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17회 <신돈> -17회- #선경전의 뜰(밤) 선경전을 에워싼 군인들. 정천기가 허겁지겁 달려와 안으로 들어간다. #동. 안(밤) 조일신, 최화상을 비롯한 패거리들이 모여있다. 정천기:(들어오며) 찬성사대감. 대궐을 완전히 포위했습니다 조일신:(다급히) 전하께서는 정천기:(우물쭈물) 조일신:(버럭) 전하께서 어디 묵고 계시는지 알아냈느냐고 묻고 있지 않소 최화상: 강안전에 계시겠지요 조일신:(정천기에게) 다시 가서 전하를 이리로 뫼셔오시게 정천기: 강안전 대문이 굳게 닫혀 있는 지라 조일신: 대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야지 정천기:(당황) 조일신: 기철과 부원배들이 눈치를 채고 도망을 가기 전에 전하의 윤허를 받아내야 그놈들을 잡아들이든지 쳐죽이든지 할 게 아닌가 최화상: 밤중에 곤히 잠드신 전하를 깨우면 크게 놀라시어 우리를 의심하실 터이니 날이 밝기를 기다려 조일신:(칼을 빼어든다) 흠칫하는 최화상과 정천기. 조일신: 지금부터 내 영을 어기는 자는 그 자리서 참수를 하겠다 정천기:(급히) 제가 다시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밖으로 달려나가는 정천기. 조일신:(둘러보며) 구국의 일념으로 우리가 일어났으니 죽음이 두렵겠는가. 우리의 뜻을 어기는 자는 그 누구라도 베일 것이다 최화상: 만일 전하께서 윤허를 하지 않으시면 조일신:(버럭) 받아내야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궐의 길(밤) 급히 가는 공민왕. 앞장을 선 최만생이 우왕좌왕한다. 공민왕: 뭘 꾸물대고 있느냐. 중전께서 변을 당하시기 전에 어서 곤성전으로 가자니까 최만생: 밤길이 어두운지라 공민왕: 길을 잃어버렸단 말이냐 박상궁: 이쪽 길이옵니다 급히 앞서는 박상궁. 급히 따르는 공민왕 일행. #곤성전의 안(밤) 노국공주:.... 반듯이 앉아있다. 안도치:(밖에서) 마마. 대궐의 안팎이 소란스럽나이다 #동. 복도(밤) 안도치: 잠시 자리를 피하시는 것이 노국공주:(안에서) 전하께서 이리로 오고 계실 것이야 #동. 안(밤) 노국공주: 전하께서 오실 때까지 나는 여기서 기다릴 것이야 #강안전의 대문. 앞(밤) 대문을 지키는 응양군들. 정천기가 군사들을 데리고 달려온다. 문을 가로막는 응양군들. 정천기: 비켜라. 전하께 급히 고할 일이 있어 왔다 꼼짝 않는 응양군들. 정천기: 이놈들이 칼을 빼든다. 맞서서 칼을 빼드는 응양군들. 정천기의 부하들도 따라서 칼을 빼든다. 대문이 열리고 김용이 나온다. 김용: 칼을 거두시게 정천기: 찬성사께서 전하를 선경전으로 뫼셔오라는 김용: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칼을 빼드시나. 강안전이야 정천기:(흠칫) 김용: 설마하니 국왕전하의 면전에 그 칼을 들이대실 참인가 입이 타는 정천기 김용: 물러들 가시게. 역적으로 몰리기 싫으면 싱긋 웃는 김용. #곤성전의 안(밤) 노국공주:...... 최만생:(밖에서) 중전마마. 전하께서 오시었나이다 #동. 뜰(밤) 대답을 기다리고 서있는 공민왕. 불켜진 전각. 공민왕: 뭘하고 있느냐. 다시 한번 고하지 않고 최만생: 황공하오나 중전마마, 대궐에 변이 생겼는지라 노국공주:(안에서) 안으로 뫼셔라 최만생:(공민왕을 본다) 공민왕:(안에다) 잠시 대궐 밖으로 피신을 해야겠습니다. 어서 자비를 하고 나오세요 불켜진 전각. 고요하다. #선경전의 안(밤) 조일신: 강안전 문을 부수고라도 안에 들어가 전하를 뫼셔오라고 하지 않았소이까 미친 듯이 외치는 조일신. 최화상: 허면 반역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조일신: 임금이 그렇게 무서우신가 최화상: 으음 (피하듯 입을 다문다) 조일신: 좋소이다. 내가 가서 이리로 끌고 오겠소이다 나가는 조일신. 웅성대는 최화상과 패거리들. #동. 뜰(밤) 조일신: 날 따르라 군사들을 데리고 달려가는 조일신. #곤성전의 안(밤) 노국공주:...... 미소같은. 공민왕:(겁에 질린) 노국공주: 염려하지 마십시오 전하. 안환관을 영수전으로 보내 어머님을 모셔오라고 일렀습니다 공민왕: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대궐 안으로 들어왔는지라 노국공주: 대궐을 지키셔야지요 공민왕:....... 노국공주: 전하께서 대궐을 지키고 계셔야 전하를 범하지 못합니다 공민왕:..... 노국공주를 바라보는 공민왕. 모자 사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방문이 열리고 급히 들어오는 명덕태후. 명덕태후: 주상. 이게 무슨 변곱니까. 대체 어느 놈들이 이 난리를 일으켰다고 합니까 공민왕:(당황해서 일어나는) 노국공주:(일어나며) 무슨 일인지 사람을 시켜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잠시 앉아서 숨을 돌리시지요 어머님 명덕태후: 난 어찌나 놀랬는지 가슴을 어루만지는 명덕태후. 노국공주:(밖에다) 찻상을 들여오너라 #동. 복도(밤) 안도치: 예, 마마 김상궁 등이 서두르기 시작한다. #동. 안(밤) 가슴을 어루만지며 앉아 숨을 진정하고 있는 명덕태후. 노국공중:(웃으며) 놀래셨습니까 명덕태후: 놀랠 수밖에요. 한밤중에 대궐을 침범한 군인들 손에 죽은 역대 제왕이 어디 한둘입니까 (공민왕을 힐끔 보더니) 중전께서는 놀란 얼굴이 아닙니다 노국공주:(웃으며) 전하께서 지켜주시는데 걱정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어머님 명덕태후:(웃으며) 하긴 그렇지. 주상을 범했다간 원나라의 불호령이 떨어질 게 아닌가 (공민왕에게) 안그렇습니까 주상. 주상을 그 자리에 앉힌 게 기황후가 아닙니까 (웃으며) 내가 오늘 또 한번 며느리 덕에 살았다 웃어대는 명덕태후. 노국공주:..... 마주 미소하며 공민왕을 본다. 여전히 모자 아래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내는 공민왕. #강안전의 문 앞(밤) 칼을 빼들고 조일신이 온다. 문을 막아서는 응양군들. 조일신: 이놈들이 불문곡직 응양군들을 베어버린다. 대문을 발로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가는 조일신. #동. 뜰(밤) 조일신과 군인들이 들어온다. 안에서 밀직부사가 달려오며 두 손을 쳐들어 막는다. 밀직부사: 대전이요. 어딜 들어.... 조일신의 칼이 밀직부사를 내리친다. 안으로 들어가는 조일신. #동. 안(밤) 피묻은 칼을 들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조일신. 멈춘다. 김용이 공민왕의 자리에 앉아있다. 조일신: 전하께선 어디 계신가 김용: 어디까지 가실 참인가 조일신:(흠칫) 김용: 설마하니 그 칼에 전하의 피까지 묻힐 생각은 아니시겠지 조일신: 피할 수 없다면 김용:(웃는다) 조일신: 내 앞을 막으면 자네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김용:(웃음 멈추고) 최씨 일가가 임금을 누르고 권세를 누리던 시대는 갔네. 자네가 임금을 죽이고 무슨 힘으로 원의 군대를 막겠는가 조일신:(흠칫) 김용: 그럴 힘도 없을뿐더러 명분도 없으이 조일신:(망설이는) 김용: 이쯤에서 물러나시게. 밝은 날 아침 내가 전하를 찾아 뵙고 기철과 부원배들을 처단하라는 어명을 받아낼 것이니 조일신:(버럭) 나는 돌아갈 길이 없다. 이미 내 칼에 피를 묻혔으니 가는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김용:(흠칫) 조일신: 내가 지금 가서 기철과 부원배들을 모두 죽여 명분을 쌓을 것이야. 그런 다음 전하와 알현을 할 것이니 그 전에 어명을 받아놓는 게 좋을 것이야 (칼을 움켜쥐고 김용을 노려보더니) 선택을 하시게. 어느 쪽에 설 것인지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고 밖으로 나가는 조일신. 김용:..... 당황해서 신음하는 김용. #동. 문 앞(밤) 조일신, 나온다. 정세운:(달려오며) 이 사람 조일신, 대체 무슨 일인가 조일신: 기철과 부원배들이 사병을 모아 전하를 시해하려고 하네. 내가 그 놈들을 잡아 죽이러가니 전하를 잘 모시고 있게. 가자 군인들을 데리고 달려간다. 정세운:..... 대문 옆에 쓰러져 있는 응양군들을 본다. #동. 뜰(밤) 들어오는 정세운. 죽어있는 밀직부사. 흠칫하는 정세운. 안에서 김용이 나온다. 정세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김용:...... 정세운: 기철 일당이 전하를 시해하려고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 사실인가 김용: 나도 모르겠네 정세운: 대궐을 지키는 응양군의 대장이 그걸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김용: 방금 조일신이 들어와 그렇게 전해주길래 그저 그런 줄만 알고 있네 정세운: 한심한 사람 같으니 죽어있는 밀직부사의 시신을 다시 한번 본다. 정세운:(신음하며) 전하께서는 어디 계신가 김용: 나도 방금 달려오는 길이라 정세운:(버럭) 니놈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전하의 안위가 시급하거늘 김용: 으흠 (고개 돌리는) 정세운:(부들부들 떨며) 난 곤성전으로 중전마마의 안위를 물으러 갈 테니 자네는 영수전으로 가보시게. 전하께서는 그 중 한 곳에 계실 것이야 급히 달려가는 정세운. 김용:(죽어있는 밀직부사를 보더니) 어허, 이 일을 어쩐다. 내가 이거 판단을 잘못해서 호랑이 꼬리를 잡고 있는 꼴이 아닌가 #곤성전의 뜰(밤) 정세운, 달려온다. 웅성거리고 있는 최만생 등. 정세운: 전하께서 여기 계시느냐 최만생: 예, 대호군대감. 세분 대비 마마와 중전마마께서 모두 전하와 함께 계시옵니다 정세운:(전각을 향해 엎드리며) 전하. 소인 정세운이옵나이다. 지금부터 소인이 전하를 지켜드리겠나이다 #동. 안(밤) 명덕태후:(환하게 웃으며) 정세운이면 용호군의 대장이 아닙니까. 이젠 살았습니다 웃으며 노국공주와 덕녕공주, 희비를 둘러보는 명덕태후. 희비와 눈이 마주치더니 토라지듯 고개를 돌리는 명덕태후. 노국공주:.... 공민왕을 본다. 비로소 얼굴의 땀을 가만히 닦는 공민왕. #동. 뜰(밤) 정세운: 뭣들 하고 있느냐. 무기를 꺼내와 전하를 지켜드리지 않고 최만생이 서드른다. 여기저기서 무기를 꺼내와 무장하는 환관들. #대궐의 문. 앞(밤) 이제현의 가마가 온다. 서성거리는 대신들. 이제현이 가마에서 내린다. 염제신:(달려오며) 어서오십시오 익재대감. 대궐 안에 무슨 변이 난 모양인데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대궐 문을 열어주질 않습니다 이제현: 으음 대궐문을 바라본다. 대궐문이 열린다. 염제신: 이제야 열리는군요 반가워서 달려가려는데 안에서 쏟아져나오는 군마. 피하는 대신들. 정천기가 앞장서서 어디론가 달려간다. 염제신: 아니 저자는 제주 목사로 좌천당한 전 찬성사 정천기가 아닌가 이인복:(다가서며) 조일신의 수하지요 염제신: 조일신의 수하라니 이인복: 판삼사사 대감께선 소문도 못들으셨습니까. 조일신이 불평분자들을 모아 도당을 이루고 있다는 염제신: 허면 조일신이 대궐을 장악하고 난을 꾸미고 있다는 말씀이신가 이인복: 모를 일이지요. 대궐의 사정을 알 수가 없으니 염제신:(이제현에게) 이거 아무래도 큰일 났습니다. 정승께서 앞장을 서서 대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대궐 문이 다시 열린다. 최화상이 일단의 군마를 이끌고 나와 달려간다. 염제신: 저자는 최화상이 아닌가 이인복: 모두가 조일신과 한 패거리지요. 그러니 난을 꾸민 게 조일신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염제신: 으음 대궐문이 닫힌다. 염제신:(달려가며) 이놈들 문을 닫지 마라. 여기 정승께서 와 계시다 대궐문이 닫힌다. 염제신:(문 두드리며) 이놈들. 대궐문을 열어라. 조정의 중신들이 여기 다 모여 있느니라 아우성치는 염제신. 이인복:(이제현에게 슬며시)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 이제현: 으음 한숨만 내쉬는 이제현. #도성의 길(밤) 달려오는 군마. 정천기: 기철의 집부터 가자 길을 바꿔 달려간다. #기철의 집. 마당(밤) 우왕좌왕하는 청지기와 하인들. 기원:(안에다) 형님. 뭘 하고 계십니까. 어서 나오세요 #동. 안방(밤) 기철: 어머니, 일어나세요 기철모: 이 밤중에 어딜 가자고 기철: 잠깐 도성 밖으로 나갔다 오셔야 한다니까요 기철모: 난 못 간다 기철: 어머니. 여기 계시다간 큰 봉변 당하십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기철모: 어느 놈이 우릴 죽인다는 게야 기철: 그건 나중에 말씀을 드릴 테니 기철모: 너나 도망쳐라. 집을 비워놓으면 우리 집 세간을 다 훔쳐갈 텐데 나라도 지키고 있어야지. 어디 세간뿐이냐. 광 속에 묻어둔 금은보화는 다 어찌하고 기원:(밖에서) 형님. 빨리 나오세요. 놈들이 이리로 오고 있답니다 기철:(어쩔 줄 모르는데) 기철모: 내 걱정은 마라. 어느 놈들인진 몰라도 원나라 황후폐하의 어미가 되는 날 죽이겠느냐. 내 걱정은 말로 너나 어서 도망쳐 #동. 마당(밤) 기철, 나온다. 기원: 어머닌요 기철: 꼼짝도 안 하겠다고 저 고집이시니 기원: 형님. 우리 먼저 도망칩시다 기철:(안방 보더니) 기원아. 너는 남아 있거라. 조일신이 이 놈이 설마하니 너까지 죽이겠느냐. 넌 남아서 어머닐 모셔야지 기원:(울상이 되는) 기철:(청지기에게) 가자 청지기: 예, 대감마님 청지기와 하인들이 기철을 둘러싸고 밖으로 나간다. 기원: 형님. 나만 두고 가시면 어떡합니까 #동. 대문. 앞(밤) 나오는 기철. 청지기: 어디로 뫼실까요 대감마님 기철: 으음 (둘러보더니) 우선 도성 밖으로 나가서 연경 쪽으로 올라가자 말 위에 오르는 기철. 청지기가 받쳐준다. 기철:(말에 타서 안에다) 어머니. 몸조심 잘하고 계세요 소리치고는 말을 몰아 달려간다. 따르는 청지기와 하인들. #초선의 집. 마당(밤) 마루에 서있는 초선. 박서방: 부원배들의 집을 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궐에서 집이 제일 가까운 고용보는 이미 도륙을 당했고, 지금은 기철의 집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초선:....... 담밖을 바라보는 초선. 멀리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보인다. 초선: 점포를 잘 단속하시게 박서방: 예, 마님. 가자 공철과 하인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박서방. #동. 안방(밤) 초선, 들어온다. 반야를 재워주고 있는 박의처. 박의처: 난리가 터진 모양이지요 마님 초선: 그런 모양일세 박의처: 반야가 클수록 인물이 나네요. 이 다음에 크면 한가닥 하겠어요 초선:..... 잠든 반야를 내려다보는 초선. 잠든 반야. 초선:...... 미소 짓는다. 박의처: 웬 난린지 초선: 걱정할 게 뭐 있느냐. 저희들끼리 죽고 죽이는 것을 박의처: 언제나 좋은 세상이 올지 까마득하니까 그렇지요 초선:....머지 않아 올 것이야 반야를 본다. 잠든 반야. 초선: 오고 말고 반야의 얼굴을 어루만져주는 초선. #초선의 다점. 앞(밤) 부원배들과 그 가족을 포박해서 끌고오는 군졸들. 좌판 뒤에 숨어서 보고 있는 원현. 원현: 또 잡혀갑니다 (얼른 눈을 감는다) 부원배와 가족들을 두들겨 패고 있는 군인들. 원현:(다시 눈 떠서 보더니) 저러다 사람 죽이겠네 돌아본다. 팔베개 하고 벌렁 누워 눈 감고 있는 신돈. 원현: 편조스님. 저것 좀 보세요. 부녀자들까지 피투성입니다 신돈: 눈만 감으면 극락인데 눈은 왜 떠서 지옥을 보고 계시는가 원현: 너무 불쌍하니까 그렇지요 신돈: 그렇게 불쌍하면 원현스님이 대신 매를 맞으시든지 돌아 누워버리는 신돈. 원현:(보더니) 참 편조스님두 신돈:(보더니) 왜 원현: 어떨 땐 참 인정도 없으십니다 신돈: 지금 끌려가고 있는 놈은 원나라 황실에 딸을 바치고 부귀영화를 누리던 부원배야 원현: 그렇다고 그 식솔들까지 잡아갑니까 신돈:(벌떡 일어나며) 그러면서 세상이 뒤집히길 바라시나 원현:...... 신돈: 원현스님께서 세상에 뒤집히는 꼴을 한번도 못 보셨구만 원현: 편조스님은 보셨습니까 신돈: 못사는 놈이 잘사는 놈을 때려죽이는 게 그게 바로 세상이 뒤집히는 거야. 상상이 가시는가 원현: 부원배들을 때려죽이는 게 세상이 뒤집히는 겁니까 신돈: 저거야 사정이 다르지. 잘 사는 놈이 더 잘 살자고 죽이는 거니까 싱긋 웃고 누워버리는 신돈. 원현:..... 거리를 본다. 조용하다. 원현:(중얼거린다) 신돈: 뭐라고 중얼거리시는가 원현:(화나서) 서로 죽이지 않고도 잘 사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신돈:(놀리듯) 아이구 한번 해 본 소립니다. 잘 살자고 사람을 죽여서야 되겠습니까. 그만 잠이나 주무시지요 원현스님 원현:(놀라서) 저기 또 옵니다 박서방과 공철 등이 몽둥이를 들고 온다. 반가워서 몸을 일으키는 원현. 박서방: 웬놈들이냐 몽둥이를 움켜쥐는 박서방. 원현: 접니다 (공철보더니) 원현입니다 공철스님. 이 밤중에 웬일이십니까 공철: 도둑을 지키러 왔습니다 신돈:(일어나며) 여긴 걱정마시게. 원현스님과 내가 잘 지키고 있으니 박서방:....... 훑어본다. 신돈: 원 의심은 박서방: 다른 점포를 둘러보세 박서방과 공철 등 간다. 원현: 그것 보십시오. 깨어 있었으니 망정이지 잠들어 있었으면 불문곡직 몽둥이 세례를 받을 뻔 했잖습니까 신돈: 저것 좀 보시게 누워서 밤하늘을 가리키는 신돈. 원현, 하늘을 본다. 유성들이 길게 꼬리를 그리며 떨어지고 있다. 원현:(하늘 보며) 사람이 죽으면 별똥이 떨어진다고 하더니 오늘 밤에 여러 사람이 죽어나가나 봅니다 (한숨 쉰다) 신돈:...... 밤하늘을 바라보며 쓸쓸히 웃는다. 유성이 또 하나 길게 진다. 신돈:......그런 세상이 오겠습니까 스님 #개태사의 방 안(밤)(회상) 큰스님: 그런 세상이라니 신돈:(큰스님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천민이 평민이 되고 평민도 귀족이 되는 그런 세상 말씀입니다 큰스님: 오겠지. 부처님께서 다 평등하다고 하셨으니 신돈: 부처님 가신 지가 천 년이 넘었는데도 안 오는데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까 큰스님: 천 년을 기다렸는데 천 년을 또 못 기다릴까 웃통을 벗어젖히고 코를 드르렁 골며 자던 덕운이 벌떡 일어나 뺨을 때린다. 덕운: 아이고 이 놈의 모기. 정말 못 살겠네 모기를 잡느라고 난리다. 큰스님:(혀를 차며) 아 이놈아. 살은 디룩디룩 쪄가지고 모기가 살아보겠다고 피동냥을 좀 했기로서니 그 피한방울이 아까워서 살생을 해 덕운: 아 피가 아까워서 그러나요. 가렵고 따끔거리니까 그렇지요 큰스님: 갖다 둘러대기는 그놈 덕운:.... 졸리운지 다시 드러누워 코를 곤다. 큰스님: 중놈이 저렇게 인색하니 모기가 무슨 재주로 먹고 살꼬 혀를 차는 큰스님. 신돈: 스님 큰스님: 왜 신돈: 스님 생전엔 그런 세상이 안 오겠지요 큰스님: 모르지. 올지도 신돈:..... 큰스님: 안 오기 십상이겠지만 신돈: 허면 그런 세상이 오게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큰스님: 무슨 재주로 신돈:....... 큰스님:(돌아보며) 무슨 재주로 이 놈아 신돈:(씩 웃는다) 큰스님: 가만 있어 봐라 이놈 돌아앉는 큰스님 큰스님: 부처님도 못 만든 세상을 니놈이 무슨 재주로 만들겠다는 게야 신돈: 누가 그런 재주가 있다고 했습니까. 그런 세상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했지요 큰스님: 그게 그거 아니냐 이놈아 신돈:...... 큰스님: 그게 인력으로 되는 일이냐. 인력으로 그런 일을 하자면 사람이 수태 죽어나가야 해 신돈:(정색하고) 그렇다고 이렇게 살란 말씀입니까 스님 큰스님:.... 신돈:(눈물이 치솟는다) 이렇게 한 세상을 살다 가야 하는 거라면 저는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큰스님: 그럼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서 나무에다 목을 매 신돈:...... 일어난다. 큰스님: 어딜 가려구 신돈:(힐끔 본다) 큰스님: 정말 나무에다 목을 매려고 나가는 게냐 신돈: 하다하다 안 되면 모를까 제가 왜 벌서부터 나무에 목을 맵니까 큰스님: 이, 이, 이놈이 가끔 가다 사람 겁을 준다니까 좋아서 웃는 큰스님. #초선의 다점. 앞(밤)(현실) 신돈:..... 눈 감고 누운 얼굴에, 큰스님:(소리) 편조야. 부처님께서도 꿈을 꾸신 게야.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당장 온다고 믿으셨겠느냐. 꿈을 꾸셨겠지. 부처님의 꿈이 아름다우니 우리가 그 꿈을 믿고 의지하는 게 아니겠느냐. 천 년 넘게 기다렸으니 천 년을 더 기다리지 못할 까닭이 무엇이 있겠느냐...... 신돈:..... 감은 두 눈에 배어나오는 눈물. #도성 밖의 길(밤) 기철이 도망쳐 온다. 기철: 서둘러라. 나를 죽이려는 놈이 조일신인지 전한지 알 수가 없으니 되도록 연경과 가까운 곳으로 도망을 쳐야 한다 말을 재촉하는 기철. 뛰어서 따라가는 청지기와 하인들. #기철의 집. 마당(새벽) 정천기와 군인들이 들이닥친다. 기원:(마루에서) 이놈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왔느냐 정천기: 끌어내라 군인들이 기원을 마루에서 끌어내린다. 마당에 꼬꾸라지는 기원. 두들겨패는 군인들. 비명을 질러대는 기원. 정천기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동. 안방(새벽)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정천기와 군인들. 버티고 있는 기철모. 기철모: 이놈들.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정천기: 기철이 숨어 있는 곳을 대시오 기철모: 내가 누군 줄 모르느냐 이놈들. 원나라 황후폐하께서 내 뱃속에서 나왔다 이놈들 정천기: 뒤져라 방 안을 뒤지기 시작하는 군인들. #동. 마당(새벽) 기철모를 양 옆에서 들다시피 해서 들고 나오는 군인들. 기원: 어머니 기철모: 놔라 이놈들아. 날 어디로 끌고가려는 게야 정천기:(나오며) 집 안에 있는 놈들을 다 묶어서 데리고 가자 기원: 이놈들. 우리 어머니를 놓아드리지 못하겠느냐 달려드는 기원. 정천기가 칼을 빼서 기원을 내리친다. 기원: 으윽 목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는 기원. 피를 토한다. 기철모: 에그머니나. 이놈들이 내 아들을 죽이네. 내 아들을 죽여 마루에 주저앉아 마루바닥을 치는 기철모. #순군옥의 감옥 안(새벽) 부원배들과 그 가족을 잡아와 감옥 안에 처넣는다. 울고불고 아우성이다. 기철모:(감옥 안에서) 이 놈들 어디 두고 보자. 황후폐하께서 니놈들을 그냥 둘 것 같으냐 이놈들 #선경전의 안(새벽) 조일신: 기철을 놓쳤단 말인가? 정천기: 눈치를 챘는지 기철은 이미 도망치고 없었습니다. 대신 기원이를 죽이고 기철의 어미를 순군옥에 잡아넣었습니다 최화상: 기철의 어미는 원나라 황후의 생모가 아닙니까. 나중에 그 뒷감당을 어찌 하시려고 조일신: 기원이를 죽였으니 돌이키긴 이미 늦었소. 그보다 기철을 잡아 죽여야 후환을 막을 수가 있소이다. 멀리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니 군사들을 풀어 당장 잡아들이도록 하시오 정천기:.... 조일신: 뭘 꾸물대는 거요. 기철을 당장 잡아들이라니까 #어느 산길(새벽) 기철의 하인 하나가 숨가쁘게 달려온다. 기철이 나무에 기대 씨근거리며 쉬고 있다. 하인이 청지기에게 귓속말을 건넨다. 청지기:(울면서) 대감마님 기철: 이 놈이 울기는. 어찌 됐다고 하드냐 청지기: 셋째 대감마님께서는 역적놈들 손에 참살을 당하셨고 마님께서는 순군옥으로 잡혀가셨다고 하옵니다 기철: 기원이가 죽어? 청지기: 예, 대감마님 기철: 기륜이는 청지기:(우는) 기철: 둘째는 어떻게 됐냐고 묻질 않느냐 청지기: 행방을 모른다고 하옵니다 기철: 허면 죽진 않은 모양이구나 청지기: 이 일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대감마님 기철:(옷 털고 일어나며) 부지런히 가자. 죽은 놈은 죽은 놈이고 연경으로 가야 목숨을 부지할 모양이다 뛰뚱거리며 말에 올라타는 기철. 기철:(돌아보더니) 어디 두고 봅시다. 그 자리에 얼마나 앉아있는지. 이럇 말을 재촉해서 부지런히 도망치기 시작하는 기철. #선경전의 안(새벽) 조금씩 불안해서 웅성거리는 조일신의 패거리들. 조일신:...... 슬그머니 밖으로 나간다. #동. 뜰(새벽) 조일신:...... 하늘을 본다. 먼동이 트고 있다. 조일신:(신음한다) 일이 틀린 게 아닌가 선경전 안을 본다.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조일신: 옳거니. 일이 여의치 않으면 김용한테 뒤집어씌우면 될 일이 아닌가 웃으면서도 불안한 조일신. #곤성전의 뜰 정세운과 최만생 등 환관들이 무장을 하고 지키고 있다. 안에서 공민왕이 나온다. 최만생: 전하 공민왕: 대전으로 가자 정세운: 아니 되십니다. 좀 더 사정을 알아보신 연후에 공민왕: 지난 밤에 죽은 사람이 여럿이라고 들었습니다. 헌데 임금이란 자가 중궁전에 숨어서 눈치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소이까 정세운: 전하. 지난 밤에 난을 일으킨 자가 누군지 그 전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옵니다. 잠시만 기다리고 계시면 공민왕:(버럭) 내가 그게 알고 싶어 대전으로 가겠다는 겁니다 정세운: 정 그러시다면 소신이 앞장을 서겠나이다 공민왕: 대호군께서는 중전을 지켜주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중전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아시겠소이까 정세운:....... 공민왕: 가자 가는 공민왕. 최만생과 환관들이 따른다. #동. 안 가만히 고개 숙이고 있는 노국공주. 명덕태후:(못마땅해서) 주상께서 감당을 하시겠습니까 노국공주:.....(미소) 명덕태후: 난을 일으킨 자가 누군 지도 모르는데 주상 혼자서 대전으로 가신다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덕녕공주: 전하께서 그만한 기백이 없으시겠습니까 명덕태후: 칼 앞에 장사가 없다고 저들의 속셈을 모르니 하는 소리지요 덕녕공주: 저들이 전하를 해치고자 했으면 어젯밤에 이리로 몰려들 왔을 겁니다 명덕태후: 으음 덕녕공주: 아침이 되도록 조용한 걸 보니 역모는 아닌 듯 싶습니다 미소 지으며 노국공주를 본다. 노국공주:...... 가만히 고개 숙이고 있는 노국공주. 덕녕공주: 저는 전하보다 중전이 더 걱정이 됩니다 명덕태후: 그게 무슨 소립니까. 중전이 더 걱정이시라니 덕녕공주: 저들이 부원배들을 죽이고 잡아들였다니 원과 맞서겠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명덕태후:.... 노국공주를 본다. 노국공주:..... 명덕태후를 본다. 명덕태후: 설마하니 중전을 폐하라는 소리까지야 하겠습니까 노국공주를 흘키듯 보며 알 수 없는 외마디 웃음을 터뜨리는 명덕태후. 노국공주:....... 그저 미소. #강안전의 안 조일신:(울면서) 전하. 소신을 의심하고 계시나이까 공민왕: 역모가 아니라면 내 허락도 없이 군사를 이끌고 대궐로 들어와 대전의 문을 부수고 밀직부사를 죽였겠소이까 조일신: 소신이 역모를 꿈꿨다면 지금 이 자리서 소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전하 엎드려 흐느끼는 조일신. 공민왕: 허면 어째서 군사들을 이끌고 대궐을 침범한 것이오 조일신: 전하. 지금은 소상히 말씀을 드릴 수 없으나 전하를 시해하려는 자들이 대궐을 침범하려한다는 밀고가 있었사옵나이다. 소신은 처음에 그 말을 믿지 않았으나 어젯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군사들이 대궐을 포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하를 지켜드리려고 급히 대궐로 달려온 것이옵나이다 공민왕: 허면 어젯밤에 대궐에 들어온 군사들은 경이 데리고 온 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조일신:(다시 울며) 신이 어찌 전하를 시해하려고 하였겠나이까 공민왕:...... 울고 있는 조일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공민왕. 조일신: 신을 믿어주십시오 전하. 원에 볼모로 연경에 끌려가신 전하를 십 년이 넘게 수종한 신이옵나이다. 신이 부귀영화만을 바라고 전하를 뫼시었겠나이까 공민왕:.......(한숨) 조일신:...... 엎드려 울면서 힐끔 공민왕을 본다. 공민왕: 하긴 경이 날 배신할 리가 없지........ 조일신:(얼른) 전하. 소신에게 맡겨주십시오. 소신이 우선 역적들을 잡아죽여 이 일을 바로 잡겠나이다 공민왕: 누구요 조일신:...... 공민왕: 역모를 꾸민 자가 누군지 말씀을 해보시오 조일신: 차마 제 집으로 말씀을 올리기가 공민왕: 김용이요? 조일신:(놀라는 척 본다) 공민왕: 응양군의 대장인 김용이 묵인하지 않았다면 외부의 군사들이 대궐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을 것이 아니오 조일신:(울면서 엎드리며) 소신 역시 믿어지지가 않사옵니다 전하. 전하를 뫼시고 연경에서 동고동락한 김용이 그런 무서운 음모를 꾸밀지는.......(흐느낀다) 공민왕:(부르르) 어디 있소이까 김용은 조일신: 소신이 입궐하자마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용을 잡아 죽여 일을 수습하려고 하였으나 행방을 찾을 수가 없나이다. 필경 어딘가에 숨어 공민왕:(울듯이) 그게 정말이오. 나를 죽이려던 자가 김용이란 말이오 조일신: 신이 어젯밤에 전하의 안위가 걱정되어 강안전으로 달려와보니 김용이 지금 전하께서 앉아 계시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나이다 공민왕:(부르르) 조일신: 신이 기가 막혀 전하께서는 어디 계시느냐고 물었더니 김용이 군사들을 풀어 전하를 찾고 있다고 하였나이다. 신이 김용에게 헌데 그 자리가 어느 자린데 거기 앉아 계시는가 하고 물었더니 김용이 껄껄 웃으며 이 자리가 내 자리라고 하였나이다 공민왕: 으음. 이런 죽일 놈을 보았나 조일신:(울면서) 전하. 지금은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나이다. 조정의 대신들 중에도 김용과 내통한 자가 한둘이 아닐 것이옵니다. 누가 적인지 아닌지 판단을 할 수가 없으니 전하의 안위가 심히 염려되옵나이다 공민왕: 고맙소이다. 경이 아니면 내가 큰 일을 당할뻔 하였소이다 조일신: 며칠만 참고 기다려주시옵소서 전하. 신이 김용과 역모를 꾸민 자들을 다 찾아서 전하께 대령을 하겠나이다 공민왕: 밖에 우대언 있느냐 (*우대언 - 왕명을 전달하던 직책으로 조선시대의 승지와 같은 역할) 최만생:(밖에서) 예, 전하 공민왕: 안으로 들라 해라 방문이 열리고 우대언이 들어온다. 공민왕: 쓰라. 조일신을 좌정승으로 삼는다. 조일신: 전하 공민왕: 이제현은 믿을만하오. 정승과 상의하여 이 일을 수습해주시오 조일신: 분골쇄신, 전하께 충성을 다 하겠나이가 감격하여 흐느끼는 조일신. #동. 뜰 나오는 조일신. 조일신:...... 싱긋 웃는다. 최화상: 일이 잘 되었습니까? 조일신:.... 최화상을 가만히 바라보는 조일신. #동. 안 시립한 최만생. 공민왕: 기철은 어찌됐다고 하더냐 최만생: 덕성부원군의 생사는 알 수 없으나 기원은 집에서 참살을 당했다고 하옵나이다 공민왕: 기철을 죽이지 못했단 말이냐 최만생: 그런 듯 하옵나이다 전하 공민왕:......(가만히 신음) #동. 뜰 조일신: 아무리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닌 듯 싶소 최화상: 무슨 말씀이신지 조일신: 허리에 차고 계시는 그 칼 말씀입니다 최화상:(좋아서) 명검 중의 명검이지요. 집 안에 대대로 물려오는 가봅니다 (웃으며) 어젯밤에 쓰려고 차고 나왔는데 피 한방울 못 묻혔습니다 조일신: 그래요 (슬며시 주위 살피더니) 어디 한번 구경이나 합시다 최화상: 그러시지요 칼을 뽑아 조일신에게 준다. 칼을 받아 요모조모 살펴보던 조일신이 느닷없이 최화상을 내려친다. 윽 신음하며 비틀거리는 최화상. 조일신: 네 이놈. 네 놈이 이 칼로 전하를 시해하려고 했겠다 또 한번 후려치는 조일신. 손을 내밀어 막으려고 하는 최화상. 조일신: 이 역적 놈. 네 놈이 그러고도 살기를 바라느냐 서너 번 더 후려치는 조일신. 쓰러지는 최화상. #동. 안 공민왕:..... 조일신:(밖에서) 전하. 역적 하나를 잡아 죽였나이다 #동. 뜰 최화상의 시신을 밟고 서서 미친 듯이 웃어대는 조일신. #동. 안 공민왕:..... 조일신의 웃음 소리. 눈치를 보는 최만생. 공민왕: 기철이 도망을 쳤다. 보나마나 연경으로 달려갔겠지 부르르 떠는 공민왕. #대궐의 일갈 조일신: 아직도 김용일 못 찾으셨는가 정찬기: 대궐 안엔 없는 듯 싶습니다 조일신: 무슨 일이 있어도 김용을 잡아 죽여야 하네. 내가 전하께 어젯밤 일은 김용과 최화상이 짜고 꾸민 역모라고 고했네 정찬기:(흠칫) 조일신: 최화상은 이미 내가 죽였으니 김용만 잡아 죽이면 우리들 세상이 올 것이야 숨죽여 웃어대는 조일신. 겁에 질려 바라보는 정천기. #강안전의 뜰 노국공주:..... 바라본다. 환관들이 최화상의 시신을 끌고 나가고 있다. #선경전의 안 웅성거리는 대신들. 용상 계단에 반쯤 올라가 교지를 흔들어보이고 있는 조일신. 조일신: 전하께서 나를 우정승으로 임명하시고 익재대감과 상의하여 이 난국을 수습하라고 하시었소 웅성거리는 대신들. 이인복:(히죽 웃는다) 조일신: 어젯밤 역모는 상호군 김용과 최화상이 꾸민 것이오. 내가 이미 최화상을 잡아죽였고 김용을 찾고 있는 중이니 김용을 잡아들이면 어젯밤 역모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질 거요 염제신:(떨며) 수종공신인 김용이 무슨 이유로 전하를 시해하려고 했다는 거요 조일신:(대신들을 가리키며) 이 중에도 동조자가 여럿 있을 것이오 흠칫하는 대신들. 조일신: 내가 다 찾아내서 역모로 다스릴 것이외다 겁에 질리는 대신들. #강안전의 안 노국공주:..... 바라보고 앉아있다. 공민왕:(웃으며) 염려마세요. 조일신이 잘 해결을 할 겁니다 노국공주: 고용보를 비롯한 부원배들이 여러 명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공민왕: 부원배들이 이 나라를 망친 건 천하가 다 아는 일이 아닙니까. 언젠가 반드시 그 죄를 물어야 할 자들입니다 노국공주:.....(바라보는) 공민왕: 원의 문책이 두렵다 그 말씀입니까 노국공주: 전하 공민왕: 고려의 일입니다. 저들이 무슨 명분으로 나를 문책한단 말씀입니까 노국공주: 그걸 다 감당하실 자신이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공민왕: 있구말구요 노국공주:...... 공민왕: 부원배들을 처단하지 않곤 나라를 바로 잡을 수가 없습니다 노국공주:...... 공민왕:...... 노국공주: 그러시면 됐습니다 공민왕: 어차피 한번은 넘어야 할 고빕니다. 기왕지사 일이 이렇게 됐으니 감당을 해야지요 #선경전의 안 염제신: 기철은 황후폐하의 오래비가 아닙니까 조일신: 그래서요 염제신: 원나라 조정에서 가만히 있겠느냐 그겁니다 조일신: 팔십 년이 넘는 세월을 원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이 수모를 더 참고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이제현:.....(눈 감고 있는) 조일신: 문책을 하든 군대를 보내든 마음대로 하라지요. 차제에 원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인복: 우리 국력으로 그게 되겠습니까 조일신: 안될 게 뭐요 이인복: 큰소리만 칠 것이 아니라 조일신: 원의 국력은 예전만 못합니다. 한족들이 도처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데다 황제는 기황후의 농간에 여색에 빠져 있소이다. 고려를 칠 여유가 없소이다 웅성거리는 대신들. 조일신: 또 한번 말씀 드리지만 이건 전하의 뜻이외다. 전하의 뜻이 아니라면 내가 어찌 감히 기철을 비롯한 부원배들을 한꺼번에 처단하려고 했겠소이까 웅성거리는 대신들. 이인복: 허면 어젯밤 일은 전하께서 계획하신 일이란 말씀이십니까 조일신: 그렇다니까요 웅성거린다. 조일신: 전하께서 기철을 잡아들이려는 걸 김용이 눈치 채고 기철을 피신시킨 겁니다. 근자에 김용과 기철이 가까이 지낸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닙니까 염제신: 좋소이다. 전하의 뜻이 그렇다면 원에 맞서 싸워야지요 #강안전의 안 노국공주: 조일신을 너무 믿지 마십시오 전하 공민왕:....... 노국공주: 원에 맞서 싸우시려면 전하께서 직접 하시면 됩니다 공민왕:(역정내듯) 조일신에게 딴 뜻이 있다면 기철과 부원배들을 죽이려 했겠습니까 노국공주:.... 공민왕: 차라리 나를 죽이고 기철과 한 패거리가 됐겠지요 #선경전의 안 조일신: 어차피 원나라와 등을 돌렸습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에요 염제신: 힘을 합합시다. 우리가 다 죽기로 작정을 한다면 독립을 얻을 수가 있을 겁니다 여기저기서 끄덕이며 동조한다. 조일신: 그런데 한가지 더 할 일이 있소이다.....(살핀다) 염제신: 말씀을 해보시오 조일신: 원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면 이 나라 왕실의 원나라 공주들부터 물리쳐야 합니다 웅성거린다. 조일신: 생각들을 해보세요. 이 나라 왕들이 어디 왕 노릇을 제대로 해본 적이 있었습니까. 몽골 공주들이 이 나라 정사를 좌지우지 하지 않았소이까 이제현:.....(눈 감고 신음) 조일신: 이것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소란이 일어난다. 이인복: 그 말씀은...... 조용해진다. 이인복: 지금의 중전마마부터 폐해야 한다 그 말씀이외까 조일신:(흠칫) 이인복: 그렇소이까 조일신: 그래야지 소란. 조일신: 당연히 그래야하고 말고 더 소란. 조일신: 백성들이 덕경부로 행차하던 중전의 가마에 돌을 던졌어요. 이것이 민심이외다. 더는 원나라의 아니 사막의 오랑캐나 다름없는 몽골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는 고려인의 뜻이 아니고 뭐겠소이까. 그러니 당연히 중전부터 폐해야지요 #강안전의 안 노국공주:..... 공민왕:(피하듯) 그럴리가요 노국공주: 고용보를 죽이고 기원을 죽이고 기철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공민왕:..... 노국공주: 원에 맞서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그리 했겠습니까 공민왕: 그렇다고 중전을 폐하라고 하겠습니까 노국공주: 그래야지요 공민왕:...... 노국공주: 전하께서 몽골의 공주를 부인으로 두고 있는데 누가 창칼을 손에 들고 나가 원에 맞서 싸우겠습니까 #선경전의 안 조일신:(미친듯이) 싸워야 합니다. 기철을 비롯한 부원배들을 다 잡아 죽이고 중전을 폐한 다음 원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원나라 공주들부터 대궐에서 모두 쫓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백성들이 따릅니다 환호성을 지르는 대신들과 염제신. 이인복:..... 힐끔 이제현을 바라본다. 이제현:....... 지긋이 눈 감고 있는 이제현. #강안전의 안 노국공주: 저부터 폐하라고 하면 전하, 그리하십시오 전하 공민왕:...... 괴로운 듯 고개 돌리고 있다. 노국공주:.... 미소와 함께 눈물이. <신돈 제17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