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33회 <신돈> -33회 - #도성의 골목길(밤) 팔을 움켜쥐고 도망쳐 오는 신돈. 그 뒤를 쫓는 사내들. 여기저기서 표창이 날아온다. 표창을 피하며 도망가는 신돈. 여기저기 날아와 벽에 박히는 표창. 막다른 곳에 이르는 신돈. 신돈:..... 돌아본다. 신돈을 에워싸더니 칼을 빼드는 사내들. 신돈:....... 자세를 가다듬는 신돈. 그러나 표창 맞은 팔이 움직이지가 않는다. 통증. 신음하며 팔을 움켜쥐는 신돈. 사내: 죽여라 일제히 달려드는 사내들. 신돈이 몸을 날려 겨우 피한다. 다시 에워싸는 사내들. 신돈:...... 진땀이 흐른다. 가물거리는 시선. 사내들의 모습이 흐릇해진다. 휘청, 쓰러지는 신돈. 순간, 박서방:(소리) 웬 놈들이냐 박서방과 장정들이 달려와 칼을 빼든다. 사내들과 장정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 벽에 기댄 채 흐릿해진 시선으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신돈. #초선의 집. 안방(밤) 옷을 짓고 있는 초선. 옷감을 들어서 눈짐작으로 크기를 재보는 초선. 박의처: 자를 드릴까요 마님 초선:.... 싱긋 웃더니 옷감을 자르는 초선. 박의처: 눈짐작으로 지으시려구요 초선: 헌옷이라도 한 벌 있으면 가져다 재보고 짓겠다만 달랑 입고 있는 옷 한 벌 뿐이시니 박의처: 마님도 참. 새옷을 지어드리려고 하니 치수를 재보자고 하시면 되잖습니까 초선:.... 문득 생각에 잠기는 초선. 박의처: 마님께서 치수를 재기가 뭣하시면 제가 재다 드릴까요 초선: 그만둬라 (웃으며) 내가 지어드린 옷을 입으시겠느냐. 그냥 한번 만들어 보는 거지 부지런히 옷감을 재단하는 초선. 박의처: 그만큼 가까이 지내셨으면 흉허물이 없을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마님 초선:(정색하며) 흉허물이 없다니 박의처:(웃으며) 정이 드실 때도 됐다는 말씀입니다 초선:(오히려 당황하며) 나는 한번도 그 분을 이성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네 부지런히 옷감만 들척이는 초선의 손. 싱긋 웃는 박의처. #도성의 골목길(밤) 사방을 경계하는 장정들. 담에 기대 기진한 신돈. 박서방: 칼을 맞으셨습니까 거사님 신돈:...... 입을 열려고 애쓰나 말이 안 나오는 신돈. 신돈의 팔을 보더니 흠칫 놀라는 박서방. 박서방: 표창을 맞으셨나 봅니다 신돈: 독...독이 묻었나 보네 신돈을 업으려고 하는 박서방. 신돈:(박서방 꽉 움켜쥐며) 시간이 없네 신돈을 내려놓는 박서방. 박서방의 허리 춤에서 단도를 빼서 내미는 신돈. 망설이는 박서방. 박서방, 단도로 신돈의 팔소매를 잘라 찢어내서 둘둘 뭉쳐 신돈의 입에 넣는다. 박서방: 참으십시오 신돈의 팔에 꽂힌 표창 옆을 단도로 찢는 박서방. 신음하는 신돈. #초선의 집. 안방(밤) 옷을 짓는 초선. 힐끔 박의처를 본다. 웃고 있다. 당황해서 부지런히 옷감을 뒤적인다. 박의처: 뭐가 그렇게 부끄러우십니까 마님 초선: 자네가 쓸데없는 소릴 하니까 그렇지 박의처: 그럼 마님께선 평생 혼자 사실 작정이십니까 초선: 이 사람 보게 박의처: 마님께서 방에 앉아 옷을 짓고 있는 모습을 뵈니 초선: 그만 놀리래도 그런다 초선이 얼굴을 붉히는데, 밖에서 쨍그랑 뭔가 깨지는 소리. 방 밖을 보는 초선. 다시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창문밖이 환해진다. 놀래서 나가는 박의처. #동. 마당(밤) 나오는 박의처. 지붕 위로 횃불과 불붙은 장작이 날아오고 있다. 박의처: 아이구 이 일을 어쩌나. 불이야 소리친다. #동. 안방(밤) 초선:..... 박의처:(소리) 빨리 나와서 불을 끄지 않고 뭘하고 있느냐. 불이야 #동. 마당(밤) 여종들이 달려와 불을 끄고 있다. 허둥대는 박의처. 별채에서 달려오는 공철. 박의처: 좀 나가봐요. 집안에 남자라곤 없으니 밖으로 달려 나가는 공철. #동. 대문 앞(밤) 대문 여는 공철. 사내들이 횃불에 불을 붙여 안으로 던지고 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공철. 공철: 이놈들, 그만 두지 못할까 공철을 향해 불붙은 장작을 던지는 사내들. 피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공철. #곤성전의 안(밤) 노국공주:.... 보일 듯 말 듯한 미소. 바라보고 있는 김상궁. #강안전의 안(밤) 공민왕:..... 고개 돌려 보는 공민왕. 혜비:...... 숙이고 앉아있다. 공민왕:...... 가만히 한숨. #곤성전의 복도(밤) 숙이고 서있는 안도치. 노국공주:(안에서) 강안전에 불이 꺼졌다고 하더냐 안도치:..... 흑 울음이 치미는. 노국공주:(안에서) 어째서 대답이 없느냐 #동. 안(밤) 노국공주:..... 밖을 보고 있는. 안도치:(소리) 황공하오나 전갈이 없사온지라 노국공주: 자네가 가보고 오너라 #동. 복도(밤) 안도치:....... 울음 참는. 노국공주:(소리) 가서 보고 그냥 오지 말고 침전에 불이 꺼지거든 그 때까지 기다렸다 와서 고하거라 안도치:..... 기어코 울음이 터진다. 노국공주:(소리) 뭘 하고 있느냐. 어서 다녀오지 않고 안도치: 예, 마마 어린애처럼 손으로 눈물 훔치며 돌아서는 안도치. #동. 안(밤) 노국공주:.....(미소 지으며) 전하를 잘 뫼셔야 할 것이야. 그래야 전하께서 후사를 두실 게 아니냐 김상궁:.... 노국공주를 바라보던 김상궁, 가만히 고개를 돌려 눈물을 참는다. 노국공주: 울지 말거라. 이게 다 전하를 위하는 일이니 김상궁: 마마 노국공주: 그래도 전하의 마음은 항상 내 곁에 계실 것이야 가만히 옆자리를 쓰다듬어 보는 노국공주. #강안전의 뜰(밤) 안도치:...... 놀래는 안도치. 전각에 불이 꺼져있다. 하늘이 무너지듯 한숨을 내쉬는 안도치. 안에서 공민왕이 나온다. 안도치:(놀래서) 전하 공민왕: 중전께선 주무시고 계시느냐 안도치: 마마께서 어찌 잠을 이루실 수가 있겠나이까 벌써 앞서가고 있는 공민왕.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최만생광 이환관. 안도치:.... 불꺼진 전각을 보더니 환해져서 부지런히 공민왕을 따른다. #곤성전의 안(밤) 방문이 와락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공민왕. 공민왕: 대비전에서 시키셨습니까 노국공주: 전하 공민왕: 내가 중전과 연경에서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한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평생 중전 이외는 어떤 여자도 거들떠보지 않겠다구요 노국공주: 전하 공민왕: 왕씨면 됩니다, 고려의 국왕은. 내 자식이 아니더래도 고려의 국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왕손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마세요 훽 돌아서 나가는 공민왕. 노국공주:(외치는) 저를 위해서 그리 하시라는 겁니다 전하 공민왕:(멈춘다) 노국공주: 전하께서 누구의 몸에서든 후사를 얻지 못하시면 그 과실이 모두 신첩에게 돌아온다는 걸 모르십니까 공민왕:(돌아본다) 노국공주: 왕자를 낳지 못하는 중전은 국모의 자격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끝내 고집을 부리시면 신첩은 그 허물을 벗지 못하고 결국은 왕비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전하께선 신첩이 그리 되기를 바라십니까 공민왕:.......(참는) 노국공주: 저는 죽어도 전하 곁에 있고 싶습니다. 신첩이 대궐 밖으로 쫓겨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면 후궁을 들여 아들을 낳으세요. 그러면 저를 대궐 밖으로 내쫓지는 않을 겁니다 공민왕: 누가 중전을 대궐 밖으로 내쫓는다는 겁니까 노국공주:.....(고개 돌리는) 공민왕:(달려와 노국공주를 안으며) 나를 보세요. 몽골의 초원을 달리던 그 늠름한 모습은 다 어디 두고 그런 마음 약한 소리를 하십니까. 장검을 뽑아들고 덕성부원군의 방자함을 꾸짖던 그 기상은 다 어디다 두고 한낱 연약한 여인처럼 눈물을 흘리고 계시느냔 말입니다 노국공주: 전하 울면서 바라보는. 공민왕: 내 말을 잘 들으세요 고개 돌리는 노국공주. 그 얼굴을 잡아 바라보는 공민왕. 공민왕: 대비전에서 뭐라고 하든 조정대신들이 뭐라고 하든 당당하게 맞서세요. 중전은 고려를 일으켜 세운 여장붑니다. 왕의 침실이나 지키고 앉아있는 궁중의 여인이 아닙니다. 나와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고려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갖난 아이처럼 허약하기 그지없는 나랍니다. 얼마를 더 가야 이 나라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성한 나라가 될 지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합니다. 그러니 중전이 있어줘야 합니다. 내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나를 채찍질 하셔야지요. 내가 물러날 때마다 앞으로 가라고 내 등을 밀어주셔야 할 것이 아닙니까 와락 노국공주를 껴안는 공민왕. 그 품에 안겨 눈 감는 노국공주. 공민왕: 다시는 이런 짓을 하면 안 됩니다. 다시는 이러지 마세요. 다시는 노국공주를 부둥켜안고 우는 공민왕. 노국공주:.... 그 눈에서 흘러내리는 기쁨의 눈물. 눈물 짓는 김상궁. #동. 복도(밤) 눈물 짓는 안도치와 환관들. 시늉만하며 눈을 두리번거리는 최만생. #강안전의 안(밤) 어둠 속에, 혜비:..... 고개 숙이고 앉아있다. #개태사의 마당(새벽) 아직 어둡다. 덕운이 방에서 나온다. 졸리운지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 흠칫 놀란다. 어둠 속에 큰스님이 서있다. 잘못 봤나 눈을 부비는데, 곰순네: 웬 잠이 그렇게 많우. 큰스님께서 한숨도 못 주무시고 밖에 나와 서계시는데 덕운: 밤새도록 저러고 서계셨단 말이우 곰순네: 쓰러지지 않으신 게 다행이시지 한숨 쉬고 안으로 간다. 덕운:.... 슬그머니 다가간다. 큰스님:..... 꼼짝 않고 서있다. 덕운: 큰스님 큰스님:...... 덕운: 왜 그러고 서 계십니까 큰스님:....어허, 그 놈 가만히 혀를 찬다. 덕운:(놀라서) 누구 말씀이십니까 큰스님 큰스님: 또 한 고비 넘겼구나 (혀를 차는) 덕운: 편조 말씀이십니까 큰스님: 굽이굽이 죽을 고비니 덕운: 정말......개경에 있는 편조가 큰스님 눈에 보이십니까 큰스님: 나무관세음보살 가만히 눈물 훔치는 큰스님. #초선의 집. 안방(새벽) 잠든 신돈. 초선:.... 바라보고 앉아있다. 끄응 신음하며 조금 움직이다 다시 실신하듯 움직이지 않는 신돈. 초선:...... 그런 신돈을 바라보는 초선. 가만히 물수건을 적셔 신돈의 얼굴로 가져가다 흠칫 멈춘다. 신돈의 모습. 초선:...... 망설이다 신돈의 얼굴을 닦아주는 초선. #동. 대문 앞(새벽) 사방을 지키고 있는 장정들. 바라보는 박서방. 공철: 날이 밝는 걸 보니 더는 별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박서방:(신음) 어느 놈의 짓인지 공철: 보통 놈들은 아니지요 박서방: 편조거사님을 따라가느라고 집을 비운 사이에 불을 지른 걸 보면 단단히 준비를 한 게 아니냐 공철: 편조거사님과 우리 마님을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는 권문세도가가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박서방: 으음 신음. #동. 안방(새벽) 정성껏 신돈의 얼굴을 닦아주는 초선. 눈 감은 채 한숨을 내쉬는 신돈. 초선: 정신이 좀 나십니까 신돈:...... 다시 잠든 모습이다. 빙긋 웃고 다시 수건에 물을 적시는 초선. 신돈:(소리) 마마.... 초선:(본다)...... 무슨 소린지 못 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신돈. 초선: 뭐라고 하셨습니까 신돈:....... 진땀을 흘리더니 끄응 신음하는 신돈. 초선:...... 문득 떠오르는 쓸쓸한 미소. #영수전의 뜰 옥교가 멎어있다. 환관들과 상궁, 내인들. 안에서 명덕태후의 웃음 소리. #동. 안 명덕태후: 그래요? (웃으며 덕녕에게) 주상과 중전의 금실이 돈독합니다 덕녕공주:(미소) 명덕태후: 잘하셨습니다. 내외간의 금실이 그래야지요 웃으며 못마땅해서 한숨 내쉰다. 앞에 앉은 공민왕과 노국공주. 공민왕: 예. 제가 과음을 했습니다. 초저녁에 마신 술이 지나쳤는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지 뭡니까 어머니 (웃으며) 헌데 새벽녘에 눈을 떠보니 이 사람이 꼼짝도 않고 저를 지키고 있지 뭡니까 (노국공주에게) 그래 한숨도 안 주무셨습니까 노국공주:(괴로운) 공민왕: 미안합니다 중전 (손을 잡는다) 그렇게 허전하셨습니까 찡그리는 명덕태후. 미소 짓는 덕녕공주. 공민왕: 미안합니다. 요즘 정사가 밀려 대전에서 밤을 새우기 일쑵니다. 앞으론 밤을 새워도 곤성전에서 새울 겁니다 명덕태후: 으흠 (헛기침) 공민왕: 어머니께서는 잘 아시겠습니다. 허구헌날 독수공방을 하셨으니 덕녕공주:(막듯이) 전하 공민왕: 예. 제가 잘 압니다. 연경에 있을 때도 어머니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졌어요. 부왕께서 어머닐 대궐 밖으로 내치셨으니 덕녕공주: 전하 공민왕: 동병상련이 아닙니까 (노국공주에게) 그러니 염려마세요. 중전의 마음은 누구보다 대비마마께서 잘 알고 계시니 (명덕태후에게) 안 그렇습니까 어마마마 웃어대는 공민왕. 씰룩이는 명덕태후. #동. 뜰 나오는 공민왕. 따라 나오는 노국공주. 옥교에 먼저 타는 공민왕. 그대로 서있는 노국공주. 공민왕:(안에다 대고) 고마운 줄을 아셔야지요 노국공주:(다급히) 전하 공민왕: 평생 소원이 대궐 안에서 사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명덕태후:(안에서 버럭)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동. 안 명덕태후: 주상께서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앉으셨습니까 덕녕공주: 마마 명덕태후: 주상께서 큰소리를 내고 있질 않습니까 덕녕공주: 마마께서 참으셔야지요 명덕태후: 으음 공민왕:(밖에서) 그 빚은 다 갚았습니다 어머니 명덕태후: 저, 저런 덕녕공주: 마마 명덕태후: 아이구 내 팔자야. 내가 뭘 어쨌다고 저 행패신고. 후궁을 들이라는 건 중전의 생각이 아닌가 #동. 뜰 공민왕:..... 전각을 노려보며 부르르 떠는 공민왕. 노국공주:..... 괴로운. 공민왕: 미안해 하실 거 없습니다. 또 한번 어머니가 중전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만들면 내가 어머니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만들 겁니다. 가자 옥교를 들어 올리는 가마꾼들. 가는 가마.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서있는 노국공주. #이제현의 집. 안방 고개 숙인 혜비. 이의처: 원 이런 망신이 있나. 아무리 지엄하기 그지없는 중전이시라고 명색이 정승댁 여식이거늘 이제현: 부인 이의처: 그렇지 않습니까. 저희가 언제 이 아이를 후궁으로 들여 달라고 애원을 했습니까 이제현: 그만 하시래두요 이의처: 생각할수록 분해서 하는 소립니다 돌아앉는 이의처. 이제현:..... 혜비를 본다. 혜비: 죄송합니다 아버님 이제현: 당분간은 집에서 지내거라 혜비:(숙이는) 이제현: 왜 대답이 없느냐 이의처: 이 애가 대궐에 들어가고 싶어 들어갑니까. 대비전에서 자꾸만 불러들이시니 이제현: 부인은 좀 가만히 계세요 이의처: 대감께서 참고만 계시니 중전께서 우리 집안을 가볍게 여기시는 겁니다 이제현: 중전께서 무슨 잘못을 하셨다고 자꾸 입에 올리십니까 이의처: 중전께서 투기를 하시니 그렇잖습니까 이제현: 투기라니오 이의처: 투기가 아니고 뭡니까 이제현: 어허 이의처: 어디 투기뿐입니까. 자식을 낳지 못하니 그 죄는 또 적습니까 이제현:(버럭) 그만 두시래두요 이의처: 아이구 난 모르겠습니다. 대감께서 알아서 하시구려 부아가 나서 나가버린다. 이제현:..... 혜비를 본다. 혜비:(본다) 이제현:(한숨) 혜비: 저는 괜찮습니다 아버님. 전하께서 언젠가는 저를 부르실 날이 있을 겁니다 이제현:..... 흠칫하는 이제현. 고개 숙이는 혜비. 이제현:...... 탄식하듯 한숨을 내쉬는 이제현. #영수전의 안 김원명: 마마께서 전하의 양 날개를 다 꺾으셔야 권력을 잡으실 수가 있사옵니다 명덕태후: 양날개라 했느냐 김원명: 예, 마마. 중전과 편조이옵나이다 명덕태후:...... 김원명:(싱긋 웃으며) 생각을 해보십시오 대비마마. 전하께서 결벽증에 걸리신 것도 아니온데 후궁을 두는 문제를 가지고 마마께 대드셨겠나이까 명덕태후:...... 김원명: 전하께서는 어린 나이에 연경에 볼모로 끌려가 계셨습니다. 그런 전하께서 권력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계실 리가 없사옵니다. 하오나 중전께서는 일찍이 원나라 황실에서 벌어지는 궁중 암투의 중심에 서있었던 분입니다. 덕성부원군을 요리하는 솜씨를 보면 중전의 술책이 얼마나 뛰어난가 하는 것을 잘 알 수가 있사옵니다 명덕태후:(끄덕이는) 김원명: 전하께서 중전을 잃으시면 마마께서 전하를 좌지우지하시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도 쉬울 것이옵니다 명덕태후: 편조란 자가 그렇게 대단한 자냐 김원명: 편조는 천민의 나라를 만들려는 자이옵나이다 명덕태후: 그게 무슨 말이냐 김원명: 편조는 권문세도가와 사대부의 명맥을 끊어 결국은 천민이 득세하고 명문 귀족이 도태하는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자이옵나이다 명덕태후:(찡그리는) 김원명: 허나 그것도 명목일뿐 종당엔 왕실마저 뒤엎고자 할 위인이옵나이다 명덕태후: 허면 편조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이 아니냐 김원명: 그러하옵나이다 명덕태후: 그런 자를 주상께서 가까이 두시고 있는 까닭이 무엇이냐 김원명: 전하께선 고려에 왕권을 행사할 기반이 없으시옵나이다 명덕태후:..... 김원명: 조정에서 전하를 따르는 대신은 기껏해야 이제현, 이인복 정도이옵고 측근이래야 정세운, 김용 정도가 있을 뿐이옵니다. 그나마 무반 중엔 뿌리를 내린 인맥이 전무한 형편이옵나이다 명덕태후:(신음) 김원명: 허나 마마께서는 고려의 사정에 밝으시고 모든 세력을 다 아우르실 수가 있사옵니다 명덕태후: 그러니 내가 답답하다는 것이야. 내가 그렇게 주상을 도와주려고 하거늘 김원명: 마마. 중전께선 회임을 하지 못하시니 언젠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옵니다. 전하와 편조가 지금은 같은 길을 가고 있으나 언젠가는 갈라설 것이옵니다. 허나 그 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사옵니다. 중전을 물러나게 만들고 편조와 갈라서게 만들어야 하옵나이다 명덕태후: 묘책이 있느냐 김원명: 마마께서 소인을 믿어주시면 소인이 그 묘책을 만들어 드리겠나이다 명덕태후: 내가 자네만 믿겠다 김원명: 믿어주시옵소서 마마 음흉한 미소. #강안전의 안 공민왕: 대체 편조는 어디서 뭘 하고 있기에 요즘은 통 볼 수가 없느냐 최만생:(당황해서) 억울한 백성들을 만나러 자주 도성을 비운다고 하옵나이다 공민왕: 오늘도 편조가 입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보내 편조를 찾아 보아라 최만생: 예, 전하 #동. 복도 나오는 최만생. 휴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최만생. #동. 안 공민왕: 우정승께서 편조를 좀 도와주세요 이제현:..... 공민왕: 하루 빨리 전민변정도감을 세워 편조를 시켜 억울하게 땅을 뺏기고 노비가 된 백성들의 신원을 다 풀어줘야 하겠는데 슬며시 이제현의 눈치를 보는 공민왕. 이제현:(난처한) 공민왕: 그나저나 제가 우정승께 결례를 했습니다 이제현: 소신의 여식은 공민왕: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고 있습니다. 우정승 대감의 체면이 크게 깎이신 것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적당한 기회에 우정승대감의 여식을 대궐로 불러들여 첩지를 내리겠습니다 이제현:... 가만히 한숨을 내쉬는 이제현. #대궐의 길 꺼덕거리며 오는 김용. 김원명:(소리) 대단하십니다 안성군대감 김용, 찡그리며 본다. 김원명이 서있다. 김용: 으흠 김원명:(오며)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더니 잘하셨습니다 김용: 무슨 말씀이신가 김원명: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편조의 졸개들을 혼을 내주셨다면서요 김용: 그 말씀인가 (으시대며) 손을 좀 봐줬지요. 이놈들이 내 집 곳간까지 뒤지려고 드니 김원명: 대비마마께 그 말씀을 드렸더니 파안대소를 하시더이다. 안성군대감을 다시 보신 모양입니다 김용: 나를 다시 보다니 김원명: 대비전에선 안성군 대감을 전하의 오른팔로 보고 계십니다. 헌데 전하의 왼팔인 편조를 안성군께서 치셨으니 김용: 편조같은 자가 어떻게 전하의 왼팔이 된단 말씀이신가. 대비전에서 편조를 너무 높이 보셨으이 헛기침 하고 가는 김용. #다른 대궐의 길 김용, 온다. 최만생이 기다리고 있다. 김용: 날 보자고 했는가 최만생: 예. 안성군대감 (두리번) 김용: 말씀을 해보시게 최만생: 요즘은 전하께서 아침 저녁으로 편조를 찾으십니다 김용: 그래? 최만생: 더는 핑계를 댈 길이 없는 지라 김용: 그 자의 생사가 묘연하니..... 가만히 입맛을 다시는 김용. 최만생이 갑자기 당황해하며 도망치듯 가버린다. 돌아서는 김용. 정세운: 요즘은 무슨 일을 꾸미고 다니시는가 김용:(뚱해서 본다) 정세운: 전하께서 그만큼 관용을 베푸셨으면 고마운 줄을 아셔야지 김용:(웃으며) 내가 무슨 힘이 있겠나. 그저 자나깨나 어찌하면 전하의 은혜를 갚을 수 있나 그 생각뿐이지 정세운:(버럭) 자네가 무슨 일을 꾸미고 다니는지 내가 모를 줄 아나 김용:(더 웃으며) 한가하시네그려. 내 뒤나 캐고 다니시고 정세운: 만에 하나 또 한번 전하께 누가 되는 일을 꾸미고 다니면 김용:(버럭) 이사람. 도대체 나하고 무슨 원한이 있어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을 하시나. 나하고 사생결단이라도 하시겠다는 말씀인가. 어허, 고얀..... 눈을 부라리더니 가버리는 김용. 기가 막혀 바라보는 정세운. #초선의 집. 대문 앞(밤) 공철과 장정들이 사방을 감시하고 있다. #동. 안방(밤) 눈을 뜨는 신돈. 주위를 둘러본다. 신돈:..... 초선이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 신돈:...... 일어나려고 한다. 팔이 아프다. 신음한다. 겨우 일어나 초선을 본다. 잠든 초선. 신돈:...... 덮고 있는 이불을 들어 초선을 덮어준다. 초선:.... 잠이 들었는지 -. #동. 마당(새벽) 박서방이 지키고 있다. 졸리운지 기지개를 켠다. #동. 안(새벽) 다시 쓰러져 잠이 든 신돈. 초선:..... 초선이 내려다보고 있다. 신돈이 문득 미소한다. 흠칫하는 초선. 꿈을 꾸는지 가만히 소리 내어 웃는 신돈. 초선의 미소. 미소 띤 채 조용해지는 신돈. 문득 초선이 손을 들어 신돈의 얼굴로 가져간다. 그러다 멈춘다. 초선:...... 신돈:.... 초선:...... 한숨 내쉬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초선. #동. 마당(새벽) 나오는 초선. 졸고 있던 박서방이 얼른 달려온다. 박서방: 일어나셨습니까 마님 초선: 별 일 없었느냐 박서방: 예, 마님 초선: 법왕사에 다녀와야겠다 가만히 한숨을 내쉬는 초선. #법왕사. 마당(새벽) 지효가 온다. 법당 안을 본다. 초선이 절을 하고 있다. 바라보는 지효. #동. 법당 안(새벽) 절하는 초선. 앉아서 불상을 바라본다. 불상. 초선:.... 그 간절한 눈빛을 적시는 눈물. #쌍성총관부의 마당. 유인우: 뭣들하고 있는 게냐. 어서 군사들을 출동시키지 않고 꼼짝 않는 이자춘 등 쌍성의 군사들. 유인우: 이놈들이 이자춘: 출정의 명분이 없습니다 장군 유인우:(이자춘에게 오더니) 명분이 없다니. 조소생의 목을 잘라다 국왕 전하께 바쳐야지 이자춘:(끄응 신음) 유인우: 서북면병마사 인당이 압록강을 넘어갔다고 한다. 그러니 나라고 두만강을 건너지 말란 법이 어딨느냐. 당장 출정 준비를 해라 이자춘:(눈을 감아버린다) 꼼짝 않는 쌍성의 군사들. 유인우:(칼을 뽑아들고) 내 영을 어기는 자는 이 자리에서 바로 벨 것이다! 그런데도 꼼짝 않는 쌍성의 군사들. 유인우: 오냐. 내가 네 놈부터 베어서 군기를 바로 세워야겠다 칼을 들고 이자춘을 내리치려고 한다. 이자춘:(눈 감은 채 꼼짝 않는) 유인우: 그래도 이 놈이 부르르 떨며 칼을 높이 쳐든다. 이성계:(소리) 그 칼을 거두십시오 유인우:(본다) 이성계가 화살을 겨누고 있다. 유인우: 이 놈이, 감히 누구에게 활을 겨누고 있는 것이냐 이성계:.......(꼼짝 않고 있는) 이자춘: 성계야, 활을 거두거라. 병마사 대감이시니라 이성계: 저런 자를 어찌 믿고 따른단 말입니까 아버님 활을 힘껏 당기는 이성계. 유인우:(흠칫)..... 이자춘: 어허, 어서 활을 내려놓으래도 이성계: 아버님, 이것이 우리가 고려에 투항한 대가입니까? 그렇다면 고려와 원이 다를 것이 무엇이며, 저자와 조소생이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이자춘:..... 이성계: 저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살던 고려의 유민들과 여진족들 사이를 갈라놓고 이간질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원나라가 쳐들어온다면 여진족들은 분명 원군과 손을 잡을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들만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유인우: 이 놈이 누굴 협박하려고 드는 게야. 역적놈들을 너그럽게 봐줬더니..... 칼을 높이 쳐든다. 이성계의 화살이 날아간다. 유인우의 칼이 뒤로 날아가 떨어진다. 유인우:...... 놀라서 본다. 재빠르게 다른 화살을 먹이고 유인우를 겨냥하는 이성계. 유인우:....(마른침) 이자춘:(여전히 눈 감고 있는) 이성계: 개죽음을 당하느니 차라리 저자를 죽이고 원나라에 투항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역적이 아니라 영웅대접을 받을 게 아닙니까 활시위를 더욱 세게 당기는 이성계. 놀래서 물러나다 발이 걸려 넘어지는 유인우. #강안전의 안 이인복: 고하시게 김첨수:(떠는) 이인복: 사실대로 고하시게 김첨수:(마른침 삼킨다) 공민왕: 말을 해보아라. 유인우가 왕명을 어기고 돌아오지 않는 까닭을 김첨수: 소신이 여러차례 왕명을 전하였으나 동북면병마사는 요동으로 도망친 여진족을 소탕하고 조소생의 목을 수중에 넣기 전에는 개경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옵나이다 공민왕: 강제로라도 유인우를 끌고 오라고 하질 않았느냐 김첨수: 소신의 힘으로는 공민왕:(이인복에게) 성산군께서 쌍성총관부로 가서 유인우를 잡아오세요 이인복: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나이다 공민왕:..... 이인복: 서북면병마사 인당이 이미 압록강을 건너 원의 영토를 침범하였나이다. 서둘러 원에 사신을 보내 이 일을 수습하지 않으면 체면이 크게 깎인 원은 무리를 해서라도 군사를 보내 고려를 응징하려고 할 것이옵니다 공민왕:(신음) 이인복: 지금 당장 원과 결전을 벌이는 것은 무리이오니 이 일부터 수습을 하시옵소서 전하 공민왕: 그 일은 성산군께서 해주셔야겠습니다. 연경에 가서 기황후를 상대할 인물은 성산군밖에 없습니다 이인복: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공민왕: 인당의 목을 달라고 했습니까 이인복:.... 공민왕: 연경으로 가는 길에 왕명을 어긴 인당의 죄를 묻고 그 목을 가져 가세요 #도성의 문. 앞 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인복을 비롯한 사신들이 따라나온다. 사뭇 비장한 이인복의 얼굴. #초선의 집. 안방 김상궁:...... 바라본다. 벽에 기대앉은 신돈. 초선: 거사님께서 한밤 중에 독이 묻은 표창을 맞고 목숨을 잃으실 뻔했네 김상궁: 대궐에선 편조거사님이 백성들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러 다니고 계신 줄 알고 있습니다 신돈: 아무 말씀도 마시게 초선: 전하께서 거사님을 찾고 계시다고 하질 않습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입궐해서 그 간의 사정을 소상히 말씀드려야지요 신돈: 전하께서 이 일을 다 아시면 크게 역정을 내실 겁니다 초선: 역정을 내시다니오 신돈:(웃기만) 초선: 저는 무슨 말씀이신지 신돈: 이 싸움은 저와 권신들간의 싸움입니다 초선: 전하께서도 원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신돈: 아직은 전하께 그만한 힘이 없으십니다 초선: 전하의 도움 없이 거사님께서 살아남으시겠습니까. 거사님께서 이 일을 덮어두시면 백주대낮에 거사님을 죽이려고 들 것입니다 신돈: 전하의 짐을 덜어드리려고 나선 겁니다. 헌데 전하의 짐이 될 수는 없잖습니까 초선:(신음) 신돈: 중전마마께는 말씀을 올리시게. 중전마마께서는 현명한 분이시니 이 일을 전하께는 알리지 않으실 것이네 김상궁: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서 두 사람에게 굽혀보이고 밖으로 나가는 김상궁. 초선: 중전마마께서 입을 다물고 계시겠습니까 신돈: 그렇구말구요 초선: 두 분 사이엔 마음이 통하시나 봅니다. 그런 걸 두고 이심전심이라고 한다지요 묘한 초선의 미소. 신돈:....... 가만히 미소 짓는 신돈. 새침해지는 초선. 고개를 돌리다 신돈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식은 땀을 흘리며 꼬꾸라지듯 얼굴을 바닥에 처박는 신돈. 초선: 거사님 어쩔 줄 모르는 초선. 신돈이 옆으로 쓰러진다. 당황해서 신돈을 부축하듯 안는 초선. 초선: 정신 차리세요 거사님 신돈을 부둥켜 안는 초선. #곤성전의 안 노국공주: 편조가 그리 말을 하더란 말이냐 김상궁: 예, 마마 노국공주:(생각에 잠기는) 김상궁: 마마께 말씀을 올려도 전하께는 고하지 않으실 것이라 하였나이다 노국공주: 속이 깊은 사람이다 편조는 김상궁:(본다)...... 노국공주:(웃으며) 부원배들과 권신들이 강탈한 땅을 백성들에게 돌려주는 일이 쉬운 일이겠느냐.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천천히 하자는 뜻이겠지 (웃으며) 잘 알았다고 전해주거라 김상궁: 예, 마마 노국공주:...... 생각하더니 또 한번 빙긋 미소. #순군옥의 앞 원현을 끌고 나와 내팽개치는 옥리들. 나뒹구는 원현. 그 앞에 말발굽. 놀래서 쳐다보는 원현. 김용이 말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흠칫 주저앉은 채 물러나 앉는 원현. 김용: 정신이 좀 들었느냐 원현:..... 김용: 네 놈을 죽여 버릴까 하다가 가엾은 생각이 들어서 풀어주는 것이야 원현:(마른침) 김용: 또 한번 내 집엘 얼씬거렸다간 제 명에 못 죽을 것이야 말고삐를 나꿔채는 김용. 말이 뛰어오른다. 내려 찍으려는 말발굽을 피해 기어서 도망치는 원현. 김용:(껄껄 웃으며) 그 놈, 죽기는 싫은 모양이구나 (정색하고) 니 주인놈에게 전하거라.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볐다간 목숨이 백 개라도 모자랄 것이라구 말을 몰아 가버리는 김용. 마른침 삼키며 부들부들 떠는 원현. #도성의 길 원현, 온다.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린다. 원현:.... 본다. 사람들 어깨 너머로 기둥에 몸이 묶여 죽어 있는 백성들. 사람들을 헤집고 안으로 들어가는 원현. 시신마다 가슴에 방이 붙어있다. 부르르 떠는 원현. 백성:(원현 힐끔 보더니) 보아하니 스님 같으신데 뭐라고 쓴 건지 좀 읽어보시구려 원현: 이들은 내 재산인데....너희놈들이 주인이라고 우기니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이놈들을 돌려준다 놀래서 웅성거리는 사람들. 원현: 으으윽 짐승처럼 울부짖는 원현. #초선의 집. 안방 두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신돈. 초선: 노비들을 처참하게 도륙을 해서 남대가에 걸어놓았단 말이냐 박서방: 예, 마님 (울면서) 노비들을 양인으로 풀어주느니 차라리 죽여 버리겠다는 뜻이 아닙니까 흐느끼는 박서방. 부르르 떨며 신돈을 바라보는 초선. 신돈:....... 감은 두 눈에 배어나오는 눈물. #남대가의 거리 원현: 이게 어떻게 사람의 형상이요. 개돼지도 이렇게 죽이지는 못할 거요 시신을 부둥켜 안고 울부짖는 원현. #법왕사. 법당 안 목탁을 두드리며 불공을 드리고 있는 보우. #동. 마당 술에 취해서 휘청거리며 올라오는 원현. 원현: 그 잘난 왕사님 좀 뵙자고 하질 않습니까 지효스님 지효:(부축하며) 왕사님께선 지금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위로해주고 계십니다 원현:(비웃으며)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납니까 지효: 많이 취하셨습니다 원현스님 원현: 그 놈의 스님 자좀 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효 (놀리듯) 스님 지효:...... 말릴 사이도 없이 법당 앞으로 가 넙쭉 엎드리는 원현. #동. 안 보우:...... 말없이 불공을 드리고 있다. 그 뒤로 마당에 꿇어앉은 원현의 모습이 보인다. 원현:(밖에서) 왕사님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보우:....... #동. 마당 원현: 왕사님께선 고승이시니 부처님과 서로 마음이 통하시겠지요. 허면 부처님께 부탁을 좀 드려주십시오. 이 놈의 세상에 벼락을 치시라고요. 짐승보다도 못한 놈들의 머리에 불벼락을 내려주시라고요! #동. 안 보우:....... 원현:(밖에서) 그러면 제가 부처님을 다시 믿고 열심히 도를 닦겠다고요. 제발 말씀 좀 드려주십시오. #동. 마당 원현: 보우 선사님. 왜 부처님께선 가난하고 약한 자들이 억울하게 죽도록 그냥 내버려두시는 겁니까. 왜요, 왜, 왜, 왜 땅에 머리를 박고 찧으며 울부짖는 원현. 안타깝게 바라보는 지효. #대궐의 문. 앞 대궐문이 둔중하게 열린다. 최만생을 비롯한 환관들이 달려나온다. 그 뒤를 따라 나오던 말이 높이 뛰어오른다. 공민왕이다. 말을 재촉해 달려가는 공민왕. #초선의 집. 앞 달려오는 공철. 숨가쁘게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도성의 길 최만생보다 앞서서 말을 모는 공민왕. 그 얼굴이 분노로 떨고 있다. #강안전의 뜰 안에서 나오는 보우. 안도치가 공손히 허리를 굽힌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는 보우. #초선의 집. 앞 공민왕이 달려와 말을 멈춘다. 안에서 달려나오는 공철과 박서방 등 장정들. 공민왕:(말 위에서) 편조가 이 집에 있느냐 납작 엎드리는 박서방 등. 말에서 내리는 공민왕. 안으로 들어가는 공민왕. 여기저기서 백성들이 몰려와 환성을 지른다. 뒤늦게 달려온 최만생 등 환관들이 말에서 내려 백성들을 가로막는다. #동. 마당 들어오는 공민왕. 공민왕:.... 멈춘다. 신돈이 엎드려 있다. 초선, 박의처 등이 허리를 굽히고 서있다. 신돈을 바라보는 공민왕. 고개를 묻고 있는 신돈. 공민왕:(울음이 터지듯) 내가 명하노니 다시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지 마라 신돈:.... 천천히 고개를 들어 공민왕을 바라보는 신돈. 공민왕: 오늘부터 내가 너를 내 혈육으로 대할 것이다 신돈: 전하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고 있다. 공민왕:.... 분노와 슬픔이 뒤엉킨 공민왕의 눈물. <신돈 33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