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14회 <신돈> -14회- #선경전의 안 이제현, 염제신, 이인복, 기철, 조일신, 김용, 정세운 등과 중신들이 도열했다. 공민왕: 내가 연경에서 고려왕을 제수 받고 귀국길에 오르는데 석 달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이제현이 섭정승을 맡아 국정을 잘 보살펴주었습니다 이제현:.......(굽혀보이는) 공민왕: 이제현을 도첨의의 정승으로 삼아 나를 보필께 할 것입니다. (*도첨의사사 - 고려 후기의 최고 통치 기관, 정승 - 현재의 국무총리) 이제현:(나서며) 전하. 신은 나이가 많아 현직을 수행하기가 매우 힘이 드옵니다. 젊은 인재를 골라 쓰심이 공민왕: 경을 정승으로 삼은 것은 경의 노고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경의 지혜와 인품을 빌리고저 하는 것입니다 이제현: 하오나 공민왕: 더는 사양하지 마세요 힐끔 기철을 본다. 기철:..... 저도 모르게 콧수염을 뜯고 있다. 공민왕: 내가 연경에서 고초를 겪고 있을 때 나와 같이 고생한 사람들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들에게 수종 공신의 칭호를 내릴 것입니다 둘러보는 공민왕. 헛기침하는 조일신과 김용. 숙이고 있는 정세운. 공민왕: 조일신은 찬성사로 삼아 도첨의사사의 크고 작은 일을 맡길 것이며, 조일신:........(흐뭇한) 공민왕: 김용을 응양군의 상호군으로 삼아 대궐의 경비를 맡기고, 정세운을 용호군의 대호군으로 삼아 도성의 치안을 담당케하고..... (*응양군 - 왕의 친위군, 상호군 - 현재 군의 대장격에 해당하는 직책) 김용의 오만한 미소와 정중히 고개 숙이는 정세운의 모습이 -. #선경전의 뜰 나오는 중신들. 선경전을 나서던 기철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기원이 달려간다. 기원: 형님. 정승 자리를 맡으셨습니까 기철: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내가 저를 그 자리에 앉히려고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았거늘, 정승 자리를 이제현에게 맡겨 선경전을 노려본다. 부들부들 떠는 기철. 조일신,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나온다. 그 뒤를 따르는 대신들. 조일신: 내가 아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다만 공이 있다면 전하께서 요만한 어린 아이셨을 때부터 옆에서 모신 탓으로 큰 임무를 맡은 거지요 뒤따라 나오는 김용과 정세운. 조일신:(김용에게) 김공께서 중책을 맡으셨소. 응양군의 대장이 되셨으니 전하의 안위가 김공 손에 달린 거 아니오 (껄껄 웃는다) 김용:(정세운을 가리키며) 나보다야 정공이 더 막중한 임무를 맡았지요. 무신의 난을 일으켰던 정중부, 이의방, 이고가 다 용호군의 대장들이 아니었습니까? 조일신: 아이고 그러고보니 우리가 정공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겠소이다 웃어대는 조일신과 김용. 정세운:..... 못마땅한. 조일신: 하여간 우리 세 사람이 힘을 합해서 전하를 든든하게 받쳐드립시다 웃어대는 조일신. 기원: 형님. 형님이 연경에 한번 다녀오셔야겠습니다. 황후폐하께 이 사태를 말씀드리고 기철: 아직은 염려할 것 없다. 정방이 아직 내 수중에 들어있으니 남은 인사는 내 허락없이는 못할 것이야 #강안전의 방 안 공민왕: 세 분을 남으라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이제현, 염제신, 이인복을 둘러보는 공민왕. 공민왕: 잘 아시겠지만 나는 기황후 덕분에 이 자리에 앉은 사람입니다 이인복: 두려워하실 것이 무엇입니까 전하. 원나라엔 요즘 도처에 한족들의 반란이 일어나 고려에 신경을 쓸 처지가 못될 것이옵니다 염제신: 기철은 다르지요. 기황후와는 남매지간이니 (공민왕에게) 전하께서 염려하시는 것은 그것이지요? 공민왕:(신음) 이인복: 시급한 것은 정방을 폐지하는 겁니다. 헌데 기철이 순순히 물러날 것인지 염제신: 물러나지 않으면 제 놈이 어쩌겠나. 오늘 인사로 전하께서 응양군과 용호군을 가신들에게 맡기셨으니 이인복: 기철 형제들의 사병이 문제지요 염제신: 그거야.......(하다가 신음하고 입을 다문다) 이인복: 응양군과 용호군 중에도 기철의 심복들이 많이 있습니다. 막상 일이 터지면 그들이 전하께 충성한다는 보장이 없어요 염제신: 어쩌다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됐누 이인복: 그 뿌리는 무신의 난에 있습니다. 전하께서 나라를 바로 잡으시려면 우선 무신들부터 누르셔야 합니다. 아니면 전하께서 온갖 변괴에 시달리시게 될 것이옵니다 공민왕:(이제현에게) 좋은 방안이 없겠습니까 이제현:(신음) 염제신: 정승께서 입을 다물고 계시면 어쩝니까 이제현:(공민왕을 보더니) 전하. 강화도에 유배돼 있는 전왕을 어찌 하실 건지 공민왕: 그 얘긴 하지 마시지요. 그냥 강화도에 두었다가 정국이 안정되면 대궐로 불러 이제현: 전하.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공민왕:....... 이제현: 전하께 불만을 품고 있거나 반대하는 세력이 반기를 들 작정을 하면 제일 먼저 누구를 떠올리겠습니까 염제신: 옳거니. 나는 거기까진 미처 생각을 못했소이다. 정승께선 참으로 생각이 깊으시오. 당연히 강화도에 유배 당한 전왕을 내세워 반정을 꾀하겠지요 감탄하며 무릎을 탁탁 치는 염제신. 이인복: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기철을 제거하자니 사병이 문제요, 전왕을 살려두자니 반역의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니 #개경 근처의 어느 숲 기원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기철의 사병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기원: 단단히 훈련을 해 두어라. 머잖아 큰일을 치러야 할 것이야 #기철의 사랑방 권겸, 노책 등 소위 부원배들이 모였다. 기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우리가 모두 등에 칼을 맞게 생겼어요 권겸: 그러기에 내가 뭐랬습니까. 어린 임금이 더 낫다니까 (*권겸 - 딸을 원나라 황태자에게 바친 부원배) 노책: 그거야 희비가 날뛰는 바람에 그렇게 된거구 (*노책 - 딸을 원나라 황태자에게 바친 부원배) 권겸: 여우를 잡으려고 호랑일 불러들인 꼴이 됐으니 하는 말이지 웅성거린다. 기철: 우리가 살 길은 두 가지요 모두 바라본다. 기철: 고려가 이만큼 사는 건 우리 친원 세력들 덕분이지. 우리가 원나라 황실과 요로에 딸들을 바치지 않았으면 이 나란 벌써 결단이 났을 거요 권겸: 그렇지 그렇지. 그렇구 말구요 모두 끄덕이며 아우성. 기철: 그러니 오늘부터 부지런히 연경에 사람을 보내 저 놈들 하는 짓을 일러바치자는 거요 권겸: 그거야 덕성부원군께서 앞장을 서주셔야지요. 우리 힘을 다 합쳐도 황후폐하에 미치겠습니까 기철: 둘째로 중요한 것은 힘은 힘으로 막아야 된다 이거요 삽시간에 헛기침하며 고개 돌리는 부원배들. 기철:(버럭) 돈이 한 두푼 들어가야지. 그 많은 장정들을 무슨 돈으로 먹이고 재우느냐 그거요 (밖에다) 밖에 홍서방 있느냐 청지기:(들어오며) 예, 부원군대감마님 기철: 돌려라 청지기: 예, 대감마님 부원배들 옆에 종이 한 장씩을 돌린다. 헛기침해대는 부원배들. 기철: 떼죽음 당하고 싶지 않으면 거기다 크게 좀 써요. 쩨쩨하게 땅 몇 마지기 내놓을 생각들 말고. 크게, 큼지막하게 액수를 써넣으란 말이요 헛기침하며 서로 눈치보는 부원배들. #순군옥의 마당 신돈과 원현이 끌려나온다. 떨고 있는 원현. 형리들이 신돈과 원현을 형틀에 묶는다. 신돈:.......(원현을 본다) 오한이 걸린 듯 떨고 있는 원현. 신돈: 원현스님. 살면서 제일 좋았던 때가 언제신가 원현:(본다) 신돈: 매질이 좀 심할 거야. 그러니 마음 속으로 살면서 제일 좋았던 때를 상상하라는 걸세 원현: 나는 좋았던 때가 한번도 없었습니다 신돈: 참, 아버지가 있잖은가. 소나 돼지를 잡는 날 몰래 간을 한조각씩 훔쳐다 먹이시곤 하던 아버지의 정을 생각하면 원현: 그 덕분에 아버지가 비명횡사를 하셨는데 그게 뭐가 제일 좋은 기억입니까 신돈:(웃으며) 나는 아버지의 정이라곤 못받고 자란 사람일세.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란 나보다야 원현스님이 한결 복 받은 거지 순군의 만호와 순군만호부의 상만호 등이 들어와 자리잡고 앉는다. 만호: 저놈들을 우선 매우 쳐라 형리들: 예 크고 작은 장을 고르는 형리들. 원현: 편조스님. 좀 가르쳐주세요. 어찌하면 매를 참을 수가 있습니까 신돈:(눈을 지그시 감는다) 원현: 하다못해 라마승들한테 배운 도술이라도 좀 가르쳐주세요. 으윽 원현을 내려치는 매. 신돈: 나무관세음보살 신돈을 내려치는 장. 으윽 입을 꾸욱 다무는 신돈. 원현: 아이구 나 죽겠네 원현을 난장 치는 형리들. 원현:(울면서) 왜 이렇게 아픕니까 편조스님. 나는 너무 아파 죽겠습니다 울부짖는 원현. 신돈: 만호 어른 만호:..... 멈추라는 만호. 물러나는 형리들. 늘어지는 원현. 신돈: 사람을 죽인 건 난데 가엾은 이 중은 왜 때리시는 겁니까 만호: 니놈들이 공모를 해서 관군을 죽이고 원에 바칠 공녀를 빼돌리지 않았느냐 신돈: 내가 사람을 죽였으니 죄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허나 이 비리비리한 중놈은 만호: 어디다 숨겼느냐 신돈:..... 만호: 그 계집을 어디다 숨겼느냐 말이다 원현:(정신 번쩍 나서) 그 낭자는 죽었습니다 만호: 죽어 원현: 해산을 하다 죽었다고 합니다 만호: 그럼 그 계집이 낳은 애는 어디에 있느냐 원현: 그 아이는 신돈: 그 아이도 죽었소이다. 워낙 난산인지라 만호: 거짓말 마라 이놈들. 매우 쳐라 다시 장을 집어드는 형리들. 원현: 아이구 울음이 터질 듯하다. 원현: 편조스님, 미안합니다.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오는지라 신돈: 난들 왜 안 아프겠나. 어차피 죽을 몸이긴 하지만 내가 비명을 지르면 저놈들이 더 좋아할 것이기에 그냥 꾹 참는 걸세 원현: 편조스님도 아프십니까 매질이 시작된다. 비명지르는 원현. 부들부들 떨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신돈. 원현:(부르짖는다) 편조스님. 편조스님은 뭘 생각하고 계십니까. 언제가 제일 좋으셨는지 신돈:...... 그 얼굴에, #신돈의 회상 어린 신돈을 목욕 시켜주고 있는 신돈의 어머니. #순군옥의 뜰 피투성이가 되며 기절한 원현. 눈 감고 미소 짓고 있는 신돈. #곤성전의 복도 덕녕공주:..... 미소 짓고 서있다. 안에서 웃음소리. 안도치:(소리) 잘하고 계시옵니다 마마 #동. 안 김상궁과 박상궁의 부액을 받으며 절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노국공주. 노국공주: 자네 말대로 무릎을 먼저 꺾으니까 앉기가 한결 쉽구나 김상궁: 예, 마마. 황공하오나 다리를 세우신 채 앉으시려고 하니까 주저 앉으시는 겁니다 노국공주: 다시 한번 해보자 다시 김상궁과 박상궁의 부액 받으며 절하는 연습하는 노국공주. 안도치: 두 손을 이마에 모으시고....예, 마마. 허리를 꼿꼿이 세우신 채 등만 조금 앞으로 숙이시고.... 앉는 노국공주. 반쯤 내려앉다 그만 다리가 엉켰는지 주저앉고 만다. 웃어대는 안도치. 노국공주: 또 놀린다 안도치: 그게 그렇게 어렵사옵니까. 자, 절 잘 보세요 시범을 보이는 안도치. 방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덕녕공주. 당황해서 어른 서는 안도치. 덕녕공주:(웃으며) 뭘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 계십니까 노국공주:(반가워서) 언제 오셨습니까 덕녕공주: 오늘 아침에 개경에 도착하마자마 마마를 뵈러 들어오는 겁니다 노국공주: 잘 오셨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덕녕공주의 손을 잡고 좋아하는 노국공주. #영수전의 방 안 명덕태후: 어젯밤엔 어디서 수침에 드셨느냐 최만생:(당황) 명덕태후: 귀가 먹었느냐 최만생: 아, 아니옵나이다. 전하께옵서는 밤늦게까지 강안전에서 대신들과 정사를 논하시는 지라 명덕태후: 웬 대답이 그리 길어. 나는 전하께서 어디서 주무셨느냐고 물었거늘 최만생: 내전에 드신 지가 하도 오래 된 지라서 (*내전 - 왕비의 처소) 명덕태후: 어허, 그 놈 말 꼬리를 달기는 최만생: 황공하옵나이다 명덕태후: 물러가거라 급히 뒷걸음질 쳐 방문을 여는 최만생. 명덕태후: 명심하거라. 전하께서 내전에 드시겠다고 하시면 먼저 내게 와서 고해야 할 것이야 최만생: 예, 대비마마 급히 나가는 최만생. 명덕태후:(마주앉은 혜비를 보고 싱긋 웃으며) 그거 보아라. 부부간의 금실이 그렇다고 하질 않느냐 혜비:(숙이는) #도첨의사사의 회의실 서류를 뒤적이는 이제현. 염제신:(헛기침하더니) 나는 알다가도 모르겠소이다 이제현: 뭐가 또 궁금하신지 (서류만 뒤적인다) 염제신: 여염집 아낙은 고사하고 왕족들도 남편이 죽으면 두 번 세 번 개가하는 게 고려의 풍습이 아닙니까. 헌데 귀하게 기른 여식을 생과부로 만들려고 하시니 이제현: 현재 고려의 많은 제도가 원나라의 것을 따르고 있습니다. 오랑캐의 풍습이지요. 그러니 우리라도 공맹의 예를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염제신: 아 그럼 그렇게 말씀을 하고 다니시든지 이제현:(모른 척 서류만 뒤적인다) 염제신: 대감께서 오핼 받고 계세요. 기철 같은 부원배들이 원나라에 딸과 누이동생을 바치듯 대감께서 왕실의 사돈이 되고 싶어서 멀쩡한 여식을 생과부로 만들고 계시다구요 이제현: 그러라지요 한숨 쉬고 서류만 뒤적이는 이제현. #영수전의 방 안 명덕태후: 한 일 년만 참거라 혜비:....... 명덕태후: 나는 며느리를 상전으로 모시고 살 생각이 없느니라 최만생:(밖에서) 마마. 전하께옵서 문후 드셔 계시옵니다 명덕태후: 어서 뫼셔라 당황해서 일어나 한쪽으로 피하는 혜비. 공민왕, 들어온다. 환한 미소 짓는 명덕태후. 공민왕:(절하며) 별일 없으셨습니까 어머님 명덕태후: 아침에도 문훌 드셨는데 점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에미는 잘 있습니다 자랑하듯 혜비를 보고 웃는 명덕태후. 공민왕:.....(혜비를 본다) 혜비:(숙이는) 공민왕: 누군지 잘 아시지요. 익재대감의 여식입니다. 어미가 덕경부에서 고적하게 지낼 때 이 아이가 위로가 돼주었어요 공민왕: 그러셨습니까 웃으며 다시 혜비를 본다. 혜비:....... 이번엔 피하지 않는 혜비. 공민왕:..... 좀 당황해서 고개 돌려 명덕태후를 본다. 명덕태후: 실은 어미가 며느리감으로 점찍어둔 아입니다 (웃더니) 이젠 다 틀렸습니다만 한숨 푹 쉰다. 공민왕:...... 혜비를 보려다 그만 두는 공민왕. #곤성전의 방 안 다과상. 덕녕공주: 고생이 많으시지요 노국공주: 전 원과 고려의 예법이 이렇게 다른 줄은 몰랐습니다 덕녕공주: 편한대로 하세요 노국공주: 영수전의 윗전께서 시어머님이 되시니 저 편한대로 할 수야 없지요 덕녕공주: 하긴 그렇습니다 (웃고는) 이렇게 하세요 노국공주:(바싹) 덕녕공주: 전하께서 제 안부를 물으시면 대궐 밖에 큰 집을 지어 살게 하라고 말씀을 올리세요. 고려 왕실의 법도가 그렇습니다. 왕비가 아니면 왕실의 여자들은 대궐 밖에서 살게 돼있지요. 저나 희비는 섭정을 한다는 명목으로 대궐에 머물렀습니다만 노국공주: 대궐 밖으로 나가 사시려구요 덕녕공주: 대궐 안에 아녀자가 많아서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노국공주:(시무룩) 덕녕공주: 그런 다음 대비께서 사시던 덕경부를 크게 수리를 하세요. 그러면 시어머님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노국공주: 시어머님께서는 대궐 안이 더 편하다고 하십니다 덕녕공주: 전하께 그렇게 말씀을 올리세요 미소 지어보이는 덕녕공주. #영수전의 방 안 명덕태후: 덕녕공주라면 충목왕의 어미가 아니냐 김상궁: 예, 마마 명덕태후: 아들을 잃고 연경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니 개경엔 왜 돌아왔다고 하더냐 김상궁: 연경엔 아는 사람이 없어 적적하다고 하였나이다 명덕태후: 개경에선 누가 절 반긴다구 김상궁: 황공하오나 중전마마께서 궁중 생활에 익숙치 않으신지라 명덕태후: 그러니 하는 소리야. 덕녕공주도 며느리도 제 태어난 고향에 돌아가 살면 얼마나 편할꼬 #순군옥의 감옥 안 피투성이가 된 원현, 웅크리고 누워 떨고 있다. 신돈:......(보더니) 견디기 힘드신가 원현: 아닙니다. 저 때문에 편조스님이 이 고생이시지요 신돈:(웃으며) 누가 날 죽이려고 하면 자네가 보고도 못본 척 하겠나 원현:(훌쩍이며) 저는 죽어도 괜찮습니다만 편조스님은 할 일이 많잖습니까 신돈: 이만큼 살았으면 됐네 원현:(일어나 기어오며) 편조스님. 내 걱정은 마시고 혼자 도망을 치세요 신돈:(웃으며) 내가 무슨 재주로 감옥을 부수고 도망을 치겠나 원현: 편조스님은 도술에 능하지 않으십니까 신돈: 기다려 보세. 설마하니 우릴 죽이기야 하겠나 원현:(마른침 삼키며) 연경에 계시던 강릉대군이 국왕이 되셨잖습니까. 편조스님이 여기 있는 걸 아시면 신돈: 그렇게도 죽는 것이 무서운가 원현:(벽에 기대며) 이놈의 세상이 뒤집히는 꼴을 못보고 죽는 게 한이 맺혀서 그렇지요 신돈:....... 괴로워하는 원현을 바라보다 빙긋 미소짓는 신돈. 밖에서 왁자지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공철을 끌고 들어오는 옥리들. 공철: 배가 고파서 만두 한 개를 훔쳐 먹었기로서니 사람을 개돼지 취급하는 법이 어딨소 옥리들 공철을 옆 감방에 처 넣고 나간다. 옥리들이 나가자 얼른 창살에 얼굴을 처박는 공철. 공철: 웬 스님이 두 분을 찾으러 다니시기에 이리로 잡혀갔다고 했소. 서두르는 폼이 두 분을 그냥 죽게 내버려둘 눈치가 아닙디다 품에서 꾸러미를 꺼내 옆으로 던진다. 공철: 고약이오. 상처가 덧나지 않게 바르시구려 신돈:....... 앞에 놓인 고약 꾸러미를 바라본다. #남대가의 거리 큰스님을 업고 오는 덕운. 큰스님: 이놈아 뭐가 무겁다고 엄살이야. 편조는 나를 업고 산꼭대기를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거늘 덕운: 스님두 참. 제 나잇살도 생각을 해주셔야죠 큰스님: 이놈아. 니놈은 낫살 때문에 힘든 게 아니고, 이 군살 때문에 힘든 게야 업혀서 덕운의 볼따구니를 잡아 당기는 큰스님. 덕운: 어구구구구 엄살 떨며 소늘 놓는 덕운. 내려서 다점으로 들어가는 큰스님. 박서방:(달려나오며) 스님 오셨습니까요 큰스님: 우리 보살님은 어딜 나가셨나? #초선의 집. 안방 초선: 어디 쉽겠습니까. 살인까지 했다면 큰스님:........ 눈 감고 몸만 흔들고 있는 큰스님. 초선:(웃으며) 제가 한번이라도 스님 부탁을 들어드리지 않은 게 있습니까. 하지만 이번엔 힘들겠습니다 큰스님: 아구구구 허리야. 좀 누워야겠다 쪼그리고 누워버리는 큰스님. #동. 마당 초선, 나온다. 덕운: 그새 날 잊어버렸어 박의처 뒤에 숨는 반야. 덕운: 내가 똥오줌 다 가려서 키워놨더니 그새 날 잊어버렸네 마당으로 내려서는 초선. 박의처: 어딜 가시려구요 마님 초선: 안방에 스님 이부자리 좀 봐드리게 박의처: 예, 마님 덕운: 큰스님 드러누우셨습니까 (웃으며) 그저 걸핏하면 드러누우시니 #동. 안방 잠꼬대하며 맛있게 잠든 큰스님. #법왕사의 마당 보우, 온다. 지효와 서있는 초선. 서로 합장하는 보우와 초선. 보우: 얘긴 들었습니다 초선: 이번엔 손을 써볼 도리가 없어서 선사님을 찾아왔습니다 보우: 덕성부원군이 고른 공녀를 빼돌리다 살인까지 했으니 쉽지 않겠지요 초선: 덕성부원군과 맞서다 그리 됐단 말씀인가요 보우: 저도 힘은 써보겠습니다만 초선:.......(빙긋) #기철의 사랑방 기철: 안돼지. 그 중놈들이 보통 중죄인인가 초선:(땅문서 밀어놓으며) 대감께서 탐을 내시던 차밭 문섭니다 기철: 탐을 내긴. 땅 좋다, 하고 한번 해본 소리 가지고 초선: 근본도 없는 떠돌이 중들이라고 하던데 죽여서 뭐 하겠습니까 기철: 그놈들이 내 그.....(하다가 민망해서 헛기침하더니 초선을 훑어보며 게걸스럽게 웃는다) 안 될까? 초선:(빙긋) 기철: 한번 탁 - 꺽으면 될 일을 가지고 뭣하러 사서 고생을 하시나 초선: 그럼 들어주신 것으로 알고 일어나겠습니다 굽혀보이고 일어나는 초선. 기철: 아, 그건 그거고 좀 앉아보시게. 냄새만 풍기고 그냥 가면 안돼지 헤헤 웃는 기철. #영수전의. 뜰(밤) 명덕태후:(소리) 주상께선 어디에 계시느냐 #동. 방 안(밤) 명덕태후:...... 이환관:(밖에서) 아직 강안전에 계시옵나이다 명덕태후: 가서 지키고 있다가 주상께서 침수에 드시면 다시 와서 고하거라 이환관:(밖에서) 예, 마마 명덕태후: 으음 심술맞은. 그런 명덕태후를 바라보는 김상궁의 -. #동. 뜰(밤) 부리나케 달려가는 내관. #동. 안(밤) 명덕태후: 뭐라했느냐 김상궁: 전하께옵서 대궐에 들어오신 이래 곤성전에 드신 날이 한번도 없었사옵나이다 명덕태후: 그래서? 김상궁: 중전마마께서 매일 저녁 수랏상을 마주하고 앉아계시다가 새벽녘에야 침수에 드신다고 하옵나이다 명덕태후: 내가 며느리의 기를 꺾어놓으려고 그런다 김상궁:........ 명덕태후: 내가 며느리의 콧대를 꺽어놓아야 주상께서 편하시지 #곤성전의 방 안(밤) 수랏상. 노국공주:...... 우두마니 앉아있다. #강안전의 방 안(밤) 공민왕:(고개 돌린) 안도치: 전하. 전하께서 곤성전으로 납시지 않으시면 중전마마께서는 저녁 수랏상을 거르시고 침수에 드시옵나이다 공민왕:...... 안도치: 오늘 저녁 수라는 곤성전에 가시어 드시옵소서 전하 공민왕:.....(보더니 한숨) 안도치: 전하. 중전마마께서 아직 태기가 없으시다고 윗전마마의 재촉이 빗발 같사옵나이다. 그것이 어디 중전마마의 잘못이옵나이까. 전하께서 내전에 자주 드시어야 벌떡 일어나는 공민왕. 안도치: 전하께서 곤성전에 납신다고 전갈을 넣을까요 전하 공민왕:......(한숨 쉬더니 다시 앉는다) 안도치:(눈물이 글썽해서) 어째서 중전마마를 멀리 하시는지 소인은 그 까닭을 모르겠사옵니다 공민왕: 그 사람은 나를 아직 원의 볼모로 생각하느니라 안도치:(펄쩍 뛰며)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중전마마께서는 고려의 풍속과 예절을 익히시느라고 하루종일 고생을 하고 계시옵니다 공민왕:..... 안도치: 중전마마께서 의지할 곳은 전하뿐이십니다 눈물 훔치는 안도치. 그런 안도치를 보며 가만히 한숨 내쉬는 공민왕. #대궐의 길(밤) 등불을 밝히고 앞장선 안도치. 신이 나서 재잘거린다. 안도치: 하늘에 별이 아무리 많으면 무얼합니까.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요 (웃고는) 부부의 금실도 그와 같습니다. 자주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부부간에도 서먹서먹해지기 마련이지요 공민왕: 그놈 수다는 안도치: 전하. 중전마마께서 왕자님을 낳으시면 얼마나 예쁘겠습니까. 그러면 대비마마께서도 며느리 대접이 달라질 거구요 공민왕: 하긴 어머니께서 그 사람을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시지 안도치: 중국의 성현이신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자가 애를 낳지 못하면 죄악이라고 하셨습니다 신이 나서 재잘거리며 앞서가는 안도치. #영수전의 방 안(밤) 명덕태후:(밖에다) 주상께서 내전으로 납시었단 말이냐 이환관:(밖에서) 예, 마마 명덕태후:(혀를 차며) 못나시긴 또 한번 혀를 차는 명덕태후. #곤성전의 방 안(밤) 수랏상. 공민왕:(상 앞에 앉아) 앉으세요 노국공주:..... 공민왕: 매일 저녁 굶으신다기에 왔습니다. 앉으세요 노국공주:...... 비로소 앉는다. 안도치:(밖에다) 뭣들하고 있느냐. 탕을 새로 덥혀오고 전도 새로 들이고 하질 않고 우르르 들어오는 박상궁과 나인들. 안도치: 전하. 잠시만 기다려주시옵소서. 아예 수랏상을 다시 들여야겠사옵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안도치. #영수전의 방 안(밤) 명덕태후:......(생각하다 파르르) 김상궁:(조심스럽게 보는) 명덕태후: 으음 자리고쳐 앉는 명덕태후. #곤성전의 방 안(밤) 새로 차린 수랏상. 마주앉은 공민왕과 노국공주. 안도치가 옆에 앉아 부지런히 반찬을 한점씩 뜯어서 먹어본다. 안도치:(묻지도 않는데) 음식에 독이 들어있으면 어쩌겠습니까. 이놈이 먼저 먹고 죽어야지요 (맛있게 먹고는) 올리시게 반찬 올리는 박상궁. #영수전의 방 안(밤) 벌떡 일어나는 명덕태후. 김상궁: 어딜 가시려구요 마마 명덕태후: 내가 주상과 할 말이 있느니라 (나간다) 김상궁: 마마 급히 명덕태후를 쫓는 김상궁. #곤성전의 뜰(밤) 명덕태후와 김상궁, 온다. 공민왕:(안에서)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노기 띤 공민왕의 고함소리. 멈추는 명덕태후. #동. 방 안(밤) 공민왕:(수저 놓으며) 그 말씀은 어머닐 대궐 밖으로 나가시게 하라는 게 아닙니까 노국공주:(당황해서 보는) 안도치:(다급히) 전하. 중전마마께서는 공민왕: 참으로 너무 하십니다. 내가 열 두 살의 어린 나이로 어머니와 헤어져 지금껏 살아왔어요. 그 동안 못 드린 효성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헌데 덕경부를 새로 고쳐 어머니더러 거기 가서 살라 하시는 겁니까 #동. 뜰(밤) 명덕태후: 저런 고이얀 공민왕:(안에서) 이러니 내가 내전 출입을 삼가는 겁니다 #동. 방 안(밤) 노국공주:(고개 숙인) 공민왕: 중전께서 나를 무시하는 건 참겠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와 내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 언행은 참을 수가 없어요 #대궐의 길(밤) 서둘러 가는 명덕태후. 명덕태후: 어서 가자. 어서 가 김상궁: 마마. 발밑을 조심하시옵소서 명덕태후: 고이얀 것. 날 내쫓을 궁리를 해 #곤성전의 뜰(밤) 나오는 공민왕. 급히 간다. 안도치: 전하. 전하 울먹이며 따라가는 안도치. #동. 방 안(밤) 노국공주:..... 눈물이 글썽해서 앉아있다. #순군옥의 감옥 안(밤) 옥문을 여는 옥리. 만호와 군졸들이 지키고 서있다. 공철:(창살에 얼굴 대고) 이 밤중에 스님들을 어디로 끌고가는 겁니까 만호:(신돈에게) 나와라. 너희들을 풀어주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신돈:(가만히 바라본다) 원현: 편조스님 살았습니다 좋아서 신돈을 얼싸안는 원현. 만호가 눈짓한다. 병졸들이 신돈과 원현을 묶기 시작한다. 공철: 풀어준다면서 스님들은 왜 묶는 겁니까 만호: 그 놈 참 시끄럽구나. 이놈들을 도성 밖으로 끌고가서 멀리 내쫓으라는 명령이다 불안해서 만호와 신돈의 눈치를 살피는 원현. 묵묵히 묶는대로 내버려두는 신돈. 원현: 아야. 좀 살살 묶으시오. 매맞은 상처가 아파 죽겠소 #어느 숲길(밤) 신돈과 원현을 끌고 오는 만호와 군졸들. 만호:(멈추더니) 더 단단히 묶어라 군졸들이 달려들어 신돈과 원현을 묶은 오라를 더 바짝 조인다. 아파서 비명 지르는 원현. 주저앉는다. 군졸: 그 놈 엄살은 원현: 풀어줄 거면 여기서 풀어주시오 군졸: 만호 어른. 귀찮은데 그만 여기서 죽여버리죠 만호:...... 주위를 둘러보더니 끄덕인다. 군졸들이 칼을 빼든다. 순간 신돈의 발길질이 군졸들에게 날아든다. 꼬꾸라지는 군졸들. 만호: 이놈이 칼을 빼들고 달려드는 만호. 묶인 채 이리저리 도망치면서도 원현을 보호하는 신돈. 주저앉아 벌벌 떨기만 하는 원현. 점점 수세에 몰리는 신돈. 갑자기 복면을 한 장정들이 군졸들을 덮친다. 수세에 몰리는 군졸들, 도망치기 시작한다. 초선:........ 언덕에서 그 모양을 바라보고 서있다. #초선의 집. 전경(밤) 원현:(소리) 아구구구. 좀 살살 바르세요 #동. 건넌방(밤) 엎드려 있는 원현의 등에 고약을 발라주고 있는 덕운. 덕운: 엄살은. 죽었다 살아난 놈이 요것도 못 참냐 더 짓궂게 약을 퍽퍽 발라대는 덕운. 더욱 소리치는 원현. #동. 안방(밤) 좋아서 몸을 흔들며 신돈을 바라보고 있는 큰스님. 신돈:......(단정히 앉았다) 초선: 참 대단하신 스님이십니다. 그 매를 맞고도 끄덕이 없으시니 큰스님: 아 이놈은 무쇠로 만들었나. 속으론 곯았겠지 신돈: 큰 신세를 졌습니다 초선: 오늘 밤에 풀어준다기에 미심쩍어 뒤를 밟았습니다. 그냥 살려줄 덕성부원군이 아니지요 큰스님: 못된 놈. 보살님의 땅문서를 넙죽 받아 삼켰다면서 초선:(웃는) 신돈: 저 때문에 보살님께서 나중에 보복이라도 당하실까봐 걱정입니다 초선: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두 분 스님을 살려주려고 했으나 한발 늦었다고 둘러댈 참이었는데 무슨 면목으로 덕성부원군이 그걸 따지겠습니까 큰스님: 그 놈이 면목은 무슨 면목 초선: 뒷감당은 제가 할테니 몸조리나 잘 하십시오 일어나는 초선. 큰스님: 번번이 신셀 져서 어쩌나 초선: 별말씀을요 숙여보이고 나간다. #동. 마당(밤) 나오는 초선. 박서방과 장정들이 서있다. 초선: 수고들 했네 #동. 안방(밤) 신돈: 어구구구구 쓰러지듯 옆으로 눕는 신돈. 큰스님: 그렇게 죽는 소릴 할 걸 왜 버티고 앉아 있었냐 신돈: 죽는 소릴 내니까 고소하십니까 큰스님: 이놈이 입은 살아서. 그냥 죽게 내버려둘 걸 #동. 마당(밤) 마루에 서있는 초선. 신돈:(소리) 제가 죽고 싶어도 스님 때문에 못 죽습니다 큰스님:(소리) 뭐야 이놈 신돈:(소리) 아이구 거길 때리시면 어떡합니까. 살점이 떨어져 나가 뼈가 하얗게 나왔는데요 큰스님:(소리) 어디 보자. 그렇게 많이 다쳤어 (혀를 차는) 초선:...... 미소. #대궐의 일각 김용: 놓치다니오? 기철: 일이 그렇게 됐네 김용: 그 중놈들 보통 놈이 아니라고 귀뜸을 해드리지 않았습니까 기철: 지깐 놈이 뭘 어쩌겠나. 평생 숨어다녀야 하는데 김용:(바싹 대고) 전하께서 연경에 계실 때 마치 친구인양 어울려 다닌 잡니다 기철: 전하께서 그런 자와 어울려 다녔다? 김용: 부원군대감. 대궐 안은 제 수중에 들어있습니다. 부원군께서 저와 손을 잡으시려면 그런 실수는 하지 마셔야지요 기철: 알겠네. 나만 믿으시게 킁킁거리는 기철. #도첨의사사. 회의실 조일신: 이런 식으로 하시면 안돼지요 두 눈을 부라리는 조일신. 이제현: 으음 조일신: 앞으로 또 한번 내 재가 없이 일을 처리하시면 그 땐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염제신: 이 사람 찬성사.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나. 도첨의사사의 수장이신 정승께서 하시는 일을 가지고 자네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 (*도첨의사사 - 고려 후기의 최고 통치 기관) 조일신:(책상치며) 이것보세요. 판삼사사 대감. 우리 가신들이 연경에서 전하를 뫼시며 온갖 고생을 하고 있을 때, 대감께서는 개경에서 뭘 하고 계셨습니까? 기철의 눈치나 보며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렸잖습니까 염제신: 이 사람이 조일신: 염치를 좀 아세요. 엇다 대고 큰 소립니까 염제신: 어허, 이 사람이 조일신: 두 분 대감을 그 자리에 앉혀놓은 게 이뻐서겠습니까. 대접을 해줬으면 분수들을 아셔야지 또 한번 눈을 부라리고 나가버리는 조일신. #대궐의 길 씩씩거리며 오는 조일신. 김용: 어딜 가시나 조일신: 전하를 뵈어야겠네 김용: 무슨 일로 조일신:(대궐을 가리키며) 참 답답한 양반이 아닌가. 저런 늙은이들을 뭐에 써먹으려고 그 자리에 앉혀놨느냐 말야. 다 쓸어버려야지 김용:(웃으며) 성미도 급하시긴 조일신: 아무래도 전하와 담판을 지어야겠네. 늙은이들 때문에 일을 못해먹겠어 안으로 가려는 조일신을 슬며시 막아서는 김용. 김용: 오늘은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네 조일신: 전하께 드릴 말씀이 태산 같다니까 피해서 가려는 조일신을 막아서는 김용. 조일신: 이 사람이 왜 이래 김용:(정색하고) 나중에 뵈라고 하질 않나 조일신: 자네가 감히 내 앞길을 막는 겐가 김용:(웃으며) 전하의 신변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말을 들으셔야지 조일신: 내가 안으로 들어가겠다면 어쩔 텐가 김용:(웃으며) 어쩌긴 조일신:...... 김용을 노려보는 조일신. 만만찮게 웃고 있는 김용. 신음하는 조일신. #대궐의 다른 길 씩씩거리며 오는 조일신. 조일신: 이놈이 전하를 가까이서 뫼시고 있다고 날 못들어가게 막아. 어허, 이런 기가 막힌 일이 있나 #대궐의 길 정세운: 무슨 일로 다투셨나 김용: 조일신이 도첨의찬성사가 되더니 안하무인일세 정세운:....... 김용: 자네와 내가 힘을 합쳐 전하를 잘 모셔야 하네. 항간에 괴이한 소문이 떠돌고 있네 정세운: 무슨 소문? 김용: 강화도에 유배된 전왕을 다시 추대하려는 세력들이 준동을 하고 있다는 게야 정세운: 그럴 리가 김용: 대궐의 안팎을 살펴보시게. 우리 편이 몇이나 되나. 사면초갈세 눈을 부라리며 주위를 살피더니 대궐 문으로 간다. 경계하는 응양군들. 김용: 내 허락 없이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드나들지 못하게 엄중히 감시를 해야한다. 알겠느냐 정세운:...... 바라보다 한숨 내쉬는. #영수전의 방 안 명덕태후의 머리에 물수건 갈아 얹어주는 혜비. 덕녕공주: 많이 편찮으십니까 명덕태후: 나도 모르겠네. 그저 이유 없이 머리가 지끈지끈거리니 덕녕공주:(보다가 웃으며) 오해를 푸세요 마마. 중전께서 덕경부를 새로 고치라 한 것은 제 생각이었습니다 명덕태후:(힐끔 본다) 덕녕공주: 저번에 인사를 드리러 찾아뵜을 때 보니 덕경부가 매우 낡았는지라 명덕태후:(벌떡 일어나며) 내가 왜 대궐 밖으로 나간단 말인가. 내 아드님을 곁에 두고 덕녕공주: 누가 마마를 대궐 밖으로 나가라고 하겠습니까 명덕태후: 그 소리가 그 소리 아닌가. 덕경부를 새로 수리하라는 게 덕녕공주:(웃으며) 그만 오핼 푸시고 중전의 병문안을 받으시지요. 저렇게 밖에 세워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명덕태후:(다시 누우며) 아이구 머리야. 아이구 머리야 얼른 수건 갈아주는 혜비. #동. 뜰 노국공주, 서있다. 안쓰러워 어쩔 줄 모르는 김상궁. 명덕태후:(안에서) 병문안은 무슨. 나보고 꾀병을 앓고 있다고 할텐데 노국공주:...... 김상궁: 마마. 오늘은 그만 돌아가시지요 노국공주: 기다리겠네 김상궁:....... 공민왕과, 안도치, 최만생이 온다. 공민왕:......(멈춰서 노국공주를 본다) 노국공주:.....(웃으려고 하는) 고개 돌리고 전각으로 들어가버리는 공민왕. 노국공주:(눈물이 치미는) 김상궁:...... 안쓰러운. #동. 복도 공민왕, 서있다. 최만생: 대비마마. 전하께서 드셔계시옵니다 명덕태후:(안에서) 나중에 다시 오시라고 전하거라 공민왕: 어머님 #동. 방 안 명덕태후: 머리가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어요. 아무리 에미지만 주상을 누워서 맞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돌아누워버리는 명덕태후. #동. 복도 공민왕:...... #동. 뜰 노국공주:...... 괴로운. #기황후의 방 안 기황후:(노해서) 고려의 폐주가 아직도 강화도에 살아있단 말이냐 박불화:(난처) 기황후: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박불화: 고려의 전왕이 사사롭게는 조카가 되는 지라 기황후: 조카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사람이라도 죽였어야지 박불화:(눈치 보는) 기황후: 어쩐지 손이 계집애 같더라니 #대궐의 길 응양군들을 데리고 오는 김용. 김용: 대궐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게다. 구석구석 샅샅이 뒤져보아라 흩어지는 응양군들. #어느 전각. 방 안 떨고 있는 윤시우. 희비: 염려하지 마세요. 내 방에 숨어 있으면 안전할 겁니다. 지놈들이 내 방까지 뒤지겠습니까 방문이 왈칵 열린다. 김용: 여기 계셨구만 희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문을 열고 들어오느냐 김용: 끌어내라 응양군들이 윤시우를 끌고 나간다. 희비: 이놈들. 그 분은 내 오라버니시다 윤시우:(끌려 나가며) 마마. 강화도로 가셔야 하옵니다. 마마밖에는 전하를 지켜드릴 사람이 없사옵니다 #동. 뜰 끌려나오는 윤시우. 윤시우: 마마. 강화도로 가시옵소서 마마 울부짖으며 끌려가는 윤시우. #동. 안 희비:...... 부들부들 떨고 있다. 김용: 폐주를 살리고 싶으면 얌전히 계시지요 문을 꽝 닫고 나가버린다. 희비:....... 부들부들 떠는. #강화도의 초가. 방 안 충정왕: 어머니, 살려주세요. 무서워죽겠습니다 어머니 #선경전의 안 공민왕: 죽이라니오. 전왕이 무슨 죄가 있다고 죽이라는 겁니까 조일신:(나서며) 전왕이 방탕하고 포악한지라 원에서 폐한 것이 아니옵니까 공민왕:(일어나며) 내 조카가 열 두 살 어린 나이로 보위에 앉았어요. 방탕하고 포악하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조일신: 하늘에 태양이 하나이듯이 나라에 임금이 둘일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지지 않고 대드는 조일신. 대신들을 노려보며, 조일신: 왜 말씀들이 없으십니까. 전왕을 살려두면 역모를 꾸미는 자들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입들을 다물고 계십니까 악쓰는 조일신. 기가 막힌 공민왕. #강화도의 초가 방 안 밥상. 충정왕:...... 입 꼭 다물고 있다. 최상궁: 마마. 한 수저라도 드시지요. 벌써 며칠 째 수라를 거르고 계시니 충정왕:(버럭)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나는 굶어죽으면 죽었지 독이 든 음식은 먹지 않을 것이야 밥상을 엎어버리는 충정왕. #소활동의 우물가 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를 떠서 신돈에게 내미는 초선. 받아마시는 신돈. 초선: 물 맛이 어떻습니까? 신돈:.......(바라보는) 초선: 이 우물은 연지정이라고 합니다. 물 맛이 좋을 뿐더러, 물 안에 특이한 성분이 들어있지요 신돈: 저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연지정의 우물로 만든 연지를 팔아서 부자가 된 사람이 있었다지요 초선: 그 분이 제 아버님이십니다 신돈:...... 초선:...... 미소 짓는 초선. 그 초선을 가만히 바라보는 신돈. <신돈 제14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