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은 63빌딩 건물의 한 층 한 층이다. 한 층 한 층이 쌓여 육십 삼 층 건물이 만들어지듯이 씬 하나 하나가 모여서 하나의 대본이 완성된다. 다만 씬은 건물의 층수처럼 일정한 크기를 가지지는 않는다. 건물의 한 층의 높이가 3m로 정해져있다면, 씬의 높이는 1m가 될 수도 있고 7m가 될 수도 있다.
씬은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1, #2, #3····/ S#1,S#2, S#3····· /씬1, 씬2, 씬3 ·····
씬은 공간의 분할이며, 그 분할은 아파트 평면도에 기준한다. 평면도를 보자. 평면도에는 거실, 안방, 작은방, 화장실, 부엌 등으로 공간이 정확하게 분할되어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따라서 그 공간에 따라 씬을 달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이렇다.
#짱구의 집. 거실
짱구 엄마가 빨래를 개키고 있다.
짱구:(현관에서 들어오며) 엄마, 액션가면 사주세요
짱구모: 엄마가 부엌에 따라 놓은 우유 다 마시면 사줄게
짱구: 예
신나서 가방 아무 데나 벗어 던지고 부엌으로 달려간다.
#동. 부엌
부엌으로 달려오는 짱구.
식탁에 놓여있는 우유를 단숨에 들이킨다.
#동. 거실
달려 나오는 짱구.
짱구: 우유 다 마셨어요. 액션 가면 사주세요
짱구모: 짱구 가방 자기 자리에 잘 놓고 나오면 그 때 엄마랑 액션가면 사러 가자. 좋지?
짱구: 예
짱구, 가방을 주워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동. 짱구의 방
들어오는 짱구.
가방을 벗어 제 자리에 갖다 놓고 밖으로 나간다.
#동. 거실
나오는 짱구.
짱구: 엄마, 가방 놓고 나왔어요. 이제 액션 가면 사러 가요
짱구모: 그래? 그럼 잠깐만 엄마 지갑 좀 가지고 나올게
안방으로 들어가는 짱구모.
#동. 안방
들어오는 짱구모.
지갑을 들고 나오려는데 화장실이 급하다.
짱구모:(밖에다) 짱구야 잠깐만 엄마 화장실 좀 갔다올게
#동. 안방의 화장실
들어오는 짱구모.
변기에 앉아 일을 본다.
화장지가 떨어졌다.
짱구모:(밖에 소리친다) 짱구야. 미안한데 베란다에 가서 화장지 좀 하나 갖다줄래. 짱구야!
#동. 거실
짱구모:(소리) 짱구야. 내 말 들었니. 엄마 화장지 하나만 갖다달라고
짱구: 예. 엄마
베란다로 가는 짱구.
#동. 베란다
나오는 짱구.
구석의 창고 문을 열고 두루마리 화장지를 하나 꺼낸다.
#동. 거실
베란다에서 나와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짱구.
#동. 안방의 화장실
손만 쭉 뻗어 화장지를 내미는 짱구의 손.
짱구모: 아이구 잘했네. 고마워
화장지를 받는 짱구모.
#동. 문 앞
나오는 짱구와 짱구모.
짱구모:(문 잠그며) 짱구가 엄마 말 잘 들었으니까 액션가면 사고 떡볶이도 사줄게
짱구: 정말요? 야, 신난다!
신나서 펄쩍펄쩍 뛰는 짱구.
그런 짱구를 보며 웃는 짱구모.
위에서 보았듯이 씬은 아파트의 평면도처럼 분할되어야 한다. 이렇게 공간을 나누어서 표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촬영의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다.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선 차후에 더 자세히 얘기하겠다.
씬은 시간의 구분이다. 따라서 각 씬에는 시간적 배경을 정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제일 먼저, 새벽, 낮, 저녁, 밤 등의 시간을 구분하고 그 다음으로 ‘현재'와 ‘과거'를 구분해야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의 예를 통해서 자세히 알아보겠다.
#권투체육관. 전경
‘그런거야 ~ 체육관'이라는 간판.
#동. 안
관장의 지도를 받으며 권투 연습을 하고 있는 택이.
관장: 똑바로 못하겠어. 택이
택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관장: 근데 발이 그게 뭐야. 발을 빨리 움직여줘야 된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택이: 죄송해요. 오늘 새벽에 런닝을 너무 열심히 해서
관장: 런닝? 새벽에 운동을 했어?
택이: 그럼요. 두 시간이나 뛰었는 걸요
관장: 웬일이야. 십 분만 뛰어도 헥헥거리더니
택이: 그럴 이유가 있었어요
씩 웃는다.
#한강 둔치(새벽)(회상)
움직이는 듯 마는 듯 체조를 하고 있는 택이.
택이:.......
하품을 하는데,
그 시선으로 김혜수가 죠깅을 하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택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혜수다
택이, 김혜수의 뒤를 따라서 뛰기 시작한다
#권투체육관. 안(현실)
관장:(글러브로 택이의 머리를 때리며) 그러면 그렇지. 웬일로 니가 두 시간씩이나 뛰었나 했다
택이: 사람은 뭔가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한다잖아요
관장: 그래서 니 목표는 김혜수야
택이: 그럼요
관장: 김혜수가 그렇게 좋아?
택이: 좋아. 좋아
#동. 앞(밤)
‘그런거야 체육관' 간판.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그 위로 택이의 거친 숨소리.
#동. 안(밤)
열심히 샌드백을 때리고 있는 택이.
택이: 반드시 챔피언 밸트를 따서 혜수씨한테 프러포즈할 거야
열심히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택이.
위에서 보면 택이가 그 날 새벽에 한강 둔치에 나가 운동을 하던 장면이 나온다. 이럴 경우, ‘새벽'이라는 시간과 ‘회상'이라는 시간을 표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굳이 다른 설명이 없어도 연출가는 새벽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들을 배치할 것이다.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물안개를 피어오르게 한다든지, 아침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을 등장시킨다든지 해서 새벽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아 새벽이구나 하는 시간적 배경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씬에 시간에 특별한 표기가 없다면 그 씬의 시간적 배경은 ‘낮'이자‘현재'를 뜻한다.
위에서 말한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1. 서울역. 대합실 (밤) (회상)
ㅁ 씬의 넘버를 표시한다.
ㅁ 큰 공간(장소)을 표시한다.
ㅁ 큰 공간 안의 작은 공간(장소)을 표시한다.
- 같은 큰 공간 안에서 작은 공간만 바뀔 때는, 같은 장소라는 뜻의 ‘동'이라는 말을 써도 된다.
예) #2. 동. 매점 앞(밤)(회상)
#3. 동. 플랫폼(밤)(회상)
ㅁ 하루 단위의 시간을 표시한다. 새벽, 낮, 저녁무렵, 밤
ㅁ 과거 - 현재 - 미래 단위의 시간을 표시한다.
- 시간에 대해 따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 ‘낮', ‘현재'를 말한다.
- 과거에 대한 표현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예)‘회상', ‘1년 전', ‘60년대의 어느 날', ‘지난 밤', ‘과거의 일', ‘꿈' 등등.
- 미래에 대한 표현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예) ‘미래', ‘상상', ‘1년 후의 어느 날' 등등.
- 위처럼 ‘현재'에서 ‘과거'나 ‘미래'로의 시간 이동이 있었고, 다시 현재로 돌아왔을 때는 반드시 ‘현재', 혹은 ‘현실'이라는 표시를 해주어야 한다.
예) #3. 동. 플랫폼 (밤)(회상)
#4. 주문진 역. 플랫폼 (새벽)(현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