리는 보우. #어느 전각의 마당 관리들이 안의 눈치를 보며 웅성거린다. 원현: 문하시중대감께선 집에서 부리는 노비는 고사하고 문중에서 부리고 있는 노비들의 문서까지 몽땅 가지고 오셨소이다. 그러니 괜히 노비 문서 서너 개를 가지고 와서 바치는 시늉만 하려거든 그냥 돌아가시는 게 좋을 거외다 웅성거리는 관리들. 문득 조용해진다. 신돈이 노비문서를 한아름 안고 안에서 나온다. 달려가는 원현. 신돈:..... 둘러보더니 노비 문서를 마당에 내던진다. 신돈: 태워라 원현: 예, 사부님 노비문서에 불을 붙인다. 타오르는 불길. 신돈:.....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원현: 잘 탄다 웅성거리는 관리들. 원현: 활활 타올라라.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하늘을 삼킬 듯이 타오를까 (관리들에게) 이게 사람이 할 짓이오. 사람이 사람을 종으로 부리다니 눈을 부릅뜨는 원현. 관리 하나가 얼른 품에서 노비 문서를 꺼내 불길 속에 던진다. 타오르는 불길. 그러자 너도 나도 노비 문서를 불길 속에 던지는 관리들. 원현: 잘 탄다. 하늘 끝까지 타올라라 웃어대는 원현. #동. 안 신돈:...... 바라보는. 이성계:....... 가만히 그 눈길을 피하는데, 신돈: 한이 맺힌 게 어디 노비 문서 뿐이겠소 이성계:(본다) 신돈: 동북면의 고려 유민들도 백성 대접을 못 받는다고 들었소이다 이성계:..... 신돈: 다 태워버려야지 이성계: 소장은 그저 군령을 따를 뿐입니다 신돈: 군령이 아니라 왕명을 따러야지 이성계:...... 신돈: 전하께서 김용의 난과 같은 수모를 더 당하길 바라시오 이성계: 군은 전하께서 충성을 바치고 있습니다 신돈: 전하가 아니라 최영이겠지 이성계:....... 신돈: 이 나라는 썩을대로 썩었소이다. 그 뿌리까지 다 뽑아내지 않으면 고려는 멸망할 것이외다 이성계:..... 신돈: 나는 잘 알고 있소이다. 병권을 잡으면 대궐부터 쳐다본다는 것을 이성계: 소장에게 어찌하라는 것인지 신돈: 최영이 아니라 전하께 충성을 바치라는 거외다 이성계:......(신음) #동. 마당 타오르는 노비문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원현. 계속 노비 문서를 불길 속에 던지는 관리들. #강안전의 대문. 앞 대문이 삐걱 열리고 내다보는 이환관. 유탁이 서있다. 놀래서 대문을 활짝 여는 이환관. 이환관: 안으로 드시지요 문하시중대감마님 유탁: 으음 안으로 들어가는 유탁. #성균관의 강학소 안 이색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의를 하고 있는 신돈. 임박, 김구용, 정몽주 그리고 그 밖의 유생들이 신돈을 주시하고 앉아있다. 신돈: 전하께서 그 동안 온갖 곤욕을 치르신 것은 조정의 파당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성균관을 다시 세워 유림을 후원하시는 뜻이 거기 있습니다. 선비는 지조와 청렴을 그 덕목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지난 날의 유림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유림 역시 권문세도가와 다를 바가 없었어요. 과거를 책임지는 시험관인 지공거와 동지공거는 자신이 급제시킨 급제자들의 좌주가 되고, 급제자들은 문생이 되어 일의 옳고 그름보다는 문벌의 이익만 쫓는 것이 상례였습니다 잠깐 말을 끊고 임박, 정몽주 등을 바라보는 신돈. 그런 신돈을 지켜보는 이색. 신돈: 고려 창업 이래 불교가 국교였습니다. 허나 불가의 힘으로는 이 나라를 바로 잡을 수가 없습니다. 조정을 젊고 정직한 신진 관료들이 채우지 않으면 권문세도가들이 이어온 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가 없어요 #강안전의 안 공민왕:(웃으며) 그래요? (웃으며) 그러고보니 신돈이 심했습니다 유탁:(뭐라고 하려는데) 공민왕: 허나 노비문서를 태운 것은 잘한 일이 아닙니까 유탁: 전하 공민왕: 대체 권문세도가들이 거느리고 있는 노비들이 얼마나 됩니까. 대궐에서 일하고 있는 환관은 고사하고 잡인들까지 다 합쳐도 권문세도가들이 거느리고 있는 노비에는 미치지 못할 겁니다 유탁:(신음) 공민왕: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신돈이 하는 일은 내 뜻과 같습니다. 더는 신돈이 하는 일을 두고 내게 묻지 마세요 고개 돌려버리는 공민왕. #성균관의 마당 나오는 신돈. 따라나오는 이색. 이색: 고맙습니다. 제 스승께서 성균관을 다시 세워 유생들을 양성하는 것이 소원이셨는데 덕분에 소원을 이루셨습니다 신돈: 나를 의심하지 마시오. 내가 유림을 양성해서 파당을 지으려는 게 아니외다 이색:(웃으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신돈: 머잖아 전하께서 권문세도가를 다 파하고 젊은 선비들을 대거 기용하실 겁니다. 나이 서른에 정승이 된다고 이상할 것이 뭐가 있겠소이까 #최영의 집. 사랑방 안(밤) 최영: 도대체 이 자가 노리는 게 뭔지 이성계: 사심이 있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최영:(버럭) 그런 자가 조정대신들 위에 군림을 하려고 들어? 이성계:....... 최영: 그 뿐인 줄 아는가. 내 밑의 장수들을 한사람씩 불러다 이간질을 시키고 있어. 군을 갈기갈기 찢어서 힘을 못 쓰게 하겠다는 게 아닌가 이성계: 고려군은 장군을 중심으로 굳게 뭉쳐있습니다 최영:(신음) 이성계: 염려하지 마십시오 찬성사대감 최영: 전하께서 위험에 처하면 우리가 아니면 누가 구해드리겠나. 그런데도 전하께선 그 자의 말만 믿고 우릴 미심쩍은 눈길로 쳐다보고 계시니 (신음) 이성계:.... 그런 최영을 가만히 바라보는 이성계. #동. 대문. 앞(밤) 나오는 이성계. 무장한 참모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성계: 날이 밝자마자 동북면으로 돌아가자. 개경은 우리 같은 무인들이 있을 곳이 못되는 모양이다 참모들: 예, 병마사대감 흩어지는 참모들. 이성계:..... 최영의 집을 돌아보는 이성계. 그 눈길이 사납다. #초선의 집. 안방(밤) 제법 불룩한 배를 어루만지고 있는 노국공주. 초선: 또 배를 걷어차십니까 노국공주: 이번엔 어찌나 세게 걷어차는지 숨이 끊어지는지 알았다 초선: 틀림없는 왕자님이신가 봅니다 노국공주: 그러게 말이다 (웃다가) 아 배를 움켜쥐는 노국공주. 초선: 발길질이 심할수록 튼튼한 아이라고 했습니다 마마 노국공주: 아 초선: 심하시옵니까 마마 노국공주: 아니다. 참을 만하다. 배가 불러와도 태중의 아이가 움직이는 기색이 없어 불안하더니 이제는 마음이 놓이는구나 웃어보이다 다시 배를 움켜쥐는 노국공주. #동. 마당(밤) 신돈:....... 노국공주의 신음소리와 웃음소리. #이인복의 사랑방 안(밤) 김원명: 기황후가 다시 정권을 잡았단 말씀이십니까 이인복: 그러하이. 아유시리다라를 따르는 군대가 반정을 일으켜 황제를 유폐시켰다는 소문일세 경천흥: 허면 덕흥군은 어찌 됐습니까 이인복: 일이 그렇게 됐는데 덕흥군을 내줄 리가 있겠나 김원명:(웃으며) 그럼 큰일 나지 않았습니까 성산군대감. 전하께서 덕흥군의 목을 가져오지 않으면 돌아오지 말라고 하셨으니 이인복: 중전마마께서는 어떠신가 김원명: 별탈이 없는 듯 합니다 이인복: 순산을 하셔야지 김원명: 마음이 변하셨습니까, 성산군께서는 이인복:...... 김원명: 중전께서 왕자를 낳으면 우린 다 죽게 생겼습니다. 편조가 대궐 마당에 노비 문서를 쌓아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이인복: 얘긴 들었네 경천흥: 조만간 전민변정도감을 다시 세울 눈칩니다 이인복: 기황후가 복권을 했으니 전하께선 우릴 의지하실 수밖에 없을 것이네. 당분간은 숨을 죽이고 기다려보세 김원명: 시간이 없소이다 성산군대감 펄쩍 뛰는 김원명. #초선의 집. 마당(밤) 방에 불이 꺼졌다. 초선이 나온다. 신돈:..... 초선: 오셨습니까 신돈: 마마께서 편안하신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초선: 하루에도 몇 번씩 대궐에서 어의들이 나와 진맥을 하고 늙은 산파들을 따로 불러 마마의 용태를 살피고 있습니다 신돈:...... 초선: 마마께선 강녕하기 그지없으시니 염려마세요 신돈: 산달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초선: 아직 두어달 남았습니다 신돈:..... 방을 바라본다. 불꺼진 방. 초선: 방금 잠이 드셨습니다. 요즘은 태아가 어찌나 발길질을 심히 하는지 노국공주의 신음소리. 초선:..... 본다. 노국공주의 신음 소리. 초선을 보는 신돈. 초선: 잠시만 기다리세요 얼른 안으로 들어가는 초선. 바라보고 서있는 신돈. 초선:(안에서) 마마. 소인 초선이옵니다 노국공주의 신음소리. 불안한 신돈. 초선:(안에서) 어디 편찮으신 데가 계시옵니까 조용하다. 안도의 숨 내쉬는 신돈. 초선:(안에서) 불을 좀 키겠습니다 마마 방에 불이 들어온다. 초선:(안에서) 마마. 마마 비명같은 초선의 고함 소리. 신돈:.....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솟구치는 신돈. #곤성전의 마당(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환관과 나인들. 사방에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도성의 길(밤) 수레가 달린다. 배를 움켜쥐고 신음하는 노국공주를 안고 있는 초선. 초선: 뭘 하고 있느냐. 어서 달리지 않고 달려가는 수레. #강안전의 마당(밤) 달려나오는 공민왕. 공민왕: 중전께선 어디쯤 오고 계시느냐 최만생:(달려오며) 방금 곤성전으로 드셨다고 하옵나이다 공민왕, 달려간다. 최만생: 뭘 하고 있느냐. 어서 불을 밝히지 않고 환관들이 황급히 달려간다. #곤성전의 마당(밤) 달려오는 공민왕. 멈춘다. 안에서 노국공주의 신음소리. 안으로 달려가는 공민왕. 김상궁이 달려나와 맞는다. 김상궁: 황공하오나 전하,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옵소서 공민왕: 네 귀엔 중전의 저 신음소리가 안 들리느냐 김상궁: 산통이 시작되었나이다 전하 공민왕: 산통이라니 김상궁: 마마께옵서 오늘 밤에 해산을 하실 듯 하옵나이다 공민왕: 해산이라니 전각을 바라본다. #동. 안(밤) 초선의 손을 잡고 신음하는 노국공주. 초선: 마마. 조금만 참으시옵소서 노국공주: 나는 너무 아파서 죽을 것만 같다 비명을 내지르는 노국공주. 초선: 뭣들하고 계시는가. 어서 어의들과 산파를 불러오지 않고 밖으로 달려나가는 박상궁. 초선: 마마.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곧 해산을 하실 겁니다 노국공주: 아 초선의 가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노국공주. #동. 마당(밤) 안절부절하는 공민왕. #영수전의 안(밤) 명덕태후:(자다가 일어나) 중전께서 해산을 하고 계시단 말이냐 유나인: 예, 태후마마 명덕태후: 그럴 리가 있느냐. 중전의 산달이 두 달이나 남았거늘 #곤성전의 마당(밤) 노국공주의 비명소리. 안절부절하는 공민왕. #동. 안(밤) 삼신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노국공주. #초선의 집. 마당(밤) 사방에 방문이 열린 채 그냥 둔 집안. 신돈:...... 망령처럼 서있다. #곤성전의 마당(밤) 진땀을 흘리며 서있는 공민왕. #동. 안(밤) 있는 힘을 다해 삼신끈을 잡아당기며 허공으로 솟구치듯 몸을 일이키는 노국공주. <신돈 47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