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다 날개 다녀오겠습니다
달려라 아내 마로니에 길 마지막 수업
무지개가 끝나는 곳 무지개 쓰러지다 물새야 물새야
탱자 꽃 환상살인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다

[장] 1장

(환자복 같기도 하고 죄수복 같기도 한 옷을 입은 사내가 조심스럽게 등장 주위를 살핀다. 객석을 발견하고 반갑게 웃으며 앞으로 나온다)

[사내] 안녕하세요. 난 미친놈입니다. 아니. 난 미친놈이 아니죠 난, 난 죄숩니다. 아니 난 죄수가 아니라 죽은 잡니다(사이) 어느쪽 이냐고요. 셋다죠, 미쳤고 갇혔고 죽었읍니다 (밖에서 쿵하는 소리 깜짝 놀라는 사내)

[사내] 날 잡으러 옵니다. 누구냐고요.? 바로 그 여자죠. 네 난 그 여잘 죽였읍니다. 모두들 그렇게 믿고 있어요. 내가 죽였다구요. 물론 난 안믿죠.. 그래서 난 미친놈이 됐읍니다. 또한 죄수가 됐구요. 급기야는 난 죽었읍니다 (히죽 웃고) 내가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서 궁금해 하실 필요는 없읍니다. 아주 평범한 인간입니다. 아니 아주 평범한 인간이었죠.

네. 과건의 인물입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인물입니다. 아니 이건 순 거짓말 입니다. 난 여러분의 기억속에 있어 본적두 없읍니다. 난 그만큼 위대한 인간이 못됩니다. 가만있자. 이러고 있을때가 아닙니다. 시간이 흘러가고 있읍니다. 살아있는 여러분의 시간도 죽어있는 우리들의 시간 처럼 정지 해 있거나 꺼꾸로 흘러 가는게 아니잖습니까. 우선 우리 아버지 부터 소개하죠. (아버지가 아령을 하며 등장 아령 을?계속 한다)

[사내1] 우리 아버집니다. 사십년 째 저짓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우리 아버지가 국민학교 사학년때 처음으로 아령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건강이 매우 양호하신 편이죠. 건강만 양호 하신게 아닙니다. 정신두 양호 하죠. 내가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얘기두 바로 그겁니다. 네. 정신, 육체가

아닙니다. 정신에 관한 얘깁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질서의 정신 바로 그겁니다.

(어머니가 나와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사내1] 우리 어머니가 아침밥을 짓고 계시군요. 아니 우리 어머니라 믿었던 분이죠. 저분의 성격에 대해서 한마디 하죠. 우리 어머닌 네.차가운 분이죠 (사내 퇴장)

[어머니] (일하며)난 그 문제에 대해서 할말이 많아요 (아버지 아령만 계속한다)

[어머니] 당신이 약하게 대하면 그애한테 딱 잘라서 말을 해야 하우

[아버지] 닥치구 있어

[어머니] 이십오년 동안 아무 탈없이 잘 살아왔우 늙으막에 집안에 분란이 일어 나는 건 못참아요

[아버지] 글쎄 닥치구 있어

[어머니] 난 정성을 다해서 그앨 보살펴 왔어요. 그건 당신두 아시겠죠. 하느님도 아실거예요.

[아버지] 닥치구 있어

[어머니] 그 아가씰 보는 순간 난 머리 끝이 쭈삣했우-우리 아버님이 살아 생전에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를게 없다구 늘 말씀 하시더니 그말이 맞지 뭐유 짐승의 본능 같은 거라우. 난 그 아가씰 보자마자 짐작을 했어요. (사내 평상 복으로 갈아입고 등장)

[사내] 배고픈데요. 일찍 나가야 겠어요

[어머니] 어서 앉아라

[아버지] 그 아가씨 만나러 가니?

[사내] 네!

[어머니] 아버지께서 너한테 할 말씀이 계시데.

[사내] 그래요. 무슨 말씀이신데요

[아버지] 난 할말이 없다. (아령을 들고 퇴장)

[사내] 어머니 무슨 말씀이신데요

[어머니] 너의 어버지한테 물어보렴

[사내] 얘기하기 싫으신가 보잖아요, 뭐예요 어머니

[어머니] 나두 잘 모르겠지만 한마디만 하자. 그 아가씰 만나지 마라

[사내] 왜요. 어머니두 맘에 드신다구 했잖아요. 좋은 여자예요 어머니!

[어머니] 나두 그건 안다. 아주 싹싹하고 이쁘고 참하더라

[사내] 그런데 왜 만나지 말라는 겁니까. 아버진 맘에 안드신대요

[어머니] 글쎄다. 네 아버지야 언제 좋건 싫건 내색을 하시는 분이냐

[사내] 그럼 왜 그러시는 거예요.

[어머니] 잘은 모르겠다만---

[아버지] (안에서) 당신!

[어머니] 네!

[아버지]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리좀 와요.

[어머니] 네! (사내에게)얘 내 충골 잊지마라 그 아가씰 만나면 안돼 그 아가씰 만난다는건---

[아버지] (안에서) 당신 뭘해

[어머니] 네! 내 말을 잊지마라. 알겠니? (어머니 퇴장. 사내 어리둥절하다 객석 쪽으로 나온다)

[사내] 뭘 잊지 말라는 건가 도무지 어리둥절 했읍니다. 아니 내가 더 어리둥절 해진건 갑자기 따뜻해진 어머니의 태도 였읍니다.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봤죠. 우리 어머닌 어쩌면 내 친엄마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하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읍니다 가령 내가 어렸을때 동네 애들하고 싸워서 머리통이 깨지거나 넘어져서 무릎팍이 깨져 갖고 들어와도 어머닌 결코

놀래는 법이 없었읍니다. 간호원처럼 능숙한 솜씨로 내 상처를 치료해 줍니다. 아 참 잊었군요. 우리 어머닌 젊어서 간호원 이었다는군요. 아버진 의사였고. 지금도 의산데 놀고 먹는 의삽니다. 치료는 조수가 하고 환자는 아버지의 얼굴만 보죠. 우리 아버지 얼굴만 봐도 아픈게 낫는다는 거예요. 그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하여간 내가 미치기 시작한건 아니 그여잘 죽이기 시작한건. 아니 내가 죽어가기 시작한건 바로 그날 아침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장] 2장

(여자가 벤취에 앉아있다 비둘기 구구 하는 소리 새들에게 모이를 주다가 시름없이 그만둔다 사내 가며)

[사내] 뭘하고 있는거야

[여자] 비둘기들이 먹질 않아요. 병이 났나봐

[사내] 배가 불러서 그렇지. 팔자가 늘어진 거지. 공짜로 놀고 먹으니까 우- (달려가 비둘기를 날려 보낸다)

[사내] 비둘긴 나뻐

[여자] 왜요

[사내] 비둘기나 참새나 다를게 뭐야. 다 똑같은 샌데 그런데 저놈들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상징 덕분에 사냥당할 걱정없이 편하게 살고 있잖아. 인간도 못누리는 평화를 저놈들은 맘껏 누리고 있어

[여자] 어머. 그건 굉장한 심술이세요. 그건 나두 마찬가지 아네요.

[사내] 마찬가지라니.

[여자] 나 역시 당신의 상징에 불과 한지도 모르잖아요. 당신이 날 사랑하는건 날 사랑 한다고 당신 자신이 믿고 있기

때문이예요.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 하듯이 내 자체가 사랑스런 애인은 아니란 말이죠.

[사내] 난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여자] 그만두죠. 비둘기 때문에 다투고 싶진 않아요

[사내] 나두 마찬가지야. 허지만 그건 규명을 해둬야겠어

[여자] 비둘기 말인가요

[사내] 아니 우리들의 사랑

[여자] 그만 두세요. 방금 한 말은 취소하겠어요. 내옆에 앉기나 하세요.

[사내] 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데 어머니가 이러시더군. 우리가 만나는건 나쁘다나. 만나지 말라는거야

[여자] 그래요?

[사내] 왜 놀라지 않지?

[여자] 만나지 말라고 놀랠 필요까지야 없지 않아요

[사내] 당신은 뭔가 알고있군

[여자] 난 아무 것도 몰라요. 허지만 당신의 사랑은 믿고 있어요. 앞으로 날 안만날껀가요?

[사내] 아니_

[여자] 그럼 됐잖아요.

[사내] 그럼 우리 부모님을 만나 보겠어?

[여자] 언제요?

[사내] 빠른 시일내로

[여자] 곤란해요

[사내] 왜

[여자] 더 있다가요

[사내] 얼마나

[여자]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결혼 할 수 있을때! 그때 만나죠.

[사내] 우리가 결혼 할 수 있을때? 아니 그런 때두 있나 그때가 언제야

[여자]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사내] 그때가 언제냐구

[여자] 정말 날 사랑하는 거예요?

[사내] 그걸 말이라고 해

[여자] 맹세 할 수 있어요?

[사내] 어디다 맹셀 해?

[여자] 무엇에든 걸구요

[사내] 무조건 맹세하지

[여자] 안심 했어요

[사내] 그럼 그때가 언제지. 결혼할 수 있는 때가

[여자] 아주 이기적이예요. 왜 나한텐 안 묻죠

[사내] 뭐라고 물어줄까

[여자] 내가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어봐 주세요

[사내] 날 사랑해

[여자] 아니요

[사내] 뭐라고 했지?

[여자] 사랑하지 않아요. 아니 난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여자 퇴장)

[장] 3장

(사내 객석 앞으로 나온다)

[사내] 난 지적모험이라고 생각했읍니다. 이건 지적 모험이다. 육체적 모험은 아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날 사랑할 수 없다는 그런 상태다. 그 여자에게 딴 남자가 생겼거나 변심 해서가 아니다. 순전히 지적인 갈등 때문일거라구요. 난 원래 지적인 짓은 믿지 않습니다. 지적 이라는건 아주 변덕 스러운 거죠. 인간의 지성은 수천년 동안 변천해 왔읍니다. 역사가들도 그것을 문화의 발달이라고 설명하겠죠. 그러나 난 꼭 그렇게

만은 생각지 않습니다. 그건 문화의 퇴보였읍니다. 변하지 않는 확실하고 순수한 건 인간의 육체 뿐입니다. 정신은 육체보다 강인하지가 못합니다. 이유는 간단 합니다.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때문에 폭력이나 굶주림이나 부도덕에 대해서 공포를 느끼는건 우리들의 육체지 정신이 아닙니다 공포를 느끼는 정신은 가치가 없읍니다(사내 갑자기 웃음을 참는다) 방금 제가 한 말을 듣고 어떤분은 제가 논리적 모순에 빠져있다고 느끼셨겠죠. 그러나 그건 오햅니다. 내가 미치고 죽이고 죽어간건 훨씬 나중의 일이죠. 지금도 정상 입니다. 난 공포를 느끼는 육체를 사랑했으니까요 그래서 난 강제로 그 여자의 육체를 점령 했읍니다. 내가 이성을 찾은 건 다음날 아침, 반쯤은 여전히 술에 취해 있을때였죠. (교회 종소리 여자가 하는님께 빌고 있다)

[여자] 용서하세요. 죄를 지었읍니다. 강제로 당한게 아니예요. 내 스스로 원했읍니다. 내 마음속의 갈등과 죄의식과 욕망을 부수워 버리기 위해서 그이를 받아 들였읍니다. 하느님 전 알고 있어요. 그 사람과는 맺어 질 수 없는 사이라는 거. 우리가 맺어지면 어떤 결과가 올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읍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도 알고 있읍니다. 그러나 하느님 피보다 진한게 있읍니다. 사랑 이예요. 사랑이 피보다 진한게 아닐까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하느님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거예요. 사랑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천년 동안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괴로워 하고 기뻐하고 죽어 갔읍니다. 제게 신념을 주세요. 사랑이 이세상의 그 무엇 보다도 어떤 권력이나 황금이나 물보다도 피보다도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믿게 해주세요

[장] 4장

(죄수복 같기도 하고 환자복 같기도 한 옷을 입은 사내 객석 쪽으로 나온다)

[사내] 모든 행위는 그 결과에 의해서 책임지는게 아닙니다 우리는 결과를 기다릴 수가 없읍니다. 모든 행위는 그 관계에 의해서 선 악이 구별되는게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관계가 중요하죠. 사람들은 그런 관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천년동안 싸워 왔읍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읍니다 아니 몇몇 사건이 있긴 합니다. 예수나,공자,석가, 마호멧 그런 정도겠죠. 우린 모두 그런 관계의 노예죠.우린 스스로 그런 관계속에 자신을 얽매어 놓고 노예가 되고 그리고 나서 자유를 부르짖는 겁니다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비극이란 결코 엄청난 원인에 의해서 생겨 나는게 아닙니다. 인간의 비극이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출발하죠. 조그만 실수 조그만 결점, 조그만 분노. 조그만 즐거움. 조그만---

네_ 아주 조그만 거죠. 결코 크지 않습니다. 이 조그만 인간의 고정관념이 크나큰 비극을 초래하는 거죠. 바람이 불어서 자살한 사람도 있읍니다. 몇푼 안되는 돈을 훔쳤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 자살한 사람도 있읍니다. 아내의 과거 때문에 아내를 살해한 남편도 있읍니다. 안락한 생활을 위해서 친구를 배반한 사람도 있읍니다. 세상이란 그런겁니다. 물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만한 이유로 비극적인 사건을 일으킨 위인이란 앞에 꼽는 몇몇 사람에 불과하죠. 예수나 석가나 공자나 마호멧이나 이제 내 얘길 계속해야 겠군요. 난 그 여자를 점령했읍니다. 그 역시 조그만 기쁨에 불과 했읍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앞에 열거한 관계에 의해서 전혀 상상조차 할수 없는 비극을 초래했죠. (사내 퇴장 여자와 아버지 등장

심각하다)

[여자] 다시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석달 전에 뵈었는데 약속드린거 잊지 않고 있어요. 아드님을 다신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 했어요. 그리고 약속을 지켰읍니다.

[아버지] 고맙군. 그런데---

[여자] 그런데 실수가 있었어요.

[아버지] 실수?

[여자] 네. 실수예요. 약속을 하고 아드님을 마지막으로 만났어요 다신 만나지 말자는 얘길 할려구요. 말을 하긴 했죠. 난 당신을 사랑 할 수 없다구요.

[아버지] 그 얘길 했단 말인가?

[여자] 아네요. 그저 사랑 할 수 없다고만 말했어요.

[아버지] 그런데.

[여자] 아드님께선 그 말에 굉장히 화가 났어요. 자존심을 상했나봐요. 그래서 그날---

(여자가 갑자기 운다. 냉혹하게 바라만 보는 아버지. 사이- 여자 스스로 울음을 진정하고)

[여자]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묻겠어요

[아버지] 말해봐요

[여자] 정말 아드님과 전 결혼 할 수 없나요?

[아버지] 물론

[여자]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돼요. 왜---

[아버지] 아가씨 나두 법률에 대해선 잘 몰라요. 그러나 법이 그렇다는 거야. 아니 법률얘긴 그만 두기로 하지 도덕적 견지에서 볼 때 그건 용납 할 수 없는 일이오.

[여자] 도덕적 견지 라니요. 우리의 관계는 부도덕 하지 않았어요

[아버지] 부덕한 관계지. 아가씨가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자체가 부도덕한 증거지. 만일 아가씨와 내 아들이 결혼을 한다면 그건 우리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는 거요. 생각 해보시오. 남매나 다름없는 남녀가 결혼해서 산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되겠소? 큰 혼란이 일어 날거요. 그건 결코 용납 할 수 없는 범죄지[여자] 허지만 우린 남매가 아니잖아요

[아버지] 남매나 다름 없다고 말했을 뿐이오.

[여자] 허지만 우린 남매가 아니잖아요

[아버지] 친남매 인지두 모르지 아무튼 같은 핏줄이니까. 자.난 그만 가봐야 겠오. 아가씨 약속을 지켜 주시오. (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그런데 아까 뭐라고 했소?

[여자] 뭐라구요

[아버지] 한가지 실수가 있었다고 했지?

[여자] 아니예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아버지] 그럼 됐오. 부디 행복해지길 빌겠소.

(아버지 퇴장)

[여자] 맙소사. 난 어쩌면 좋아. 난 애를 뱄어요. 그이의 애죠 의사는 삼개월 이래요. 난--- 난 절대로 .이 애를 죽일순 없어요. 절대로--- (여자 애를 부둥켜 안는다)

[장] 5장

(환자복의 사내 등장)

[사내1] 사랑 때문에 미친 젊은이를 본적이 있읍니까? 아니 여러분들도 젊었을 시절엔 사랑 때문에 미쳐본 경험이 있을겁니다 미쳐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위선으로 산겁니다 역사를 움직여 온힘은 바로 이 광기죠 미친 젊은이들 그힘이야말로 지구를 변화시키고도 남았던 것입니다 허지만 미치지 않는 젊은이들로 요즘은 많이 늘었읍니다 냉정한 이성 투철한 판단력 교활한 자제심 빈틈없는 이해타산 이런 현대의 수단이 동원되어 사랑따위에 미쳐서 장래를 망치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폐단 따위를 방지하고 있는거죠 난 어느것이 옳다고 주장하진 않겠읍니다 다만 나처럼 아주 원시 시대에 살고있는 사람들도 있다는걸 말씀드리고 싶은거죠 아무튼 결과적으로 그 여자만 죽었읍니다. 내 애를 죽이는 대신 그녀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 셈이죠 그러나 문제는 그녀의 죽음이 아닙니다 그녀가 맺고있던 관계를 말하자면 사회적인 보호 장치에 관한데 있읍니다. 난 여러분에게 몇가지 장면들은 그녀가 죽음을 선택하기 며칠전 동안의 일들입니다. (변호사 사무실 여자와 변호사)

[변호사] 아가씨 방금 뭐라고 했죠?

[여자] 왜 결혼 할수 없느냐구요

[변호사] 그건 이상한 질문이군 여긴 결혼 중매소가 아니오 그건 두사람의 문제가 아닙니까

[여자] 그렇지 않아요 이건 법률적인 문제예요

[변호사] 법률적? 아 법률적이라면 얘기 하시오 법에 관한 한 아가씨는 보호해 줄 수가 있어요 자 다시한번 말씀해 보시오

[여자] 자세하게 말씀 드린거예요

[변호사] 미안해요 성실하게 듣질 못했어요 요즘엔 꽤

중대한 재판이 있어요 거기엔 막대한 재산상의 이익이 달려있죠 내가 변호하고 있는 사람은

부모의 재산을 모두 뺏길 처지에 놓여 있어요 난 그 재산을 찾아 주려하고 있어요 미안하오

다시한번 설명해 주시오

[여자] 할수 없군요 말씀드리죠 전 남자를 사랑했어요 그사람도 절 사랑했구요

[변호사] 아 그건 당신들의 특권아니오 그런 문제라면---

[여자] 더 들어 주세요

[변호사] 오후엔 워낙 중요한 재판이 있어서

[여자] 그 사람의 부모를 만나러 갔어요 부모님들도 나한테 호감을 가지는거 같았어요 셋이서 저녁을 먹었죠 아버님이 묻더군요 성이 같은데 본이 어디냐 어디라고 가르켜 드렸죠 아버님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날 한참동안 노려 보셨어요 우린 놀랬죠 그랬더니

그 분이 웃으셨어요 웃으시

면서 내 정신보게 약속을 잊고 있었군 그러면서 자릴 피하셨어요

[변호사] 잠깐 아가씨 점심시간이 다돼가는군 그런 한가한 얘기라면 내일이나 아니 주말 쯤에 찾아 오시오 난 오늘 오후에---

[여자] 전 죽으려 하고 있어요 절 좀 도와 주세요

[변호사] 아니 무슨 엉뚱한 소리요

[여자] 요약하죠 그사람과 난 성이 같고 본이 같아요 그래서 법적으로 결혼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변호사] 뭐라구 방금 뭐라구 했오

[여자] 동성동본은 서로 결혼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변호사] 말두 안되는 소리 그런 법이 세상에 어딨단 말이요

[여자] 네? 뭐라고 하셨죠

[변호사] 그건 말두 안되는 소리지 아가씨 그건 법이 아니오 난 그런 악법이 있다는 소린 금시초문이오

[여자] 절 놀리시는군요

[변호사] 놀리는게 아니오 아가씨 난 해답을 얻었오 아가씨가 뭔가 오핼 하고 있는거요 난 그런 법이 있다는 소릴 들어본적이 없어요 또 그런 이권 관계에 대한 변론은 맡아 본적두 없오

[여자] 이권이라니오?

[변호사] 아가씨 가령 위자료를 받아내는 일이라면 내가 도와 드릴수가 있소 허지만 결혼할 수 없다고 위자료를 내라는건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지만 너무 하잖을까요

[여자] 제 말을 오해하고 계시는군요 전 그사람과 결혼하고 싶은거예요 더구나 전--- 전--- 임신을 하고 있어요

[변호사] (살았다는듯이) 아 그래요 임신을 했군요 그러니까 혼전 임신이군요 그렇지만 이건 도덕적인 문제죠 도덕적인 문제를 법률적으로 해결 지으려는건 옳지 않아요 아무리 법 만능시대지만 도덕은 도덕대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겁니다 그러니까 이건 종교적인 문제라고 할수 있죠 아가씨 그 남잘 다시 만나서 설득해 보시오 그 쪽에서 법을 핑계로 결혼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모양인데 우선 인간적으로 설득해 보시오 인간적인 해결방법이 제일 좋은 겁니다 그게 않돼던 도덕적 양심에 호소해 보세요 도덕이란 법률보다 더 고상하고 위력이 있는 겁니다 법은 교묘하게 피해서 그 죄를 은닉할 수 있으나 도덕적 과오는 은폐할 수 없는겁니다 그건 자신의 문제니까 남을 속여도 자신의 양심을 속일수가 없는 거죠 도덕적으로도

해결이 안되면 다시 오시오 난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서 남자 쪽으로부터 충분한 위자료를 받아 내도록 도와 드리겠소 됐읍니까_ 그럼 난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겠소 삼심년동안 말이오 난 하루 빠짐없이 원칙을 고수해 왔오 아가씨 그게 뭔지 아시겠오 아무리 바쁜일이 있어도 식사만은 제시간을 지키는 거요 이게 내 건강의 유지의 비결이오 (변호사 퇴장

여자 망연히 서있다 환자복의 사내 보고 있다가 객석으로)

[사내] 나 역시 저 신사분의 면식에 동감입니다 식사란 역시 때를 맞춰야 효과가 큰거죠 허지만 해박한 저 법률가께선 남의 얘기를 듣는 법이 무척 서투르군요 남의 얘기를 들리는 그대로만 듣기는 무척 힘들다는 건 나도 압니다 그런데 들리는 말에 아름다운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여자의 호소를 이해할 순 더더욱 없었겠죠 모르긴 해도 법률가께선 어떤 얘길 들어도 자신의 공식 속에 집어넣는 거죠 말하자면 저 사무실을 찾는 사람은 고객이고 어떤 말이든 저분의 머리속에 들어가면 지폐처럼 액수가 정해져서 튀어나온다는 거죠 그건 영화관에서 파는 퐁퐁과자나 마찬가집니다 옥수수 알이 퐁퐁 불어나지 않는 한 저분은 언제나 시장기를 느끼지 않는지 모르겠읍니다. 그러나 이런 한가한 얘기만하구 있을순

없읍니다 내가 사랑하는 저 여자는 지금 매우 심각한 처지에 놓여있읍니다 그래도 단순했기

때문에 법률가의 충고대로 이 문제를 종교적으로 해결 하려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만겁니다

[장] 6장

(종교인 등장)

[종교인] 어서 오세요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구요

[여자] 네 도와주세요 제 영혼은 지금 죄를 짖고 있읍니다 전 죽음을 생각하고 있어요

[종교인] 신만이 당신을 도와 줄겁니다 마음속의 고민을 숨김없이 고백해 보십시오

[여자] 말씀 드리죠

(종교인 엄숙한 태도가 된다)

[여자] 법률은 제 문젤 해결 할수가 없다는겁니다. 전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어요 우린 열렬히 사랑

하고 있읍니다

[목사] 축복을

[여자] 그러나 법률적으로 결혼할수 없다는 겁니다

[목사] 설명을 해 보세요

[여자] 성과 본이 같으면 결혼을 할수가 없답니다

[목사] 그건 악법이요

[여자] 전 어떡했으면 좋겠읍니까

[목사] 난 신의 법 밖에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인간이 만든법은 모두 무효입니다 인간이 신을 대리해사 인간을 다스릴 수는 없는겁니다 인간을 다스릴 수 있는 분은 오직 신의 말씀 뿐입니다

[여자] 그건 저 두 잘알고 있어요 허지만 전 속세에 살고 있읍니다 전 그사람과결혼하고 싶어요

[목사] 가엾은 사람 누가 당신의 행복을 막는단 말입니까

[여자] 말씀드리겠읍니다 우린 결혼 할수 없읍니다

[목사] 알겠읍니다 난 잠시 신의 세계를 떠나 당신과 같은

인간의 입장으로 돌아와 보도록 하겠읍니다 먼저 내가 묻겠읍니다 왜 동성동본은 결혼할 수

없다는 겁니까 먼저 그얘기부터 해주실까요?

[여자] 조상이 같다는 겁니다

[목사] 인간의 조상은 모두 하납니다 어떤 자들은 인간의 조상을 곰이라고 떠들어 댑니다 그러나 곰과 인간은 같을수가 없읍니다 인간의 조상은 신의 뜻입니다 신이 우리를 만든겁니다

[여자] 그건 너무---

[목사] 너무 어떻다는 겁니까

[여자] 너무 막연해요 제가 말씀드리는건 같은 혈족이란 뜻이죠

[목사] 혈족이란 같은 피를 나눴다는게 아닙니다 허나 인간의 피란 같은겁니다 그건 신이 주신거죠 과학적인 얘길 한마디 할까요 생명은 피에 의해서 유지됩니다 그런데 피를 안가진

동물두 있다는 얘기 인가요?

[여자] 허지만 조상은 달라요 가깝게 따져가면 그사람과 난 친 남매나 다름없다는 거죠

[목사] 맙소사 친남매나 다름없다구요 우린 모두 형젭니다 그런 바탕위에서

[여자] 제 말씀을 이해 해 주세요 전 그저 결혼이 하고 싶은겁니다 둘이서 살고 싶은 거예요 눈같이 흰 면사포를 쓰고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싶은거예요 애를 낳구요 밥짖구 빨래두 하고 그이의 퇴근을 기다리는 생활을 원하는 거예요

[목사] 아가씨 속세의 행복이란 필사적인 겁니다 일생을 끝나가는 순간 소중했다고 생각되는 생활들은 그저 한순간에 불과합니다

[여자] 한순간 이래두 좋읍니다 난 행복해지고 싶어요

[목사] 좋읍니다 아가씨의 행복을 축복해 드리죠 그런데 뭐가 문젭니까--- 왜 아가씬 불행합니까

[여자] 결혼할 수가 없다니까요 법이 우리의 관계를 정당치 못한 것으로 규정짖고 있어요

(잠시 침묵)

[목사] 미안합니다 아가씨 난 여지껏 아가씨의 얘기를 내 입장에 비추어서 들었읍니다 다시한번 설명해 주실 까요

[여자] 네_ 그러죠 난 어떤 사람을 사랑했읍니다 그런데 그사람과 나는 성이 같고 본이 같아요 법률은 그런 만남은 인정치 않는다는 거예요

[목사] 기도를 드려 주겠오

(잠시 침묵)

[목사] 그건 인간의 법입니다 신의 법엔 그런 조항이 없읍니다 두분은 결혼할 수 있읍니다 신이 축복해 줄겁니다

[여자] 신의 축복을 받고 싶은게 아녜요 전_ 우린_ 인간의 축복을 받고 싶읍니다

[목사] 그렇다면 결혼하십시요

[여자] 결혼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목사] 신은 당신들의 결혼을 허락합니다

[여자] 법은 허락하지 않아요

[목사] 그렇다면 신의 법을 따르십시오

[여자] 신의 법이라구요 그럼 전 죽어두 될까요

[목사] 자살은 죄악입니다

[여자] 신의 법을 따르기 위해서 우리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법을 거부하기 위해선 죽음을 택하는 길밖엔 없읍니다 당신의 신은 이해를 해주실 겁니다 신을 모독하기 위한 죽음이 아닙니다 신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죽는 거예요

[목사] 그건 억지요 신이 주신 생명을 인간이 거둘순 없어요 생명은 신의 것이고 신만이 거두어 갈수 있는겁니다

[여자] 그렇다면 죽을수도 없군요

[목사] 나는 아가씨에게 만족할만한 해답을 드리진 못했어요 속세의 행복이란 언제나 그런겁니다 육체적인 만족 외엔 없읍니다 허지만 아가씨의 영혼을 구해 드릴순 있읍니다

[여자] 좀더 구체적인--- 구체적인---

[목사] 아가씰 위해 기도하겠읍니다

(목사 기도한다 여자도 기도한다 )

(환자 복도에서 등장)

[사내] 이 연속의 결과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이 혹시 계실지 몰라서 우선 결과부터 얘기해 드리겠읍니다 여잔 자살을 선택했읍니다 사랑 때문에 죽은건 아닙니다 결혼을 못하게 했다고 해서 죽을 필요까진 없잖읍니까 인생의 궁국적 목표가 결혼은 아닙니다. 아 물론- 순결한 결혼 없인 이 사회는 발전해 나갈

수가 없을겁니다 허지만 좀더 중요한 문제가 있죠 우리 아버질 다시 소개 해 드리죠

(아버지 등장)

[사내] 어떻습니까 오늘따라 우리 아버님은 근엄하십니다 아니 장엄하시기까지 합니다 거기엔 이유가 있읍니다 사람이 장엄하게 보일 때는 한가지 경우밖엔 없읍니다 그안에 비극적 감정을 품고 있을때죠

[장] 7장

(여자등장)

[여자] 다시 만나뵙자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버지] 그 앨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만 지켜주면 된다 난 얼마든지 고통을 당해두 좋아

[여자] 그 약속은 지켜 드리겠읍니다

[아버지] 미안하구나 우연의 일치 때문에 너나 나나 고통을 당하고 있구나

[여자] 우연의 일치요 아버님도 그걸 인정하시는군요

[아버지] 물론 인정한다

[여자] 그 우연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건 어떻구요

[아버지] 사는게 모두 그렇다 모든게 우연이야 우린 우연에 의해서 움직인다

[여자] 그렇다면 진실도 없겠군요

[아버지] 진실이 없다는게 아니다 진실이란게 있기는 있겠지 그러나 진실이란---

[여자] 진실이란 어떤거죠?

[아버지] 값비싼 희생을 치루어야 한다

[여자] 만일 제가 그 댓가를 치루면 어떻게 될까요

[아버지] 그건 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너희들은 비합법적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해 나갈수 있는거다

[여자] 애두 낳을수 있구요

[아버지] 물론이다 허지만 그앤 어떻게 될까 사생아가 된다

[여자] 허지만 태어나지 않는것 보다는 낫겠죠 사생아라고 말이나 소가 되는건 아니잖아요

[아버지] 말이나 소와 마찬가지다 그애의 일생은 불행해 질거다

[여자] 도대체 뭐가 다른데요 사생아라고해서 뭐가 다른가요 팔이 하나 없거나 눈이 하나 없는건 아니잖아요 서로 사랑만 한다면 그런 제약 쯤은 견뎌 나갈수 있는 거예요

[아버지] 약속이 틀리다 넌 날 설득하러 왔느냐?

[여자] 그렇진 않아요 설득할수 없다는건 잘 알고 있읍니다 누가 자기주장을 굽히겠읍니까 아버님이 옳다고 믿으신건 아버님에겐 언제나 옳은 겁니다

[아버지] 날 이해 해다오 사는건 양보한다 아니 포기라고 해도

좋다 자기걸 전부 주장할순없어 불가능한건 포기하고 남에게 피해를 양보해야 한다

[여자] 허지만 동성동본인 두 남녀가 결혼했다고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건 뭔가요

[아버지] 그건 법 이전의 문제다 윤리적인 문제지 만일 같은 조상 같은 핏줄을 가진 남매가 맘대로 결혼할수 있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겠니 그건 동기간에 간음은 범하지 않는다는 보장마져 없어진다

[여자] 아버님 아버님을 반박하러 온게 아니예요

[아버지] 그럼

[여자] 누구한테도 말씀드릴수 없는게 있어요 그래서

[아버지] 말해봐라

[여자] 전 임신을 했어요

[아버지] 뭐 뭐라구

[여자] 전번에 말씀 드리려 했지만

[아버지] 얼마나 됐냐

[여자] 그게 중요한가요?

[아버지] 얼마나 됐느냐니까

[여자] 지우라는 말씀이군요

[아버지] 의사는 뭐래

[여자] 의사가 무슨 상관이예요 난 못해요

[아버지] 결혼도 못한다

[여자] 아드님의 사랑을 포기 할수 있읍니다 결혼을 포기할순 있어요 허지만--- 애는 죽일순 없어요

(긴 침묵)

[아버지] 아가

[여자] 네

[아버지] 내가 너희들 만한 나이 때 어느 한 여자를 알게 되었어 사랑을 했지 관계가 깊었다 어느날 우연히 그 여자와 내가 같은 혈족이라는 걸 알았다 허지만 우린 헤어질수 없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린 결혼을 했다 면사포를 쓴 그??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후 그 앨 낳었지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문젠 해결되지 않았다 우선 집으로부터 한푼 도움을 받을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 생활은 비참했다 취직이라고 해봤지만 늘 내 사생활이 문제가 됐어 난 점점 괴로워졌다 그 애 에미도 괴로워했다 친정이나 어디나 번갈아 가면서 우리사이를 갈라 놓으려고 했으니까 아가야 난 인간은 믿지 않는다 인간의 의지도 믿지않고 진실 따위도 믿지 않는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건 아무것도 없다 모든게 변한다 그래서 난 변했다 난 편해지고 싶었다 난--- 난--- 그여자와 헤어지기로 결심을 했다 내 아들을 사생아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애 에민 울지도 않았다 내가 울었다 몇달이 지났다 그애 에미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난 달려가서 소릴질렀다 병신 죽기는 왜 죽는냐 생겨먹은

대로 살면 그만 아니냐 (사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나 난 지금 거짓말을 시키고 있어 아가 솔직히 말하마 만일 그 때 내 애정만 확실했다면 난 그여자와 헤어지지 않았을거다 결국은 내가 그애 에밀--- 그래 내가 죽인거나 마찬가지다

[여자] 이제야 알겠어요 그래서 아드님과 내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거란 말씀이군요

[아버지] 우린 어차피 같은 우리속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 불행에 대해서 동정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불행에 대해서 냉소를 보냈다 난 그래서 깨달았다 진실이란

하나님이나 지키는 거지 인간의 진실이란 없는 거라구 넌 내 마음 이해 못한다 난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한번도 실천해 보지 못한 사람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난 산다는것에 항상

복종해 왔다 복종하고 있는 동안 아무 별탈이 없었다 허지만 그애를 볼때마다

난 항상 괴로웠다 그러나 널 만났지 내 아들이 나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분노를 느꼈다

[여자] 무엇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셨나요 잘못된 법인가요 아니면

[아버지] 법이 잘못된 게 아니다 너희들의 만남이야 만나는 건 어차피 제약을 수반하는 거다 제약없이 살아갈순 없다 동성동본 결혼금지가 잘못이라고 하자 그렇다고 그 잘못을 수정하느라고 인간이 완전히 자유스러워지는건 아니다 그건 아주 사소한 금기다 많은 금기가 인간에겐 있다 그건--- 그건 신이 정한거다 인간이 신의자리를 넘보지 못하게 많은 금기를 만들어 낸거다 인간은 그 금기에 얽매여 그 고통으로 부터 헤어나기 위해 신의 자리따윈 염두에도 두지 못한다 만일 인간이 좀더 자유스럽고 행복하다면 신은 벌써 그의 자리로부터 추방 당하고

말았을 꺼다 난 종교는 믿진 않는다 그건 그 여자의 죽음에 대한 내 조그만 분노였다 아니 속죄의 표시였다 그 여잘 죽인건 바로 내자신이었다 그래 그건 사랑 문제지 아가 네 애는 태어나서는 안된다

7장 끝.

[장] 8장

(정장을 한 사내 등장)

[사내] 난 인간은 약한 존재라고 믿고 있읍니다. 인간이 강하다는건 허세에 불과하죠. 허지만 난 인간이 약하다고 해서 실망하진 않습니다. 강한자에겐 도덕심이나 수치심이나 자비심이 없는 법이죠. 약하기에 인간은 질서를 원하는 겁니다. 이 연극은 여기서 끝날 수도 있읍니다. 여자의 자살 동기가 이미 밝혀진 이상 더 이상 계속 한다는 건 사족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감동적인 장면을 원하고 있을겁니다. 죽음에 대한 과정이나 동기 이외에 한 여자의 자살이 일으키는 파문과 그로 인한 감동을 받고 싶어하실 겁니다. 사실 극장문을 나설 때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했다면 지금 이 시간은 아주 무의미하고 쓸모 없는 것으로 되버릴게 아닙니까? 다음 장면은 그러니까 그 여자가 죽음을 선택하기 몇시간 전에 날 만나러 왔던 마지막 모습입니다.

(여자 등장)

[사내]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군

[여자] 네. 그랬어요. 정말 오랬동안 보지 못했어요.

[사내] 난 당신이 변한 거라고 믿고 있었어.

[여자] 변한건 아녜요. 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사내] 그럼 뭐가 중요하단 말야.

[여자] 중요한 건요---

[사내] 그래 중요한건--- (사이) 중요한건 뭐지?

[여자] 내 눈을 보세요

[사내] 눈을

[여자] 말로는 이세상의 어떤 말로도 내 마음을 전달할 수가 없어요. 그건 소리가 아닙니다. 그건 그저 느낌이예요. 난 생각했죠.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소리나 형체가 있는 건 아니다. 그건--- 그건---

[사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그건 너무 막연하고 그리고 감상적이군.

[여자] 네 적당한 말을 찾아 내셨군요. 감상적--- 감상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거예요. 허지만 그런 표현이 옳은건 아녜요 난 지금 그저 울고 싶어해요. 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허지만 그건 생각 뿐이죠.

[사내] 자기 감정에 매달리는 건 유치한 거야

[여자] 유치하다구요. 내가 울고 싶어 하는게 유치하다구요.

그렇다면요. 세상 모든데 유치할 거예요.죽음까지도 말예요.

[사내] 죽는다는 건 달라. 죽는 다는 건--- 그건 아주 위대한거지

[여자] 죽는다는 건 위대한 감정이 아녜요. 그건 처참한 거예요.

[사내] 그렇지 않아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평생동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며 살 순 없는거야. 그래서 모두 죽음따윈 잊고 있다구. 허지만 죽음은 언제나 우리곁에 있는거야. 그걸 자기 스스로 선택 할수 있는 사람은 불과 몇사람 밖엔 되지 않지. 예수나 석가나---

[여자] 만일 내가 그걸 선택한다면요.

[사내] 당신이---

[여자] 네! 내가 선택한다면요.

[사내] 그건 무의미해! 당신이 죽음을 선택 했다고 예수나 석가는 될순 없어.

[여자] 위대해질 수 없다면은. 그렇다면 인간이 감상적이 된다고

유치한거 까진 없잖아요

[사내] 내가 유치하다는 건 그런 뜻이 아냐. 자기 감정에 매달리지 말라는 거지.

[여자] 아주 냉정하시군요.

[사내] 며칠전 아버지와 단둘이 얘기할 기회를 얻었지. 아버지가 다 말씀 하시더군. 우리 관계를---

[여자] 그 얘길 다 들으셨어요.

[사내] 난 결정을 내렸지_

[여자] 말씀하지 마세요.

[사내] 이미 아버지한테두 말씀을 드렸어

[여자] 뭐라구요

[사내] 당신하고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고

(잠시 침묵. 사내 여자를 포옹한다)

[사내] 떨고 있군.

[여자] 난 몹시 추워요.

[사내] 이제 곧 따뜻 해 질꺼야

[여자] 난 무서워요

[사내] 우리들의 미래가_

[여자] 아니요. 내 선택이_

[사내] 당신은 여전히 죽으려 하고있군.

[여자] 네_

[사내] 생각을 바꾸지

[여자] 그럴수 없어요

[사내] 아무도 당신의 죽음에 충격을 받지 않을거야

[여자] 난 항의하는게 아니예요. 난 그저 내 자유를 선택했을 뿐예요.

[사내] 그건 선택이 아냐 항복이지

[여자] 진심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사내] 아니

[여자] 그럼 안심이예요

(잠시 침묵)

[여자] 절 잡지 않으세요.

[사내] 그게 가능할지

[여자] 그건 모르겠어요. 허지만 여전히 난 두려워요 당신을 만나거나 하면 난 더 마음이 약해져요. 난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죠. 행복이란 뭔지_ 행복이란_

[사내] 행복이란 아름다운 거야

[여자] 아름다운 거겠죠. 아름다운거 아니라면 사람들은 행복해지려고 애쓰지도 않겠죠. 허지만---

[사내] 허지만 뭐지

[여자] 사람들이 그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것만은 아닐거예요

[사내] 그럼 진실?

[여자] 네! 진실_

[사내] 모두 무관심한데_

[여자] 진실에 대해서요

[사내] 아 그렇지

[여자] 그럼 난 결정했어요. 난 진실을 원해요.

[사내] 그렇드라도 난 당신이 살아있길 원해

[여자] 나도 그래요. 날 좀 더 힘껏 안아주세요.

(힘껏 여자를 안는다)

[여자] 이젠 됐어요. 그만 돌아 가겠어요

[사내] 조금만 더!

[여자] 제발 놓아주세요.

(사내 여자를 놓아준다 여자 사내를 바라본다 가버린다)

[사내] (퇴장 하려다) 변명할 기회는 지금밖에 없군요. 난 그자가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읍니다. 이게 변명이 될까요.

(사내 퇴장)

[장] 9장

(목사 등장)

[목사] 난 여러분에게 기도 할 것을 요구합니다. 아니 명령합니다. 기도만이 그녀의 죽음을 구해줄수 있읍니다. 그리고 영혼에게 안심을 줄 수 있읍니다. 난 감히 말합니다. 그녀는 죄인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죄를 짓고 이세상에 태어났읍니다. 그러나 그녀만은 죄인이 아닙니다. 하느님 용서 해 주십시오. 여러분 그녀는 왜 죽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할 수 없었기 때문인가요?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왜 죽었을까요. 그녀는 질서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신의 질섭니다.

인간의 질서가 아닙니다. 인간의 인간에게 굴레를 씌워놓고 자유를 박탈하는 그런 질서가 아니라 영원한 신의 질서 그것을 원했던 것입니다. 미안합니다. 내 목소리가 너무 격앙 됐군요. 여러분은 내 조용한 음성을 바라시겠죠. 내 조용한 음성에 위안을 얻으려 합니다. 조용한 음성이야 말로 여러분의 비겁을 어루만져 주고 상처를 쓰다듬어 줄테니까요. 그러나 난 참을 수가 없읍니다. 그건 내 자신에 대한 실망 때문입니다. 성직자로써 가련한 한 여자의 영혼을 구하지 못했읍니다. 그건 뗩까요. 내 믿음이 약하고 어리석어서 일까요. 아니면 신의 질서가 어리석은 것일까요. 미안합니다. 하느님 전 당신을 기만했읍니다. 흔들리는 내 믿음을 나무래 주십시오. 여러분 기도 합시다. 우리는 기도밖에 할것이 없읍니다. 여러분 기도를.기도를--- 기도를 합시다.

[장] 10장

(환자복의 사내 등장)

[사내] 미친 사람은 미친 사람대로 미쳐있다 보면 그나름대로의 도를 트는 법입니다. 난 아주 교활한 인간이 됐죠! 그건 자기 합리화입니다. 난 얼마전에 변호사를 만났읍니다. 그분은 정신 병원에 왔었죠. 사회사업 단체의 일원으로서 정신병원의 실태를 조사 하려 나오신 겁니다. 난 인사를 드렸읍니다. 물론 그날도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던 겁니다.

(변호사 등장)

[사내] 안녕하세요.

[변호사] 음! 오랫만이군

[사내] 날씨가 좋습니다

[변호사] 음! 아주 좋은 날씨군.

허지만 밖엔 비가 내리고 있잖습니까.

[변호사] 아! 비가 내리고 있었나! 내가 미쳐 못봤군.

[사내] 실례지만 내가 누군지 아시겠읍니까

[변호사] 누구더라

[사내] 전 선생님을 잘 알고 있죠. 신문지상이나 테레비 화면을 통해서---

[변호사] 아! 그런가_

[사내] 허지만 난 누굴까요.

[변호사] 글쎄! 어려운 수수께끼군_

[사내] 어려운 수수 께끼가 아닙니다. 난 난--- 미친 놈이죠

[변호사] 와서보니 유우머가 대단하군

[사내] 어떻읍니까 미쳤다는 그상태가 가장 유우머 러스 한게 아닐까요

[변호삼] 그래! 대단한 익살이군

[사내] 어떤 여자가 죽었읍니다

[변호사] 그래? 안됐군

[사내] 선생께서두 잘 아는 여자죠

[변호사] 기억을 더듬어 보겠네

[사내] 애를 밴 여자였죠. 동성 동본

[변호사] 그래! 오_ 그래!

[변호사] 그런여잔 많으니까. 내 사무실엔 불행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구

[사내] 하지만 선생께선 자선 사업을 하고 계시는건 아니겠죠

[변호사] 보수를 받는다고 해서 자선사업이 아니라고 할순 없겠지

[사내] 아_ 그렇군요.

[변호사] 자_ 난 그만 가보겠네. 자넨 가끔 정상적인 데가 있군

[사내] 의사는 절망적 이라고 하던데요

[변호사] 노력을 해보게 자넨 날 감동 시켰어 그리고 유쾌했네

[사내] 네 물론 노력은 하고 있죠. 내 소원은 완전무결하게

미치는 겁니다.

[변호사] 그것두 나쁘진 않겠지 완전하다는건 아름다운 여건이니까 자_ 난 가겠네 (변호사 퇴장하려다가 갑자기 멈춘다)

[변호사] 아_ 기억이 났네 바로 그여자 말이군

[사내] 기억해 내셨군요

[변호사] 호텔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지 경찰에선 타살로 주장했구 맞어_ 바로 자네군 내가 자넬 변호해 줬지_ 결국 정신이상으로 판정를 받게 했지

[사내] 예_ 제가 제가 바로 범인이죠 당신이 속으신거예요

(사내 히죽 웃는다. 변호사 화가나서 퇴장)

[장] 11장

[사내] 할말은 많읍니다. 난 아버지에게 가겠죠 동성 동본이라 결혼 못한다면 우린 다같은 단군할아버지 자손이니 한국사람끼린 결혼 못할게 아니

냐구요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가 않읍니다. 아버진 대답하셨죠 열 사람 중에서 아홉사람이 새로운질서를 반대한다 나에게 한사람를 위해서 아홉사람이 양보할순 없지 않느냐 네 그렇죠 한마리의 길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사람은 예수나, 석가나, 공자나, 마호멧이나--- 녜- 몇몇 사람에 불과한거죠 허지만 이건 어떨까요 양보다 희생의 차이랄까요. 그런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는죠 (사이) 자 _ 이젠 할 얘기가 없군요 아니 할 얘긴 많습니다. 그러나 그만두죠 왜냐구요 이건 무의미한 논쟁입니다. 값싼 희생이구요. 인간의 역사란 언제나 그렇습니다. 인간의 역사를 지배해 온건 낡은 질섭니다. 새로운 질서는 행복을 파괴합니다. 여러분--- 부디 행복해 지십시요. 여러분의 행복 뒤에 죽음과 광기와

샌치멘탈리즘에 흐느끼고 있다고 해도 그 때문에 여러분은 고상한 행복을 포기하실 필욘 없읍니다.

(사내 퇴장 _ 잠시 침묵 사내 다시 등장)

[사내] 깜빡 잊었군요 여러분 _ 안녕히 돌아 가십시요.

- 막 -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다 날개 다녀오겠습니다
달려라 아내 마로니에 길 마지막 수업
무지개가 끝나는 곳 무지개 쓰러지다 물새야 물새야
탱자 꽃 환상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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