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31회 <신돈> -31회 - #곤성전의 안(밤) 노국공주를 부둥켜안는 김상궁. 김상궁: 마마. 정신을 차리시옵소서 마마 기진해서 늘어진 노국공주. 김상궁: 마마 #동. 뜰(밤) 안도치: 뭘 하고 있느냐. 어서 어의들을 불러오지 않고 우왕좌왕 이리저리 뛰고 있는 환관들과 내인들. #영수전의 안(밤) 명덕태후: 중전께서 혼절을 하셨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박상궁: 자세히는 모르겠사옵고 명덕태후:(정신이 번쩍 나서) 태중의 아이가 잘못됐다고 하진 않더냐 박상궁: 그저 중전마마께서 혼절을 하셨다고 하옵나이다 명덕태후: 이런 변이 있나. 산달이 아직 까맣게 남아있거늘 박상궁: 어찌하올까요 대비마마 명덕태후: 자비를 하거라. 내가 곤성전으로 갈 것이야 허둥지둥 일어나는 명덕태후. #곤성전의 뜰(밤) 공민왕이 온다. 뛰어오는 안도치. 안도치: 전하 공민왕: 중전께서 혼절을 하셨다는 게 정말이냐 안도치: 예, 전하 공민왕: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는 공민왕. 명덕태후: 주상 명덕태후가 온다. 멈추는 공민왕. 명덕태후: 어딜 들어가려고 하십니까 공민왕: 중전이 혼절을 했다고 합니다 명덕태후: 궁중의 아녀자들 일입니다. 에미가 들어가 볼 것이니 주상께선 돌아가 계세요 (쏘아부치고 안도치에게) 어의들을 불렀느냐 안도치: 예, 마마 명덕태후: 대체 이게 무슨 변인고 (안으로 들어가다 공민왕을 보더니) 주상. 대전으로 가 계시라고 했습니다 공민왕: 예, 어머니 전각만 바라본다. 안으로 들어가는 명덕태후. #동. 복도(밤) 들어오는 명덕태후. 김상궁: 마마 명덕태후: 중전께서는 어떠시냐 김상궁: 어의들이 지어올린 환약을 드시고 조금 정신을 수습하셨나이다 명덕태후: 그래? (헛기침) 방문을 여는 내인들. #동. 안(밤) 노국공주가 반듯이 누웠고 그 옆에 지키고 있는 덕녕공주. 어의들이 윗목에서 의서를 펴놓고 수군대고 있다. 들어오는 명덕태후. 황급히 일어나는 어의들. 명덕태후:(어의들에게) 중전께서 어렵게 회임을 하셨거늘 혼절을 하시게 해? 만에 하나 태중의 아기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죽고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벌벌 떠는 어의들. 명덕태후:...... 노국공주를 본다. 죽은 듯이 누워있는 노국공주. 가만히 혀를 차더니 노국공주의 옆에 앉아 손을 잡는 명덕태후. 명덕태후: 중전. 내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노국공주:...... 명덕태후: 중전 덕녕공주: 겨우 잠이 드셨습니다 명덕태후: 그래요? 덕녕공주: 큰병은 아닌 듯 싶습니다 명덕태후: 다행입니다 (한숨 쉬고) 이 나이에 애를 낳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어의에게) 병 명을 알아냈느냐 어의:(당황) 명덕태후: 병명도 모르고 약부터 지어올렸단 말이냐. 그러다 태중의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려구 어의: 황공하옵나이다 대비마마 명덕태후: 원, 대전 어의란 것들이 (혀를 차고) 만에 하나 태중의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 손에 죽고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어의:(부들부들 떠는) 명덕태후:(노국공주를 본다) 노국공주:(잠든) 명덕태후: 왕자를 낳으셔야지 덕녕공주: 마마. 아무래도 중전께선 해산을 하시기가 힘이 들 것 같습니다 명덕태후: 그게 무슨 소립니까. 해산을 하기가 힘이 들다니오 덕녕공주:(어의들에게) 자네들은 나가 있으시게 어의들 살았다 싶어 얼른 물러나간다. #동. 복도(밤) 나오자마자 머리를 맞대고 의서를 펴놓고 상의하는 어의들. #동. 안(밤) 명덕태후: 말씀을 해보세요 덕녕공주: 중전의 자궁 속에 혹이 들어있어 잘못하다간 산모가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명덕태후: 어의들이 그러더란 말씀입니까 덕녕공주: 예, 마마 명덕태후: 지놈들이 뭘 안다고 덕녕공주: 마마. 차라리 유산을 시키시는 것이 명덕태후:(펄쩍 뛰며) 유산이라니오 덕녕공주: 중전께서 해산을 하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명덕태후: 무슨 일이 있어도 중전께선 왕자를 낳으셔야 하네 #동. 뜰(밤) 공민왕:.... 그 위에, 명덕태후:(소리) 왕자를 낳지 못하는 중전은 국모의 자격이 없지 #동. 안(밤) 명덕태후:..... 덕녕공주에게 쏘아부치고 파르르 떠는 명덕태후. 덕녕공주:(기가 막힌) 명덕태후: 유산이라니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명덕태후. 덕녕공주:.... 노국공주를 바라본다. 노국공주:..... 잠이 들었는지 깼는지 -. #동. 뜰(밤) 나오는 명덕태후. 초조하게 서성거리는 공민왕. 명덕태후: 들어가보세요 주상 공민왕:.... 급히 안으로 가는 공민왕. 명덕태후: 주상 공민왕:(멈춘다) 명덕태후: 중전께선 이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왕자를 낳아야 합니다. 중전께서 주상의 대를 끊어놔서야 되겠습니까 공민왕:...... 가버리는 명덕태후. #동. 안(밤) 방문이 열린다. 공민왕:..... 노국공주를 바라본다. 노국공주:... 공민왕:..... 눈물을 참는. 덕녕공주:(일어나며) 어서오세요 주상 공민왕:..... 덕녕공주: 주상께서 중전을 돌봐드리세요 미소 짓는 덕녕공주. #영수전의 안(밤) 들어오는 명덕태후. 혜비가 일어나 맞는다. 명덕태후: 왕자를 생산하지 못하는 중전을 어디다 쓸꼬. 혜비:...... 명덕태후:(힐끔보며) 진즉 젊고 튼튼한 후궁을 들였으면 대가 끊길 걱정은 안 하고 살 것이 아닌가 #곤성전의 안(밤) 노국공주:..... 잠든. 공민왕:..... 바라보고 있는. #동. 복도(밤) 눈물 훔치는 안도치. 덕녕공주: 조용히 물러들 가거라 안도치와 김상궁 등 물러간다. 덕녕공주:..... 방 안을 바라본다. #동. 안(밤) 공민왕:..... 노국공주:..... 공민왕:....... 가만히 노국공주의 손을 찾아 잡는다. 움직이는 노국공주. 공민왕: 정신이 나십니까 노국공주:..... 눈 떠서 공민왕을 바라본다. 공민왕:(웃으며) 납니다 노국공주: 전하 공민왕:...... 노국공주:..... 공민왕: 예, 말씀하세요 노국공주:.... 말을 못하고 고개 돌리더니 눈물. 공민왕:(그 눈물 얼른 닦아주며) 서운해하지 마세요. 어머니께서 생각없이 하시는 말씀이니 노국공주:..... 더 고개 돌린다. 공민왕: 잊어버리세요 (웃는다) 노국공주: 제 소원이 어머니와 다르겠습니까 공민왕:.... 노국공주: 염려마세요 전하.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를 낳을 겁니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동. 뜰(밤) 전각에 켜진 불빛.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안도치. #선경전의 뜰 이제현이 온다. 안으로 들어간다. #동. 안 들어오는 이제현. 염제신: 마침 잘 오셨습니다. 어젯밤에 대궐 안에 난리가 났었던 모양입니다 이제현: 무슨 일로..... 이인복: 중전마마께서 갑자기 혼절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제현: 원, 저런 염제신: 해괴한 소문이 떠돌고 있어요 이제현:(본다) 염제신: 어허, 이거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소문이라서 이인복:(냉정하게) 중전께서 회임을 하시면 죽는 병에 걸리셨다는 겁니다 이제현: 무슨 그런 병이 있소이까 염제신: 대전 어의들이 그렇게 수군대고 있다는 겁니다 이제현: 어허, 영특하기 그지없으신 중전께서..... 염제신: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대비전에서 가만히 계시겠습니까. 전하께서 후사를 얻지 못하시면 이인복: 중전께선 아직 젊지 않으십니까 염제신: 젊다고 할 수는 없지. 그 나이시라면 벌써 서넛은 낳으셨어야지 #영수전의 안 김원명: 소문이 나다마다요. 벌써 대궐 안팎에 소문이 파다하게 떠돌고 있사옵니다 명덕태후: 내가 그렇게 입단속을 시켰거늘 벌써 다 알고들 있단 말이냐 김원명: 그런 일일수록 소문이 빠르게 전파되는 법이지요 최만생:(밖에서) 대비마마 명덕태후: 밖에 누가 있느냐 최만생:(밖에서) 소인 최만생, 전하의 전갈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동. 복도 최만생: 황공하오나 전하께서 아침 문후를 드시지 못하신다고 명덕태후:(안에서) 알았다 최만생: 황공하옵나이다 마마 #동. 안 명덕태후:(김원명에게) 주상께선 정이 많으신 게 탈이야 김원명: 연경에서 외롭게 지내셨으니 명덕태후: 중전께서 아이를 낳든 못낳든 벌써 후궁을 들이셨어야지 김원명: 그러게 말씀입니다 명덕태후: 대체 조정 대신들은 뭘 하고 있는고. 주상께 후궁을 들여 왕실을 든든히 하시라고 진즉에 주청을 드렸어야지 힐끔 재촉하듯 김원명을 본다. 김원명:(싱긋 웃으며) 그러게 말씀입니다 #곤성전의 안 미음을 떠서 노국공주에게 내미는 공민왕. 공민왕: 한 입만 더 드세요 노국공주: 됐습니다 전하 공민왕: 더 드세요. 그래야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 앉으시지요 노국공주: 이젠 다 낳았습니다 공민왕: 아, 하고 입을 벌리세요 입 벌려 보이는 시늉하는 공민왕. 마지못해 입 벌리는 노국공주. 수저를 넣어주는 공민왕. 받아먹는 노국공주. 공민왕: 마지막으로 한 입만 더 잡수세요 다시 미음 수저로 뜨는 공민왕. 노국공주: 전하 공민왕: 딱 한입입니다 수저 내미는 공민왕. 할 수 없이 받아먹는 노국공주. 그 모습 바라보는 안도치. #초선의 집. 마당 들어서는 김상궁. 박의처:(달려오며) 나오셨습니까 김상궁: 오늘은 집안팎이 조용합니다 박의처: 요즘은 권문세도가들의 집들을 뒤지고 다니느라고 조용합니다 김상궁:(몰라서 본다) 박의처: 권문세도가들이 부원배들의 재산을 거의다 빼돌렸다고 합니다 #어느 대신의 집. 곳간 앞 공철 등이 곳간 문을 강제로 따고 있다. 노비: 왜들 이러시오. 이 댁이 뉘댁인 줄 알고 행패를 부리는 거요 원현: 네 이놈. 우리가 다 알고 왔다. 이 댁 대감께서 복안부원군의 곳간 문을 열고 진귀한 재물을 도적질했다는 걸 모를 줄 아느냐 (공철에게) 어서 곳간 문을 열고 확인을 하시게 공철: 부셔라 자물쇠를 부수기 시작하는 장정들. 노비: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서 이러시오. 우리 대감 마님께서 퇴청을 하시거든 공철: 비켜라 이놈 노비를 밀쳐내는 공철. 곳간문이 열린다. 노비: 안 된다 이놈들 (다시 달려든다) 공철: 이놈이 노비를 걷어차는 공철. 나뒹구는 노비. 원현이 곳간으로 들어간다. 원현:(둘러보더니) 안에 있는 물건들을 다 꺼내서 확인을 해보시게 장정들, 물건을 꺼내기 시작한다. #법왕사의 법당. 앞 마주앉은 신돈과 보우. 보우: 왕명이라고 했느냐 신돈: 예, 그렇습니다, 왕사님 보우: 왕명으로 사찰의 재산이 얼만지 그걸 캐내겠다는 거냐 신돈: 다 내놓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보우:(신음) 신돈: 권신들과 결탁한 중들이 양민의 토지를 제멋대로 점거하고 장생표를 박아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양민을 사찰의 노비로 삼은 것이 부지기수입니다 (*장생표 - 고려시대 절이 소유한 땅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세운 표지) 보우: 그뿐이냐 신돈: 예, 그것만 내놓으시면 됩니다 보우:..... 신음하는 보우. #초선의 집. 안방 초선: 대궐의 어의들도 그리 말하더란 말인가 김상궁: 예, 마님 초선:(한숨) 김상궁: 어의들이 대비전의 눈치를 보느라고 내놓고 말은 못하나 뒤로는 중전마마께서 해산을 못하실 거라고 수군대고 있다고 합니다 초선:(끄덕이며) 내가 그 병을 잘 알고 있네 (한숨쉬며) 이 일을 어쩐다 #법왕사의 입구 신돈, 나온다. 빙긋 웃고 간다. #동. 법당 안 보우:.... 지효: 편조가 월권을 하고 있는데 왕사님께서는 왜 허락을 하셨습니까 보우: 편조가 왕명을 빙자하여 사찰을 핍박하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지효:...... 보우: 편조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니......(신음) 지효: 나무관세음보살 합장하고 일어나는 지효. 보우: 너는 편조를 어찌 생각하느냐 지효: 생불이 아니면 악귀라고 생각합니다 보우:...... 지효: 나무관세음보살 합장하고 나간다. 보우:.... 긴 신음. #초선의 다점. 앞 신돈, 온다. 수레에서 짐을 내려 가게 안으로 들여놓는 인부들. 박서방: 내일 지방으로 내려 보낼 차 상자는 이쪽에 따로 쌓아놓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인부들. 초선:(나오며) 다녀오셨습니까 신돈: 예 초선: 보우왕사님께서 승낙을 하시더이까 신돈:(웃으며) 선뜻 승낙을 하시더이다 초선: 다행입니다 신돈: 그나저나 장사를 다시 시작하셨나 봅니다 초선: 중국에서 차가 들어왔습니다. 지금 대궐로 들어가실 겁니까 신돈: 그럴까 합니다 초선: 대궐 소식은 들으셨지요? 신돈:..... 초선: 중전마마께서 편치가 않으신 모양입니다 신돈: 그래요 초선: 전하께서도 정신이 없으실 겁니다 신돈: 중전마마께서 아이를 낳기가 힘이 든다는 게 사실입니까 초선: 그런 듯 싶습니다 신돈: 으음 왁자지껄 원현과 공철, 장정들이 몰려온다. 원현: 도둑이 따로 없다더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신돈에게) 백성들의 억울한 사정을 듣다보니 한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말단 관리에서 정승이란 사람까지 안 해먹은 놈이 없으니 이건 부원배들과 다를 게 없지 뭡니까 공철: 거사님 말씀이 다 옳습니다. 고관대작들의 곳간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부원배들의 재물이 어느새 거기 다 쌓여 있는 겁니다 원현: 여기 목록을 다 적어왔습니다. 전하께서도 이걸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신돈:(받으며) 고관대작들의 곳간문까지 열어봤단 말이냐 원현: 생각 같아선 안방, 사랑방 다 뒤져볼까 했으나 그랬다간 문제가 커질 거 같아서 겨우 참았습니다 박서방:(일하다) 다 뒤져야지. 문제가 커지면 거사님께서 다 해결을 해주실 텐데 원현: 앞으론 그럴 작정입니다 공철: 갑시다. 부원배들의 재산을 빼돌린 놈들을 내가 다 알고 있습니다 원현 등 우르르 몰려간다.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신돈. 초선: 괜찮겠습니까 신돈: 말린다고 듣겠습니까 초선: 밑이 구린 관리들이야 아무 말 못하겠지만 신돈: 달리는 말의 고삐를 늦출 수야 없지요 웃는 신돈. #영수전의 안 명덕태후: 유산을 시키다니오 덕녕공주:..... 명덕태후: 원 그게 될 법이나 한 소립니까 덕녕공주: 대전 어의들이 한결같이 그리 권하고 있습니다 명덕태후: 해산을 하다간 죽는다구요? 덕녕공주:..... 명덕태후: 나는 그보다 더한 고생을 하면서 지금의 주상을 낳았습니다 덕녕공주: 마마 명덕태후:(밖에다) 대체 어느 의원 놈이 그 따위 처방을 내놨다는 게냐 #동. 복도 찔끔해서 떠는 어의. 명덕태후:(소리) 또 한번 그 따위 요상한 소릴 늘어놓으면 능지처참을 할 것이야 #동. 뜰 나오는 덕녕공주. 벌벌 떨며 따라나오는 어의. 덕녕공주: 아까 한 말이 틀림없느냐 어의:.... 덕녕공주: 대답을 해보시게 어의: 예, 마마 (마른침 삼키며) 소인이 어느 안존이라고 거짓을 고하였겠나이까 덕녕공주:(한숨 쉬고) 기횔 봐서 다시 한번 찾아뵈세 어의: 살려 주십시오 마마. 대비전의 노여움이 저와 같이 크온데 소인이 어찌 그 말씀을 아뢰겠나이까 덕녕공주: 중전의 목숨이 달려있거늘 거짓을 고하겠단 말이냐 어의:(울상이 되는) 덕녕공주: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살기는 글렀으니 바른대로 아뢰거라. 되려 그게 니가 살 길이야 전각을 흘켜보고 가버리는 덕녕공주. 어의: 아이구. 이 일을 어쩌나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어의. #곤성전의 안 노국공주:(웃으며) 공연한 걱정을 하십니다. 어의들이 지어올린 약을 먹고 나니 몸이 한결 가볍습니다 덕녕공주: 내가 전하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중전께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데 손을 놓고 구경만 할 순 없습니다 노국공주: 아이를 낳을 수만 있다면 저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저는 이 아일 낳을 생각입니다 덕녕공주:(뭐라고 하려는데) 노국공주: 말씀을 안 하셔도 전하께서도 대비전 못지않게 후사를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덕녕공주: 차라리 후궁을 들이라고 하세요 노국공주:(터지듯) 그러느니 차라리 죽겠습니다 덕녕공주:......(놀래서 본다) 노국공주: 나는 그런 꼴은 못 봅니다 고개 돌리고 눈물 참는 노국공주. 덕녕공주:(한숨 쉬고) 영웅호걸일수록 여색을 밝힌다는 말도 못 들어보셨습니까. 행세께나 하는 남정네가 소실을 두고 사는 건 흉이 아닙니다. 하물며 임금이 아닙니까 노국공주:...... 덕녕공주: 전하께서 아직 후궁을 두지 않으신 게 이상한 겁니다. 중전께서 그걸 못 참겠다고 하시면 시샘이 많다고 흉을 볼 것입니다 노국공주: 제가 전하의 아이를 낳아드릴 수가 없다면 어찌 전하를 사랑한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덕녕공주:..... 노국공주: 저는 전하께서 내가 낳아드린 아기를 안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덕녕공주:(한숨) 노국공주: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이 고비만 넘기면 태중의 아이가 무럭무럭 자랄 것이라고 했습니다 덕녕공주: 내 말씀을 잘 들어보세요. 전하께선 그간에 여러 어려운 일을 겪으시느라고 경황이 없으셨으나 앞으로는 제법 여유가 생기시어 주위를 둘러보시게 될 것입니다 노국공주:....... 덕녕공주: 이 대궐 안에도 꽃다운 여인이 한 둘입니까 노국공주: 더는 말씀하지 마세요 고개 돌려버린다. 덕녕공주: 중전께서 전하를 독차지 할 수는 없습니다 노국공주:(고개 돌린 채) 전하께서는 다르십니다 덕녕공주: 전하께서 한 눈을 파시는 게 흉이 아니라고 하질 않았습니까 노국공주:(보며) 나는 전하만 바라보고 살고 있습니다 덕녕공주:......(아연한) 노국공주: 전하께서 나를 버리시면 나는 차라리 목을 매고 죽을 겁니다 고개 돌리는 노국공주. 파르르 떤다. 바라보는 덕녕공주. #동. 복도 마주보는 김상궁과 안도치. 눈물 닦는 안도치. #동. 안 노국공주:.... 덕녕공주:....... 노국공주:(고개 돌린 채 눈물 흘리며) 나는 상상할 수가 없어요. 전하께서 후궁의 몸에서 난 아이를 안고 웃고 계시는 모습을..... #동. 복도 나오는 덕녕공주. 울고 있던 안도치, 얼른 눈물 훔치고 숙인다. 덕녕공주:..... 가만히 눈물 닦는다. #동. 안 노국공주:...... 숨죽여 울고 있는 노국공주. 이윽고 쓰러지듯 엎드리며 손으로 방바닥 짚고 겨우 몸을 의지한다. #강안전의 안 두루마리 펴보는 공민왕. 마주앉은 신돈. 최만생:....... 눈치를 보며 시립했다. 공민왕:(한숨쉬며) 부원배들이 재산이 이렇게 많단 말이냐 신돈: 그것도 다 적어 올린 것이 아니옵니다 공민왕: 죽일 놈들. 이 반만 나라에 바쳤어도 신돈: 부원배들이 그 많은 재산을 어떻게 해서 모았는지 아시옵니까 공민왕:(본다) 신돈: 첫째는 매관매직을 한 돈이고, 둘째는 지방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중간에서 착복한 것이고, 셋째는 양민의 전답을 강탈한 것이고, 넷째는 도성 상인들의 등을 친 것이옵고, 다섯째는 힘없는 백성들을 상대로 고리채를 놓은 것이옵고, 여섯째는, 공민왕: 그만하거라 신돈:..... 공민왕: 이놈들이 나보다도 부자가 아니냐 신돈: 그러니 고려를 돈으로 사고도 남는다고 큰소리를 친 것이옵니다 공민왕: 오냐. 이걸 다 거둬들이자꾸나 신돈: 전하. 거기 적힌 부원배들의 재산 가운데 절반이 넘는 양이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나이다 공민왕: 사라져버리다니 신돈: 기철을 비롯한 부원배들과 사생결단을 내고 있는 사이에 부원배들의 재산을 따로 빼돌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민왕:(버럭) 어느 놈이 그런 짓을 했단 말이냐 신돈:...... 공민왕: 말을 해보아라 신돈:(빙긋 웃으며) 전하께서 그 죄를 다 물으시겠습니까 공민왕: 묻고 말고 신돈:...... 공민왕: 어서 말을 해보래두 신돈: 예, 전하 입을 꽉 다무는 신돈. 최만생이 목이 타서 신돈을 훔쳐본다. 신돈: 그날 밤 부원배들의 사병만 난동을 피운 것이 아니옵니다. 조정의 권신들은 저마다 집에서 부리고 있던 사병과 노비를 풀어 부원배들의 집을 습격하였나이다 공민왕: 부원배들을 쳐부수러 간 것이 아니라 부원배들의 곳간 문을 열러 갔단 말이지 최만생:(마른침) 신돈: 예, 전하 공민왕: 죽일 놈들. 그래놓고는 내 앞에서는 저마다 공을 세웠노라고 큰소리를 쳤단 말이냐 신돈:..... 공민왕: 어느 놈인지 다 적어서 올리거라. 내가 그 자들을 대궐로 불러들여 얼굴을 마주하고 다시 한번 물을 것이야. 큰 공을 세웠다고 하셨습니까? 부르르 떨며 비웃는 공민왕의 -. #대궐의 길 최만생이 허겁지겁 달려온다. 김원명: 여길세 최만생: 큰일 났습니다 상장군대감. 편조란 자가 전하께 낱낱이 고해 바치고 있습니다 김원명: 뭘 고해바치고 있단 말이냐 최만생:.... 주위 둘러보고 귓속말. 김원명: 으음 최만생: 전하께서 노발대발 잔노하시어 김원명: 이놈이. 지 무덤을 파고 있구나 #강안전의 안 공민왕:...... 신돈:...... 공민왕:.... 이윽고 빙긋 웃는 공민왕. 따라서 싱긋 웃는 신돈. 공민왕: 지금쯤 날개 달린 발처럼 소문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겠구나 신돈: 예, 전하. 그러니 전하께서는 가만히 앉아서 거두기만 하시면 되옵니다 공민왕: 그러게 말이다 웃는 공민왕. 싱긋 웃는 신돈. 숨이 막히도록 웃어대는 공민왕. #선경전의 안 웅성거리는 대신들. 김용이 들어온다. 정세운:(대신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소이까. 전하께서 얼마나 실망을 하시겠습니까 염제신: 이 사람이 어디다 대고 큰 소리야. 나는 부원배들의 집엔 얼씬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일세 정세운: 다 토해내야지요. 편조란 자의 말이 사실이면 다 토해내고 그 죄값으로 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겁니다 나가버리는 정세운. 염제신: 어허, 이거야 원 기가 막혀서. 저 혼자만 깨끗하다 그 소리가 아닌가. 우정승대감. 지금 당장 전하를 찾아 뵙고 전하의 오해를 푸셔야겠습니다 이제현: 여러 사람이 전하의 의심을 살만한 짓을 했으니 무슨 염치로 전하를 찾아뵌단 말씀입니까 한숨 쉬고 나가버린다. 웅성대는 대신들. 염제신: 원 이거야. 우리 군이 지금 북방으로 출정을 해서 원과 사생결단을 하고 있는 이 마당에 군신이 서로 의심을 해서야 어찌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꼬 김용: 좌정승대감. 대처 무슨 일로 떠들썩한 겁니까 염제신: 안성군께선 소문도 못 들으셨나. 편조란 자가 부원배들의 재산을 약탈한 조정대신들의 명단을 전하께 올렸다고 하네 김용:(눈이 번쩍하며) 부원배들의 재산을 약탈한 자의 명단이라니오. 아니 어느 놈이 그따위 극악무도한 짓을 했다는 겁니까 눈을 부라리는 김용. 이어 헛기침을 해댄다. #강안전의 안 이인복: 전하 공민왕:....... 이인복: 잠시만 덮어두시옵소서 공민왕: 편도가 명백한 증거를 들이댔거늘 잠시만 덮어두라니오 이인복: 지금 군이 쌍성총관부와 서북면으로 출정을 하고 있사옵니다 공민왕: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이인복: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쌍성총관부를 수복하고 원의 군사들을 압록강 너머로 몰아내는 것이옵니다 공민왕:...... 이인복: 그 일을 다 이루시고 나서 부패한 관리들을 잡아 들이셔도 늦지 않사옵니다 공민왕: 으음 이인복: 전하 애원하듯 바라보는 이인복. #초선의 집. 앞 서성거리는 덕운. 신돈, 온다. 덕운: 편조야. 큰 일 났다 신돈: 덕운스님이 웬일이십니까 덕운: 큰스님께서 몸저 누우셨다 신돈:....(보더니 싱긋 웃으며) 꾀병이시겠지요 덕운: 이번엔 진짜라니까 신돈:..... 덕운: 이번엔 정말 입적을 하시려는지 물 한모금 못 드시지 뭐냐 우는 시늉하는 덕운. 신돈: 정말입니까 덕운: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냐 신돈: 천천히 따라오십시오 덕운스님. 저 먼저 갑니다 바람처럼 달려가는 신돈. 덕운: 같이 가야지 허둥지둥 따라가는 덕운. #강안전의 안 이인복:..... 애원하듯 보는. 공민왕: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이인복: 서북면병마사 인당의 장계에 의하면 서경에서 전투 준비를 끝냈다고 하옵고, 동북면병마사 유인우는 이미 쌍성 부근에 도착했다고 하옵나이다 공민왕: 으음 깊은 신음하는 공민왕. #쌍성총관부. 부근의 길(밤) 말 세 필이 달려온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유인우와 공천보. 말이 와서 멎는다. 이자춘, 이성계, 조도치. 공천보:(나서며) 동북면병마사 유인우 장군이십니다 유인우:..... 말 위에서 거만하게 고개를 조금 끄덕여보이는 유인우. 이자춘: 소인은 쌍성총관부의 천호 이자춘입니다. 그리고 제 아들 이성계와 조총관의 부관 조도치입니다 유인우: 판삼사사대감한테 말씀을 들었네. 이미 항서를 쓰셨다구 이자춘: 예, 장군 유인우: 헌데 어째서 조소생이 직접 와서 항복을 하지 않는가 이자춘: 죄송합니다만 시간을 좀 주십시오 유인우: 우리가 공격을 개시하면 쌍성총관부는 반나절도 못 가서 함락을 당할 것이야 이자춘: 총관부의 모든 장수들이 고려에 투항하는데 동의를 했습니다. 다만 총관이신 조소생 장군이 유인우: 하루 말미를 주겠다. 아침까지 투항하지 않으면 공격 명령을 내리겠다 말 머리를 돌려 돌아가는 유인우. 공천보: 서두르시오 유인우를 따라간다. 바라보고 서있는 이자춘. 조도치: 경박한 사람이군요 이자춘: 돌아가세. 시간이 없으이 #쌍성총관부의 회의실(밤) 조소생: 항복이라니 이자춘, 조도치, 이성계 등 장수들을 노려보는 조소생. 조소생: 우린 원제국의 군대다. 고려 같은 약소국에게 항복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이자춘: 우린 모두 고려인입니다. 모국을 상대로 전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조소생: 지금 당장 고려군을 공격할 것이야 칼을 빼드는 조소생. 움직이지 않는 이자춘 등. 조소생: 군령을 어길 셈이냐 조도치: 장군. 이미 대세가 기울었소이다 이자춘: 무장을 해제하라 이성계와 장군들이 조소생을 에워싼다. 조도치: 잠깐만 이자춘:(본다) 조도치: 조장군은 덕성부원군과 내통한 것이 탄로 나면 항복을 해도 살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자춘: 으음 (망설이는) 조도치: 그 동안의 정리를 생각해서 살 길을 열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자춘:(이성계를 본다) 이성계:...... 칼을 거둔다. 따라서 칼을 거두는 장군들. #동. 뜰(밤) 말 위에 오르는 조소생. 계단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자춘 등. 조소생: 두고 봐라 이놈들. 황제폐하께서 대군을 보내 네놈들의 반역죄를 물을 것이니 말을 몰아 도망치는 조소생. #압록강 부근의 군막 안 지도를 펴놓고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강중경과 최영과 부관들. 인당:(들어오며) 유인우가 쌍성총관부에 무혈입성했다는 게 사실이냐 최영: 예. 방금 전령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인당: 유인우는 벌써 쌍성총관부를 함락해 전공을 세웠거늘 우린 뭘하고 있는게냐 강중경: 우리 상대는 고려 유민이 아니라 원의 정규군이외다 인당: 그래서 강중경: 섣불리 공격을 했다가 패전이라도 당하면 인당: 장수가 패전을 두려워해서야 되겠나. 내일 아침 일찍 출전을 할 것이니 만반의 준비를 해라. 군령을 어기는 자는 내가 그 자리서 참할 것이야 엄포를 놓고 나가는 인당. 최영: 강장군님. 더는 출전을 미룰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강중경: 지놈이 뭔데 나한테 명령을 해. 지 놈이나 나나 같은 병마사이거늘 최영:..... 강중경: 정탐병을 보내 원군의 동태를 살펴오라고 하게. 그런 연후에 출전을 할 것이야 #기황후의 처소. 안 박불화: 마마. 파사부와 압록강 일대의 팔참을 경비하는 장군들로부터 원병을 보내달라는 재촉이 급박하옵나이다 기황후:....... 박불화: 원병을 미루시다 쌍성총관부와 파사부를 모두 잃으시면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기황후:(버럭)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는 걸 모르느냐 박불화:...... 기황후: 쿤란이 위왕의 잔당들과 내통하여 연경을 칠 것이라는 밀고가 들어와 있느니라 박불화: 고려가 압록강 이남의 옛 영토를 되찾으면 그 기세를 누르기가 힘이 들 것입니다. 고려에는 보탑실 리가 있으니 쿤란태자가 양 날개를 다는 격이 아니겠사옵니까 기황후:(부르르 떠는) 박불화: 황후폐하 기황후: 내가 어리석었느니라. 보탑실리를 그 애비와 함께 죽였어야 하는 건데 박불화:..... 기황후: 그렇게도 내 마음을 모를까. 내 아들이 원제국을 물려받으면 내가 어련히 알아서 고려의 영토를 돌려줄 것을. 어디 쌍성과 압록강 뿐이냐. 내가 요동과 여진족의 땅을 다 돌려줄 것이야 박불화: 황후폐하. 원병을 보내셔야 하옵니다 기황후: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느냐. 내 손에 고려인의 피를 묻힐 수는 없다고 하질 않느냐 #쌍성총관부의 회의실 주연이 베풀어졌다. 유인우:(취해서) 여러분 덕분에 내가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쌍성총관부를 점령했소이다 공천보: 경하드리옵니다 장군 유인우:(이자춘을 손가락질하며) 허긴 미리 항복을 하지 않았으면 모두 내 손에 죽었겠지. 너희들이 모두 나라를 버리고 도망친 반역자들이 아닌가 공천부: 장군 유인우: 허나 항복을 했으니 내가 너희들을 모두 살려는 주마. 대신 원으로 도망친 조소생을 잡아와야 할 것이야. 그 놈을 잡아서 개경으로 돌아가야 내 체면이 설 게 아닌가 조도치: 원으로 도망친 조소생을 무슨 수로 잡아오겠습니까 유인우: 네놈이렷다 조도치:(흠칫) 유인우: 네 놈이 조소생이 도망칠 길을 열어줬다는 게 사실이냐 이자춘: 조소생에게 도망칠 길을 열어주지 않았으면 여진족과 함께 끝까지 고려군에게 항전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 됐으면 쌍방간에 많은 사상자가 났을 것이니 유인우: 저 놈을 당장 끌어내라 조도치를 가리킨다. 시립했던 군졸들이 조도치를 끌어 일으킨다. 조도치:(뿌리치며) 이것이 항복한 대가냐 유인우: 이놈이 칼을 뽑아드는 유인우. 조도치: 죽여라. 이럴 줄 알았으면 나 역시 조소생과 함께 끝까지 싸웠을 것이다 유이운: 에잇 조도치를 내려치는 유인우. 그 피가 옆에 앉은 이성계의 얼굴에 튄다. 이성계:...... 피를 뒤집어 쓴 이성계의 눈이 번뜩인다. 유인우: 명심해라. 니놈들은 평생 얼굴에 반역자의 딱지를 붙이고 살아야 할 것이야 취해서 미친듯이 웃어대는 유인우. 이성계:..... 그 피묻은 얼굴. #압록강. 부근의 군막. 앞 포박당한 강중경. 인당: 무릎을 꿇지 못하겠느냐 이놈 강중경:..... 부르르 떤다. 인당: 뭘 하고 있느냐 군졸들이 강중경을 꿇어앉힌다. 최영:(나서며) 참으십시오 병마사대감 인당: 네 이놈. 내가 아침까지 출정준비를 하라고 했거늘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휘하의 장수들을 불러 출정을 미뤄야 한다고 한 까닭이 무엇이냐 강중경: 전하께서 압록강을 넘지 말라는 어명을 내리신 것을 벌써 잊었소이까 인당: 나는 파사부와 팔참을 모두 격파하라는 어명만 받았다. 니놈이 어명과 군령을 모두 어겼으니 내가 너를 먼너 참하고 나서 전하께 고할 것이야 최영: 이러시면 안됩니다 장군 인당: 뭘 하고 있느냐. 저 놈의 목을 당장 치지 않고 칼을 빼들고 망설이는 군졸들. 인당이 군졸의 칼을 뺏더니 그대로 강중경의 목을 친다. 그 피가 최영의 얼굴을 적신다. 최영:...... 피묻은 최영의 얼굴. #개태사의 마당 들어오는 신돈. 한가하게 쪽마루에 앉아 시래기를 다듬고 있는 곰순네. 곰순네: 편조 아니냐 신돈: 큰스님은요 곰순네: 주무시겠지. 요즘은 밤낮 가리지 않고 잠만 주무신다. 늙으셨나 신돈:...... 큰스님 방으로 달려간다. #동. 안 방문 여는 신돈. 큰스님: 왔구나 앉아서 누룽지를 오물거리며 먹고 있는 큰스님. 신돈:.......(기막힌) 큰스님: 어서 들어오너라. 찬바람 들어온다 신돈:..... 그만 웃고 들어와 앉는 신돈. 큰스님: 덕운이는 신돈: 살아계신 모습 못볼까봐 한숨도 안자고 밤낮으로 달려오는 길입니다 큰스님: 속는 줄 알면서 온거지 신돈:.......(웃는) 큰스님:(바깥을 기웃거리며 엉덩이 밑에서 육포를 꺼낸다) 덕운이 이놈이 어찌 육포를 훔쳐 먹는지 요즘은 내가 자면서도 깔고 잔다 오물거리며 육포를 먹는다. 신돈: 왜 또 절 부르셨습니까 큰스님: 살아있는 니 녀석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불렀다 신돈:...... 큰스님: 뭐가 그렇게 급해. 하루 아침에 다 끝내버리고 저녁에 뭘 하고 지내려구 신돈: 하루만 미뤄도 백성들의 고통이 산처럼 쌓인다는 걸 모르십니까 큰스님:(보더니)......(혀를 찬다) 신돈: 스님. 스님을 뵈었으니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일어나는 신돈. 큰스님:(돌아앉으며) 기왕 먼 길을 내려왔으니 내 등이나 좀 긁어주고 가거라 신돈:....... 큰스님: 뭘해 이 녀석아. 등 좀 긁으라니까 신돈:...... 할 수 없이 다시 앉아 큰스님의 등을 긁어주는 신돈. #동. 뜰(밤) 밤이다. #동. 안(밤) 윗목에 코 곯며 자고 있는 덕운. 나란히 누운 큰스님과 신돈. 큰스님: 편조야 신돈:......예, 스님 큰스님: 천천히 가거라 신돈:....... 큰스님: 나보다는 오래 살아야지 한숨 쉬듯 돌아눕는 큰스님. 신돈:...... 가만히 큰스님을 바라보다 빙긋 웃는 신돈. 갑자기 어린애처럼 웃으며 큰스님의 등에 바싹 달라붙는 신돈. #대궐의 내불당. 앞(밤) 덕녕공주가 온다. 서성거리는 안도치. 덕녕공주: 중전께선 아직도 내불당에 계시느냐 안도치: 예, 마마 덕녕공주:..... 내불당을 바라본다. 고요하다. 어느새 바람이 새어들어가는지 내불당 창에 비친 불빛이 팔랑인다. #동. 안(밤) 팔랑이는 촛불. 노국공주:....... 기둥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멍한 두 눈. 마치 넋이 나간 것 같다. 쭈욱 뻗은 두 다리. 그 치마폭에 피가 배어나오고 있다. 노국공주:...... 이윽고 스르륵 감기는 두 눈. <신돈 31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