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16회 <신돈> -16회- #선경전의 뜰(밤) 공민왕:....... 두 눈을 부릅뜨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공민왕. 공민왕: 누구의 소행이냐 부복한 대신들을 노려본다.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한다. 공민왕: 누구의 소행이냐고 물었다 흐느끼는 염제신. 따라서 몇 사람 운다. 공민왕:(울부짖듯) 누가 눈물을 흘리느냐. 한 때는 너희들을 군주였던 어린 임금이 저기 누워 있다 울음이 그친다. 관을 향해 돌아서는 공민왕. 다가간다. 관 속을 들여다본다. 반듯이 누운 충정왕. 공민왕:(관 속을 들여다보며)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느냐. 독을 마신 고통에 신음하던 이 얼굴을 보아라. 눈가엔 아직도 눈물 자국이 남아 있질 않느냐 관을 움켜쥐고 흐느끼는 공민왕. 노국공주:..... 선경전 전각 위에서 공민왕의 모습을 바라보는 노국공주. 관을 붙잡고 통곡하는 공민왕. #영수전의 뜰(밤) 카악 외마디 헛웃음을 토해내는 명덕태후. #동. 안(밤) 명덕태후: 관을 잡고 대성통곡을 하고 계신다? 김상궁:.....(바라보는) 명덕태후:(못마땅해서 혀를 차는) 김상궁: 전하의 상심이 얼마나 크시겠사옵니까 명덕태후: 상심이 크면 내가 더 크지. 손주를 잃었거늘 김상궁:(안쓰러워 본다) 명덕태후:(밖에다 대고) 강건한 군주가 되셔야 합니다. 임금이 인정을 뿌리치지 못하면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는 법이에요 또 한번 헛웃음치는 명덕태후. #선경전의 안(밤) 이제현:(노해서) 전하의 처지가 얼마나 어려우시겠습니까. 어쩌자고 그런 무모한 짓을 하시는 겁니까 기철: 나를 왜 쳐다보십니까. 나는 아니외다 염제신: 덕성부원군께서는 연경에 가서 전하를 뫼셔온 분이시니 오해를 살만도 하지요 기철:(버럭) 폐주를 죽여 공을 세우려는 자가 어디 한둘입니까 정세운: 말씀을 삼가세요 기철:(무시하고 대신들 보며) 어디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들을 해보세요. 누구의 소행인지는 몰라도 모두들 선수를 빼앗긴 것을 아쉬워하고 있겠지 기철의 눈길을 피하는 대신들. 이제현:(한숨 쉬며) 옳은 말씀이오. 폐주가 독살당한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오 조일신: 원 이렇게들 나약해서야. 폐주를 죽인 사람은 만고의 충신이외다. 폐주가 강화도에 살아있는 한 전하를 거역하는 무리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오. 헌데 누군가 그 싹을 짤라버렸으니 충신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정세운: 전하께서 애통해하시는 모습을 보고도 그러시나 조일신: 누구보다 속시원해하실 분이 전하가 아닌가. 앓던 이 빠진 기분이실게야 정세운: 얼마나 더 공을 세우려고 이러시나 조일신: 전하께서 나약하기 그지없으시니 하는 소리야 대신들을 노려보는 조일신. 조일신: 어디 죽어야 할 사람이 페주뿐이겠소이까. 두 어린 임금을 껴안고 그만큼들 해먹었으면 염치가 있어야지 #곤성전의 방 안(밤) 덕녕공주: 어찌 피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전하께서 아무리 애를 쓰셔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노국공주:...... 덕녕공주: 후히 장례나 치러주시면 됩니다. 그만 잊어버리세요 가만히 웃어보이는 덕녕공주. #어느 전각 뜰(밤) 거적 깔고 앉은 공민왕. 눈치만 보는 최만생 등 환관들. 안도치: 전하. 날씨가 차겁습니다. 그만 대전으로 돌아가시지요 공민왕:..... 반듯이 앉아 전각을 바라보고 있다. 안도치: 전하 안타가운 안도치. #동. 안(밤) 부들부들 떨고 있는 희비. #영수전의 방 안(밤) 명덕태후: 석고대죄라니. 주상게서 희비에게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단 말이냐 박상궁: 예, 마마 명덕태후: 이런 고얀 일이 있나 벌떡 일어나는 명덕태후. 김상궁: 마마. 모른척 하고 계시는 것이 명덕태후: 석고대죄를 드릴 데가 따로 있지 화가 나서 나가는 명덕태후. #곤성전의 방 안(밤) 노국공주:..... 덕녕공주: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계십니까 노국공주:...... 문득 눈물이 나와서 손등을 찍으며 가만히 고개를 돌리는 노국공주. #어느 전각의 뜰(밤) 명덕태후, 온다. 안도치: 대비마마 명덕태후: 일어나세요 주상 공민왕:...... 명덕태후: 폐주의 어미면 같은 죄인이 아닙니까. 석고대죄라니오 공민왕:...... 꼼짝 않는 공민왕. 명덕태후: 주상 희비:(안에서) 염려하지마세요 어머니 #동. 안(밤) 희비: 나도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동. 뜰(밤) 명덕태후: 어허, 저런 발칙한 것이 있나. 어디다 대고 말대꾸야 희비:(안에서) 석고대죄라니오. 마음에도 없는 짓 그만 두시고 물러가세요 공민왕:..... 감고 있는 두 눈에서 눈물이 배어나온다. #곤성전의 방 안(밤) 노국공주:(눈물을 흘리며) 전하께서 치르는 곤욕은 다 제 욕심 탓입니다 덕녕공주:...... 노국공주: 처음 전하를 뵈었을 때는 전하의 나약함을 경멸했습니다. 또한 기황후 앞에서 식은 땀을 흘리고 있는 전하를 뵈었을 때는 전하의 비굴함을 경멸했습니다. 조카의 왕관을 뺏어 고려의 왕이 되느니 차라리 연경의 원혼이 되겠다고 하셨을 때는 전하의 진의를 의심하였습니다. 허나 오늘밤 어린 조카의 관을 부여잡고 통곡을 하고 계시는 전하의 모습을 뵈니 내 욕심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덕녕공주:.......(미소 같은) 노국공주: 전하께서는 참으로 맑고도 맑은 영혼을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노국공주. #어느 전각의 뜰(밤) 공민왕:..... 희비:(안에서) 물러가세요. 물러가라고 했습니다 #동. 안(밤) 희비: 사람을 시켜 조카를 죽이라 해놓고 눈물은 왜 흘리십니까. 그런 거짓 눈물에 속아 넘어갈 내가 아닙니다 #동. 뜰(밤) 공민왕:...... 희비:(안에서) 그러니 물러가세요. 구역질이 나서 숨을 쉴 수가 없으니 썩 물러가세요 미동도 하지 않는 공민왕.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모르는 안도치. #대궐의 문 앞 백성들이 대궐을 향해 엎드려 통곡하고 있다. 그 틈에 섞여 우는 시늉을 하고 있는 공철과 사내들. 대궐문이 열리고 기철과 기원이 나온다. 공철: 어린 임금을 독살한 놈이 나왔다. 죽여라 사내들이 따라서 욕설을 퍼부으며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기철: 이, 이 놈들이 흠칫 물러나는 기철 공철: 원나라의 앞잡이 부원배 놈들이 임금을 독살했다 기원:(나서며) 이놈들. 죽고 싶어 환장을 했느냐. 썩 물러가지들 못할까 공칠과 사내들이 돌을 던진다. 백성들도 가세한다. 수없이 날아드는 돌멩이. 허겁지겁 대궐 안으로 도망치는 기철과 기원. 와아 함성이 터지는 백성들. 공철: 여러분. 새로 온 국왕은 원나라의 허수아빕니다. 기황후 덕분에 임금이 됐으니 우리 백성들 생각을 해주겠소이까 사내: 원의 허수아비들을 모두 죽여라 와아 터지는 백성들의 함성. 뒷전에서 그 모양을 바라보고 서있는 원현.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동. 대궐 문. 안 기원: 대호군께서는 뭘 하고 계시오. 군사를 동원해서 저놈들을 모두 잡아들이지 않고 정세운: 폐주를 애도하는 백성들을 무슨 죄로 잡아들인단 말입니까 기원: 저러다 폭동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려구 이러십니까 정세운: 난 못하오 기원: 어허, 이 사람이 김용:(나서며) 내버려두시지요. 전하께서 희비에게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는 판에 백성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면 전하께서 좋아하시겠습니까 (기철 보며) 안그렇습니까 덕성부원군대감 기철: 으흠 씰룩이는 기철. 조일신:(나서며) 내가 나가서 수습을 해보리다 문으로 간다. 기철: 조심하시게 조일신: 염려마시오. 백성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건 내가 아니고 덕성부원군 대감이시니 (응양군들에게) 문을 열어라 대문을 여는 응양군들. 거드름 피우며 나가는 조일신. #동. 앞 나오는 조일신. 아우성치고 있는 백성들을 향해 두 손을 높이 쳐드는 조일신. 조일신: 나는 수종 일등 공신 조일신이다 백성들 조일신을 바라본다. 조일신: 나라가 어지러운 것은 원에 아부하는 부원배들과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혈안이 돼있는 권신들이 공철: 수종공신이 뭐 말라비틀어진 벼슬이냐. 기황후에게 붙어서 어린 임금을 폐하고 독살한 공으로 받은 벼슬이 아니냐 조일신: 네 이놈. 우리가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 온갖 고생을 하며 공철: 저놈도 똑같은 놈이다. 죽여라 돌을 던지는 공철과 사내들. 백성들도 따라서 돌을 던진다. 손으로 돌을 막으며 버티던 조일신이 궐문 안으로 도망친다. 공철: 임금을 독살한 놈들을 잡아 죽이자 궐문으로 달려간다. 와아 뒤쫓는 백성들. 바라보고 있던 원현이 돌멩이를 양손에 주워들고 대궐문으로 달려간다. 원현: 죽여라. 원나라의 허수아비들을 모두 죽여라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한다. 돌을 맞으며 허겁지겁 대궐문을 닫는 응양군들. #동. 안 뼘에 피가 흐르고 있는 조일신. 손으로 닦는다. 기철: 큰 소리 치더니 보기 좋소이다 웃어대는 기철. 그런 기철을 노려보는 조일신. #남대가의 다점 초선:....... 궐문 쪽을 바라보고 있다. 대궐문을 두드리며 아우성을 치고 있는 백성들의 모습. 대궐 안을 향해 돈을 던지는 백성들도 있다. 초선:...... 빙긋 웃고 돌아선다. 신돈이 스님의 행장을 꾸려 입고 서있다. 초선: 어딜 가시려구요 신돈: 한 사나흘 다녀올 데가 있습니다 초선: 좋은 구경 거리를 놔두고 어딜 가시려구요 신돈: 대궐 문을 부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보살님께선 헛돈을 쓰고 계십니다 싱긋 웃고 가는 신돈. 그런 신돈을 바라보는 초선. #대궐. 앞 신돈, 온다. 대궐문을 부술 듯이 아우성치는 백성들. 그런 백성들을 선동하고 있는 공철과 사내들. 원현: 에이 더러운 놈들. 이거나 먹어라 정신없이 돌을 집어 대궐 안으로 던지고 있는 원현. 씩씩거리고 웃어대고 마치 미친 사람 같다. 신돈:..... 또 한번 싱긋 웃는 신돈. #도성의 문. 앞 신돈, 나온다. 신돈:...... 큰 숨 한번 내쉬고 성큼성큼 가기 시작한다. #선경전의 안 조일신: 전하께서 희비에게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으니 백성들이 기고만장한 겁니다. 정승께서 나서서 전하께서 석고대죄를 거두도록 하셔야지요 이제현: 조카의 죽음을 애통해하시는 전하께 무슨 말씀을 올린단 말입니까 조일신: 폐주가 독살을 당했는지 스스로 독약을 먹고 자결을 했는지 누가 압니까 이인복: 그렇게 안타까우시면 찬성사께서 직접 전하께 아뢰세요. 전하께서 우리 같은 사람의 말씀을 들으시겠습니까. 이럴 땐 수종공신들이 나서야지요 김용: 말씀에 가시가 박혔습니다 조일신: 좋소이다. 모두들 뒷꽁무니 빼시니 내가 말씀을 올리겠소이다 나가는 조일신. #어느 전각의 뜰 공민왕:.... 같은 자세다. 안도치: 전하. 물이라도 한 모금 드시옵소서 공민왕:...... 안도치: 전하 희비:(안에서) 아직도 거기 계십니까 주상 #동. 안 희비: 나는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날아갈 듯이 몸이 가뿐합니다 #동. 뜰 안도치:(안에다) 참으로 너무하십니다. 전하께서 이만큼 사죄를 하셨으면 밖으로 나와서 전하의 손을 잡아주셔야지요 조일신:(오며) 어디다 대고 통사정을 하고 있는 게야 안도치: 으흠 물러선다. 조일신:(공민왕을 본다) 공민왕:...... 조일신: 그만큼 조의를 표하셨으면 되는 것이 아니옵니까 공민왕:.....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지그시 누르는 공민왕. 조일신: 전하께서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이시니 부원배들과 권신들이 전하를 조롱하며 승복하지 않는 것이옵니다 노국공주:(소리) 그래서 전하의 슬픔을 조롱하고 있는 것입니까 돌아보는 조일신. 노국공주:......(노려보고 있다) 조일신: 소신이 어찌 전하를 조롱하려 하였겠나이까. 중전마마야말로 조정의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시면서 전하의 체통에 먹칠을 하고 계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공민왕: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버럭 내지르는 공민왕. 놀래서 보는 조일신. 공민왕: 내 얼굴에 물을 끼얹던 너를 잊지 않고 있느니라 조일신:..... 당황해서 흠칫 물러나는 조일신. #조일신의 의식 <신돈 4회 #35>, 공민왕의 머리에 물동이의 물을 확 붓는 조일신. 정세운: 무슨 짓인가 말리려하나 어미 늦었다. 물벼락을 맞고 푸푸거리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공민왕. #어느 전각의 뜰(현실) 조일신: 전하. 그 때 그 일은 고려의 국왕 자리가 왔다갔다하는 다급한 상황인지라 공민왕:....... 비로소 고개를 돌려 조일신을 보는 공민왕. 그 차거운 눈빛. 조일신: 전하. 어찌하여 소신의 충정을 몰라주시나이까 엎드려 흐느끼는 조일신. 울면서 힐끔힐끔 노국공주와 공민왕을 눈치를 본다. #대궐의 일각 허겁지겁 도망치듯 오는 조일신. 조일신: 어허. 이 일을 어쩐다. 내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지.... 김용:(오며) 무슨 일이 있으셨는가. 안색이 창백하이 조일신: 나 좀 보세 안성군 김용의 손을 잡아 구석으로 끌고 간다. 짐짓 끌려가는 김용. 조일신: 내가 급한 성격에 일을 저지르고 말았네. 전하께 석고대죄를 그만 두시라고 말리다가 큰 실수를 하고 말았네 김용:(웃으며) 어찌 하셨기에 이렇게 허둥대시나 조일신:...... 주위를 둘러보더니 김용에게 귓속말을 건넨다. 김용:(웃으며) 별 걱정을 다 하시네. 전하께서 그만한 일로 오핼 하시겠나 조일신: 날 바라보시는 눈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네. 그 뿐인가. 내가 중전마마의 심사도 긁어놨으니 김용: 이 사람. 그러기에 내가 뭐랬나. 전하께 좀 공손히 하라니까. 아무리 우리가 전하와 흉허물 없이 지내던 일등 수종공신이라고 해도 알고 보면 군신지간이 아닌가 조일신: 자네가 전하께 말씀을 잘 올려주게 김용: 틈을 봐서 그리 하겠네 가는 김용. 조일신:(보다가) 이보게 안성군. 전하께선 그 일을 잊지 않고 계시네 김용:(뒤돌아본다).... 조일신: 자네와 내가 만취한 전하에게 물을 길어다 끼얹지 않았나? 김용: 그러니 더욱 몸을 낮췄어야지. 이 사람, 나는 죽었소하고 살고 있네 놀리듯 웃어대고 가버리는 김용. 불안한 조일신. #어느 전각의 뜰 공민왕:...... 다시 석고대죄 하고 있는 공민왕. #동. 안 희비:..... 힐끔 고개 돌려본다. 노국공주:...... 희비:(다시 고개 돌리며) 상전이고 말고요 노국공주: 마마 희비: 중전께서 어디 보통 중전이십니까. 원나라 황실과 친족이 되는 공주마마가 아니십니까. 그런 공주마마께서 고려의 중전이 되셨으니 거리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노국공주: 전하께서는 여러 번 망설이고 사양을 하시다가 그 자리를 받으셨습니다 희비: 그런 분이 즉위하자마자 사람을 시켜 조카를 독살합니까 노국공주: 전하께서는 몇 번이고 어린 조카의 왕위를 훔칠 수 없다고 하시면서 그 자리를 사양하고 또 사양하셨습니다 희비:.....(비로소 본다) 노국공주:....(애원하듯 본다) 희비: 그렇게 조카를 아끼시면서 어째서 내 아드님을 지켜주지 못했단 말입니까 바닥에 두 손을 짚고 우는 희비. 노국공주:......(바라본다) 마마. 전하께서는 아직은 힘이 없으십니다. 야밤에 몸을 숨기고 대궐에 들어오신 전하가 아니옵니까. 전하께서 그런 모진 수모를 당하시며 보위에 오르셨는데 무슨 힘이 있어 조카를 지켜줄 수가 있었겠습니까 희비:(울면서) 아니란 말이지요? 전하께서는 모르는 일이란 말씀이지요 노국공주: 전하께서 어찌 거짓 눈물을 흘리고 계시겠습니까 방바닥을 짚고 있는 희비의 손을 잡고 같이 우는 노국공주. #동. 뜰 공민왕:...... 안을 보는 안도치. 희비와 노국공주의 울음 소리가 새어나온다. 안도치: 전하. 두 분 마마께서 화해를 하셨나 보옵니다 눈물 훔치는 안도치. 공민왕:..... 전각을 본다.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기진해서 옆으로 쓰러지는 공민왕. 안도치: 전하 비명치듯 달려가 공민왕을 부축하는 안도치. #대궐의 문. 앞 대궐의 문이 활짝 열리더니 말을 탄 김용이 응양군들을 데리고 쏟아져 나온다. 불문곡직 백성들을 두들겨패기 시작한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하는 백성들. 그 통에 우왕좌왕하는 원현. 누군가 원현의 등덜미를 움켜쥐더니 뛰기 시작한다. 공철이다. 김용: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모두 잡아 들여라 도망치는 백성들을 쫓기 시작하는 응양군들. #남대가의 거리 도망쳐 오는 백성들. 뒤쫓는 응양군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서있는 박서방. 한 무리가 지나가고 조용해진다. 박서방: 나오시게들 마루 밑에서 기어나오는 원현과 공철. 공철: 스님도 참 딱하시오. 하마터면 잡혀갈 뻔 하잖았소 원현: 한참 정신없이 돌을 던지다보니 저절로 신바람이 나지 뭡니까 공철: 원현스님도 돌을 던졌단 말입니까 원현:(좀 무안한) 공철: 나보고 땡중이라고 놀리더니 원현스님도 땡중입니다그려 (웃는다) 원현:(따라 웃으며) 나같은 사람이 언제 대궐에다 돌을 던져보겠습니가. 지엄하기 그지없는 임금님이 사시는 곳인데. 그러니 신바람이 날 수밖에요 무안해서 더 웃어대는 원현. 그런 원현을 가만히 훔쳐보듯 보며 일을 하는 박서방. 원현:(두리번거리며) 헌데 편조스님은 어딜 가셨습니까. 하루 종일 보이질 않으니 #초선의 안방 초선: 사람을 붙이셨나 박서방: 예, 마님. 멀찍이 떨어져 눈에 띄지 않게 따르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초선: 으음 생각에 잠긴다. 박서방:(눈치 보더니) 마님. 편조는 연경에 있을 때 강릉대군과 가깝게 지냈다고 합니다 초선: 알고 있네 박서방: 조심을 하시는 것이 초선: 무슨 인연으로 강릉대군이 편조를 가까이 두었는지는 모르겠네만 국왕이 되고나서도 노비의 자식을 친구로 대할까 박서방:...... 초선: 좀 더 지켜보세. 믿을만한 사람인가 #어느 산 길 신돈이 가고 있다. 숲 속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신돈을 따라가고 있는 사내. 아는지 모르는지 성큼성큼 가고 있는 신돈. #어느 들판 신돈이 온다. 멀리 뒤따르는 사내. 신돈:..... 빙긋 웃더니 걸음을 재촉한다. 뒤따르던 사내, 빠르게 가고 있는 신돈을 보더니 당황해서 뛰듯이 신돈을 쫓기 시작한다. 그러다 멈추는 사내. 아무리 둘러보아도 신돈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초선의 집. 마당(밤) 박서방: 반나절도 못 가서 놓쳤단 말이냐 사내: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삽시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박서방:(신음) #동. 안방(밤) 바느질을 하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박의처. 박서방:(밖에서) 그 자가 도술이라도 부린단 말이냐. 바로 눈 앞에서 사라지다니 초선:..... 가만히 밖의 얘기를 듣고 있다. 박서방:(밖에서) 마님. 그 자를 놓쳤다고 합니다 초선: 그만 했으면 됐네 박의처:(깜짝 놀래서 깨며) 예, 마님 초선을 보더니 잘못 들은 걸 알고 계면쩍게 배시시 웃는다. 초선: 편조스님 손이 약손이라 한 건 무슨 말이냐 박의처: 그 스님 손이 살짝 닿기만 해도 아픈 데가 씻은 듯이 나니 약손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초선:...... 박의처: 말씀도 마십시오 마님. 소활동은 고사하고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스님한테 병을 고쳐달라고 드나드는데요 초선:(싱긋 웃으며) 그것 참 신기하구나 #어느 마을의 대가집. 앞 ‘대문’ 신돈:..... 바라보고 서있다. 대문이 열리더니 노비 하나가 얼굴을 내민다. 말없이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는 신돈. 노비: 난 또 누구라고. 아침부터 웬 동냥질이오 신돈: 나무관세음보살 노비: 요즘은 흉년이 들어 하루 종일 거렁뱅이들이 대문을 두들겨대는 통에 못살겠소 (신돈을 훑어보며) 거기다 가짜 중들까지 판을 치고 다니니 관리:(소리) 스님한테 무슨 고약한 말버릇이냐 신돈:..... 천천히 돌아선다. 말을 탄 관리가 서있다. 그 얼굴을 바라보는 눈이 점점 커진다. 관리:(말에서 내리며) 섭섭히 여기지 마시오 스님. 모두 어려운 형편이라 신돈:(합장하고 숙이며) 고행길에 나선 수도승입니다. 여러 날 굶었더니 배고픔을 참기가 어려운 지라 관리: 들어오시구려. 밥 한 술이야 대접을 못해드리겠소 안으로 들어가는 관리. 바라보는 신돈. 노비:(흘키며) 뭘하고 계시오. 따라오지 않고 #행랑채의 방 안 ‘밥상’ 밥 한 그릇과 물김치 하나. 신돈:..... 노비:(방문 열고 들여다보며) 그나마 진수성찬인줄 아시오. 주인마님 빼놓고는 우리도 피죽으로 연명을 하고 있소 방문을 꽝 닫는다. 신돈:...... 밥그릇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신돈의어머니:(소리) 이놈아. 니 놈은 애비없는 자식이라고 안 했냐. 어디다 대고 니 애빌 내놓으라는 게야 #개태사의 뒷채(밤)(회상) 어린 신돈을 때리고 있는 신돈의 어머니. 신돈의어머니: 또 한번 애빌 찾으면 다리몽둥일 꺾어놓을 줄 알아 울어대는 어린 신돈. 신돈의어머니: 울음 못 그쳐 이놈아 다시 어린 신돈을 때리는 신돈의 어머니. 곰순네: 아이구 그러다 애 죽이겠네. 그만해. 어린 게 뭘 잘못했다구 어린 신돈을 뺏어 껴안는 곰순네. 신돈의어머니: 이놈아. 너보다 천한 건 없다고 했지. 너 같이 천한 것이 무슨 애비야 우는 신돈의 어머니. 덕운:(나서며) 죽었다고 할 게 뭐 있나. 그 앨 데리고 한번 찾아가보지 신돈의어머니: 그런 소리 마세요. 그 댁에서 이 놈을 사람 취급이나 하겠어요 덕운: 그거야 알 수 없지. 그래도 지 핏줄인데 신돈의어머니: 쓸데 없는 소리 마시라니까요 악쓰는 신돈의 어머니. 멀리서 그 모양을 지켜보고 있는 큰스님. #어느 대갓집의 행랑채 방 안(현실) 신돈:.... 밥 한 수저 푹 떠서 입에 넣는 신돈. 그 위에, 큰스님:(소리) 좋으냐 이 녀석 #개태사의 방 안(회상) 어린 신돈에게 새옷을 입혀주고 있는 큰스님. 끄덕이는 어린 신돈. 큰스님:(덕운에게) 이렇게 입혀놓고 보니 인물께나 나는구나 허허 웃는 덕운. 방문 열고 들어오는 신돈의 어머니. 신돈의어머니: 공연한 일 하시는 겁니다 스님. 애비 없는 자식인 줄 알고 자라게 놔두지 왜 이러십니까 스님 큰스님: 다녀와. 그래야 속세의 인연이 끊어져 #어느 들길(회상) 어미의 손을 잡고 좋아서 팔짝팔짝 뛰며 따라가는 어린 신돈. #어느 대갓집. 대문 앞(밤)(회상) ‘대문’. 어린신돈:..... 마른침 꿀꺽 삼키고 어머니를 쳐다본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신돈의어머니. 대문이 와락 열리더니 노비 서넛이 달려나와 어린 신돈을 내팽개쳐 버리고 신돈의 어머니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어린신돈: 어머니 일어나 달려가는 어린 신돈. 대문이 닫힌다. 어린신돈: 어머니 대문을 두드리며 우는 어린 신돈. #어느 대갓집. 행랑채의 방 안(현실) 꾸역꾸역 밥을 입 안으로 넘기는 신돈. 방문이 와락 열리더니, 노비: 다 드셨오 신돈: 예. 잘 먹었습니다 노비: 그럼 가보시오 방문을 활짝 열어버리는 노비. #동. 마당 신돈, 온다. 따라오는 노비. 신돈: 잘 먹고 갑니다 또 한번 합장하는 신돈. 관리:(마루로 나오며) 배불리 드셨습니까 스님 신돈:..... 관리를 바라본다. 웃고 서있는 관리. 순간, #동. 대문 앞(밤)(회상) 쭈그리고 잠이 든 어린 신돈. 대문이 열리더니 노비들이 피투성이가 된 신돈의 어미를 내팽개친다. 어린신돈: 어머니 달려가 쓰러져 있는 어미를 부둥켜 안는 어린 신돈. 관리:(나오며) 또 한번 내 눈에 띠면 요정을 내버리겠다고 하질 않았느냐 신돈의어머니:(어린 신돈 뿌리치고 대문으로 기어가며) 나으리. 이 년은 어찌 되든 좋습니다. 이 년의 한점 혈육이니 나으리께서 거둬주십시오. 노비라도 좋으니 거둬만 주십시오 나으리 관리: 저 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다시는 내 집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단단히 혼을 내주어라 노비들이 달려들어 신돈의 어미를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이를 악물고 맞는 신돈의 어머니.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떠는 어린 신돈. 대문 앞의 관리를 바라본다. 관리:...... 찡그리며 혀를 차더니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어느 대갓집의 마당(현실) 신돈:..... 그 위에, 관리:(소리) 어디로 가실 겁니까 스님 비로소 정신이 나서 마루를 본다. 웃고 서있는 관리. 신돈:(웃으며) 고행길에 정해진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고개 숙여 합장하고 돌아서는 신돈. 꽉 다문 입. 관리:(소리) 스님 멈추는 신돈. 그 뒷모습에 대고, 관리: 부탁이 하나 있소이다 신돈:...... 천천히 돌아서는 신돈. 활짝 웃고 있다. 신돈: 예, 말씀을 하십시오 관리: 젊어서 자식 하나를 잃었소이다 신돈:.... 웃고 있으나 자꾸만 굳어지는 신돈. 그럴수록 더 활짝 웃으려고 애쓰는 신돈. 관리: 이것도 인연이니 틈 나시는대로 내 자식 놈의 명복을 빌어주시구려 신돈:(웃으며 바라보는) 관리: 성불하시오 스님 돌아서 방으로 들어가는 관리.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신돈. 비로소 맘 편히 활짝 웃는 신돈. 신돈: 고맙습니다 나으리 마님 껄껄웃는 신돈. 하늘을 쳐다보며 미친 듯이 웃고 또 웃는다. #강안전의 안 겨우 일어나 앉는 공민왕. 명덕태후:...... 딱하다는 듯 길게 혀를 끌끌 찬다. #동. 복도 노국공주가 서있다. 뒤쪽엔 혜비가 서있다. 좌불안석이다. 최만생: 안에 고하올까요 중전마마 노국공주:..... 대꾸없이 서있다. 명덕태후:(소리) 백성들이 주상을 따르지 않는 까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전이 원나라 여자이니..... #동. 안 공민왕:(막듯이) 어머니 명덕태후:(돌아앉으며) 할 말은 해야겠어요 공민왕: 지금은 힘이 없습니다. 원나라에 맞서려면 먼저 국력을 길러야지요 명덕태후:(쏘아보듯 보며) 역적의 자식이라면서요? 공민왕:(뭐라고 하려는데) 명덕태후: 당장 폐위를 못시키겠으면 부인을 하나 더 얻으세요. 고려인으로 말씀입니다 #동. 복도 혜비:..... 노국공주를 바라본다. 노국공주:...... 버티고 서있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최만생. 명덕태후:(소리) 고려인이 대궐의 안주인이 되어야 백성들이 주상을 따를 겁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최만생:(명덕태후가 나오는 낌새에) 중전마마. 잠시 웃방에 드셔 계시는 것이 문을 열리고 명덕태후가 나온다. 노국공주를 본다. 노국공주:.....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명덕태후:(환하게) 중전께서 주상의 병문안을 오셨습니다 (웃으며) 염려마세요. 거뜬히 일어나 앉으셨습니다 (또 한번 웃고는 혜비에게) 가자, 아가 앞서간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혜비. #동. 뜰 나오는 명덕태후. 명덕태후:(뒤돌아보며)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게냐. 가자니까 #동. 복도 혜비:(노국공주를 보고 있다) 노국공주:.......(혜비를 보더니 미소) 혜비:....... 고개 숙여 인사하고 뒤로 물러나 나간다. #동. 뜰 혜비, 나온다. 명덕태후:(안에다 대고) 고려인을 중전으로 삼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편안해집니다 #동. 안 노국공주:..... 웃으며 마주보고 있는 노국공주. 공민왕: 깊이 새겨 듣지 마세요. 어머니께선 한이 많으신 분이십니다 노국공주: 전하께서만 편안하시면 저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공민왕:........ 가만히 바라본다. 미소 짓고 있는 노국공주. 문득 눈시울이 붉어지는 공민왕. 가만히 고개를 돌린다. 노국공주: 전하 공민왕:.....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 중얼거리듯 나직이 되뇌이는 공민왕. 노국공주: 전하. 전하께서 저를 버리시면 기꺼이......기꺼이 전하의 뜻에 따르겠다고 하였습니다 공민왕:(고개 돌리지 못한다) 노국공주:(목이 메어) 저를 먼저 버려야 고려를 일으켜 세울 수가 있다면 저를 먼저 버리세요 공민왕:(터지듯) 내가 어린 조카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내가 중전마저 지켜주지 못한다면 이 나라와 백성인들 어찌 지켜줄 수가 있겠습니까 노국공주:..... 미소와 눈물. 공민왕:......(노국공주의 두 손 덥썩 마주잡으며) 나를 믿으세요. 내가 부인과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니...... 노국공주:....예, 전하 (목이 메어) 저를 지켜주셔야 합니다.......전하 눈물이 주르륵. 또 한번 노국공주의 두 손을 힘주어 잡는 공민왕의 손. #조일신의 집. 앞(밤) 스산한. #동. 사랑방 안(밤) 조일신:(살피듯 본다) 김용:(웃으며) 무슨 일로 밤중에 날 보자고 하셨나 조일신:(터지듯) 나는 더 이상 못 참겠네 김용: 뭘 못 참겠단 말씀이신가 조일신: 이대로는 안 되겠어 김용:(흠칫) 조일신: 생각해보게. 우리가 연경에서 강릉대군을 모시고 기약없는 세월을 보낸 이유가 뭔가. 언젠가 고려로 돌아가 강력한 나라를 만들어서 원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자는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닌가 김용: 그거야 그렇지. 허나 그 뜻을 반쯤은 이룬 게 아닌가. 강릉대군께서 왕이 되셨으니 조일신:(탁자 치며) 강릉대군 가지곤 안 되겠다 이거야 김용:(놀래서 입이 벌어지는) 조일신: 백성들이 대궐에 대고 돌을 던졌네. 이게 어디 폐주 때문이겠는가. 임금이 뜨뜨미지근해서 불만이 터져나온 거야. 보시게. 새 국왕이란 자가 원나라 공주를 데리고 와서 중전자리에 앉혔지, 기철과 같은 부원배들은 더 극성을 부리지,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 말야 김용:...... 조일신: 더는 못 참겠네. 뒤집어 엎어야지 김용: 이 사람. 전하를 어찌 하겠다는 건가 조일신: 전하의 목에 칼 끝을 들이댈 수는 없지 김용: 허면 조일신: 기철을 비롯한 부원배들, 이제현을 필두로 한 아첨배들, 이런 놈들을 먼저 쳐 죽이고 나서 김용:(신음) 조일신: 전하께서 못하시는 일을 내가 대신 해주겠다는 거야. 반역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김용: 그렇다면 몰라도 조일신: 날 도와주게. 내가 앞장서서 거사를 할 것이니 자네와 정세운은 그저 모른 척 하고 있어주기만 하면 되네 #동. 앞(밤) 나오는 김용. 신음한다. 그 위에, 조일신:(소리) 이 일이 누설되면 나만 죽는 게 아냐. 자네도 죽게 돼 있어 가려는데 다시 조일신의 소리. 조일신:(소리) 명심하시게. 자네와 내가 강릉대군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네. 전하께선 그 일에 앙심을 품고 계셔 김용:....... 휴우 한숨 내쉬는 김용. #동. 사랑방(밤) 조일신: 밖에서 들으셨지 앞에 앉는 정천기, 최화상 조일신: 상호군이면 응양군의 대장일세. 대궐이 김용의 수중에 들어있는 셈이지 눈치보는 최화상과 정천기. 조일신: 우리의 거사가 실패한다면 내 이 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네 두 손을 내밀어 껄껄웃어대는 조일신. #동. 앞(밤) 나오는 최화상과 정천기. 최화상: 자넨 어쩔텐가 정천기: 상호군이 우리 편이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최화상:.... 정천기: 입신양명할 좋은 기회가 아닌가 최화상: 옳거니. 대장부가 한번 죽지 두 번 죽겠나 #동. 사랑방 안(밤) 조일신:.......(부들부들 떨며) 배은망덕한 놈. 지 놈이 누구 덕분에 고려의 왕이 됐는데 #선경전의 뜰 전각 앞에 서서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기철과 김용. 기철: 대, 대궐 문을 열어주다니 김용: 전하를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 할 것이 아닙니까 기철: 허면 전하께서도 이 일을 알고 계신단 말씀인가 김용: 귀띔을 해드렸습니다 기철:(신음하더니) 헌데 누구 누구를 죽이겠다는 겐가 김용:(웃으며) 부원배들부터 쓸어버려야지요 기철: 이 사람. 권겸과 노책은 안 되네 김용: 덕성부원군대감. 한놈이라도 더 없어져야 대감과 제가 편안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기철: 그거야 그렇네만 김용: 나만 믿으십시오. 거사가 성공하고 나면 바로 조일신을 역모로 몰아서 처단을 해버리겠습니다. 허면 우리 두 사람 세상이 되는 거지요 가만히 웃는 김용. 기철이, 김용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멀리 조일신이 노려보고 있다. 기철, 시치미 떼고 전각 안으로 들어간다. 김용:.... 조일신에게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조일신:..... 불안해서 바라보는 -. #법왕사의 법당. 안(밤) 마주앉은 신돈과 보우. 뒷전에 앉은 지효. 보우: 속세의 연을 끊으러 갔다? 신돈: 예. 마지막 한가닥 남은 인연마저 끊어버려야 비로소 속세를 떠날 수 있겠기에 보우: 그래. 끊었느냐 신돈:..... 보우:(바라본다) 신돈: 끊었다 싶었는데 내내 생부의 얼굴이 떠올라 번민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보우: 끊으려 하지 말고 담으려고 해야지. 있었던 일을 없었다고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에 있겠느냐 신돈: 보우 선사님 (정색한) 보우:.... 신돈:(슬며시 지효를 본다) 지효:...... 가만히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신돈: 고려는 불교의 나라였습니다. 불심이야말로 고려를 지탱해주는 힘이 아니었습니까. 허나 지금은 불심도 불법도 남아 있지를 않습니다 보우:...... 신돈: 고려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먼저 불심과 불법을 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우: 차차 그리 될 것이야 신돈: 고려가 망한 연후에 말씀이십니까 보우:.....(보일 듯 말 듯한 경련) 신돈: 고려의 신분제도는 귀족과 중인과 양인과 집단천민과 천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려를 지탱해주는 힘은 양인에서 나왔으니 농민과 장인과 상인들이 이들입니다. 허나 이들이 지금은 대부분 권문세도가의 노비와 절간의 사비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보우: 차차 바로 잡힐 거라고 하질 않느냐 신돈: 천민이 나라 생각을 하겠습니까 보우:..... 신돈: 천민이 불법을 따르겠습니까 보우:...... 신음하며 두 눈을 감는 보우. 신돈: 이것부터 바로 잡지 않으면 불법도 나라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보우:(눈 감은 채) 그래서 속세로 돌아가려고 했느냐 신돈: 스무 서너 해 전에 본 생부의 얼굴이나 스무 서너 해가 지난 후에 본 생부의 얼굴이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자식을 몰라보기는 마찬가지였지요 보우:...... 신돈: 생모를 따라온 저를 모른 척 한 것이나, 세월이 흘러 저를 몰라 본 것이나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노비의 몸에서 태어난 자식은 하룻밤 욕정의 대가일뿐 그것이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였겠습니까 눈물이 치솟는다. 보우:(눈 감은) 신돈: 이것이.....오랫동안 제 마음 속에 숨어서 꿈틀거리던 증오심의 근본이었습니다. 이것이 오랫동안 세상과 이어진 끊을 놓지 못하고 방황하던 제 번민의 근본이었습니다 흐르는 눈물. 그 눈물을 미소로 삼키고 있는 신돈. 보우:(눈 감은 채) 그래서 다 버렸느냐 신돈:........ 보우: 버렸느냐고 물었다 신돈: 어찌 이것을 다 버리고 제가 사람이라고 하겠습니까 보우:..... 신돈: 저는 속세의 연을 다 찾아서 다시 이어놓고 싶습니다. 어찌 저 뿐이겠습니까. 다 바로 잡아놔야지요. 이 나라가 누구의 나란지 분명히 밟혀놔야지요. 그래야 불법이 살고 나라가 살 것이 아닙니까 환한 웃음과 눈물에 오히려 가슴이 벅찬 신돈. #도성의 길(밤) 군인과 사병이 뒤엉켜 횃불을 들고 달려가고 있다. #대궐의 문. 앞(밤) 사방에서 몰려든 군인과 사병들. 조일신과 최화상, 정천기가 말을 타고 달려온다. 조일신: 대궐문을 열어라. 국왕전하를 보위하러 왔느니라. 어서 대궐문을 열어라 대궐문이 열린다. 와아 함성을 지르며 안으로 들어가는 군사들과 사병들. #선경전의 뜰(밤) 김용:...... 전각 위에 서있다. 몰려오는 군사들. 대궐 안으로 침입해 들어간다. 김용:..... 빙긋 미소 짓는다. #강안전의 방 안(밤) 함성소리.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공민왕. 문이 열리고, 최만생: 전하. 급히 피신을 하셔야 하겠나이다. 공민왕:..... 밖에 귀를 기울인다. 점점 가까워지는 함성. 최만생: 전하. 우선 몸을 숨기시는 것이 공민왕: 중전께서는 어디 계시느냐 최만생: 전하 공민왕: 중궁전으로 가자. 중전을 먼저 구해야 한다 #동. 뜰(밤) 나오는 공민왕. 따르는 최만생과 박상궁 등. 공민왕: 곤성전이 어느 쪽이냐 최만생: 시간이 없사옵나이다. 먼저 피하고보시는 것이 공민왕: 곤성전으로 가자고 하질 않느냐 미친 듯이 외치는 공민왕. #곤성전의 안(밤) 노국공주:..... 반듯이 앉아있다. <신돈 제16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