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30회 <신돈> -30회 - #곤성전의 안 배를 얼싸안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는 노국공주. 바라보는 초선. 노국공주: 이젠 견딜만 하다. 어떨 때는 통증이 심해서 마치 칼로 살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구나 초선:....(가만히 바라보는) 노국공주: 원 이렇게 아파서야 어디 애를 날꼬 (웃더니) 자네도 애를 가졌을 때 나처럼 고생을 했는가 초선:(웃으며) 아니옵니다 마마 노국공주: 자네는 수월했단 말이지 초선: 그런 것이 아니옵고 소인은 아직 혼전이온지라 노국공주: 내 정신보게. 멀쩡한 처녀를 시집부터 보낼 뻔했구나 (웃더니) 혼자 사시게. 나는 어려서부터 해산하다 죽은 여인을 여럿 보았다 초선: 무서우십니까? 노국공주: 산고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고 들었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산모의 오만가지 뼈들이 다 움직인다고 하질 않느냐 초선:.....(미소) 노국공주: 허나 전하께서 기뻐하실 것을 생각하면 그까짓 고통쯤이야 못참을 게 뭐가 있겠느냐 초선: 황공하오나 마마, 소인이 의술을 조금 배워 알고 있사온데 안도치:(밖에서) 마마. 대비마마께서 납시어 계시옵나이다 노국공주:(시립한 김상궁에게) 어서 뫼셔라 김상궁, 얼른 가서 방문을 연다. 일어나 옆으로 가 서는 초선. 명덕태후와 덕녕공주가 들어온다. 명덕태후:(화사하게 웃으며) 원 숨길 것이 따로 있지. 언제까지 쉬쉬하실 참인고 노국공주가 황급히 일어나려고 한다. 명덕태후: 그냥 앉아 계시게. 홀몸도 아닌데 좋아서 웃는 명덕태후. #강안전의 안 웃고 있는 공민왕. 이제현: 무슨 말씀이시온지 옆에 앉은 신돈을 힐끔 쳐다보며 공민왕에게 묻는 이제현. 공민왕: 기철과 부원배들의 재산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제현:.... 공민왕: 그 많은 재산이 다 어디서 났겠습니까. 백성들로부터 거둬들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제현: 으음 공민왕: 그 뿐이 아니지요. 부원배들이 거느린 노비가 수백 수천인데 본래는 다 양민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생트집을 잡아 노비로 삼아 마음대로 부려먹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우정승대감 이제현: 예.....그렇다고 봐야겠지요 공민왕: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제현: 황공하오나 전하, 원래 역적의 재산은 역적을 물리치는데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공민왕:(막듯이) 본디 백성들의 것을 공신들에게 나눠줘서야 되겠습니까. 원래의 임자를 찾아서 다 돌려줘야지요 이제현:....... 공민왕: 이번 일은 내가 편조에게 맡길까 합니다 이제현:....... 놀래서 신돈과 공민왕을 번갈아보는 이제현. 신돈:(고개 숙이는) 공민왕:(싱긋 웃는) 이제현: 전하. 조정의 일을 민간에서 맡아 할 수는 없나이다 공민왕: 그래서 내가 우정승을 부른 것입니다 이제현:..... 공민왕: 어찌하면 내가 이 일을 편조에게 맡겨서 할 수 있는지 우정승께서 궁리를 좀 해주세요 신돈을 보며 환하게 웃어보이는 공민왕. 더 고개를 숙이는 신돈. 이제현:..... 깊은 한숨. #곤성전의 안 명덕태후: 중궁전에서 시치미를 딱 떼고 있으니 모른 척 하고 있어야겠는데 생각만해도 절로 웃음이 나오니 참을 수가 있어야지 (웃으며) 어디 손 한번 잡아보세 손 내미는 명덕태후. 노국공주가 손을 내민다. 그 손 꽉 잡는 명덕태후. 명덕태후: 그 동안 서운하셨겠네. 이 늙은 시어미가 심술께나 부려서 노국공주: 별말씀을으요 명덕태후: 내가 얼마나 초조했겠나. 왕자를 얻어야 왕실이 든든해지겠는데.....(노국공주의 손등을 두드려주며) 이젠 한시름 놨네그려 소리내어 웃는 명덕태후. 미소지으며 바라보는 덕녕공주. 김상궁 옆에 시립한 초선. 그런 모습을 좀 불안해서 바라보고 있다. #강안전의 복도 나오는 이제현. 공민왕:(안에서 내다보듯) 방법이 있을 겁니다. 우정승께서 좀 찾아봐주세요 웃는 공민왕의 모습. 방문이 닫힌다. 이제현:..... 또 한번 한숨. #동. 안 공민왕: 어떠냐 신돈:...... 공민왕: 내가 너와 한 약속을 꼭 지킬 것이야 웃는 공민왕. 가만히 미소하는 신돈. 공민왕: 그냥 웃고만 말거냐. 내가 너를 위해 큰 일을 하고 있거늘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는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신돈: 전하께서 그 일을 소신에게 맡기시면 조정대신들에게 몹시 시달리실 것이옵니다 공민왕: 그렇겠지 신돈:....... 공민왕: 좀 전에 우정승의 얼굴을 못 보았느냐. 마치 벌레를 씹은 듯 울상을 짓고 있는 모습이라니 재밌다는 듯 웃어대는 공민왕. #곤성전의 뜰 나오는 명덕태후와 덕녕공주. 따라나오는 김상궁. 덕녕공주: 잘하셨습니다. 중전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을 겁니다 명덕태후: 하긴 입장이 난처했겠지. 주상께서 원과의 인연을 모두 끊겠다고 하시는 마당에 중전이 무슨 명목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을꼬 덕녕공주:(미소) 명덕태후: 그런 터에 회임을 했으니 복도 많지 뭔가 웃는 명덕태후. 문득 기다리고 서있는 혜비를 본다. 숙이는 혜비. 명덕태후:(혀차며) 니 복이 그뿐인가 보다. 참고 살거라 한숨 쉬듯 내쉬는 명덕태후. #동. 안 초선:...... 바라본다. 노국공주:...... 다시 배를 감싸안듯 손으로 어루만지고 있는 노국공주. 초선: 또 불편하시옵니까 노국공주:...... 보더니 가만히 끄덕인다. 초선: 황공하오나 마마, 소인이 손으로 한번 만져봐도 되겠사옵니까 노국공주:.....(본다) 초선: 소인의 무례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초선의 손이 노국공주의 배를 향한다. #동. 복도 노국공주:(안에서) 아 짧은 신음 소리. 놀래서 안을 보는 안도치. 초선:(소리) 아프십니까 마마 노국공주:(소리)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초선:(소리) 이쪽도 그러십니까 노국공주:(소리) 아 안도치:(놀래서) 마마. 편찮으시옵나이까 노국공주:(소리) 아니다 #동. 안 노국공주:...... 가만히 한숨 내쉬는 노국공주. 초선:..... 손 떼고 바라보고 있다. 노국공주: 뭐가 잘못 됐느냐 초선:..... 노국공주: 아는 게 있으면 말을 해보아라 초선:(웃으며) 아니옵니다 마마. 다만......(망설이는) 노국공주:(기다린다) 초선: 제 생각이 틀렸을 겁니다. 궁중의 어의들이 마마께서 회임을 하셨다고 하는데 설마하니 오진을 했겠사옵니까 (웃으며) 초산이시니 다소 힘이 드실 것이옵니다 또 한번 웃어보이는 초선. #동. 뜰 나오는 초선. 안도치가 부리나케 따라나온다. 안도치: 나 좀 보시게 초선:(멈춘다) 안도치: 중전마마의 용태가 어떠신가 초선: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안도치: 범상치 않으신가 초선:....... 안도치: 중전마마께선 요즘 잠을 편히 못 주무시네. 한밤 중에도 일어나시어 끙끙 앓으시는 눈치시네 초선: 제가 용한 의원을 알고 있습니다. 짐작가는 데가 있긴 하지만 의원과 상의를 한 연후에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안도치: 중전마마께서 잘못되시면 큰일 나네. 부원배들을 속시원히 몰아내기는 했으나 원나라와 사이가 나빠지면 마마께서 운신하시기가 힘이 드시네 초선: 잘 알고 있습니다 안도치:(전각을 보며) 무슨 일이 있어도 왕자님을 낳으셔야 할 텐데 #동. 안 노국공주:..... 배를 얼싸안고 진땀을 흘리고 있는 노국공주. 그런 노국공주를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김상궁. #대궐의 길 초선이 온다. 기다리고 서있는 신돈. 신돈: 지금 나오십니까 초선: 들어가신 일은 잘 되셨습니까 신돈:.....(웃음을 참듯 바라보는) 초선: 좋은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신돈: 예. 보살님 덕분에 전하께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초선: 그래요 신돈: 부원배들의 재산을 모두 거둬들여 원래의 주인들에게 돌려주라는 어명을 받았습니다 초선: 전하께서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환하게 웃는 초선. #기철의 집. 앞 지키고 있는 관군들. 원현과 공철이 장정들을 데리고 온다. 관군: 웬놈들이냐 원현: 오늘부터 우리가 덕성부원군의 집을 접수하겠소 공철이 장정들과 함께 대문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관군:(막으며) 판삼사사의 허락없이는 아무도 못 들어간다 원현: 어명이외다. 부원배들의 재산에 손끝 하나 못대게 하라는 어명을 받았소이다 영문을 몰라 흠칫하는 관군. 원현이 들어가라는 고개짓. 관군을 밀치고 대문을 열고 우르르 안으로 들어가는 공철과 장정들. 원현: 가자 남은 사람을 데리고 가는 원현. #권겸의 집. 앞 원현이 장정들을 데리고 온다. 관군들이 막는다. 원현: 아직도 소식을 못들었느냐. 오늘부터 부원배들의 집은 우리가 접수하기로 했다 관군들을 밀치고 우르르 안으로 몰려들어가는 장정들. 슬금슬금 눈치보며 물러나는 관군들. 원현:.... 기분이 좋다. #초선의 집. 안방 신돈: 부원배들의 재산을 낱낱이 찾아내시게. 곡식 한톨도 빠트려선 안 되네 박서방: 예, 거사님 신돈: 노비 문서는 다 거둬들여서 원래 노비였던 자와 양민이었던 자를 분류해 놓으시게 박서방: 예, 거사님 신돈: 부원배들이 숨겨 놓은 땅들이 적지 않을 것일세. 그것도 다 찾아내시게 박서방: 알겠습니다 거사님 #동. 마당 나오는 박서방. 기다리고 서있는 장정들. 박서방: 부원배들의 숨겨 놓은 장부와 심복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 일은 어명으로 하는 것이니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 잡아들여라. 알겠느냐 “예!”하는 장정들의 우렁찬 대답. #동. 안방 초선: 너무 요란히 하시면 관료들의 반발 또한 거세지지 않겠습니까 신돈: 조용히 한다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어차피 넘어야 할 산입니다 #기철의 집. 마당 청지기: 아이구 살려주십시오. 소인은 아무 것도 모르옵니다 원현: 네 놈이 덕성부원군의 살림을 맡아하던 청지기 놈이 아니냐 청지기: 소인은 그저 잔심부름이나 하던 원현: 시끄럽다 이놈 (장부를 펼치며) 이 장부에 적혀있는 재물과 곳간에 들어있는 재물이 서로 다르니 그걸 어디다 빼돌렸느냐고 묻고 있는 게야 청지기: 소인은 모르옵니다 원현: 이 놈이 청지기를 에워싸고 있는 장정들에게서 몽둥이를 뺏어 청지기를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청지기: 아이구 사람 죽네 원현: 곳간이 반이나 텅텅 비어 있는 까닭이 무엇이냐 청지기: 그만큼 남아있는 것도 다행입지요. 아이구 죽는 시늉하는 청지기. 원현:(매질을 멈추고) 그만큼 남아 있는 것도 다행이라니 청지기: 난리가 터진 다음날 공신들이 들이닥쳐 곳간의 재물과 쓸만한 노비들을 모두 끌고 갔습니다요 원현: 공신들이라니 청지기: 소인이 압니까요. 이 놈 저 놈 들이닥쳐.... 원현: 어느 놈들인지 대지 못하겠느냐. 부원배들의 재산은 백성들의 것이다 청지기에게 다시 몽둥이질을 하는 원현. 죽는 시늉하는 청지기. 원현: 백성들의 재산을 훔쳐가다니. 이 놈들이 부원배보다 더한 도둑놈들이 아니냐 미친듯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원현. 핏발선 눈. 늘어지는 청지기. 그래도 매질을 하는 원현. 공철, 말리지도 못하고 눈을 찔끔거리며 피하고 만다. #선경전의 안 웅성거리는 대신들. 이제현이 들어온다. 염제신: 우정승대감.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전하께서 편조란 자에게 부원배들의 재산을 거둬들여 백성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셨다면서요 이제현: 으음 염제신: 조정의 대소신료들이 모두 힘을 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기철을 비롯한 부원배들을 처단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부원배들의 재산은 논공행상을 거쳐 골고루 분배를 해야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웅성거리는 대신들. 김원명: 그까짓 재물이 문제가 아니지요 염제신: 무슨 소린가 김원명: 이번 일에 백성들의 공이 컸으니 부원배들의 재산을 백성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는 전하의 말씀은 많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허나 그런 일을 조정에 맡기지 않고 편조 같은 파계승에게 맡긴 것은 전하께서 틀려도 많이 틀리신 것입니다 염제신: 옳거니. 그것부터 바로 잡아야겠네 김원명:(이인복에게) 판삼사사대감. 이 일은 국가의 재정을 관리하는 삼사에서 맡아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까 이인복:...... 염제신: 옳거니. 성산군께서 전하께 아뢰세요. 천부당만부당 일이라구요 웅성거리는 대신들. 정세운: 이번 일은 전하의 뜻을 따르는 게 좋겠습니다 모두 조용해진다. 정세운: 남대가의 상인들과 백성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토벌군의 전비를 충당해줬을 뿐만 아니라 부원배들을 척결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김용:(눈치 보더니) 맞소이다. 부원배들의 저항이 거세서 한 때는 대궐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었소이다. 그런 때에 편조란 자가 나서서 거든 덕분에 새벽녘에야 겨우 부원배들의 잔당을 소탕할 수가 있었습니다. 전하께서 그 빚을 갚고자 하시는 거니 우리가 따르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왁자지껄. #강안전의 안(밤) 술상. 공민왕: 말들이 많았다지 정세운:(숙이는) 공민왕: 그래, 어떻게 결론이 날 것 같으냐 김용: 염려하지 마십시오 전하. 차제에 권신들의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놔야 합니다 공민왕:(본다) 김용: 얼마나 통쾌한 일이옵니까. 내노라하는 대신들을 다 제껴놓고 전하께서 편조에게 그 일을 맡기셨으니 #영수전의 안(밤) 김원명: 무슨 일이 있어도 막으셔야 하옵니다 대비마마 명덕태후: 그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 김원명: 마마. 왕실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백성들이 아니옵니다. 그놈들이 무슨 힘이 있어 왕실을 지켜주겠습니까. 조정대신들과 권문세도가의 지원 없이는 왕실의 안위는 장담할 수가 없사옵니다 명덕태후: 허기사 (끄덕이는) 김원명: 대비마마. 차제에 마마께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셔야 하옵니다 명덕태후: 궁중의 아녀자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김원명: 마마를 따르는 김씨 일문이 있질 않사옵니까 명덕태후:...... 김원명: 그래도 믿을 건 인척뿐이옵니다. 마마의 외가이신 김씨 일문 중에 쓸만한 인재가 적지 않사옵니다. 이들을 골고루 기용하시어 장차 닥쳐올 주도권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하셔야 하옵나이다 명덕태후: 주상께서 외세를 다 물리치셨거늘 조정에 무슨 다툼이 있겠느냐 김원명: 이제부터지요 명덕태후:..... 김원명: 지금까지는 조정이 공동의 적을 향해 똘똘 뭉쳤으나 기철과 같은 부원배들이 몰락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저마다의 이익을 쫓아 다투기 시작할 것이옵니다 명덕태후: 으음 김원명: 마마. 그 동안 대궐 밖에 나가 사시면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으셨습니까. 권력을 쥐셔야 합니다. 그래야 더는 설움을 당하지 않으시옵니다 명덕태후: 나는 조카만 믿네 김원명: 마마께서 소인을 믿어주시면 남은 일은 소인이 다 꾸밀 것이옵니다 #강안전의 안 공민왕:(웃으며) 성산군께선 이 일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이인복:(바라보는) 공민왕: 기탄없이 말씀을 해보세요 이인복: 권세가들이 차지한 토지를 백성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옵니다 공민왕: 그렇지요? 편조의 말이 옳지요? 이인복: 굳이 그리 하시겠다면 전민변정도감을 다시 세워 행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전민변정도감 - 고려 후기 권세가들에게 점탈된 토지와 농민을 되찾기 위해 설치된 임시 관서) 공민왕:(버럭) 관이 그 일을 맡으면 공정하게 행할 수가 없어요 이인복:...... 공민왕: 생각을 해보세요. 조정의 대소신료들이 이런 저런 인연으로 얽히고설켜 있는데 공정하게 하겠습니까. 서로 눈치를 보면서 이런 저런 사정을 봐줄 것이 아닙니까 이인복: 그런 폐단이 있긴 있습니다만 공민왕: 그래서 내가 권문세도가와 아무 인연이 없는 편조에게 맡기려고 하는 겁니다 이인복: 그러시다면 전하께선 먼저 하실 일이 있사옵니다 공민왕: 뭡니까 이인복:...... 공민왕: 말씀을 해보세요 이인복: 우선 왕권을 공고히 하셔야 합니다 공민왕:(흠칫) 이인복: 전하께서 그 일을 편조에게 맡기시면 뒷말들이 많을 것이옵니다 공민왕:(강하게) 할테면 하라지 이인복: 경우에 따라선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세력들도 있을 것이옵니다 공민왕:(버럭)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내가 저희들 보고 땅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부원배들이 부당하게 차지한 땅과 노비를 돌려주겠다는데 이인복:(지지 않고) 전하께선 부원배들을 몰아내는 데도 몇 년의 세월을 기다리셨습니다 공민왕:..... 이인복: 황공하오나 전하께선 부원배들을 척결하던 날 밤새도록 불안에 떨고 계시질 않으셨사옵니까 공민왕:.....(신음하더니 가만히 고개를 돌린다) 이인복: 전하께선 기황후의 도움으로 보위에 오르셨습니다 공민왕:(노려보는) 이인복:(피하지 않고) 조정에 전하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심복이 몇이나 되옵나이까. 즉위하시자마자 조일신의 난을 겪지 않으셨사옵니까 공민왕:(부르르 떨며) 내가 기철을 비롯한 부원배들을 죽여 왕권을 공고히 세웠소이다 이인복: 첩첩산중이옵나이다 전하 공민왕:....... 이인복: 몽골의 침략을 받은 이래 이 나라에 임금다운 임금이 한 분이라도 계셨사옵니까. 원의 눈치를 보고 살기는 임금이나 대신들이나 마찬가지였나이다. 하오니 전하께서 왕권을 바로 세워 임금을 업수히 여기는 권문세도가의 버릇부터 고쳐 놓으셔야 할 것이옵나이다 공민왕:(당황해서) 내가 편조를 시켜 이인복:(막으며) 전하. 먼저 쌍성총관부와 압록강 유역의 파사부를 치시옵소서 공민왕:(혼란에 빠져) 내가 이미 그리 하라고 어명을 내렸소이다 이인복: 저들이 전공을 세우고 돌아오면 무엇으로 보상을 하시려고 하시옵니까 공민왕:(버럭) 부원배들의 재산을 그들에게 나눠주란 말입니까 이인복: 국고를 다 털어도 전비를 충당하기에도 급급하옵나이다 공민왕: 군인이 전장에 나가 나라를 위해 싸우는 데도 보상이 필요하단 말씀입니까 이인복:(피를 토하듯) 그것이 고려의 실정이옵나이다 전하 공민왕:.....(신음) #동. 복도 노국공주:.... 안절부절하는 안도치와 최만생. 이인복:(소리) 지금의 고려는 몽골의 대군을 막아 최후의 일인까지 항전을 거듭하던 그 때의 고려가 아니옵나이다 전하 #동. 안 이인복:(울면서) 원의 압제에 찌든 백성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기에 바쁘고 전방에 나간 군사들은 나라보다는 고향에 두고온 처자를 더 걱정하는 지경이옵나이다. 조정의 대신들이라고 다르겠사옵니까. 전하께서 저들의 이익에 반한다 싶으면 삼삼오오 패를 갈라 저희들 입맛에 맞는 새 임금을 세울 궁리에 여념이 없을 것이옵니다 공민왕: 쌍성총관부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가 있소이다. 그러니 내가 백성들의 한부터 먼저 풀어주려는 겁니다 이인복: 먼저 고려의 국토부터 회복을 하셔야 합니다. 쌍성총관부를 수복하고 원의 군사들을 압록강 건너로 몰아내시어 고려가 더는 원의 속국이 아님을 만방에 알리셔야 하옵나이다 전하 공민왕:.......(신음) 이인복: 그런 연후에 전민변정도감을 세워 백성들의 한을 풀어주시옵소서 #동. 복도 노국공주:.... 두 눈에 고이는 눈물. #동. 안 이인복:..... 흐느끼며 일어나 물러간다. 공민왕: 경의 진심이 무엇이오 이인복:.....(멎는) 공민왕: 편조를 시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을 하실 수가 있소이까 이인복: 지금 군사들을 보내 쌍성총관부를 되찾는 것은 전하께서 마음만 먹으시면 당장 이룰 수 있는 일이옵니다. 허나 전하께서 편조와 하신 약속을 지키시는 일은 하루 아침에 이룰 수가 없는 일이옵니다 공민왕:..... 이인복: 전하. 전하께서 새로운 길을 한발 나가시면 개혁이 되옵니다. 새롭게 하자는 것이니 따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옵니다. 허나 전하께서 두 걸음을 나가시면 모든 것이 급한 것이 되옵니다. 처음가보는 길이니 사람들이 불안하여 선뜻 따라나서지 못할 것이옵니다. 하오니 전하께서 세 걸음을 가자고 하시면 그것은 천지개벽이 되는 것이옵니다 공민왕:..... 이인복: 천천히 가시옵소서 전하. 천천히 가셔야 전하의 백성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가실 수가 있사옵니다 공민왕:....... 바라보는. 이인복:....... 다시 한번 허리 굽혀 인사하고 물러가는 이인복. #동. 복도 나오는 이인복. 멈춘다. 노국공주:...... 미소. 이인복:..... 문득 허리를 굽히는 이인복. 또 한번 미소짓는 노국공주. #대궐의 길 이인복, 온다. 기다리고 있는 염제신. 염제신: 어찌 됐소이까 이인복: 전하께 말씀을 다 올렸습니다 염제신: 뭐라고 하십니까 이인복: 말씀을 다 올렸으니 결단을 내리시겠지요 (간다) 염제신: 수고하셨소이다 (웃으며) 어려운 말씀을 올리셨어요 이인복:(훽 돌아서며) 우릴 위해서 올린 말씀이 아닙니다. 부끄러운 줄을 아세요 가버리는 이인복. 염제신: 저, 저 사람이 #강안전의 안 공민왕:....(괴로운) 노국공주: 그래서 출병을 미루셨습니까 공민왕: 생각을 해보세요. 부원배들을 처단하는데도 힘이 부쳐서 쩔쩔 맸습니다. 그런 우리 형편에 원과 맞서 싸워 이길 수가 있겠습니까 노국공주:..... 공민왕: 부원배들을 죽인 것은 적당히 둘러댈 수가 있으나 쌍성총관부와 파사부를 공격하면 원에 선전포고를 하는 거나 다름이 없질 않습니까 노국공주: 전하께서 망설이시면 원은 서둘러 군사를 보내려고 할 겁니다. 그리되면 우리에겐 더욱 승산이 없습니다 공민왕:..... 노국공주: 쌍성총관부는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습니다. 원이 압록강을 너머 침공해온다면 서경 이남에서 원을 맞아 싸워야 합니다. 고려를 전쟁터로 만들 순 없습니다. 그 전에 쌍성총관부를 수중에 넣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원과 싸워야 합니다 공민왕:..... 노국공주: 이인복의 말이 다 옳은 것은 아니나 이번엔 그대로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기황후의 처소. 안 고개 돌리고 앉은 기황후. 박불화: 덕성부원군은 대궐 안에서 참살을 당하셨고, 아우님 되시는 덕산부원군은 생사가 묘연하다고 하옵나이다 기황후:..... 박불화: 황후폐하, 지금 당장 군사를 보내 고려를 응징하셔아 하옵나이다 기황후: 어머니는 박불화: 영안왕대부인마님의 종적도 묘연하다고 하옵나이다 기황후:..... 눈물 한방울이 솟구친다. 눈치보는 박불화. 얼른 고개를 돌려 눈물을 감추는 기황후. 박불화: 고려 왕이 군사를 일으켜 쌍성총관부를 치려고 한다는 소문이옵나이다. 만에 하나 쌍성총관부를 잃게 되면 고려의 국력이 압록강 부근까지 미치게 되옵나이다. 그리되면 더는 고려를 지배할 수가 없게 되옵나이다 기황후:...... 박불화: 황후폐하. 서두르시옵소서 기황후:...... 박불화: 황후폐하 여전히 고개 돌리고 있는 기황후. #동. 뜰 나오는 박불화. 최유: 허락을 받으셨습니까 박불화: 으음. 말씀이 없으시네 최유: 말씀이 없다니오. 두 오래비를 잃고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씀입니까 박불화: 기다려보십시다 가려가 덕흥군을 본다. 덕흥군:(계면쩍어 웃으며) 수고가 많으십니다 박불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박불화. #동. 안 환관들에게 둘러싸여 원순제가 들어온다. 기황후: 폐하 달려가 맞는 기황후. 기황후:(교태를 부리듯) 신첩이 자주 찾아뵙지를 못하였습니다 원순제: 두 오래비를 잃으셨다면서요.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기황후:(웃으며) 심려치 마시옵소서 원순제: 내가 사신을 보내 고려왕을 연경으로 잡아오겠습니다 기황후: 그 일은 신첩에게 맡겨주십시오 폐하 원순제: 홍건적이 잠잠해지니 고려가 말썽입니다 기황후: 고려왕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폐하 원순제: 황후가 걱정이 되니까 그렇지요. 두 오래비를 잃으셨으니 기황후: 사소한 일이옵니다 폐하 생긋 웃는 기황후. #선경전의 안 부복한 인당, 강중경, 최영. 공민왕이 초구(담비의 모피로 만든 갖옷)와 금대, 부월을 인당에게 하사한다. 최만생, 이환관 등이 차례차례 받아 인당에게 전한다. 공민왕: 압록강 이남은 엄연한 고려의 영토이거늘 원이 파사부를 설치하고 강을 건너 우리의 영토를 침범하였다. 인당을 서북면병마사로 삼아 강을 건너온 원의 군사들을 쫓아내어 다시는 고려의 영토를 넘보지 못하게 하라 인당: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강중경, 최영이 복창한다. 인당 등이 물러가고, 유인우와 공천보가 부복한다. 초구와 금대, 부월을 유인우에게 하사하는 공민왕. 공민왕: 동북면 병마사 유인우에게 명한다. 쌍성총관부는 고려의 영토다. 백 년 가까이 원에게 빼앗겼던 땅을 되찾아 고려의 위엄을 만방에 떨치게 하라 유인우: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합창하고 물러가는 유인우. 염제신:(나서며) 만세. 만세. 만만세 만만세를 복창하는 대신들. #강안전의 뜰(밤) 김용이 온다. 김용:...... 환하게 켜진 불. 이제현, 염제신 등 대신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고, 최영, 유인우 등 출정군 장수들이 무장하고 모여있다. 김용:..... 화기애애한 모습에 슬며시 배알이 틀려 신음하는 김용. 정세운에게 다가간다. 김용: 왜들 밖에 서 계시는가 정세운: 전하께서 서북면 병마사 인당을 따로 불러들여 당부를 하고 계시네 김용: 그렇다고 조정대신들을 마당에 세워두셨단 말인가 정세운: 은밀히 나눌 말씀이 계신가보이 김용:(둘러보며) 헌데 이인복의 모습은 보이질 않네그려 정세운: 성산군은 안에 있네 김용:.....(번뜩) 정세운: 이번 출정은 성산군이 총지휘를 하기로 했네 김용: 전하께서 이인복에게 군권을 맡기셨단 말씀인가 정세운: 그러하이 김용: 이인복이 뭘 안다고 못마땅해서 입맛 다시는 김용. 정세운: 또 불평이신가 김용: 이런 중대한 일은 자네나 나한테 맡기셨어야지 눈을 부라리며 가는 김용. 정세운:...... 가만히 고개 내젓는 정세운. #동. 안(밤) 공민왕: 한잔 받으시게 인당: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술잔 받쳐드는 인당. 술 따라주는 공민왕. 지켜보고 있는 이인복. 공민왕: 장군의 무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소이다 인당: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반드시 승전고를 울려 전하를 기쁘게 해드리겠나이다 단숨에 마시는 인당. 이인복: 장군께서 한가지 명심할 것이 있소이다 인당: 말씀을 하시지요 좋은 기색이 아니다. 이인복: 원은 압록강 유역에 여덟 개의 병참을 설치하여 전쟁에 대비해왔소이다. 헌데 그 경계가 애매해요. 어떤 병참 기지는 압록강 이북에 있고 어떤 것은 압록강 이남에도 설치가 돼있소이다. 그러니 원의 군사들을 공격하다보면 압록강을 넘어가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인당: 일일이 따질 게 뭐 있습니까. 차제에 파사부와 팔참을 모두 격파해야 승전고를 울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인복: 압록강을 건너면 안 됩니다 인당:.....(공민왕을 본다) 공민왕: 이번 전투의 목적은 고려의 영토를 되찾는 것이지 원의 영토까지 침범하자는 것이 아니외다 인당: 전하. 요동은 원래 고구려의 영토였습니다. 그러니 고려가 차지하는 것은 이인복: 장군께서 그리 생각하실까봐 전하께서 특별히 장군을 불러 당부를 하시는 겁니다 인당:(신음하며 다시 공민왕을 본다) 공민왕:.....(미소) 인당:(신음) 이인복: 압록강 이북은 원의 영톱니다. 만에 하나 실수를 해서 압록강을 건너가게 되면 원과 생사를 건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동. 뜰(밤) 인당, 나온다. 최만생:(따라나와) 동북면병마사 유인우장군께선 안으로 드시랍니다 유인우, 헛기침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김용:(인당에게) 무슨 언잖은 일아라도 있으십니까 인당: 으음. 아니외다 김용: 석성부원군께서 꾸지람을 들으셨나 봅니다 인당: 꾸지람이라니오 김용:(웃으며) 군사 지식도 없는 이인복이 전하 옆에 앉아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게 가당치도 않은 일이니 드리는 말씀이외다 인당: 원 밸이 뒤틀려서 김용: 참으세요. 전하께서는 이인복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고 계십니다 인당: 압록강을 넘어가면 어떻습니까. 전투를 하다보면 영을 어기는 경우도 있는 거 아닙니까 김용: 그렇지요 인당: 그렇게 시시콜콜 간섭을 하려면 지가 나가서 싸울 것이지 김용: 참으시래두 그런다. 그러다 나중에 큰 봉변을 당하시려고 인당: 안성군대감. 내 말 좀 들어보시오 바싹 붙는 김용. 정세운:....... 멀리서 그 모습 지켜보는 정세운. 연방 끄덕이며 맛장구 치고 있는 김용. 가만히 신음하는 정세운. #동. 안(밤) 술 마시는 유인우. 잔을 내려놓는다. 이인복: 장군. 쌍성을 수복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쌍성총관부의 천호 이자춘이 이미 우리에게 항복을 하였소이다 유인우: 그래요 이인복: 문제는 쌍성총관부를 수복하고 나섭니다. 장군께서도 아시겠지만 쌍성총관부엔 고려의 유민만 있는 게 아니라 여진족도 섞여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민심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유인우: 그건 염려마십시오. 여진족을 다루는 법은 내가 잘 알고 있소이다 이인복: 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유인우: 힘으로 누르고 그런 연후에 덕으로 다스리면 돼지요 (공민왕에게) 전하. 쌍성총관부는 소장에게 맡겨주십시오. 소장이 잘 알아서 다스리겠습니다 공민왕: 성산군의 말을 명심하세요. 쌍성총관부의 고려 유민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됩니다 유인우:..... 공민왕: 아시겠소이까 유인우: 예, 전하 마지못해 대답하고 헛기침 하는 유인우. #동. 뜰(밤) 최만생:(나와서) 모두 안으로 드시랍니다 이제현을 필두로 안으로 들어간다. #영수전의 안(밤) 다과상이 차려졌다. 명덕태후를 중심으로 노국공주, 덕녕공주가 앉아있고, 혜비와 김상궁, 안도치 등이 시립했다. 명덕태후: 주상께서 출병을 명하셨으니 앞으로는 왕실의 위엄이 더욱 높아지겠습니다 (웃으며 덕녕공주에게) 안그렇습니까 덕녕공주: 경하드리옵니다 마마 명덕태후: 고려가 원을 친다고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덕녕공주: 고려의 영토를 되찾자는 것이니 어찌 원과 원수가 되겠다는 뜻이겠습니까 명덕태후: 꿈보다 해몽이 좋습니다 웃어대는 명덕태후. 힐끔 노국공주를 본다. 숙이고 있는 노국공주. 명덕태후: 태중의 아이는 어떻습니까. 편안하십니까 노국공주:(숙여보이는) 명덕태후: 왕자를 낳으세요. 그래야 백성들이 중전을 따를 겁니다 또 웃어대는 명덕태후. #강안전의 방 안(밤) 주안상을 차렸다. 이제현, 염제신, 이인복이 상석에 그 뒷열엔, 정세운, 김용, 김원명 등이 앉아있고, 인당을 비롯한 출정 장수들은 공민왕을 마주하고 주안상을 받았다. 술잔이 오가고 화기애애하다. #동. 뜰(밤) 신돈이 서있다. 최만생이 온다. 최만생: 이 밤중에 웬일로 대궐엘 드셨소이까 신돈:...... 전각을 본다. 최만생: 전하께서 북방으로 출전하는 장수들을 불러 주연을 베풀고 계시오이다. 전하께 고하리까 신돈: 다음에 다시 들어오지요 돌아서는 신돈. 최만생: 전하껜 뭐라고 말씀을 올릴까요 신돈:(망설이다 두루마리 내밀며) 이걸 전해주시겠소이까 최만생:....(보더니 받으며) 이게 뭔지 신돈: 부원배들의 재산과 강탈한 토지, 노비로 만든 양민들의 명단이외다 최만생:.....(싱긋 웃으며) 이걸 다 모으느라고 고생이 많으셨겠소이다 (또 한번 싱긋 웃으며) 기횔 봐서 전하께 올리겠소이다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최만생. 신돈:..... 전각을 본다. 웃음 소리. #동. 안(밤) 염제신: 전하.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전번에 원으로 출전한 토벌군들의 전비는 백성들이 거둬 충당을 하였으나 이번엔 소신들이 전비를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둘러보며) 안그렇소이까. 그래야 우리도 체면이 좀 설 것이 아닙니까 김용: 예. 그래야지요. 이번에도 백성들에게 짐을 지워서야 안돼지요 왁자지껄 웃고 마신다. 공민왕: 고맙소이다. 도와주시겠다니 술잔을 쳐드는 공민왕. 공민왕: 자. 오늘 밤은 마음껏 마십시다 축배를 드는 공민왕과 대신들과 장수들. #곤성전의 뜰(밤) 불 밝힌 안도치. 노국공주가 온다. 뒤따르는 김상궁. 노국공주:..... 멈춘다. 신돈이 서있다. 허리를 굽힌다. 노국공주: 나를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신돈: 전하를 뵈러 입궐하였다가 노국공주: 전하를 뵜습니까 신돈: 마침 주연을 베풀고 계시는지라 노국공주:......(바라보는) 신돈:.....(가만히 숙이는) 노국공주: 쓸쓸하셨겠습니다 신돈:(본다)....... 노국공주:(가만히 한숨쉬며) 이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신돈:...... 노국공주: 전하께서 부원배들을 척결하시고 군사를 일으켜 북방의 영토를 회복하실 날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째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지 신돈:(바라본다)..... 노국공주:.....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미소하는 노국공주. 신돈: 마마. 고려가 원으로부터 독립을 한다고 어찌 마마를 버리겠습니까 노국공주:...... 신돈: 마마께서는 고려인보다 더 고려를 사랑하셨습니다 노국공주: 그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신돈:......(아픈) 노국공주: 나는 아무래도 전하에게 짐이 될 것만 같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노국공주. 바라보고 서있는 신돈. 전각에 환하게 불이 켜진다. 여전히 바라보고 서있는 신돈. #초선의 집. 앞 김용이 온다. 공철이 백성들을 줄을 세우고 있다. 공철: 차례차례 순번을 지켜야 합니다. 편조거사님께서 백성들의 억울한 사정을 다 들어주실 것이니 안심하고 기다리세요 김용:.. ... 히죽 웃고 활짝 열린 대문으로 들어가는 김용. #동. 마당 마당에도 백성들이 줄을 서있다. 김용, 들어온다. 원현이 책상을 내다놓고 백성들을 접견하고 있다. 원현:(앞에 서있는 백성에게) 무턱대고 억울하다고 하면 어떡합니까. 어떡하다 부원배들에게 끌려가 노비가 됐는지 그 경위를 상세히 말씀을 하셔야지요 김용:..... 히죽, 웃는다. 박서방:(오며) 송구하오나 뉘신지 김용: 편조거사를 만나러 왔네 박서방:(훑어보는) 김용: 연경의 옛 친구 김용이 찾아왔다고 하면 반길거네. 전하시게 박서방: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안으로 가는 박서방. 뒷짐 지고 마당을 둘러보는 김용. 원현:(일어나 뒷줄의 백성들에게) 전에 양민이었단느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꼭 가져와야 합니다. 그래야 편조거사님께서 노비 문서를 폐할 수가 있습니다 #곤성전의 안 초선: 몸은 어떠시옵니까 마마 노국공주: 여전하이. 좀처럼 통증이 가라앉질 않으니 초선:.... 노국공주: 알고 있는게 있으면 말씀을 해보시게 초선: 황공하오나 마마. 혹시 아랫배를 만져보시면 혹같은 것이 만져지지 않으시옵나이까 노국공주:...... 초선: 소인이 어려서부터 하혈을 자주하는지라 백방으로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알아보았나이다. 아무도 그 까닭을 찾지 못했는데 알고보니 태어날 때부터 자궁 안에 혹을 달고 태어났다고 하였나이다 노국공주:.... 가만히 아랫배를 만져보는 노국공주. 초선: 의원이 말하기를 사는데는 지장이 없으나 아이를 가지면 제대로 낳기도 힘들고 잘못하면 죽는다고 하였습니다 노국공주: 그 의원이 지금도 살아 있느냐 초선:......예, 마마 노국공주:(가만히 한숨) 초선: 한번 불러보시겠사옵니까 마마 #초선의 집. 안방 김용: 좋은 일을 하고 계시네 신돈:(웃으며) 별말씀을요 김용: 조정 대신들 간에 말들이 많으이 신돈:(싱긋) 김용: 슬며시 자네 걱정이 돼서 찾아왔는데 문전성시를 이룬 백성들의 행렬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울분이 치솟네그려 신돈:....... 김용: 물러서지 마시게. 미력이나마 나도 힘을 보탤테니 신돈: 고맙습니다 안성군대감 김용: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씀을 하시게. 내가 힘 닿는 데까지 자넬 도울 것이야 웃어대는 김용. #동. 대문. 앞 김용, 나온다. 초선이 온다. 뒤따르는 박의처. 초선:...... 김용을 보더니 허리 굽힌다. 목을 내밀고 초선을 보는 김용. 초선: 편안하시옵니까 대감마님 김용: 자네가 날 아는가 초선:(웃으며) 전에 덕성부원군대감 댁에서 뵌 적이 있습지요 김용:(좀 당황해서) 그, 그러신가 헛기침 하고 서둘러 간다. 초선:(보고 있더니 박의처에게) 안에 들어가서 소금을 내오너라 몰라서 보는 박의처. 초선: 염치가 있어야지 김용이 간 쪽을 흘키는 초선. #부근 길 김용, 온다. 두리번거리더니 헛기침 하고 간다. #개태사. 마당 히죽이죽 웃고 있는 덕운. 곰수네: 아휴 술 냄새. 어쩌자고 또 술을 퍼마시우 덕운: 마을에 내려갔다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딱 한잔 얻어마셨우 허허 웃으며 큰스님 방으로 가는 덕운. 곰순네: 술 냄샐 풍기면서 어딜 들어가시우 덕운: 스님. 스님. 세상이 정말 뒤집힐 모양입니다 #동. 큰스님의 방 안 방문 열고 기어들어오는 덕운. 덕운: 스님. 편조가 쌍놈들을 모두 양반으로 만들어 준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큰스님:...... 지그시 눈 감고 앉아있다. 덕운: 권문세도가들이 강탈해간 땅도 편조가 다 돌려준답니다 무릎 꿇고 감격해서 쿠득쿠득 울기 시작하는 덕운. 큰스님:..... 덕운을 바라보는 큰스님. 울어대는 덕운. 가만히 한숨을 내쉬는 큰스님. 덕운: 스님은 기쁘지도 않으십니까 큰스님:....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아버린다. #초선의 집. 안방 신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초선:..... 신돈: 중전마마께서 해산을 못하실거라니오 초선: 지금 당장 유산을 하시면 사실 것이고 태중의 아이가 다 자라 해산을 하시게 되면 목숨을 잃으실 것입니다 신돈:..... 놀라는. #곤성전의 뜰(밤) 김상궁:(안에서) 마마. 마마 비명같은 부르짖음. #동. 안(밤) 아랫배를 움켜쥐고 신음하는 노국공주. 김상궁: 마마 노국공주를 부축하는 김상궁. #동. 복도(밤) 안도치: 말씀을 해보시게 김상궁. 마마께서 어디가 편찮으신지 안절부절하는 안도치. #동. 안(밤) 노국공주: 어의를 부르라....내가 아무래도 죽을 것만 같다 기진해서 정신을 잃는 노국공주. 김상궁: 마마 노국공주를 부둥켜 안는 김상궁. 그 품에 안겨 정신을 잃는 노국공주. <신돈 30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