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8회 <신돈> -8회- #고려촌의 술집. 안(밤) 술잔을 든 노국공주의 손을 꽉 움켜잡고 있는 공민왕. 그 얼굴에 비오듯 흐르는 땀. 그런 공민왕을 비웃듯 바라보는 노국공주. 노국공주:(거칠게) 놔. 낮에는 날 모욕하더니 이젠 날 조롱까지 하려고 들어 공민왕: 술잔을 내려놔요 노국공주: 흥. 한쪽 잔엔 독이 들었고 다른 잔엔 술이 들었다? 그 따위 속임수로 내 환심을 사려고 했다면 공민왕:(다급하게) 맞아요. 속임수를 쓴 거요. 내가 사괄 하겠소. 그러니 술잔을 내려놓고 돌아가요. 내가 직접 기황후를 만나 당신과 내 혼사 문제는 없던 일로 해달라고 부탁을 하겠소 노국공주:(울부짖듯)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이런 수모를 당하고 사느니 술잔 든 손을 잡고 있는 공민왕을 밀쳐버리는 노국공주. 그 바람에 손을 놓치고 넘어지는 공민왕. 노국공주:(공민왕에게) 이 술잔 속에 독이 들어있다면 당신이 자비를 베푼 거예요 (술잔 높이 들며) 아버지. 아버지도 이런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기를 바라시겠죠. 쿤란, 난 약속을 지킵니다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노국공주. 순간 공민왕이 달려들어 술잔을 후려친다. 날아가 떨어지는 술잔. 술이 잔에서 흘러나온다.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달려와 바닥에 흘러내린 술을 핥기 시작한다. 바라보는 두 사람. 갑자기 고양이가 발광을 하기 시작한다. 노국공주:... 삽시간에 늘어져 죽어버리는 고양이. 노국공주:.....(공민왕을 본다) 공민왕:....... 노국공주:.... 점점 힘이 빠진다. 모멸감을 떨쳐버리려는 듯 돌아서 간다. 공민왕: 난 공주가 독이 든 잔을 골라주길 바랬소. 진심이오 노국공주:(멈춘다)..... 공민왕: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공주가 아니라 납니다 노국공주:(훽 돌아서며) 그걸 믿으라구 공민왕:...... 노국공주: 내가 독이 든 술잔을 골라줬다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웃어 넘겼겠지 공민왕:......(서글픈 미소 같은 것이) 노국공주: 비열한 인간 같으니라구 바닥에 침을 뱉고 돌아서 가는 노국공주. 그 모양을 바라보고 서있는 공민왕. #동. 앞(밤) 나오는 노국공주. 멈춘다. 노국공주:...... 돌아보려고 한다. #동. 안(밤) 그대로 서있는 공민왕. #동. 앞(밤) 노국공주:...... 저도 모르게 흐르고 있는 눈물. 가만히 한숨을 내쉬더니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간다. #동. 안(밤) 고양이를 치우고 바닥을 닦고 있는 안도치. 힐끔힐끔 공민왕의 눈치를 살피며 가만히 혀를 찬다. 공민왕:..... 옆에 놓인 술잔에 술을 따르는 공민왕. 그 모양을 바라보는 신돈. 잔이 넘친다. 신돈: 송구한 말씀이오나 몽골의 공주가 독이 든 잔을 고르면 어찌하실 작정이셨습니까 공민왕:.... 비로소 술병을 놓는다. 신돈:...... 대답을 기다리듯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신돈. 공민왕: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듯 그 여인과의 인연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느니라 신돈: 마음에 두셨던 여인입니까 공밍왕:......(가만히 본다) 신돈: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 바람 같은 인연을 기억하고 계시기에 그리 물었습니다 공민왕:...... 문득 떠오르는 사냥터의 노국공주. 공민왕:(미소 같은) 신돈: 소인의 눈에는 두 분의 인연이 깊어 보였습니다. 더욱이 오늘 밤에 두 분이 생사를 가르셨으니 그것이 보통 인연이겠습니까 공민왕: 생사를 갈랐다 가만히 소리 내어 웃더니 마신다. 신돈: 소인은 개성 성문에 누워있던 신기한 짐승에 반해 이곳까지 흘러왔습니다. 등에 큰 혹이 달려 있는 그 짐승은 아라비아란 먼 나라에서 온 낙타라고 하였습니다 공민왕:..... 신돈:(허리를 굽히며) 소인은 그 낙타를 찾아 다시 길을 떠나볼까 합니다. 대군께서도 오늘 밤 인연을 소중히 하시옵소서 정중히 또 한번 합장 배례하고 뒷걸음질쳐 문으로 간다. 바라보는 공민왕. 신돈이 문을 열고 나간다. 안도치:...... 공민왕을 보더니 부리나케 따라나간다. #동. 앞(밤) 안도치:(나오며) 편조스님 걸어가는 신돈. 안도치:(따라가며) 정말 떠나실 겁니까 편조스님 신돈:(멈추더니 웃으며) 스님이 아니라 땡중입니다 안도치: 이대로 그냥 떠나시면 대군마님께서 얼마나 적적하시겠습니까 신돈: 솔직히 말씀을 드릴까요. 강릉대군 덕분에 내가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질 뻔했습니다 안도치: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우리 대군 마님의 신세를 실컷 지고 나서 신돈: 그러니 그게 지옥이라는 거지요 (웃으며 놀리듯) 나무관세음보살 가는 신돈. 안도치:....... 아쉬운 듯 바라보고 서있는 안도치. #연경의 고려 절 대관사의 방 안(밤) 방문이 열리며 신돈이 얼굴 들이밀며, 신돈: 원현스님, 내가 왔습니다 껄껄 웃다가 멈춘다. 빈방이다. 지효:(소리) 편조스님이 아니십니까 #동. 뜰(밤) 돌아보는 신돈. 지효가 서있다. 신돈: 원현스님은 지효: 법당에서 삼천 배를 올리고 계십니다 신돈:(여전히 장난치듯) 삼천 배라니오.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기에 지효: 편조스님의 마음이 돌아서시라고 아침 저녁으로 삼천 배를 올리고 계십니다 신돈: 으음 비로소 장난기를 거두며 무안해서 헛기침을 하는 신돈. 지효: 가보시지요. 온 몸에 성한 곳이 없습니다 #동. 법당. 안(밤) 삼천 배를 올리고 있는 원현.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다. 신돈:...... 바라보고 서있다. 절하고 또 절하는 원현. 무안해서 코를 한번 슬며시 훔치는 신돈. #대관사의 방 안 신이 나서 짐을 꾸리는 원현. 신돈: 그렇게 좋으신가 원현: 좋구 말구요 더 신나서 짐을 꾸리는 원현. 신돈:(보더니) 무릎 좀 보세. 어젯밤에는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던데 원현: 다 나았으니 염려마세요 신돈: 여기서 서역까지가 몇 만리 길인지나 아시는가 원현: 걸어서 못가면 날아가지요. 몸과 마음이 새처럼 가벼우니 날지 못할 까닭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신돈:(웃으며) 매일 같이 삼천배를 올리더니 원현 스님께서 도통을 하셨네그려 껄껄웃는 신돈. 방문이 열린다. 지효: 뭣들 하십니까. 떠날 거면 빨리 떠나야지요 원현:(좋아서) 지효스님도 함께 가실 겁니까 좋아서 어린애처럼 어쩔 줄 모르는 원현. ------------------------------ 중국 촬영분 중에서 -------------------- #어느 산길 신돈과 원현, 지효 온다. 문득 멈춘다. 눈 앞에 만리장성의 모습. 바라보는 신돈. 원현은 신발끈을 질끈 동여맨다. #만리장성 부근의 길 신돈과 원현, 지효가 간다. --------------------------------------------------------------------- #동. 부근의 어느 헛간. 안(밤) 동냥해온 음식을 먹고 있는 세 사람. 원현:(좋아서 웃으며) 지효스님.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편조스님은 꼭 돌아올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편조스님이 술 마시고 고기를 먹고 하는 건 세상 이치를 깨닫고 싶어서 그런 것이지 속세의 부귀영화를 탐하는 게 아니라구요 좋아서 신돈을 보며 웃는 원현. 신돈: 지효스님은 같이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효: 제 염려는 마십시오. 가는 길이 우연히 같아서 따라나선 것뿐입니다 원현: 정말 천축국까지 가실 작적입니까 지효:(웃으며) 예 원현: 편조스님. 우리도 지효스님을 따라 천축국까지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신돈: 오늘은 일찌감치 잠이나 잡시다. 내일부터는 고행길이 훤하게 열릴 것이니 -------------------------중국 촬영분 중에서 ----------------- #어느 사막의 입구 신돈:...... 바라본다. 사막이 펼쳐져 있다. 하늘을 바라보는 신돈. 강렬한 태양. 신돈:.... 다시 사막을 바라본다. 그런 신돈을 바라보는 원현. 원현: 걸어서 이 사막을 건너갈 작정입니까 신돈:..... 대답 대신 지효를 바라본다. 지효:..... 대답 대신 두르고 있던 가사를 벗어 머리 위에 터번처럼 둘러쓰고 얼굴을 가린다. 원현:....... 할 수 없다는 듯 짊어지고 있던 짐에서 천을 꺼내 지효를 따라서 한다. #사막 신돈을 따라 원현과 지효가 온다. 묵묵이 앞서가는 신돈. #다른 사막 모래 바람이 불고 있다. 등을 돌리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가는 원현과 지효. 신돈:..... 모래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걸어간다. #또 다른 사막(밤) 지쳐서 쓰러져 잠이 든 원현과 지효. 문득 잠이 깨서 두리번거리는 원현. 모래 언덕 위에 신돈이 우뚝 서있다. 원현:.... 문득 겁이 난다. 지효를 흔들어 깨운다. 원현: 지효스님. 지효스님 지효:(잠이 깨서 본다) 원현: 아무래도 길을 잃어버린 거 같애요. 아무리 가도 모래뿐이니.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지효: 어차피 편조스님한테 생사를 맡기고 떠나는 길이 아닙니까 원현: 하지만 티벳이란 나라가 어느 쪽에 있는 지도 모르잖습니까 지효:(신돈 힐끔 보더니) 편조스님께서 길을 찾고 있는 모양이니 우린 잠이나 자두는 게 좋겠습니다 다시 누워 잠이 드는 지효. 원현:...... 신돈을 본다. 신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무수한 별들. #사막의 길 한낮의 태양이 끓고 있다. 묵묵히 앞서가는 신돈. 원현은 갈증에 헉헉거린다. 고개를 푹 숙이고 힘겹게 따라오던 지효가 그 자리에 쓰러진다. 달려가는 원현. 원현: 정신 차리세요 지효스님.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됩니다 급히 물통을 꺼낸다. 그러나 한방울도 남은 게 없다. 가죽 물통을 쥐어짜보는 원현. 그러나 남은 물이 없다. 물통을 내던지고 울음이 터지는 원현. 지효 옆에 쓰러져버린다. 그 모습을 뒤돌아보는 신돈도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같은 곳(밤)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 지효. 가뿐 숨 내쉬던 원현이 모래 언덕 위에 앉아있는 신돈을 바라본다. 움직이지 않는 신돈. 원현: 미안해할 거 없어요 편조스님 어둠 속에 꼼짝 않고 앉아있는 신돈의 모습. 원현: 우릴 내버려두고 혼자 떠나세요. 편조스님은 축지법을 쓰니 혼자라면 살 수 있을 겁니다 신돈이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원현: 내 말이 안 들립니까. 이러단 다 죽습니다 기어서 모래 언덕 위로 올라가는 원현. 문득 그 시선에 신돈에게 다가오는 아라비아 대상들의 모습이 보인다. 낙타 위에 짐을 잔뜩 싣고 신돈을 향해 다가오는 아라비아 상인들. 신돈:...... 뭐라고 말을 걸려고 하나 목이 잠겨 말이 안 나온다. 그러는 사이에 신돈을 지나쳐가는 행렬. 단념하듯 들었던 손을 내려놓는 신돈. 멀어져가는 행렬. 바라보던 원현이 모래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신돈:..... 무너지듯 눈을 감으며 비틀거린다. 그 얼굴 위에 말 울음 소리. 말을 타고 있던 우두머리인 듯한 사내가 뒤돌아온다. 멈추더니 신돈을 바라보는 무표정한 얼굴. 신돈: 물.... 겨우 한마디 한다. 아라비아인이 신돈 앞에 물통과 양식을 던져주고, 다시 대상의 행렬을 따라 달려가버린다. 신돈:....... 앞에 놓인 물통과 양식을 바라본다. 갑자기 그 앞에 무릎을 꿇으며 합장하는 원현. 원현: 나무관세음보살 허겁지겁 물을 마시기 시작하는 원현. ---------------------------------------------------------- #노국공주의 처소. 뜰 홍화가 차를 쟁반에 받쳐들고 온다. 홍화: 공주마마. 그만 일어나셔요. 차를 가져왔습니다 대꾸가 없다. #동. 안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홍화.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노국공주. 노국공주:...... - 술집에서 슬픈 미소를 지어보이던 공민왕의 모습 - 노국공주:...... 몸을 부르르 떤다. 홍화: 그만 잊어버리세요. 분하시면 가서 따귀라도 한 대 때리고 오시든지요 노국공주:..... 벌떡 일어나 나간다. 홍화: 차부터 드세요 공주마마 #기황후의 처소. 방 안 차를 마시고 있는 기황후. 박불화:(들어오며) 황후폐하. 보탑실리가 찾아왔습니다 기황후: 무슨 일로 노국공주:(들어오며) 고려 왕자에게 시집을 가겠습니다. 당장 아버지를 풀어주세요 기황후: 급하기도 하구나 노국공주: 아버지를 먼저 풀어주기 전엔 결혼할 수 없습니다 기황후: 칼날을 쥐고도 큰 소리를 치는 게 몽골인의 기질인가 보구나 노국공주: 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박불화: 무엄하십니다. 황후폐하에 대한 예의를 지키셔야지요 기황후:(손으로 막으며) 말을 해보아라 노국공주: 그 사람을 고려의 왕으로 만들어 주세요 기황후:..... 노국공주: 대답을 해주세요 기황후: 그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냐. 당장 대답을 하라니 노국공주: 변방의 이름 없는 소국인 고려의 왕이 뭐가 대단하다고 그러십니까 박불화: 고려는 황후폐하께서 태어나신 나랍니다 노국공주:(버럭)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어느 자리라고 환관 나부랭이가 나서는 게야 박불화: 으흠 노국공주: 황후폐하께서 마음만 먹으면 그 사람을 고려의 왕으로 삼는 건 식은 죽 먹기가 아닙니까 기황후: 하긴 어려울 것도 없지 박불화: 황후폐하. 고려 왕이 즉위한지 갓 일 년이 넘었사옵니다. 거기다 고려 왕의 보령이 이제 열 셋에 불과하옵나이다 노국공주: 내 남편이 될 뻔한 사람이 쿤란태잡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원에 볼모로 끌려와 있는 이름없는 왕족의 부인이라니오. 저를 죽이실 것이 아니라면 그 정도 체면은 세워주셔야지요 기황후:.....(빙긋 웃더니) 생각해보자 노국공주: 이 자리에서 약속을 해주세요 기황후: 고려의 왕이라..... 재밌다는 듯 웃는 기황후. #원의 감옥. 안 음식들. 위안:....... 정성껏 앞에 놓고 있는 노국공주. 노국공주: 드세요 아버지. 맛은 없지만 제가 만든 거니까 참고 드세요 위안: 얘야. 날 위해서 하기 싫은 결혼을 할 필요는 없다 노국공주: 어머니도 안 계신데 제가 시집가고 나면 위안:(고개 돌리며) 나를 살려줄 기황후가 아니다 노국공주: 참으셔야 합니다 아버지. 쿤란태자를 위해서 이보다 더한 수모라도 참고 견뎌야지요 위안:(다시 본다)...... 노국공주: 드시고 힘을 내세요. 아버지가 쓰러지시면 쿤란태자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십니다 고개 돌리고 눈물 참는 노국공주. 위안: 오냐. 쿤란 태자를 위해서 먹으마 억지로 음식을 입에 넣는 위안. #공민왕의 처소. 뜰 방 안에서 들려나오는 웃음 소리. 안도치:....... 못마땅해서 흘킨다. #동. 방 안 조일신: 말씀도 마십시오 대군마님. 집에 도착해보니 노모께서 버선발로 달려 나오시지 뭡니까 공민왕: 저런. 아들이 보고 싶어서 꾀병을 앓으셨으이 조일신: 그러게나 말씀입니다. 제가 깜빡 속았지 뭡니까 공민왕: 자네가 효잘세. 노모께서 편치 않다는 소식에 수만리 길을 달려 갔으니 한바탕 웃음. 공민왕: 헌데 자넨 어찌되었나. 며느리는 잘 맞으셨는가 김용: 아직 며느리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공민왕: 아니 그건 왜요 김용: 혼삿날을 잡아 놓기는 했는데 대군마님이 걱정이 돼서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요 공민왕: 저런. 천천히 오실 것이지 딱하다는 듯 혀를 차는 공민왕. 못마땅해서 보고 있는 정세운. 공민왕: 정공은 왜 그러고 서 계시오. 가까이 오세요 정세운: 으흠 고개 돌린다. 김용: 자넨 뭐가 못마땅해서 얼굴을 찌푸리나 정세운: 몰라서 물으시나 공민왕: 왜들 이러십니까. 다 같이 고생하는 사이에 (웃으며) 그나저나 우리 어머니는 만나보셨습니까 당황하는 김용과 조일신. 공민왕: 내가 원나라 황실의 사위가 된다고 하니까 뭐라고 하십니까. 좋아하시지요 김용: 이런 저런 일로 뵙지는 못했으나 좋아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공민왕: 예. 좋아하시구 말구요. 보탑실리공주는 황제 폐하와는 팔촌간이랍니다. 팔촌이면 칠촌보다는 멀어도 구촌보다는 훨씬 가까운 인척 간이 아닙니까 (웃으며) 앞으론 내 팔자가 쭈욱 - 펴지게 생겼어요 웃어대는 공민왕. -------------------------- 중국 촬영분 중에서 --------------------- #사막부근의 산악지대 멀리 산을 기어오르고 있는 신돈과 원현과 지효의 모습. #동. 부근 산 길 말린 고기를 먹고 있는 신돈. 원현도 정신없이 먹다 지효를 본다. 기진해서 앉아있는 지효. 말린 고기를 내미는 원현. 고개 돌리는 지효. 원현: 부처님께서도 고행을 끝내고 나면 고기를 드셨답니다 (신돈을 보며) 안그렇습니까 편조스님 웃어보인다. 대꾸 없이 말린 고기만 씹어 먹는 신돈. 원현:(지효에게) 벌써 며칠 째 아무 것도 먹질 않았잖습니까 지효:.... 여전히 고개를 젓는다. 내밀었던 고기를 허겁지겁 씹어먹는 원현. 문득 멈춘다. ‘소남 랍게스’가 오체투지를 하며 오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아내와 어린 아들. 놀래서 바라보는 원현. 오체투지를 계속하는 소남 랍게스. 지효가 얼른 합장하며 중얼거린다. 신돈 일행을 지나치는 소남 랍게스. 그 모양을 바라보던 신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러더니 얼른 일어나 짐을 꾸린다. 원현: 도대체 저게 뭐하는 짓입니까. 걸어가기도 힘이 든 산 길인데 말없이 짐만 꾸리는 신돈. 의아해서 다시 앞서가고 있는 소남 랍게스 가족을 바라보는 원현. 지효: 저건 오체투지라는 겁니다. 티벳 사람들은 사원에 참배하러 갈 때 몸을 던져 절을 하며 간다고 합니다 원현:...... 다시 소남 랍게스 가족을 바라본다. 신돈이 짐을 꾸려 따라가고 있다. 원현과 지효도 부지런히 짐을 꾸린다. 오체투지 하는 소남 랍게스. 그 옆에 신돈이 엎드린다. 오체투지를 하며 소남 랍게스를 따라간다. #다른 산 길 소남 랍게스의 아내와 아들이 짬바와 수여우차를 준비하고 있다. 어린 아들이 지효의 가사를 만져보며 웃고 있다. 그러더니 엄마를 부르며 길을 가리킨다. 신돈과 원현이 소남 랍게스를 따라 오체투지를 하며 오고 있다. 환하게 웃는 어린 아들. 소남 랍게스의 아내도 순박하게 웃는다. #같은 곳 소남 랍게스의 가족과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신돈과 원현, 지효. 원현:(지효에게) 무릎이 다 까지는 줄 알았습니다. 난 더 이상 못하겠어요 신돈을 바라본다. 소남 랍게스가 티벳어로 뭐라고 열심히 설명한다. 연방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신돈. 원현:(지효에게) 그런데 지효 스님은 왜 오체투지를 따라하지 않습니까. 저보다 불심이 더 깊으신 분인데 지효: 사람마다 부처님을 섬기는 법이 다 다르지요 웃어보이는 지효. 원현, 다시 소남 랍게스와 신돈을 바라본다. 더욱 열심히 티벳어로 떠드는 소남 랍게스.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듣는 척 하며 웃고 있는 신돈. #다른 길 길이 갈렸다. 소남 랍게스와 그의 아내, 그리고 어린 아들이 신돈을 향해 손을 흔든다. 그리곤 다른 길로 간다. 오체투지를 다시 시작하는 소남 랍게스. 그 뒤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르는 아내와 어린 아들.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신돈. 멀어져가고 있는 소남 랍게스의 가족. 어린아들:(손을 흔들며) 따시델리 웃고 있는 어린 아들의 모습. 지효:(문득 손을 마주 흔들며) 따시델리 소남 랍게스이 언덕 너머로 사라진다. 원현: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효: 행운을 빈다는 티벳 말이죠. 따시델리 원현:(놀라며) 언제 티벳말을 배우셨습니까 지효:(웃으며) 법왕사에 와 있는 라마승들한테 배웠지요 원현: 편조스님은 티벳말을 언제 배우셨습니까 신돈: 나는 그저 부처님의 말씀이거니 하고 듣고 있었네 원현: 그럼 한 마디도 못 알아 들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단 말입니까 신돈: 법왕사에서 만났던 라마승이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에도 혼이 있다고 했네. 테빗에 도착하면 그 해답을 얻을 수가 있을 거야 새삼 힘이 솟구치며 앞서가는 신돈. #어느 언덕 산 길을 오르는 티벳인들. 헝겊게 싼 시신을 받쳐들고 간다. 바라보고 서있는 신돈과 원현. 지효가 티벳승과 무슨 얘긴가 나누고 있다. 합장하는 지효. 합장하고 시신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는 티벳승. 지효가 온다. 원현: 웬 행렬입니까 지효: 장례식을 위해 천장대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티벳인들은 육신은 무거운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므로 독수리 먹이로 나눠준답니다. 그래야 영혼이 가벼워져서 하늘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원현: 시신을 독수리 먹이로 던져준다니 끔찍해서 고개를 돌리는 원현. 신돈:...... 산 길을 바라본다. 장례 행렬이 산을 오르고 있다. #동. 산 위 도마 위의 시신. 티벳승들이 독경을 하고 있다. 천장사가 칼을 높이 쳐들더니 시신을 향해 내리친다. 그 모양을 바라보고 있던 지효가 토하기 시작한다. 신돈:.....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다. 또 한번 시신을 내려치는 칼. 이번엔 원현이 토한다. 여전히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신돈. 하늘 위를 나는 독수리들. 죽은 이의 가족들이 울면서 시신 조각을 독수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신돈:....... 부르르 떨더니 눈을 감는다. 문득 그 위에, -------------------------------------------------------- #개태사의 목욕간(밤)(회상) 물통 속에 앉은 큰스님. 신돈이 큰스님의 몸을 씻겨주고 있다. 큰스님: 시원하다........그래. 그래. 그렇게 힘을 줘서 빡빡 문질러라 스르륵 눈을 감고 통에 머리를 기대는 큰스님. 신돈:...... 문득 손길을 멈춘다. 가만히 눈을 뜨는 큰스님. 한쪽 눈을 실눈처럼 떠서 신돈을 본다. 훌쩍 눈물과 콧물을 훔치고 있는 신돈. 다시 큰스님의 몸을 닦기 시작한다. 얼른 눈을 감는 큰스님. #동. 큰스님의 방 안(밤)(회상) 누룽지를 오물오물 먹고 있는 큰스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는 신돈. 덕운스님은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신돈이 문득 손길을 멈춘다. 큰스님: 웬 생각이 그리도 많으냐 신돈: 아닙니다 큰스님 다시 어깨를 주물러 주는 신돈. 큰스님: 내가 일찍 죽을까봐 겁이 나느냐 신돈:....예 얼른 눈물 훔치고 어깨를 주물러준다. 신돈: 누룽지만 잡수시니 자꾸 마르시잖습니까 큰스님: 대신 저 놈이 고길 먹질 않느냐 앉아서 자고 있는 덕운을 가리킨다. 대답 대신 코를 고는 덕운. 큰스님: 인간사......욕심이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중이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만은 중이 욕심이 없으면 절도 부처님도 없는 것이야 신돈:......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큰스님: 보우 같은 선사님들이 토굴 속에 들어가 속세의 죄를 대신 씻어주면 덕운 같은 저런 욕심쟁이들이 신도들을 부지런히 모아서 시주도 받고 절도 크게 세우고 부처님 공양도 부지런히 하는 것이지 신돈: 그게 큰스님이 자꾸 늙으시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큰스님: 평생 허망의 그림자를 쫓아다녔으니 늙을 수밖에 신돈: 그럼 큰스님께선 득도를 못하셨단 말씀입니까 큰스님: 엣끼 이놈. 득도는 아무나 하냐 (누룽지 부지런히 씹어 먹더니) 허망을 보고 깨달으면 반은 득도를 한 셈이고 육신이 늙고 죽어가는 것을 깨달으면 또 남은 반을 얻는 셈이지 신돈: 그러면 큰스님께서도 죽는 것이 두렵습니까 큰스님: 엣끼 이놈. 죽는 게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딨느냐. 이 놈이 오늘 밤은 날 놀려 먹기로 작정을 했구나. 엣끼 못된 놈 느닷없이 먹고 있던 누룽지를 덕운에게 던진다. 깜짝 놀래서 눈을 뜨더니 잠이 안 깨서 푸푸거리는 덕운. 덕운: 나무관세음보살 큰스님: 앗따 저 놈. 잠꼬대 좀 봐라. 누가 중 아니랄까봐 나무관세음보살은 좋아서 웃어대는 큰스님. -----------------------중국 촬영분 중에서 ----------------------------- #산 위 신돈:..... 다시 눈을 뜬다. 시신을 쪼아먹고 있는 독수리들. 신돈:........(문득 떠오르는 미소, 마음의 소리) 법왕사에서 만났던 라마승이 말하기를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귀하다 하였습니다 스님. 그 라마승의 고향인 티벳에서는 자신의 마지막 살점 한조각까지 독수리 먹이로 던져주고 속세를 떠나갑니다. 이것이 우리의 육신이 천한 탓입니까 스님 하늘을 향해 손짓하듯 손을 내저으며 시신을 던져주고 있는 가족들. 신돈:(마음의 소리) 귀한 것은 무엇입니까 스님. 천한 것은 육신이고 귀한 것은 혼입니까 스님. 그것은 부처님의 법이 아닙니다 스님. 육신이 귀하지 않은데 어찌 혼이 귀하다 하겠습니까. 그것은 고달픈 백성의 삶을 기만하는 세도가의 법이지요 하늘을 나는 독수리의 울음소리. 신돈:....... 저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 #티벳의 사원. 앞 신돈:...... 그 앞에 우뚝 솟은 티벳의 사원. 저도 모르게 눈물을 닦는 원현. 합장하는 지효. #동. 사원의 마당 마니통이 즐비하게 서있다. 신돈:..... 마니통을 하나하나 굴리며 앞으로 나간다. 원현은 신이 나서 마니통을 굴린다. 그저 합장배례하는 지효. -------------------------------------------------------------- #연경의 거리 갖가지 선물을 주렁주렁 매단 말들이 앞서가고, 공민왕이 고려의 신랑 옷을 입고 그 뒤를 따른다. 말고삐를 잡은 안도치는 연방 싱글벙글이고, 김용과 조일신도 우쭐거리며 따른다. 정세운은 우울한 얼굴이다. #노국공주의 처소. 뜰 마당에 가득한 하객들. 위안이 공민왕에게 화살을 내민다. 주저하는 공민왕. 안도치:(얼른 귓속말) 화살을 선물하는 것은 장인이 사위로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허리 숙여 화살을 받고 절을 하는 공민왕. #동. 방 안 몽골의 신부복을 입은 노국공주. 신이 나서 옷단장을 해주는 홍화. #동. 뜰 얼굴을 가린 노국공주와 공민왕이 서로 등을 맞대고 서있다. 공민왕의 머리를 풀어 내리는 안도치. 노국공주의 머리를 풀어 내리는 홍화. 그 모양을 바라보는 위안의 서글픈 얼굴. 안도치와 홍화가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한 데 묶는다. 요란한 박수와 함성. 몽골과 고려의 악기들이 제각기 요란한 소리를 낸다. #연경의 거리 고려의 악공과 몽골의 악공들이 요란하게 악기를 불며 앞서온다. 공민왕을 따르는 아마포로 씌운 노국공주가 탄 말. 구경꾼들이 꽃을 뿌리며 환성을 지른다. 덕녕공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덕녕공주의 쓸쓸한 미소.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행렬 멀어진다. #공민왕의 처소. 뜰(밤) 방 안의 불빛이 새어나온다. 안도치, 주위를 살피며 마당으로 들어서더니 살금살금 창으로 다가간다. 또 한번 주위를 살피고 창문 틈새를 찾아 방 안을 엿보려고 애를 쓴다. 창문 틈새로 몽골의 신부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노국공주가 촛불 너머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 안도치의 등덜미를 움켜쥐는 손. 흑 숨이 막히는 안도치. 홍화가 그 억센 손으로 안도치의 등덜미를 움켜쥐고 끌고가서 문밖으로 내던지듯 밀어버린다. #동. 문 밖(밤) 꼬꾸라질 듯이 밖으로 밀려나오는 안도치. 홍화: 신방엔 얼씬도 말라고 했잖아요 안도치: 새벽녘이 다 되도록 신방의 불이 꺼지질 않으니 답답해서 그러지 홍화: 시끄러워요. 또 한번 신방을 기웃거리면 꽁꽁 묶어서 나무에 매달아 놓을 거예요 안도치: 웬 말이 그렇게 험한고. 자네하고 두고두고 같이 지내야할 텐데 어디 무서워서 살겠나 투덜거리면서도 안이 궁금해서 고개를 디밀고 기웃거리는 안도치. #동. 안(밤) 은 촛대. 팔랑이듯 타오르는 불빛. 노국공주:....... 반듯하게 앉은 노국공주. 그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을 가만히 훑어보는 공민왕. 공민왕:...... 저도 모르게 목이 타듯 마른침을 삼킨다. 노국공주: 싫든 좋든.... 공민왕:..... 노국공주: 비록 마음에 없는 결혼을 했다고 하드래도 당신은 내 남편입니다 공민왕:...... 가만히 안도의 숨을 내쉬는 공민왕. 노국공주: 허나 공민왕:...... 다시 긴장하는 공민왕. 노국공주: 내 마음 속에서 당신을 진정한 남편으로 생각하기 전엔 몸을 허락할 수가 없습니다 공민왕:....... 가만히 바라본다. 노국공주:...... 공민왕:....... 미소 같은. 노국공주: 그 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공민왕: 기다리구 말구요 노국공주:...... 얼굴을 가린 천 속에서 공민왕을 향해 조금 움직이는 눈길이 느껴진다. 공민왕: 내가 태어난 고려는 아주 작고 보잘것 없는 나라요. 넓은 중원에 비하면 한줌도 안 되는 작은 나라지요 노국공주:...... 또 한번 얼굴을 가린 천 속의 움직임. 공민왕: 그런 작고 보잘것 없는 나라가 고구려를 침공한 수양제의 백만 대군과 당태종의 백만 대군을 물리쳤다면 믿어지겠소? 고려는 그 고구려의 기백을 물려받은 나라요. 고려의 장군 강감찬은 불과 만이천의 군사를 이끌고 고려를 침공한 거란의 십만 대군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섬멸하였소. 비록 원제국의 힘이 강대하여 지금은 원의 속국이나 다름없으나..... 문득 목이 메어 말을 끊는 공민왕. 노국공주:..... 창문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바람 탓인가 촛불도 팔랑이고, 노국공주를 가린 천도 팔랑이듯 움직인다. 공민왕: 진심이었소. 나는 공주가 내 앞에 놓인 잔 중에서 독이 든 술잔을 골라주기를 바랬소. 내 나라를 짓밟은 원나라의 공주와 혼인을 하느니 그렇게라도 내 목숨을 끊고 싶었소 괴롭게 고개를 돌리는 공민왕. 노국공주:........ 그런 공민왕을 가만히 바라보는 노국공주. 가만히 얼굴을 가린 천을 들춘다. 공민왕:...... 바라본다. 노국공주:..... 미소와 눈물 같은. 공민왕:....... 굳어지는. 노국공주: 나는 원나라의 공주가 아니라 몽골의 여잡니다 공민왕:....... 벅찬 감격 같은 것이 공민왕을 잡아 흔든다. -----------중국 촬영분 중에서 ------------ #황무지의 언덕(석양) 언덕 위로 올라오는 말. 공민왕이다. 짐을 실은 말을 끌고 있다. 공민왕:..... 언덕 아랫길을 내려다 본다. 멀리 달리고 있는 노국공주의 말. 말에 채찍을 가하는 노국공주. 노국공주: 이랴. 이랴 거친 숨소리와 함께 말을 재촉하며 달려간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공민왕. 공민왕:...... 멀리 까마득히 사라지는 노국공주의 모습. #초원의 강가 천천히 말을 몰아 오고 있는 공민왕. 멈춘다. 노국공주가 말의 목덜미를 쓸어주며 물을 먹이고 있다. 그런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공민왕. 공민왕의 존재를 무시하듯 말의 잔등을 두드려주는 노국공주. #동. 부근 초원(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옆에 양털 가죽을 깔고 덮고 잠이 든 공민왕. 가만히 눈을 뜬다. 모닥불 건너편을 바라본다. 노국공주가 등을 돌리고 잠들어 있다. 공민왕:...... 한숨 쉬듯 돌아누우며 추운 듯 양털 가죽을 깊숙이 덮어 쓰는 공민왕. - O. L - #같은 곳 (새벽) 꺼져가는 모닥불. 잠이 깨는 공민왕. 모닥불 건너편을 바라본다. 노국공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초원의 길가(새벽) 안개를 헤치며 두리번 오는 공민왕. 물 소리에 멈춰서 강을 바라본다. 안개 속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노국공주가 목욕을 하고 있다. 그 모습에 놀라 고개를 돌리며 돌아서는 공민왕. 공민왕:..... 천천히 다시 강쪽을 바라본다. 노국공주가 헤엄을 치고 있다. 마치 팔딱거리는 물고기처럼 싱싱한 모습이다. 공민왕:...... 문득 미소가 떠오르는 공민왕. -------------------------------------------------- #명덕태후의 사저. 마당 혜비:......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 명덕태후:(안에서) 어허, 나보고 어찌하라는 게야 #동. 방 안 명덕태후:(못마땅해서 돌아앉는) 김상궁: 하루 종일 밖에 세워둘 수는 없잖습니까 명덕태후: 그러니 하는 소리야. 그만큼 안 된다고 했으면 그만 돌아갈 일이지 #동. 마당 혜비:....... 그 얼굴 위에, 명덕태후:(소리) 원 생떼를 부려도 유분수지 #이제현의 집. 안 방 이제현의 부인: 보고만 계실 겁니까. 딸 애가 죽게 생겼는데 이제현: 으흠 이의 부인: 대감께서 한번 가보세요 이제현:(답답해서) 가서 뭐라고 하란 말입니까 이의 부인: 뭐라긴요. 그 앨 며느리로 받아주든지 아니면 죽이든지 가부간에 결단을 내달라구요 이제현: 강릉대군이 원나라 공주와 정혼을 했다는데 며느리라니 이의 부인: 허면 소실로 삼든지 이제현: 어허,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그 아일 강릉대군의 소실로 준단 말입니까 이의 부인: 어차피 막힌 혼삿길이 아닙니까.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났는데 누가 그 아일 데려가겠습니까 이제현: 으흠 이의 부인:(악이 나서) 가서 말씀이라도 좀 해보세요 이제현: 어허, 난 못한대도 그러신다 입맛만 다시는 이제현. #명덕태후의 사저. 방 안 명덕태후: 으흠 돌아앉으며 흘키듯 헛기침하는 명덕태후. 혜비:....... 숙이고 서있다. 김상궁: 좀 앉으시지요. 하루 종일 서 계셨는데 명덕태후: 너는 상관 말고 나가 있거라 김상궁:..... 명덕태후: 나가 있으라고 하지 않느냐 김상궁:....... 숙여 보이고 조심스럽게 나간다. 명덕태후:(기다렸다는 듯 바로 앉으며) 그게 어디 내 뜻이겠느냐. 지엄하기 그지없는 원나라 황실에서 정한 일이야. 그러니 단념하고 그만 집으로 돌아가거라 혜비:....... 명덕태후: 어허, 웬 황소고집이야 혜비: 어머님 (주저앉듯 앉으며) 아녀자가 어찌 두 주인을 섬기겠습니까. 강릉대군을 지아비로 모실 팔자가 아니라면 이 집의 종이라도 되어 모시겠습니다. 그러니 그저 받아만 주십시오......어머님 숨죽여 흐느껴 우는 혜비. 명덕태후:...... 못마땅해서 고개 돌려버리는 명덕태후. #강안전. 복도 기철, 입이 퉁퉁 부어 서있다. 최만생: 전하. 덕성부원군께서 드셨습니다 희비:(안에서) 드시라 일러라 기철: 으흠 문 열어주는 나인들. #동. 안 들어오는 기철. 충정왕과 희비가 나란히 앉아있고, 옆에는 윤시우가 앉아있다. 순간 당황하는 기철. 윤시우: 왜 그러고 서 계십니까. 예를 올리시지 않고 기철:(충정왕과 희비를 번갈아본다) 윤시우: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으십니까 기철: 아니외다 내뱉고 충정왕에게 덥썩 절을 하고 일어난다. 희비: 나는 덕성부원군의 인사를 전하와 같은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 기철:(입이 부어서) 무슨 일로 찾으셨는지요 윤시우: 연경의 강릉대군이 몽골의 공주에게 장가를 드셨다니 선물을 보내야겠는데 마땅한 선물이 떠오르질 않아서 기철: 으흠 희비: 덕성부원군께서 실망이 크셨겠습니다 기철: 무슨 말씀이신지 희비: 덕성부원군께서 강릉대군을 끔찍이 여기신다는 소문이기에 기철: 신은 강릉대군의 코빼기도 본 적이 없습니다 희비: 그래요? (윤시우에게) 그럼 그게 헛소문이었습니다 윤시우: 그것 보십시오 대비마마. 덕성부원군께서 그럴 리가 있습니까 기철: 무슨 말씀들인지 윤시우: 잊어버리세요. 항간에 덕성부원군께서 강릉대군을 옹립하여 새 국왕을 세우려고 한다는.....(어이없다는 듯 웃는) 기철: 으음 (신음) 희비: 실은 연경의 황후폐하께 큼직한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강릉대군의 중신을 서주셨으니 마주보고 웃는 희비와 윤시우. #동. 복도 문을 와락 열고 나오는 기철. 고리눈을 뜨고 이를 간다. #원 순제의 처소. 안 원순제: 황후 덕분에 만사가 원만히 해결이 됐습니다 기황후:......(미소) 원순제: 위안은 황실에 공이 많은 사람이니 죽이기 힘들었고 더욱이 보탑실리 공주를 고려의 왕자에게 시집을 보냈으니 황후의 지혜가 참으로 경이롭소이다 기황후: 모든 게 황상 폐하의 인자하심이 아니겠습니까 원순제:(아유시리다라를 보더니) 이리 오너라 멈칫하는 아유시리다라. 기황후: 뭘 하고 계십니까 슬며시 아유시리다라의 등을 민다. 원순제에게 가까이 가는 아유시리다라. 원순제:(아유시리다라를 무릎에 앉히며) 아유시리다라야. 너는 쿤란을 닮아선 안 된다. 아비에게 효성을 바치면 언젠가 내가 이 자리를 너에게 물려줄 것이다 웃는 원순제. 기황후:(미소) #동. 복도 나오는 기황후. 기황후: 보탑실리와 고려 왕자는 돌아왔느냐 박불화: 종적이 묘연하옵나이다 기황후: 그래? 박불화: 소문엔 몽골의 초원을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하옵나이다 기황후:(웃으며) 비옥한 중원을 버리고 몽골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더니 신혼의 단꿈을 척박한 몽골 땅에서 꾸고 있는 모양이구나 웃어대는 기황후. ------------------ 중국 촬영분 중에서 --------------------------------------- #초원의 강가 물통에 강물을 퍼담는 공민왕. #동. 부근 초원 물통을 들고 오는 공민왕. 노국공주가 모닥불에 냄비를 걸고 물을 끓이고 있다. 물통을 내려놓는 공민왕. 요상하게 생긴 주머니를 꺼내 안에 담긴 가루를 냄비 속에 넣는 노국공주. 노국공주:(힐끔 공민왕을 보더니) 소의 오줌보로 만든 주머니에요 주머니를 흔들어 보인다. 신기한 듯 바라보는 공민왕. 노국공주:(냄비 속을 저으며) 소의 오줌보는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는 능력이 있어서 안에 든 음식이 상하질 않아요 한숨 쉬듯 빙긋 웃더니 냄비를 부지런히 젓는 노국공주. 공민왕, 옆에 앉아서 신기한 듯 바라본다. 그릇에 죽을 부어 공민왕에게 내미는 노국공주. 얼결에 받아드는 공민왕. 노국공주:(바라본다)...... 공민왕:....(어떡하라는 것이냐고 묻는다) 노국공주:.... 싱긋 웃더니 자신의 그릇에 죽을 부어 담더니 후후 불어가며 마시듯 먹는다. 그리곤 또 한번 웃어보인다. 공민왕:.... 비로소 미소가 떠오른다. 노국공주를 따라 죽을 마시기 시작한다. <신돈 8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