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의 한 층 한층이 "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칠성 회사'가 63빌딩의 1층에서부터 7층까지를 임대해서 쓴다고 가정해보다. 그렇다면 1층부터 7층까지는 '칠성 회사'라는 이름 하에 묶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개의 씬이 하나의 이름으로, 하나의 목적으로 묶여 있는 것을 '시퀀스'라고 한다.
<사랑으로>라는 드라마의 줄거리를 보자.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참석한 영희와 철수는 사랑에 빠지고, / 두 사람은 옥신각신 줄다리기 끝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곧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나 사랑으로만 이루어졌던 결혼은 곧 많은 갈등 속에 위기에 빠진다. 두 사람 사이의 성격과 생활습관의 차이에서부터 시작된 갈등은, 가족들간의 불화로 인해 최고조에 달한다. 하루가 멀다한 말싸움에 철수가 폭력을 쓰기 일보직전에까지 이르자, 두 사람은 잠시간 떨어져 있기로 한다./ 그 사이 철수는 친구처럼 지내던 영미에게 위로를 받으면서 영미와 결혼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고, 영희는 영희대로 회사에서 자신에게 잘해주는 후배 동욱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화해를 하기 위해 만났던 두 사람은, 화해는커녕 서로에게 더 상처를 주는 말만 늘어놓고, 결국 이혼하자는 말을 꺼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그러나 이런저런 과정들을 거치고 나서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재결합을 한다.
위 줄거리를 몇 개의 사선(/)으로 끊어보았다. 사선으로 나눈 한 단락 한 단락을 ‘씨퀀스'라고 한다. 그러니까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참석한 영희와 철수는 사랑에 빠지” 는 얘기들에 해당하는 씬들의 집합을 ‘씨퀀스'라고 하는 것이다. 그 씨퀀스에 들어갈 씬들의 내용은 다음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친구 숙자의 결혼식에 갔던 영희는 신랑측 하객으로 참석했던 철수와 눈이 맞는다. 피로연에 참석했던 영희는 갖가지 익살스런 춤과 노래로 피로연 분위기를 휘어잡는 철수에게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된다. 철수도 영희에게 관심을 가지고 은근히 접근해온다. 결국 마지못한 척 철수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는 영희. 그러나 일주일이 넘도록 철수에게서는 전화가 오지 않는다. 콧방귀를 뀌면서도 왠지 아쉬운 영희. 그러다 우연히 대형서점에서 만나는 철수와 영희. 철수는 그 날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며, 다른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모르는 건 괜찮았는데 영희씨의 번호를 알지 못하게 된 데에는, 그 핸드폰이 마치 몇 천만원짜리 보석을 잃어버린 것처럼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말하는 것 보니까 완전히 선수시네, 라고 코웃음을 치면서도 속으로 좋아서 웃는 영희. 그렇게 두 사람은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씨퀀스는 씬과는 달리 외형적인 구역이 정해져 있지 않다. 씬이 S#라는 틀 안에 구분되어져 있다면, 씨퀀스는 형식적으로는 어떤 틀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단지 줄거리 상의, 의미 상의 구역일 뿐이다. 그런데 왜 ‘씨퀀스'에 대해서 알아야 할까? 이야기 구성이,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라는 구조를 갖는다고 할 때, 하나의‘씨퀀스'안에도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라는 구조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을 보자.
드라마 <사랑으로>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발단] 철수와 영희가 만나고 [전개] 사랑하고/ 결혼하고
[위기] 싸워서 별거를 시작하고
[절정]화해를 하려고 하지만 오해는 점점 커지고
[결말] 그러나 다시 사랑으로 화해를 한다.
이 중 발단 부분에 해당하는 철수와 영희가 만나고/ 를 하나의 ‘시퀀스'로 보았을 때, 그 시퀀스 안에는 또 하나의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존재해야 한다. 다음처럼 말이다.
[발단] 철수와 영희가 결혼식장에서 만난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
[전개] 결혼 피로연에서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철수에게 영희의 관심을 더욱 깊어진다. 철수도 영희를 마음에 들어 했는지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다.
[위기] 몇 번 튕기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영희.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전화는 오지 않는다.
[절정] 장난이었구나 싶어 포기를 하고 마는 영희. 그러다 우연히 서점에서 마주치는 두 사람. 철수가 이건 운명이라고 하는 말에 삐죽거리면서도 속으로 싫지 않는 영희.
[결말]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된다.
위에서 보았듯이 하나의 시퀀스가 또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 구조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발단에 해당하는 “ 철수와 영희가 결혼식장에서 만난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 ” 속에는 또 하나의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서는 하나의 씬 안에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가 있어야 한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씬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을 내나?'라는 항목에서 하겠다.
그러니까 드라마는 하나의 ‘마트로시카(러시아 인형)'라고 생각하면 된다. 큰 인형 안에 그보다 조금 작은 인형이 들어있고, 또 그 안에 작은 인형이 들어있는 마트로시카처럼, 하나의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작은 이야기들(하나의 완벽한 이야기 구조를 갖는)이 담겨 있는 게 바로 드라마의 구성이다.
그러니까 ‘씨퀀스'는 이야기의 작은 단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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