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다 날개 다녀오겠습니다
달려라 아내 마로니에 길 마지막 수업
무지개가 끝나는 곳 무지개 쓰러지다 물새야 물새야
탱자 꽃 환상살인  
물새야 물새야

[페이지] 001

무 대

(여기에서 가리키는 방향은 객석에서 본 것이다. 어느 해변의 낡은 호텔 오른쪽
후면에 정문이 있다. 들어와서 오른쪽은 후론트의 벽면이다. 열쇠 보관함과 카운터 카운터 뒷쪽에 이층 객실로 올라가는 계단. 카운터 앞 왼쪽은 내실로 통하는 출입구가 된다. 왼쪽에 식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그 문에서 객석쪽으로 긴 의자와 탁자가 카운터와 마주보고 있다. 그리고 석유곤로가 하나 주무대인 식당 후면엔 테라스로 통하고 테라스에는 낡은 대나무 의자가 버려진 것처럼 놓여있다. 식당의 왼쪽엔 주방이다. 잔같은 것을 놓아두는 작은 찬장 그옆에 음식을 내보내주는 선반이 있고 그 선반 밑으로 몸을 굽히면 주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식당의 홀엔 세개의 원탁으로 된식탁이 놓여있다. 후면에 두개, 전면에 하나, 전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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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은 중앙에서 주방쪽으로 놓여져 있고, 오른쪽앞 공간엔 난로가 놓여져 있다.
난로 주위에 의자 두개, 현관에서 식당으로 들어서면 뒷쪽에 바로 작은 카운터 테이블이 놓여있고, 그 뒤에 작은 의자. 에프론, 스테이지는 호텔 앞, <<0>><<또>>는 바닷가 해변의 거리 등으로 쓰인다. 왼쪽에서 등장해서 오른쪽으로 퇴장했다가 호텔 현관으로 들어가는 코스다.
[시간] 때: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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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1장

(파도소리. 점심이 좀 지난때다. 소년이 식당에서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석준기 난로 옆 의자에 혼자 앉아 신문을 읽고있다. 미영과 민석은 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무언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에프론 스테이지에 기순 등장,
생각에 잠겨 천천히 오른쪽으로 퇴장)
[소년] 역에 안나가실 거예요?
[준기] (쳐다보지 않는다)
[소년] 기차시간 다 됐어요.
[준기] 대충 치웠으면 현관에 좀 나가 있거라
[소년] 역엔 정말 안나가실 거예요?
[준기] 현관에 나가봐.
(소년 현관으로 나간다. 기순이 들어와 이층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소년] 점심 안잡수세요?
[기순] 점심?
[소년] 아침두 안잡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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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순] 배고프지 않은데 어떻하지?
[소년] 난 암만 먹어두 배가 고픈데
(기순 빙긋 웃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소년 카운터 앞 탁자에 가 앉아 잡지를
뒤적인다. 기순 테라스쪽의 미영과 민석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기순 주방쪽
식탁에 가 앉는다)
[기순] 봄날씨 같애요
[준기] 점심은 어떻하셨읍니까?
[기순] 그만두겠어요
[준기] 커피를 끓여드릴까요
[기순] 아니 괜찮아요.
[준기] 저녁엔 날씨가 사나워질 겁니다.
[기순] 저렇게 화창한데요
[준기] 태풍 주의보가 내렸어요
[기순] 우습군요
[준기] 태풍이 연착을 하는 모양이죠 허지만 바다 날씨란 변덕쟁이가 돼서
저러다가도 몇시간 내로 뒤바뀌고 말거든요 그나저나 뭘 잡숫는게 좋을겁니다.
몸이 기진하면 이 정신두 기진하는 법입니다. 여기 오신지 이틀동안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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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두 먹질 않으셨죠? 물과 커피 이왼
[기순] 전에는 일주일동안 아무것두 먹지 않은적두 있었어요 물도 안마셨죠
[준기] 허긴 단식요법이란게 있다고 하더군요 일년에 한 한번씩 단식을 하면
몸안의 노폐물이 말끔히 씻겨내려간다죠? 그래두 뭘 좀 먹어두는게 좋을겁니다.
(기순은 물끄러미 준기를 보고 있다. 준기 비로소 기순을 쳐다본다)
[기순] (애매한 웃음) 칠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세요
[준기] 칠년 전?
[기순] 기억 못하시겠죠
[준기] 전에도 여기 오신적이 있으셨던가요?
[기순] 꼭 칠년 됐어요 그때도 지금같은 겨울이었죠
[준기] 그러셨군요
(준기 다시 신문을 뒤적인다. 테라스에서 미영과 민석이 들어온다. 민석
오른손을 주머니속에 찔러넣은채 왼손으로 담배를 꺼내문다. 미영 얼른 탁자위의
성냥을 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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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내가 켜드릴께요
[민석] 고맙군
(미영 성냥을 킨다)
[미영] 내 전보 받고 놀랬죠?
[민석] 창호가 집으로 날 찾아왔더군
[미영] 오빠가요?
[민석] 미영이 있는델 아느냐구
[미영] 뭐라고 대답하셨어요? (사이) 내 전볼 보여줬어요?
[민석] 아니
[미영] 왜요?
[민석] 그랬다면 난 여기 올 필요가 없었을테지
[미영] 그렇군요
[민석] 그래 그동안 뭘 한거야?
[미영] 아무것두요. 난 그저 내 방 창문을 열어놓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허지만 그 며칠동안이 나한텐 퍽 행복했던 것 같애요
[민석] 잘했군
[미영] 난 민석오빠가 안내려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민석] 왜?
[미영] 난 내길 걸었죠. 내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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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 이겼나?
[미영] 졌어요
[민석] 내가 와서?
[미영] 아니요
[민석] 그럼?
[미영] 내기를 건건 그게 아녜요.
(미영 민석을 응시한다. 민석 피하듯 의자에 앉는다)
[준기] 여기 식사가 맘에 안드는 것 아닙니까?
[기순] 아녜요. 배가 고프면 잡념이 사라지거든요
[준기] 그거 아주 좋은 착상입니다.
[기순] 난 이상한 버릇이 있어요. 마음이 불안할땐 미친 여자처럼 뭐든지
먹어대죠. (웃는다)
[준기] 겨울철이라 음식이 변변치 못합니다. 고깃배도 잘 안들어오고 내 동업잔
겨울철엔 호텔문을 닫으라고 야단입니다. 사실 수지가 안맞거든요.
[기순] 호텔을 혼자서 경영하시는게 아닌가요?
[준기] 동업이죠. 허지만 돈은 친구가 대고 난 경영만 합니다. 고용인이나
다름없죠.
[기순] 선생님은 칠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으세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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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기] 칠년 전에도 지금처럼 늙고 볼품이 없었나요?
[기순] 나는 전혀 나이 먹은 것 같지가 않으세요
[준기] 고맙습니다. 보답의 뜻으로 차라도 드시겠읍니까?
[기순] 그럴까요?
[준기] 건아 건아
[소년] (꾸벅 졸다가) 예? 예.
(소년, 식당 안으로 들어온다)
[준기] 주방에 커피되느냐고 물어봐라 안되면 녹차라도 끓여오라고 해
[소년] 예 (주방으로 들어간다)
[기순] 저앤 아주 귀여워요 몇살이죠?
[준기] 아홉살쯤 됐을 겁니다.
[기순] 부모가 없나요?
[준기] 어머니하고 단둘이 살았는데 굴을따러 갯벌에 갔다가 저애 어머니가
파도에 휩쓸려 죽었다는군요
[기순] 끔찍하군요
[준기] 작년부터 내가 데리고 있는데 아주 정직해요. 머리도 총명하고요 참
난로가에 앉으시죠
[기순] 춥지 않아요
(준기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인다)
[기순] 칠년 전이죠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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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살 때였어요 전 아주 젊고 그리고 이뻤어요 결혼을 해서 이리로 신혼여행을
왔죠. 이런 겨울이었어요 그땐 눈도 무척 많이 왔었는데--- 처음엔 온천으로
신혼여행을 갈예정이었죠. 그런데 제가 이 바닷가를 생각해냈어요. 그이와 처음
만나서 사랑을 맹세했던곳이 이 바닷가였죠. 기억 못하세요? 겨울엔 문을
닫는다고 하시는걸 떼를 쓰다시피 해서 이층에 방 하나를 빌렸죠
[준기] 그랬던가요?
[기순] 네 그랬어요. 그런데 그게 벌써 칠년 전에요. 바로 어제일 같은데
(기순이 말하고 있는 동안 좀 어두워져 있다)
[민석] 바람이나 쐴까? 정신이 날거야
[미영] 하늘이 왜저렇죠? 컴컴해지는데요
[민석] 구름이 몰려오나보군.
[미영] 나가요.
(미영과 민석, 현관으로 나간다. 혜진과 중원이 현관으로 들어선다. 미영을
보고 아는 체를 한다.)
[중원] 안녕하세요? 날씨가 변덕인데요
[혜진]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태풍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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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것처럼 말이죠
[미영] 사진 많이 찍으셨어요?
[중원] 망했읍니다.
[혜진] 글쎄요 렌즈 바개를 낀채 셧터를 꽉 눌러댔지 뭐예요 순 엉터리 (중원을
때린다)
[중원] 미안 미안. 점심 먹고 근사하게 찍어줄께
[혜진] 날씨가 저 모양인데
[미영] (민석에게) 어저께 이리로 신혼여행 오신 분예요
[민석] 축하합니다.
[중원] 안녕하세요?
(중원이 손을 내민다. 순간 당황하는 민석 미영 얼른 민석의 오른쪽 팔짱을
낀다)
[미영] 산책 나가는 길예요. 나중에 또 뵐께요
(미영 얼른 민석을 데리고 현관밖으로 나간다. 어리둥절한듯 내민 손을 거두는
중원.)
[혜진] 나 배고파 뭘해? 밥먹자
[중원] 이거 손이 부끄럽잖아
(혜진 중원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소년이 그 사이에 주방에서 나와 기순에게
차를 갖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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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 우리가 너무 늦었나? (준기에게) 이리로 오길 잘했어요 겨울철
해수욕장이라 조용해서 좋은데요
[혜진] 내 아이디어였죠. 겨울의 바다는 신선해서 좋거든요
[준기] 여기가 맘에 든다니 다행이군요
[중원] 예 아주 썩 맘에 듭니다. 꼬마야
[소년] 인제 오세요?
[중원] 밥 다 치웠니?
[소년] 남겨놨어요
[중원] 부탁한다.
[소년] 걱정마세요
[혜진] 이거 껌이다
[소년] 고맙습니다.
(소년 받아들고 주방으로 간다)
[혜진] 저앨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중원] 우리 내일 말고 모레 떠나자
[혜진] 속리산 들려서 간다더니.
[중원] 거긴 나중에 가기로 하고 내일말야 우리 배 하나 빌려서 바다로
안나가볼래?
[혜진] 그러다 태풍이라도 만나서 배가 뒤집히면 어떻하지?
[중원] 그럼 얼마나 좋아? 우린 영원히 신혼여행을 떠나는 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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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 에게게
(혜진, 중원, 장난치며 기순이 앉은 뒷쪽 테이블에 앉는다 기순 일어난다)
[기순] 차 잘 마셨어요.
[준기] 또 산책입니까?
[기순] 너무 오랫동안 바닷바람을 쑈더니 피곤해요 올라가서 좀 쉬어야겠어요
[준기] 방이 너무 춥지 않습니까? 석유곤로 갖다 드릴까요?
[기순] 아녜요. 춥지 않아요.
(기순, 현관으로 나와 이층으로 올라간다)
[혜진] 뭐하는 여잘까?
[중원] 그건 알아 뭘해?
[혜진] 복도에서 마주쳐도 웃지도 않잖아. 인사를 했더니 놀란 토끼새끼처럼 날
쳐다보잖아.
[중원] 성격이 우울한 여잔가 보지.
[혜진] 난 저런 여잘 보면 두드러기가 돋더라
(혜진 키득거린다. 신문을 보던 준기가 쳐다본다. 웃음 멈추는 혜진. 소년이
밥상을 차려주기 시작한다. 식당 조금 어두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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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론 스테이지에 정숙, 정숙의 가방을 든 준상이 등장)
[정숙] 덕분에 여행이 재미있었어요. 낯선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주고받고
조금이나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예요. 그래서 난 여행을
좋아하죠. 자 이젠 헤어져야겠죠. 어느쪽으로 가십니까?
[준상] 해수욕장으로 갑니다.
[정숙] 어머나 그래요! 왜 거기 간다고 안하셨어요?
[준상] 어디 가느냐고 묻질 않으셨죠.
[정숙] 아 그렇군요 옷차림이 그래서--- 고향을 찾거나 출장을 가시는 분인줄
알았어요. 아! 맡아보세요. 바다냄새가 나죠? 난 이 냄새만 맡으면 반쯤 미쳐요.
벌써 십년째 겨울마다 여길 오죠
[준상] 여름엔요?
[정숙] 여름의 바다는 젊은 사람들의 것이죠 난 늙었다고 생각진 않지만요 젊은
사람들이 그걸 인정해 주지 않아요. (심호흡) 기분이 정말 좋군요. 비로소
살아있는 것 같아요 여기에 쉬러 오셨나요?
[준상] 네
[정숙] 얼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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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상, 담배를 피워문다. 식당에선 혜진 부부가 식사를 하고 있고 소년은
현관으로 나간다)
[준상] 오늘 안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어쩌면 하루쯤 묵게 될지도 모릅니다.
[정숙] 그럼 잘 됐군요. 내가 잘 아는 호텔이 있어요. 서울에 있는 호텔을
상상하시면 곤란하구요 제 단골이니까 같이 가시죠. 아주 좋은 곳입니다.
[준상] 글쎄요.
[정숙] 겨울철에도 문을 여는 곳은 거기 뿐예요.
[준상] 고맙습니다만 실은 찾을 사람이 있어서요.
[정숙] 사람 찾는건 걱정 마세요. 그 호텔 주인이 저하곤 오래된 친군데, 여기
토백인 아니지만 십년 넘게 살고 있어요. 부탁하면 쉽게 찾을 거예요. 가세요
(사이) 어서요.
(준상 정숙을 따라 퇴장 식당, 다시 밝아진다. 준기일어나 현관으로 간다.
현관문에서 밖을 기웃거리고 있는 소년)
[소년] 도착하실 시간이 됐는데
[준기] 식당 안에 들어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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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짐이 많으면 어떡하죠?
[준기] 일이나 봐 어서
(소년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준기는 내실로 들어간다)
[혜진] 고마야 왜 그렇게 시무룩하니?
[소년] 쪼꼬 아주머니가 오시기로 한 날이거든요 그런데 사장님은 아침부터
화가 나 계세요.
[혜진] 쪼꼬아주머니가 누군데?
[소년] 얼마나 좋다구요
(소년 그릇을 치우기 시작한다. 정숙과 준상이 들어온다)
[정숙] 여기요 어때요 맘에 드세요?
[준상] (둘러본다)
[정숙] 묵어보시면 얼마나 좋은 호텔인가를 아시게 될거예요. (안에다 대고)
아무도 없어요? 건아 내가 왔다.
[소년] 아 오셨구나 쪼꼬아주머니
(현관으로 달려간다)
[정숙] 그동안 잘 있었니? 많이 컸구나.
[소년] 안녕하세요?(꾸벅 절하고) 짐 이리 주세요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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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또 그놈의 아주머니. 아주머니라고 부르면 화를 내겠다고 했지?
[소년] 난요 아주머닐 엄마라고 부르고 싶지만 사장님이 그러면 안된대요
[정숙] 그건 왜?
[소년] 아주머닌 아직 시집을 안가셨다면서요?
[정숙] 사장님이 그러셨단 말이냐? 노처녀라구 맙소사
[소년] 새벽부터 오시길 기다렸어요 정말 눈이 빠지는줄 알았다구요
[정숙] 그래? 날 기다린게 아니구 이걸 기다린거겠지
(초코렛을 준다)
[소년] 고맙습니다. 사장님 쪼꼬아주머니 오셨어요
[정숙] 내 짐이나 좀 갖다 놓겠니?
[소년] 이십 삼호실 깨끗이 치워놨어요
(소년 짐 가지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정숙] 귀여운 애죠? 내가 초코렛을 사줘더니 쪼꼬아주머니라고 불러요
이쪽으로 오세요 우선 차 한잔하죠
(정숙과 준상 식당으로 들어간다. 중원과 혜진 장난을 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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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안녕하세요? 여기 날씬 어땠어요? 잔뜩 찌프렸든데
[중원] 아침까진 좋았었어요. 점심때부터 이 모양인데요
[정숙] 두분이서 아주 잘 어울리는군요
[중원] 그럼요. 우린 결혼한지 나흘밖에 안됐어요.
[정숙] 그래요? 축하합니다. 아름다운 신부에게도.
[중원] 네 고맙습니다.
[정숙] 이쪽으로 앉으시죠 (테라스쪽 테이블에 앉으며)이 자리가 내 자리예요.
여기선 바다가 아주 잘 보이죠.
(소년이 이층에서 뛰어내려와 식당으로 들어온다)
[소년] 짐 갖다 놨어요.
[정숙] 수고했다. 그럼 차 두잔만 갖다주겠니? 커피가 있으면 더 좋고
(준상에게) 커피 좋으시죠?
[준상] 아무거나 주십시오.
[정숙] 그런데 피카소 선생은 어디에 계시지?
[소년] 곧 나오실 거예요. 지금 그림을 그리고 계세요
(주방으로 간다)
[정숙] 이집 주인은 화가죠. 팔리지도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림만
그리는 게 탈이지만요. 그사람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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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는 사람은 나뿐예요. 세상은 그런 점에서 잘못돼있어요. 내가 보기엔---
미안하군요.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떠들어대는군요. 용서하세요. 난
글쟁이라서--- 나역시 나 밖엔 모르는 글이나 쓰고 있지만요
[혜진] 어머나 작가 선생님이세요. 뭘 쓰셨죠?
[정숙] 바다와세마리의 게
[혜진] 그런 작품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정숙] 그러실 거예요 백부도 안팔린 책이니까요.
[혜진] 아 책을 쓰시는군요 난 텔레비죤 연속극 같은 거 쓰시는 분인줄
알았어요.
[정숙] 실망시켜드려서 미안하군요
[혜진] 난 골치아픈 건 질색예요.
[중원] 무슨말을 그렇게 해? 실례잖아
[정숙] 괜찮아요. 나두 골치아픈 인생강의따윈 질색이니까요.
(정숙이 얘기하는 동안 준기가 내실에서 잠깐 머뭇거리다가 식당으로 들어선다)
[준기] 수다는 여전하시군
[정숙] 나만 보면 저양반 입이 열린다니까 또 무슨 악담이 하고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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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기] 악담은 누가 하는데? 노여사만 오는 날엔 난 반쯤 사색이 되는 거
알면서
[정숙] 반가워요.
(정숙 손을 내민다. 그 손을 가만히 잡는 준기)
[정숙] 살아있는 게 기적예요. 금년에도 또 만나는 것도 기적이구요 석선생
변한게 하나두 없다는건 더더구나 기적이구요. 아니 그건 패배한 건지도 모르죠.
이건 너무 어렵나? 그럼 희망이라고 해두죠. 위안이라고 해두 좋구요.
[준기] 말을 잘 한다니까
(정숙과 준기 한바탕 웃는다)
[정숙] 참 인사하세요 기차에서 만난 분인데 여기서 하룻밤 묵으신대요
[준기] 어서 오십시오. (악수를 나눈다) 여긴 불편하실텐데
[준상] 어쩌면 저녁에 떠날지도 모릅니다.
[준기] 그러셔두 좋구요.
(소년이 차를 가지고 온다. 준기 정숙 준상 난로를 중심으로 앉아 차를 마신다.
현관에 미영과 민석이 들어온다)
[미영] 전볼 치고 불안했어요 안오시면 어쩌나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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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니) 사실은 귀찮으신거죠 내가 이러는게?
[민석] 내가 즐겁지 않은 일은 안해 결코
[미영] 민석오빤 그 반대예요 언제나 그 반대로 살아오셨죠 서독에 가서 병원
근무를 하다가 고달프거나 괴로운 일이 있으면 언제나 민석오빠 생각을 했어요.
불행을 민석오빤 행복으로 바꿔놓는 요술을 갖고있어요
[민석] 그나저나 추운가보군. 입술이 새파래 올라가서 좀 쉬어.
[미영] 그럴까요?
(미영 이층으로 올라간다 민석 식당으로 들어가려다가 다시 밖으로 나간다.
준상 찻잔을 테이블에 놓고 일어난다)
[준상] 전 잠깐 나가봐야겠읍니다.
[정숙] 아 누굴 찾고 계시다고 했죠? 누구죠?
[준상] ---
[정숙] 미안합니다 개인적인걸 마구 물어봤군요
[준상] 실례합니다.
(준상 현관으로 나간다. 기순이 들어온다. 준상과마주친다. 사이. 준상 밖으로
나가 버린다. 기준 우두커니 서있다)
[페이지] 021
[정숙] 날씨가 왜 이모양이지? 캄캄해지는군
[혜진] 저 바다좀 보세요 너무 너무 멋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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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 2 장

(밤이다 바람소리에 섞여 파도소리 현관엔 불이 켜져 있고 준기가 식당에 불을
켠다 중원과 혜진은 식사를 마치고 그림 맞추기를 하고 있다 정숙은 난로 옆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민석과 미영은 식사를 하고 있다 한손으로 먹는 민석을
미영이 간간이 도와주고 있다 준상은 뒷쪽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다)
[정숙] 이쪽으로 와서 차나 같이 드시죠
[준상] 괜찮습니다
[정숙] 찾으시는 분이 어떤 분인진 몰라두요 그건 흥미로운 일같아요 안그래요
석선생님?
[준기] 난 왜 거기다 끌어넣습니까?
[정숙] 제가 신문에서 제일 먼저 읽는게 뭔지 아세요? 아랫쪽 광고난이예요
(신문을 보이며) 여기에두 나있지만 말에요 사람을 찾는 광고가 꼭 있기
마련이거든요 보세요 사진이 나있구 그 밑에 아무개 엄마 다 해결됐으니 안심하고
돌아오시오 아무개 아빠 혹은 사례금 십만원을 드릴테니 아무 아무개를
찾아주십시오
[페이지] 가-002,, 0A0020
[혜진] 저두 그런 광고를 열심히 읽어요 혹시 내 주위에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
[중원] 이거나 맞춰 쓸데없는 일에 상관말고
[혜진] 어때?
[정숙] 보세요 오늘은 젊은 여자의 사진이 나 있군요
<<퍼머넨트>><<머리손질>>를 하고 콧날이 오똑하고 눈은 커요 미인이죠? 이렇게
써 있군요 거처를 알려주시는 분에게 후히 사례하겠음 전화번호가 적혀있고
김이라고 써있군요 도대체 이 김이란 사람은 왜 이 여자를 찾을까요? 사랑하는
여자? 자기 아내? 아니면 뭘 훔쳐 갖고 도망간걸까요?
[혜진] 저도 아까 그 사진을 봤는데요 꼭 어디서 본것 같은 얼굴예요
[정숙] 봤을지도 모르죠 허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는 여자라도 상관이 없어요
어디서 본것 같다는 그점이 중요하죠 난 이런 광고를 통해서 가장 친근한 내
이유를 발견하곤 해요
[준기] 얘길 비약시키지 말아요 노여산 다 좋은데 비약시키는게 탈야 신문이나
이리 줘요
(정숙 준기에게 신문을 준다)
[혜진] 난 이제 겨우 스물 셋이지만 가 끔 사람 사는게 왜 이렇게 복잡한가
하고 느낄때가 있어요 우리만 해도 그렇거든요 결혼한번 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거든요
[페이지] 가-003,, 0A0030
[중원] 누군 두번 결혼하나? 그림이나 맞추자니까
[혜진] 누구는 식은죽 먹듯이 이혼하드라
[중원] 영화배우나 가수는 특수한 사람들야
[혜진] 뭐가 특수해?
(준상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동작이 격렬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본다 준상
현관으로 나간다)
[혜진] 그 김이라는 사람이요 바로 저 사람 아닐까요?
[중원] 무슨 소리야?
[혜진] 신문에 여잘 찾는다는 광고를 낸 사람이요 이십칠호실 그 여자요 그
신문광고에 난 사진하고 비슷하지 않아요?
[중원] 미쳤군 어디가 닮았니?
[혜진] 닮은 점이 많아 콧날 눈매 단지 신문에 난 사진이 오래전에 찍은거거나
그럴거야 방금 나간 그 사람 말예요 광고를 낸 장본인인지도 몰라요 아니 설사
본인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부탁을 받고 그 여잘 찾아다니는 사람이던지요
[정숙] 사립탐정
[준기] 아무래도 날씨가 심상치 않아
[혜진] 이건 엉뚱한 상상이 아니라구요 만일 그사람이---
[정숙] 텔레비죠 연속극은 아가씨가 써야겠군요
[혜진] 그래요 난 그 방면에 소질이 있어요 한번도 써본적은 없지만 난 잘 쓸
수 있을거 같애요
[페이지] 가-004,, 0A0040
[중원] 이런 제기랄 이놈의 곰 뒷다리는 찾을 수가 없잖아?
[혜진] 바보 요거잖아
(혜진 그림을 맞춰준다 소년이 나온다)
[정숙] 마침 잘왔다 내방에서 뜨게질 뭉치좀 갖다줄래?
[소년] 예 쪼꼬아주머니
(신나서 현관으로해서 이층으로 간다)
[준기] 또 시작하는 겁니까?
[정숙] 시작해야죠
[준기] 이번엔 꼭 완성해서 갖고가라구요 아까운 털실만 버리지말구
[정숙] 난 여기와선 뜨게질 할때가 제일 행복한데요
[준기] 옆에서 보고 있으면 불안해서
[정숙] 하하하
(미영과 민석이 일어나 현관쪽으로 간다)
[정숙] 여기와서 쭈욱 두분을 보고 있었는데요
[민석] 네
[정숙] 남매처럼 닮았어요 그런가요?
[민석] 아닙니다
[정숙] 만일 남매가 아니고 서로 좋아하는 관계라면요 앞으로 만사가
잘될거예요 부부란 서로 닮은점이 있어야 행복해지는거죠
[페이지] 가-005,, 0A0050
[준기] 닮지 않았어도 살다보면 서로 닮아지는게 부부요
[정숙] 아가씨 어때요? 저 양반하고 난 닮은점이 없나요?
[준기] 노여사하곤 틀렸지 물과 기름처럼 섞여지지 않을거요
[정숙] 가세요 제가 주책없이 괜히 잡았군요 난 술이나 한잔 해야겠어요
(정숙 술을 가져오고 민석과 미영은 현관으로 나간다)
[미영] 사실은 세군데나 선을 봤어요 처음 만난 사람은 냉동기술자였구요
두번째 사람은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민석] 세상에서 제일 나 쁜게 자학이란거야
[미영] 자 꾸만 비참한 생각이 들었어요 기억나세요? 제가 서독으로 간게
스물한살때였어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어느 의과대학 부속병원이었었는데 말도
안통하고 족고 싶도록 서러웠어요 처음 몇달동안은 그저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어요 석달인가 있다가 배치된곳이 중환자실이었죠 일주일에 몇사람씩 죽곤
했어요 거긴 우리하곤 달라요 돌봐주는 사람하나 없이 그 병원에서 슬쓸히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죠 통지를 받고서야 친지들이 와서 시체를 내가는 거에요
특히 노인들이 많았죠 죽을곳이 없으니까 병원에 와서 죽는거에요--- 한스라는
소년이 있었어요 귀엽게 생긴 애였는데 교통사고로 같은 차에 타고 있던 부모는
현장에서 죽고 그애 혼자 중환자실로 실려왔어요 밤새도록 아프다고 울더군요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구요 난 그앨 도와주고 싶었어요 퇴근후에도
[페이지] 가-006,, 0A0060
그애 병실에서 보내곤 했죠 보름 쯤 지나서 위험한 고빌 넘겼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그앤 갑자기 죽어버렸어요
[민석] 어디서나 사람은 태어나고 또 죽어가는거야 서독이라고해서 다를게
없겠지
[미영] 그런데두 난 그걸 깨닫는데 몇달이나 걸렸어요 아니 사람은 평생동안
그한가지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살다가 죽는건지도 모르죠
[민석] 그런지도 모르겠군
[미영] 우울한 얘길해서 미안해요 나가죠
(민석과 미영 밖으로 나간다 소년이 뜨게질 뭉치를 갖고 내려와 식당으로 간다)
[혜진] 아 졸린다 우리 그만 자자
[중원] 벌써?
[혜진] 난 인제 바다 풍경이 싫증이 날려나봐
[소년] 가져왔어요
[정숙] 수고했다
(소년 식당 카운터에 가서 턱을 괴고 앉아 정숙의 뜨게질하는 모습을 보다가
졸기 시작한다)
[혜진] 아 저놈의 파도소리 어쩌면 변함없이 똑같이 들리지? 꼭 자장가처럼
[정숙] 파도소리가 좋은건 변함이 없기 때문이죠 가령 십년만에 내가 다시 이
바닷가에 왔다고 합시다 파도소리를 듣는
[페이지] 가-007,, 0A0070
순간 우린 십년전의 그날로 단번에 돌아가 버리고 마는거에요
[혜진] 전 아직 무얼 추억하면서 살나인 아니거든요
[중원] (키득거리며 웃는다)
[혜진] 왜 웃지?
[중원] 그냥 웃었어 넌 어쩌면 그렇게 쉽게 싫증을 느끼니? 나한테도 그러는거
아니니?
[혜진] 에게게
[정숙] 그래 추억한드는건 과거를 산다는 말이 되는군 이미 지나가 버린것을
그리워한다는건---
(생각에 잠긴다)
[혜진] 올라가자 졸려 죽겠어
[중원] 벌써 자잔말야? 일곱시 밖엔 안됐을텐데
(혜진 식탁에 팔을 대고 턱을 괸다 졸리운듯 중원 정숙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고 소년은 카운터에 머리를 박고 완전히 잠이 들었다 신문을 뒤적이는 준기
식당 좀 어두워진다 파도소리 고조되고 에프론 스테이지에 기순과 준상이 등장)
[준상] 내일 아침에 출근해야 돼 오늘까지 나흘째 결근야 더이상 미친놈이 되긴
싫다구
[기순] 그말 씀 하시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나요?
[페이지] 가-008,, 0A0080
[준상] 그럼 왜 전활걸었지?
[기순] 당신한테 건게 아녜요
[준상] 애들 때문에 (사이) 뻔뻔하군 애들이 걱정되는 여자가 집을 나가?
[기순] 당신은--- 당신은 아직도 애들 때문에 우리 부부가 한집에서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준상] 뭐라구?
[기순] 서로 감격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데도 부부라는 굴레를 주장할
이유가 없잖아요?
[준상] 말씀한번 잘하시는군 그래 좋아하는 사람이도 생겼어?
[기순] 네?
[준상] 당신을 감격시킬만한 새로운 일이라도 생겼냐구
[기순] 당신다운 상상력이군요
[준상] 난 상상까진 안하고 싶어
[기순] 당신다운 고집이군요
[준상] 고집을 부리고 있는건 당신이야
[기순] 그렇다고 해두죠 당신을 설득시킬순 없어요 아무도 그건 못해요 당신은
당신의 기준만으로 세상을 바라보죠 당신 기준에 맞지 않으면 모든게 틀린거에요
당신은 항상 옳구요 그러니 누가 당신을 설득시킬 수 있겠어요? 허지만 당신도
이젠요 더 이상은 날 설득시킬 수가 없어요
[준상] 내가 당신을 설득시키려고 여기까지 찾아온줄 아나?
[페이지] 가-009,, 0A0090
[기순] 아니죠 명령하러 오셨겠죠 자 나를 통해서 세상을 봐라 너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건 위험하다 내가 보여주는대로 세상을 봐라
[준상] 당신이 날 아직도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명령하겠어 오늘 밤차로
올라가자구
[기순] 갈 수 없어요
[준상] 왜?
[기순] 당신이 지금까지 한말속에 이유가 들어있잖아요?
[준상] 날 남편이라고 생각지 않는단 말이지?
[기순] 당신은 날 아내라고 생각한적이 있어요?
[준상] 그럼 무엇때문에 지금까지 함께 살아왔나?
[기순] 저두요 (진정하려고 애쓰며) 저두 그 이율 잘 모르겠어요 무엇때문에
무슨 힘이 우리를 같은 집에서 살아오게 했는지
[준상] 같은집?
[기순] 그래요 난 그 해답을 얻고 싶었어요 아니 아무 생각도 하지않고 다만
얼마간이라도 혼자 있고 싶었어요
[준상] 하필이면 왜 여기야?
[기순] 어디면 무슨 상관에요?
[준상] 하필이면 신혼여행 왔던곳이냐구? 이런 얘기 알고있지? 여자가 추억하기
시작하면 이미 사랑은 식은거라구
[기순] 누가 그런 얘길했죠?
[준상] 남들이 그러더군 자기 아내가 시시콜콜 옛날 얘기나 하고
[페이지] 가-010,, 0A0100
앉아있으면 그건 이미 적신호가 울리고 있는 증거라구
[기순] 당신은 남의 얘기밖엔 없으세요? 당신 얘긴없나요? 당신 눈으로 날
바라볼 순 없느냐구요
[준상] 가자구 얘긴 서울가서 하자구 집에 가서 따지자구
[기순] 갈 수 없어요
[준상] 왜 못가? 당신은 아직 내 아내야 강제로라도 끌고 가겠어
[기순] 난 못가요
[준상] 왜?
[기순]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기 때문에요 (사이) 이율 댈 까요?
[준상] 알았어 나혼자 올라가겠어 (가다가) 이유가 뭐야?
[기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사이) 안녕히 가세요
(기순 오른 쪽으로 간다)
[준상] 안녕히 가세요 하하하 백화점 여점원같군
(준상 왼쪽으로 간다 에프론 스테이지 어두워지고 식당 혜진은 식탁에 얼굴을
대고 잠들었다 그림맞추기를 계속하는 중원 정숙은 또한잔 마신다 좀 취했다)
[정숙] 그사람 직업을 맞춰볼까요?
[준기] 누구말요?
[페이지] 가-011,, 0A0110
[정숙] 기차에서 내가 만난 사람 아마 사립탐정일거에요
[준기] 쓸데없는 소리
[정숙] 그는 누군가 찾고 있어요 그러나 그건 직업때문일거에요 그사람이 설마
가출한 아내를 찾아나선건 아닐테죠?
[소년] 아 아푸 아푸
(소년 깜짝놀라 깬다 정숙 소년에게 간다)
[정숙] 왜 그러니? 꿈을 꿨니?
[소년] 예 쪼 꼬 아주머니
[정숙] 무서운 꿈을 꿨나보구나 어머나 이땀좀 봐
[준기] 가서 자거라
[정숙] 엄마 꿈을 꿨니?
[소년] 예 엄마가 파도에 휩쓸려 나갔어요 내 이름을 부르면서 물속으루---
[준기] (좀 화가나서) 가서 자래두
(놀라서 깨는 혜진 소년 현관으로 해서 내실로 간다)
[정숙] 왜 소릴 치는거에요?
[준기] 그애한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아요
[정숙] 가엾잖아요
[준기]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두라는거요
[정숙] 어쩌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으시군요 석선생님은
[페이지] 가-012,, 0A0120
도마뱀이나 개구리처럼 피가 차거울거에요
[혜진] 아 파충류
[정숙] (혜진을 본다)
[혜진] 도마뱀이나 개구리는 둘다 파충류라구요
[중원] 그만 올라가자
[혜진] 내가 얼마나 잤어?
[중원] 한시간
(두사람 현관으로 간다)
[혜진] 내일은 서울로 올라가 집에가고 싶어
[중원] 날씨가 나 쁘면
(기순이 들어오다가 마주친다)
[중원] 안녕하세요? 정말 폭풍이 불려나 보죠?
(기순 고개 숙인채 식당으로 들어간다)
[혜진] 어머 인사두 안받는거봐 저 여자만 보면 두드레기가 돋으려고 한다니까
[중원] 올라가자
(두사람 이층으로 올라간다 기순 식당으로 들어와 식탁에 앉는다)
[준기] 오늘 저녁도 굶으실겁니까?
[기순] 밖에서 먹었어요
[준기] 그래요?
[기순] 죄송합니다
[페이지] 가-013,, 0A0130
[정숙] 당신 얘길하고 있었죠 아름다운 여인에 대해선 난 항상 질투를 느끼고
있어요 난 아직 결혼해 본적이 없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난 틀림없이 아일낳지
못할거에요 허지만 애들은 좋아하죠 애들은 사랑합니다 (비틀한다)
[준기] 노여사 취했나보군 올라가서 자요
[정숙] 나더러 벌써 자라구요? 이런 좋은 밤에 말인가요?
[준기] 결코 좋은 밤이 아니지
[정숙] 어째서요?
[준기] 바람이 불고 있잖소? 밤새도록 창문이 덜컹거릴거요
[정숙] 그렇다면 내 방으로 가야겠군요 바람과 덜컹거리는 창문과 파도소리와
그리고--- (깔깔거리고 웃는다) 자야겠어요 정말 취했나봐
(현관으로 간다)
[준기] 혼자 올라갈 수 있겠어요?
[정숙] 잡아주지도 않을거면서 그런말 하지 말아요
(정숙 콧노래를 부르며 현관으로 가서 이층으로 올라가는데 준상이 들어온다)
[정숙] (계단에서) 아이구 탐정아저씨 아직도 그분을 못찾으셨나요?
[준상] ---
[정숙] 세상은 재밌다니까 쫓고 도망치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정숙 이층으로 올라가 버리고 준상 식당으로 들어가려다가 후론트 앞 긴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내문다
[페이지] 가-014,, 0A0140
준기는 정숙이 마시던 술병들을 치운다)
[준기] 술이라도 한잔 하시겠읍니까?
[기순] 술이요?
[준기] 공복엔 안좋겠지만요
[기순] 한잔만 주세요
(준기 술을 따라준다)
[준기] 그분은 만나셨읍니까? (사이)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기순] 네?
[준기] 난 어려서부터 겁쟁이였나 봅니다 남이 싸움하는걸 보기만해도 하루종일
가슴이 울렁거렸어요 지금도 그래요 선의든 악의든 서로 다투는건 가슴아픈
일입니다
[기순] 저희를 기억하시는군요
[준기] 네 기억합니다
[기순] 칠년전 일인데두요
[준기] 일년 열두달 동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주 단순합니다 만나는
사람도 그렇죠 비슷비슷한 사람들과 비슷비슷한 이유때문에 만나고 헤어집니다
그래도 혹 아주 사소한 일들도 지워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있을때가 있죠 자 난
안에좀 들어가 봐야겠읍니다 술은 선반위에 있읍니다 허지만 취할 정도로 마시진
마세요
(준기 현관으로 나간다 준상을 보고 조금 놀란다
[페이지] 가-015,, 0A0150
내실로 들어간다 준상 식당으로 들어간다 한잔 더 마시려는 기순)
[준상] 그게 사실인가? (사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
[기순] 가신줄 알았는데요
(기순 마시려는데 난폭하게 잔을 뺏어 던져버리는 준상)
[준상] 대답해
[기순] 어떤 대답을 원하세요?
[준상] 사실대로 말해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냐구?
[기순] 그런거 같애요
[준상] 누구야 그놈이?
[기순] 당신이 그것까지 아실 필욘 없어요
[준상] 아직은 내 아내야
[기순]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준상] 얼마나 됐어?
[기순] 그게 중요해요?
[준상] 어느정도 관계야?
(기순 벌떡 일어나 현관쪽으로 가려한다 준상 쫓아가 기순을 나 꿔채더니
따귀를 때린다 사이 피하지 않고 노려보고 있는 기순
[페이지] 가-016,, 0A0160
준상 정숙이 마시던 술을 마신다)
[기순] 나는요 당신한테 용서를 구하고 있는게 아녜요 난 빌지않겠어요 고소를
하시든지 날 내 쫓든지 죽이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준상 머리를 감싸쥔다)
[기순] (바싹 다가가며) 당신은 칠년 동안이나 나몰래 그 여잘 만났어요
칠년에요 당신은 짐승처럼 한번에 두여잘 싱대한거에요 아내와 매춘부를 동시에
[준상] 그만두지 못해?
[기순] 도대체 어느 쪽이 당신의 아내고 어느 쪽이 매춘부였나요? 당신은 그
구별이나 하고 있었어요? 나는요 최소한도 남편과 정부를 구별하기로 했어요 당신
모르게 당신 이외의 남자를 알고 싶었다구요 그런데 들통이 나고 말았네요 그러니
고소를 하든 이혼을 하든 당신 마음대로 하시라구요
(기순 현관으로 해서 이층으로 올라가버린다)
[준상] 여보
(사이 준상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현관에 미영과 민석이 들어온다 준상은
테라스의 문을 열고 나간다 문을 닫고 테라스 대나무의자에 파뭍히듯 앉는다)
[페이지] 가-017,,0A0170
[미영] 추웠죠?
[민석] 정신이 번쩍 나는데
[미영] 그냥 주무실거에요? 보세요 식당 안 난로에서 주전자가 끓고 있어요
[민석] 좋아 차한잔 마시지
(두사람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미영] 아무도 없네요 꼬마야 꼬마야
(준기 내실에서 나온다 식당으로 간다)
[미영] 할 수 없군요 뜨거운 물이라도 한잔씩 마시는 수 밖에요
[준기] (들어오며) 커피가 있을겁니다
[민석] 아직 안주무셨군요
[준기] 버릇이 돼서요 새벽이나 돼야 잠이 옵니다
[민석] 죄송합니다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어서요
[준기] 이 쪽으로들 앉아요
(미영과 민석 난롯가 의자에 앉는다 준기 주방 안으로 들어간다)
[미영] 좋은 분에요 보기만 해도 알죠
[민석] 그건 미영이 마음이 따뜻해서 그래
[미영] 그건 무슨 뜻이죠?
[민석] 마음이 따뜻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을 발견할 수가 없지
[미영] 민석오빠처럼 말이죠?
[페이지] 가-018,,0A0180
[민석] 난 마음이 차거운 인간야
(준기가 주방에서 커피잔을 들고 나온다)
[준기] 프림이랑 다 탔으니까 물만 부으면 될겁니다
[미영] 고맙습니다 아저씬 안마시세요?
[준기] 좀 할일이 있어서요
[미영] 저희 때문에 일부러 나오셨었군요
[준기] 신경 쓸거 없어요 이것두 장산걸
(준기 웃고 내실로 나간다 미양이 주전자 물을 잔에 붓는다)
[미영] 꼭 닷새 남았군요
[민석] 닷새?
[미영]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야 할날
[민석] 벌써 휴가가 끝났나?
[미영] 갑자기 비참해지는데요
[민석] 비참해지는건 안좋은데
[미영] 우습잖아요? 스물 일곱살이 된 처녀가 신랑감을 구하겠다고 휴가를
얻어서 서울에 돌아오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나곤했어요 난 왜 여기에 와있나?
프랑크푸르트? 아무리 외워봐도 낯선이름--- 이 낯선 도시에서 난 뭘하고
있는건가? 해답은요 돈을 벌기 위해서였어요
[민석] 자학하는건 나뻐
[미영] 물론 나쁘죠 허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면 설명이 되질 않았어요 그렇지
않다면 사람도 없이 스물 일곱이 되도록
[페이지] 가-019,, 0A0190
거기 머믈러 있을 순 없었어요 (사이) 미안해요 민석오빠 앞에서 이런말할 자격이
없죠 사실은요 오빠 생각을 했어요 내가 고등학교 일학년때였어요 오빠가 손을
다친게 ---난 오빠가 죽지않고 살아있는 것에 내 희망을 걸었었어요
[민석] 나보다 더한 사람도 살아있어 두팔이 다 없는 사람도
[미영] 그만두세요 민석오빠 난 오빠가 차라리 화를 냈으면 좋겠어요 왜 한번도
화를 내지 않는거예요?
[민석] 화낼 이유가 없으니까
[미영] 제 말은요 이놈의 세상엔 화딱지나는일 천진데요 오빠는 왜 웃고만
있느냐 그거에요
[민석] 자 그만 올라가지
(찻잔을 테이블에 놓고 문으로 간다)
[미영] 화를 내보시라니 까요 한번만
(애원하듯 외치는 미영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민석 울음이 터지는 미영 민석
되돌아와 미영을 한팔로 감싸준다)
[미영] 미안해요 신경이 예민해졌나봐요
[민석] 미영아 잘알고 있지? 난--- 난 아무 결정도 내려본적이 없어 내 인생에
대해서 조차 그렇다고 미영이가 결정을 내려주길 기다리는건 더욱 아냐 세상은 내
결정관 아무상관없이 흘러가게 마련이야 난 세상 일을 자신의 의지로서 꺼꾸로
[페이지] 가-020,, 0A0200
흐르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위대한 사람이 아냐 그저 평범한 인간이지 더
나쁘게 말하면 비겁한--- 이젠 쉬어야지 너무 늦었어
(민석 미영을 데리고 식당을 나가 이층으로 올라간다 바람과 파도소리
테라스에는 여전히 망령처럼 준상이 앉아있다 준기가 내실에서 나온다 식당으로
들어가더니 둘러본다 준상을 보지 못하고 식당의 불을 끈다 현관으로 가서 문을
걸고 현관의 불을 끈다 내실로 들어간다 준상 테라스에서 나온다 식탁위의 술병을
집어든다. 술이없다 털썩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 사이에 기순은 이층에서 내려온다
더듬거리듯 식당으로 들어간다 불을 켠다 준상을 발견하고 재빨리 다시 불을 끈다
식당을 나가려는데)
[준상] 그래 어두운게 좋겠지 (사이) 칠년 동안이나 숨겨둔 여자 그래 그 여자
얘길 해보자
[기순] (나가려고 한다)
[페이지] 가-021,,0A0210
[준상] 제발
(사이)
[준상] 난 빌러온것두 아니구 당신더러 빌라고 다시온것두 아냐 이미 얘길
했잖아 그여자완 작년에 헤어졌어 그동안은 어쩔 수 없었다는걸 당신도 잘알고
있잖아?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난 그 여자와 깊은 관계였어
[기순] 세번이나 애를 지웠구요
[준상] 그래 그래 그래 그래서 헤어질 수가 없었던거야 그 여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기전엔 헤어질 수가 없었어 난 차마 헤어지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구 그건 너무나 잔인한일야
[기순] 나를 기만한건 관대한 일이구요
[준상] 당신두 이핼 한다고 얘길했었지 그일은 이미 작년에 끝났어
[기순] 난 당신을 용서하고 싶었어요 허지만 내 마음의 상처는 당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어요
[준상] 그래서 딴남잘 사귀었나?
[기순] 당신이 알고 싶은건 그거겠죠 당신의 행위는 아무래고 좋고 내 행위만이
문제가 되는군요
[준상] (애원하듯) 여보 우리가 화해하고 나서 난 남편으로써 가장으로써
최선을 다했어 가정을 지키려고 애써왔어 내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 물론
난 당신의 말을 믿지않아 남자가 생겼다구? 나더러 그따위 너절한 얘길
[페이지] 가-022,,0A0220
믿으란 말야? 난 도대체 이해가 안돼 물론 그일때문에 당신 무척 괴로웠겠지
허지만 집을 나갈만한 이윤 못돼 그일이 터졌을때두 당신은 집을 비운적이 없었어
(다가가서 기순을 잡는다) 여보 날좀 봐 내 얼굴을 똑 똑히 봐 난 화를 내고
있는게 아냐 따지고 있는게 아냐 당신을 찾아낸 순간 난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구 당신 붙잡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고 싶었어 날봐 날보라구
(기순 준상의 손을 뿌리치고 테라스 쪽으로 간다)
[준상] 집으로 돌아갑시다
[기순] 안돼요
[준상] 왜?
[기순] 몇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어요? 좋아하는 사람이요
(준상 식당의 불을 켠다)
[기순] 불 끄세요
(준상 웃는다)
[기순] 불 끄라니 까요 불 (스위치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기순)
(준상 기순을 끌어안는다.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기순. 준상의 입술이 그녀의
입을 막는다 기순 저항을 멈춘다. 준상 벽을 더듬어 식당의 불을 끈다 난로
옆으로 쓰러지는 두사람 신음하듯 이윽고 준상을 받아드리는 기순)
[페이지] 나-001,, 0B0010

[장] 제3장

(아침 혜진과 중원은 이미 식사중이고 소년이 민석과 미영 앞에 상을 차려주고
있다 정숙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날씨는 청명하다 준기는 현관 프론트에 앉아
신문을 읽고있다 기순이 이층에서 내려온다 열쇠를 프론트에 놓는다)
[준기] 편히 주무셨오 어제?
[기순] 네 아주 잘잤어요
[준기] 간밤엔 바람이 몹시 불었죠
[기순] 밤새도록 창문이 덜컹거렸어요 허지만 잘 잤어요
[준기] 방이 춥지나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기순] 추운줄 몰랐어요
[준기] 그래요?
(준기 비로소 기순을 쳐다본다 기순 식당으로 간다 정숙 반갑게 기순에게
자리를 권한다)
[페이지] 나-002,,0B0020
[정숙] 여기 앉으세요
[기순] 고맙습니다 (정숙 앞에 앉는다)
[소년] (오며) 식사준비 됐어요
[기순] 나두 별로 생각이 없는데
[소년] 계란후라이 하고 빵두 있어요
[기순] 그래? 그걸루 갖다 주겠니?
[소년] 야! 오늘은 기분이 좋으신가 보죠? 우리집에 오신 후로 처음으로 식살
하시네요
[기순] 날씨 탓인가 보지? 아주 청명한 날씨야
(소년 신이나서 주방으로 간다)
[정숙] 지금 일어나셨나요?
[기순] 아녜요 새벽에 바닷가에 갔다 왔어요 새벽에 들어오는 조그만 배들을
구경하고 싶어서요
[정숙] 그래요? 나두 일찍 일어났죠 꽃게를 사다 놨는데 점심에 같이 먹죠
일품예요 (웃으며) 식욕이 없다는 건 생에 대한 열망이 식어간다는 증거죠 뭐든
자꾸 먹을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는 군요 (과장해서 웃는다)
[민석] 어떡할 거야? 오늘은 올라가야지?
[미영] 그래야죠
[민석] 집에 연락은 해놨으니까 걱정은 안할거야
[페이지] 나-003,, 0B0030
[미영] 연락해 놓으실줄 알았어요
[민석] 이번에 서독가면 언제나 다시 나오지?
[혜진] 아 속리산엔 못가겠네
[중원] 왜 여긴 재미없어?
[혜진] 재밌지만---
[민석] 안올건가?
[미영] 모르겠어요 아무래도---거기서 결혼을 하던가--- 어쩌면 미국으로
갈지도 모르구요
[정숙] (소리친다) 석선생님 뭐하고 계세요?
[준기] 신문 읽어요
[정숙] 하루종일 신문만 들여다보고 계시는군요 세상사 십년 전이나 다를게
뭐예요?
[민석] 스물여섯? 여섯이던가 미영이가?
[미영] 일곱이예요 내년이면 스물여덟이구요
[민석] 벌써?
[중원] 말야 아침 먹고 나가서 배빌려 타고 바다로 나가자 삼십분쯤 바다로
나가면 섬이 있대 산호같은 것도 있다는군
[혜진] 그거 신나겠는데 그럼 지금 갔다오자
[중원] 아예 옷을 두툼하게 입고 가야 될걸
(소년이 주방에서 기순의 식사를 갖다놓다가 그 소리를 듣는다)
[페이지] 나-004,, 0B0040
[소년] 섬에 가시려구요?
[혜진] 좋으니?
[소년] 얼마나 근사하다구요 나도 데려가 주세요
[혜진] 그래 같이 가자 너 사진 찍을줄 아니?
[소년] 다 맞춰놓으면 찍어 드릴께요
[혜진] 잘됐다
[소년] 정말 나도 데려가는 거예요?
[중원] 다 치우고 선착장으로 나와라
[소년] 예 (신 이나서 주방으로 간다)
[혜진] (일어나며) 난 올라가서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고 올께
[중원] 내 파커나 가져와 난 그거면 되니까
[혜진] 알았어
(혜진 현관으로 간다 신문을 읽고있는 준기를 보고)
[혜진] 아저씨 섬에 안가실래요?
[준기] 섬에요?
[혜진] 산호가 있다면서요?
[준기] 겨울엔 안돼요 바닷물속에 들어가야 하니까
[혜진] 그렇군요
[준기] 허지만 가보면 좋은 추억이 될거요 갈매기 알도 줏을수 있어요
[페이지] 나-005,,0B0050
[혜진] 갈매기 알요? (놀래는 시늉) 갈매기 알도 달걀하고 똑같이 생긴 거겠죠?
[준기] (웃는다)
(혜진 키득거리며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다가 준상과 마주친다)
[혜진] 어머나!
[준상] 죄송합니다
(이상한 물체를 보듯 피해서 올라가는 혜진)
[준상] 날 마치 화성에서 온 괴물처럼 쳐다보는군
[준기] 춥지 않았읍니까?
[준상] 술을 먹고 잤더니 모르겠읍니다
[준기] 식사 하십시요
[준상] 아침에 떠날 겁니다
[준기] 그러세요?
[준상] 이 호텔두 이젠 꽤 낡았군요 허긴 칠년 전에도 비슷했지만 미안합니다
[준기] 낡은걸 낡았다는게 뭐가 미안합니까?
[준상] 낡은건 허물어야죠
[준기] 건축회사에 근무하시나요?
[준상] 아닙니다 그렇고 그런 회사죠
(준상 식당으로 들어간다
[페이지] 나-006,, 0B0060
정숙이 아는체를 한다)
[정숙] 편히 주무셨어요? 오늘도 아침은 날씨가 청명하군요 앉으세요
[준상] (선채) 아침차로 올라가야 합니다
[정숙] 전 어제 밤에 떠나신줄 알았어요
[준상] 여보 어서 준비해요
[기순] ---
[정숙] 아 선생님이 찾으시는 분이--- (웃는다)어쩐지 두분이 어딘가 서로 닮은
점이 있다고 느꼈죠 이상하죠? 사람은 서로 닮은 사람을 사랑하기 마련인가 봐요
[준상] 살다보면 서로 닮는건기도 모르지요 여보 어서 준비해요
[기순] 먼저 올라가세요 난 며칠 있다 올라가겠어요
[준상] 왜그래 또?
[정숙] 가만있자 내가 일어설 자리군요 (일어나며) 이쪽으로 앉으세요
(정숙 현관으로 간다 준상 화가나서 기순 앞에 앉으며)
[준상] 내가 그 말을 믿을것 같애? 당신은 그런일 저지를 여자가 못돼 그게
말이나 돼? 나 아닌 다른
[페이지] 나-007,, 0B0070
남자가--- (자기자신의 목소리가 큰것에 놀라서 목을 움츠린다)
[정숙] 아직도 신문을 읽고 있어요? 신문지 뚫어지겠어요
[준기] 광고난이 제일 재미있다면서요?
[정숙] 사람을 찾는 광고가 또 났어요?
[준기] 아니오 구인난을 읽고 있어요
[정숙] 구인난이라니요?
[준기] 호텔말고 딴 일자릴 구해보려고
[정숙] 그런 소리 마세요 석선생님은 이곳이 제일 어울려요 신문 그만 보시고
산책이나 나가죠
[준기] 산책?
[정숙] 젊은 사람들처럼 정답게 팔짱을 끼고 말이죠
[준기] 좋죠
(준기 프론트에서 나온다 정숙 팔짱을 끼며 나간다)
[정숙] 부부란 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도 어려운 관계같애요 안그럴까요?
[준기] 글쎄---
(두사람 밖으로 나간다 소년이 미영과 민석의 밥상을 치운다)
[미영] 잘먹었다
[페이지] 나-008,,0B0080
[소년] 감사합니다 (그릇들고 가며 기순에게) 아주머니 나 배타고 섬에 가요
[기순] 좋겠구나
(소년 주방안으로 들어간다)
[미영] 처음엔 아무하고나 결혼해 버릴까하고 생각했어 결혼이란게 내게 부담이
돼 있었거든요 여자가 혼자 산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러니 어차피 할거
빨리 해치워 버리자 (웃는다)
[민석] 서독에 가있는 우리 기술자가 많다고 하던데 광부들도 있겠구
[미영] 서로 편해지기 위해서 결혼하고 싶진 않았어요 하여간 사람이란 걸
느껴야 모든게 시작되는게 아녜요? 사랑도 없이 어떻게 결혼을 해요? 물론 한달
남짓 휴가를 얻어서 신랑감을 구하기 위해 서울에 나오는 것도 우습지요 민석오빨
만난 건 다행예요 난 아주 지쳐있었어요 친구들은 휴가를 얻어서 서울에 갔다간
의례껏 신랑들을 데리고 돌아오곤 했거든요 (웃는다) 연극을 보러가서 민석오빨
만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건 기적이었죠 내가 왜 민석오빨 미처 생각해내지
[페이지] 나-009,,0B0090
못했지? 우습죠?
[민석] 우습지도 않은 얘길 하면서 우습냐고 자꾸 물어보는건 좋지 않은데
(웃는다)
[미영] 서울에 와서요 민석오빠 생각을 하지 않은건 아녜요 그런데두 그저
생각뿐이었죠 왜 그랬는지 몰라요
[민석] 실감이 나지 않았으니까 그랬겠지
[미영] 어떤 실감이요?
[민석] 나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미연] 그건 무슨 뜻이죠?
[민석] (웃기만 한다)
(준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준상] 짐 챙겨요 애들 때문에 안되겠어 올라갑시다
[기순] 지금은 안된다고 했잖아요
[준상] 도대체 문제가 뭐요? 우린 밤새도록 화핼했잖아? 우린 서로 충분히---
그래 충분히는 아니드래두 이해를 할만큼은 했어 그러니 남은 문젠 서울 올라가서
해결합시다
[기순] 제가 뭘 두려워하는지 모르세요?
[준상] 물론 알고있지 허지만 날 믿어 난 열심히 당신을 위해서---
[페이지] 나-010,, 0B0100
[기순] 그게 아녜요
[준상] 그럼?
[기순] 내가 두려워하는 건 나 자신예요
[준상] 여보 당신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래두 난 당신을 용서할 수 있어
맹세하겠어
[기순] 내가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는거예요
(준상 노려보다가 화가나서 제자리에 앉는다)
[미영] 그래요 민석오빤 그림자예요 어둠속에선 형체가 사라져버리구요
빛속에서도 주의해 보지 않으면 민석오빤 보이지가 않죠 사람들 틈에
섞여있으면서도 민석오빤 교모하게 몸을 숨기고 있어요 바로 눈앞에 두고도 난
민석오빨 찾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난 민석오빠가 바람이나 공기같은 투명한
물체라고 생각했죠
[민석] 내장이 없는 인간이라고?
[미영] 그래요
[민석] 그럼 난 그림자군 사람이 아냐
[미영] 오늘은 올라가야죠 그런데 왜 직장같은 거 갖지 않으세요? 민석오빠
사정은 알지만 그래도 뭔가 할수있는 일이 있을거 아녜요?
[페이지] 나-011,, 0B0110
(혜진이 중원의 파커를 들고 이층에서 내려와 식당으로 들어간다)
[혜진] 준비됐어
[중원] 꼬말 데려가야지 꼬마야
(소년 주방에서 나온다)
[중원] 가자
[소년] 네
(소년 좋아라고 앞서 나간다 혜진과 중원 나간다)
[혜진] 오늘도 또 카메라 렌즈 마개 끼운채 찍는거 아냐?
[중원] 사진에 미쳤군 사진 모델로 나가지 그랬어?
[혜진] 신혼여행 가서 남는건 사진 뿐이라더라
[중원] 우리둘의 인생처럼
(혜진 중원 소년 밖으로 나간다)
[미영] 짐을 싸야겠어요 점심먹고 떠나죠
[민석] 그럴까
(두사람 현관으로 가서 이층으로 올라 간다)
[준상] 이 이상은 사정하지 않겠어 결정을 내려줘
[기순] 날 이해할수 없잖아요
[준상] 지금은 못해 허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순] 칠년이나 흘렀어요 결혼한지요
[페이지] 나-012,, 0B0120
[준상] 겨우 칠년이야 평생을 같이 살아도 이해못하고 사는 부부가 얼마든지
있어
[기순] 그렇겐 못살아요
[준상]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사는거야
[기순] 그럴지도 모르죠
[준상] 대체 여긴 왜 왔어
[기순] 잃어버린 걸 찾고 싶어서요
[준상] 당신의 청춘? (사이) 당신의 모습말야
[기순] (웃으며) 난 그렇게 이기적인 여자가 못돼요
[준상] 그럼
[기순] 내가 찾고 싶었던건 당신의 모습이었어요
[준상] 내모습
[기순] 네 내가 사랑했던 당신의 모습 (웃으며) 난 당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자라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그랬구요 당신하고 얘길하고 있으면 이
세상은 힘차고 아름다운 거라고 느껴지곤 했죠 이 사람이구나 이 사람의 창을
통해서 세상을 보자
[준상] 변하지 않는건 없어
[기순] 그래요 모든건 변하죠
[준상] 정말 화나게 만드는군 난 가장이야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려야 돼
[페이지] 나-013,, 0B0130
[기순] 먹고 사는게 문제가 아니예요
[준상] 그럼 뭐가 문제야
[기순] 나는요 사랑받고 싶은거예요
[준상] 아까 그 신혼부부처럼 사랑 만 확인하면서 살 순 없잖아 좋아 앞으로
하루에도 수백번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기순] 아녜요 그런뜻이 아녜요
[준상] 그럼 뭐야 뭐냐구 (사이) 말해봐
[기순] 당신은--- 나 외의 여자를 한번도 사랑해 본적이 없어요?
[준상] 없어
[기순] 한번두요?
[준상] 결혼전엔 있었지 허지만
[기순] 그저 잠시라도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길에서 마주치거나 그저
우연히 이름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데 짧은 순간 그런 출동을 느껴 본 적이
없느냐구요
[준상] 없어 결코
(사이 기순 멍해진다 준상 화가나서 오락가락 하다가)
[준상] 역시 당신말이 맞었군 남자가 생겼단 말이지
[페이지] 나-014,, 0B0140
제기랄 그게 누구야 어떤 녀석이야?
[기순] 누구냐가 중요한건 아니잖아요
[준상] 서울에 가서 이혼수속을 해놓겠어
(준상 일어나서 식당문으로 간다)
[기순] 여보 (사이) 나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세요 (사이) 하루만 더 여기
계셔주세요
(준상 말없이 밖으로 나간다 기순 울음을 참듯 현관으로 가서 이층으로
올라간다 파도소리 조명 서서히 저녁무렵으로 바뀐다)
(울고있는 혜진을 달래며 정숙이 들어온다 그뒤에 민석과 미영)
[정숙] 자 들어가 기다려요
[혜진] (울며)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요 그애를 잊어버리다니
(정숙 혜진을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정숙] 자 이쪽으로 앉아요
[혜진] 아주머니 제가 미쳤었나 봐요 만일 그앨 못찾으면---
[페이지] 나-015,, 0B0150
[정숙] 경비정이 나갔으니까 찾아 오겠죠
[혜진] 섬에 도착했는데 너무 추웠어요 그이하고 난 바위 밑에 들어가서 몸을
녹였죠 그앤 우리가 보는 앞에서 갈매기 알을 줍고 있어어요 우리더러 같이 와서
줍자고 소릴 질렀어요 난 그냥 바위밑에 앉아있구 그인 그애하고 갈매기 알을
줏으러 갔어요 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깜박 잠이 들었었나봐요 누가
흔들길래 깨 보니까 그이예요 춥다고 그만 가자고 했죠 그인 날 부축해서 배로
갔어요 바다로 한 오분쯤 저어 나왔죠 그러다보니 그앨 배에 안태운게 생각이
나지 뭐예요 다시 섬으로 갔죠 아무리 찾아도 그앤 보이질 않았어요 섬이래야
크지도 않아요 섬을 한바퀴 도는데 십분도 안걸려요 부르는 소리가 다 들린다구요
처음엔 우리가 그앨 잊어먹고 배에 탔다고 장난을 치는줄 알았죠 그애가 없어진
것 보다도 잠깐이나마 그애하고 섬에 같이 갔다는걸 잊어먹은게 더 부끄러운
일이예요 (운다)
[정숙] 걱정말아요 그앨 찾겠죠 누가 마실것 좀 갖다주세요
[페이지] 나-016,, 0B0160
(미영이 주방쪽으로 컵을 가질러 간다 기순이 이층에서 내려와 얘길
듣고있다가)
[기순] 그애가 섬에서 실종됐단 말인가요
[정숙] 사곤가 봐요 물에 빠질리도 없는데
[기순] 파도가 높았나 봐요
[혜진] 아녜요 우리가 섬을 떠나려고 할땐 바다는 잔잔했어요
[정숙] 그앤 수영을 잘해요 내 생각에 그애가 장난치려고 딴섬까지 헤엄으 천거
같아요
[혜진] 아렇게 추운 날 말이예요?
[미영] 마셔요
[혜진] 고마워요 (마신다)
[정숙] 자 방에 가서 좀 쉬어요 가엾게도 몸이 꽁꽁 얼었군
(정숙 혜진을 부축해서 현관으로 간다)
[혜진] 내 잘못이예요 그앨 데려가지 않는건데
(혜진 정숙 이층으로 올라간다)
[기순] (미영에게) 나머지 분들도 따라 나갔나요?
[미영] 네
[기순] (문득) 죽었을까요?
[미영] 너무 끔찍해요
[페이지] 나-017,, 0B0170
[민석] 아직 확인이 된건 아니니깐
[미영] 민석오빠는 그애가 살아있을거라고 믿으세요?
[민석] 현실과희망은 언제나 다른거니까
[미영] 그래요 나는 믿고 싶어요 그애가 살아있기를
[기순] 섬으로 가는 배가 또 있을까요?
[미영] 글쎄요
[기순] 배가 있으면 가 봐야 겠어요
(기순 현관으로 해서 나간다)
[미영] 무서워요 갑자기 무서워서
(식당이 어두워진다 에이프런 스테이지에 기순이 나온다 준상이 바다쪽을
보고있다 파도소리 놀래는 기순)
[준상] (바다를 보며) 경비정이 들어왔군 아직 그앨 못찾은 모양이야
[기순] 그애가 없어진걸 알고 계셨군요
[준상] 파도가 치기 시작하는군 절망적야
[기순] 이번엔 정말 가셨는 줄 알았는데
[준상] 역까지 나갔었지 기차표까지 샀었어 (주머니에서 기차표를 꺼내보인다)
허셀 피우려는 건 아니야
[기순] (무언가 반가움에) 그앨 기억하시죠? 귀여운
[페이지] 나-018,, 0B0180
애 였는데---
[준상] 내가 여기 오든날 처음 만난 애가 그애였어
[기순] 사실은요 여기온 다음날은 딴곳으로 갈려구 했어요 웬지 당신이 여길
알아낼것 같아서 그런데 그 소년이 날 여기가 잡아 놨어요
[준상] 우리 애들을 새각했나?
(기순 손으로 입을 막고 웃는다 아니 그것은 웃음이라기 보다는 신음에 가깝다)
[준상] 여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지?
[기순] 물으셔도 소용없어요 난 아무말도 안할거예요
[준상] 알고있어 그걸 물어보러 돌아온건 아냐
[기순] 정말예요?
(사이)
[기순] 아직도 절 사랑하시나요
[준상] 물론
[기순] 못된 여잔데두---
[준상] 미워하도록 노력하겠어
(기순 쓰러질듯 그러나 외면한다)
[기순] 어두워지네요 바다가 어두워지면 그애가 무서워할거예요 귀여운
애였는데
[페이지] 나-019,, 0B0190
[준상] (막연히) 살아있을거야 그앤 살아있을거야 그앤 틀림없이 살아있을거야
자 식당에 가서 뭐든 먹읍시다 이리저리 뛰어 다녔더니 배가 고프군
(준상 앞서 호텔쪽으로 간다 기순 따라간다)
(식당 미영 민석 정숙이 걱정스럽게 앉아있다 준기와중원이 현관으로 들어와
식당으로 들어온다 준기 식당의 불을 킨다)
[정숙] 어떻게 됐어요
[준기] 어두워지길래 포기하고 돌아왔읍니다 내일 새벽에 다시 나가 볼겁니다
[정숙] 파도가 높아졌죠?
[준기] 그게 걱정이군
[미영] (외치듯) 그앤 설마--- 설마 죽은건 아니겠죠? (민석을 보며) 그럼
안돼요
(민석 미영을 한팔로 안아준다)
[중원] 아주머니 제 처는?
[정숙] 잠이 들었어요 제가 억지로 재웠읍니다 올라가 보세요
[페이지] 나-020,, 0B0200
[중원] 고맙습니다 (현관으로 간다)
[미영] 저---
[중원] 네?
[미영] 소리쳐서 미안해요 두분을 탓한게 아니예요 다만---
[중원] 알고있어요 내 실수죠
[준기] 가서 쉬세요
(중원 현관으로 나간다 힘없이 이층으로 올라간다)
[준기] 자 저녁이나 먹읍시다 힘들을 내야지
[정숙] 난 생각 없어요
[미영] 민석오빠 그앨 찾기전에 나는 못가요 그앨 찾을때까지 여길 못 떠날거
같애요
[민석] 내일까지 있어보지 모렌 올라가야지 프랑크프르트 떠나지
[미영] 난 자꾸만 울음이 터질려고 그래요 그애한테 정이 들었었나봐요
안되겠어요 내방에 가서 싫컷 울어야겠어요
(미영 뛰듯이 이층으로 간다)
[정숙] 착한 아가씨죠? 그렇죠?
[민석] (미소로 답한다)
[정숙] 마음이 착하다는건 슬픈거예요
[페이지] 나-021,, 0B0210
[준기] 술 마실줄 압니까?
[민석] 전혀 못합니다 냄새만 맡아도 취해요
[준기] 그래요 안됐군요
(준기 주방 찬장에서 술을 꺼내 와 마신다 민석 현관으로 가서 후론트 건너편
안락의자에 앉는다)
[정숙] 저두 한잔 주세요
(사이)
[정숙] 부탁이예요
(정숙의 손이 떨린다 준기 한잔 따라준다 허겁지겁 마시는 정숙 좀 진정이 된다
슬픈듯이 그런 정숙을 바라보는 준기)
[페이지] 다-001,, 0C0010

[장] 제4장

(늦은 밤 높은 파도 소리 바람소리 테라스쪽에는 기순과 준상 난로쪽엔 정숙이
앉아있고 그 옆에 초조한 중원 이층에서 비명소리 중원 현관쪽으로 뛰어간다
이층에서 혜진이 나타난다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온다 중원이 부축해서 식당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중원] 왜 그래 정신차려 혜진아
[혜진] 그애였어요 그애가 방문을 열고 들어섰어요
[중원] 꿈을 꾼거야 진정하라구
[혜진] 가슴에 갈매기 알을 한아름 안고 있었어 옷은 흠뻑 물에 젖어있구
나한테 갈매기 알을 주려구 왔대 그애가 두손을 갑자기 들었어 그러니까 안고
있던 갈매기 알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서 깨져버렸어 그런데 그게 피겠지 그애가
피를 흘리고 있었어
[페이지] 다-002,, 0C0020
(운다 내가 죽인 거야 그애를 그애를 잊고 배를 타고 나갔기 때문에 그애가
바닷속으로 뛰어든거라구(중원의 가슴에 파고 들며 운다)
(중원 혜진을 난로 앞 의자에 앉힌다 정숙이 뜨거운 물을 따라 혜진에게
먹인다)
[준상] 몇시지?
[기순] 좀 있으면 날이 밝을거예요
[준상] 아침차로 올라갑시다
(사이)
[준상] 마음이 변했어?
[기순] 아니요
[준상] 그럼?
[기순]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내가 당신말고 딴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데두
[준상] 그럼 그게 사실이었어
[기순] 아니오
[준상] 그런데?
[기순] 당신
[준상] 말해봐
[기순] 날 사랑하지 않죠?
[페이지] 다-003,, 0C0030
[준상]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기순] (일어나며)난 올라가서 쉬어야겠어요
(기순 현관으로 나간다 그뒤를 쫓아가는 준상)
[준상] 여보 잃어버린 내 모습을 찾기 위해서 여길 왔다고 했지?
[기순] 네
[준상] 그러나 날 찾지 못했지?
[기순] 네
[준상] 왜 못찾았는지 알겠어(고개를 젖는 기순)그런건 아무데두 없는거야
[기순] 그럴까요
[준상] 여기에 있는 내가 바로 하준상이야 당신은 찾고 있는 나같은 건 이미
없는거야 그래두 포기하지 못하겠어?
[기순] 하루만 더 기다려주세요 그애 가 어떻게 됐는지 그걸 알때까지
[준상] 여보 당신은 왜 우리들의 미래를 그런 불가능한 희망에 거는 거요
[기순] 불가능한 희망이요
[준상] 그앤 살아서 돌아오지 못해 그앤
[기순] 그만(사이) 그앤 분명히 살아서 돌아와요
[페이지] 다-004,, 0C0040
[준상] 바보같이
(기순 이층으로 올라간다 준상 프른트 데스크 건너편 소파에 앉아 머리를 벽에
기댄다 현관으로 준기가 들어선다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정숙] 어떻게 됐어요
[준기] 차 한잔 줘요(난로에 손을 녹인다)
[정숙] 찾았대요?
[준기] 경비정이 또 나갔어요
[정숙] 이젠 너무 늦었죠(사이)그래도 포기하지 않을건가요
[준기] 찾는데까지 찾아봐야지
(모두 맥이 풀린다)
[중원] 혜진아 올라가자
[혜진] 싫어요 여기 있을래요 그 애가 돌아올 때까지요
[중원] 고집 피우지 말고
[정숙] 데리고 올라가세요 충격이 컸나봐요
[중원] 자 말 들어
(중원 혜진을 데리고 식당밖으로 나간다)
[혜진] 그앨 못 찾으면 어떻게 하죠? 난 평생 그앨 잊지 못할 거예요
[페이지] 다-005,, 0C0050
[중원] 진정하라구
(두사람 이층으로 올라간다)
[정숙] 석선생님 뜨거운 차 드시겠어요?
[준기] 그럽시다
[정숙] (주방 쪽으로 가서 차를 탄다)이번 겨울은 불행한 기억들로
가득차겠군요
[준기] 내년 봄에 이집이 헐립니다
[정숙] 뭐 뭐라구요 뭐라구 그러셨죠?
[준기] 내 친구가 이집을 팔았어요
[정숙] 왜 그런짓을
[준기] 현대식 건물이 이 자리에 들어서게 된다는군
[정숙] 그럼 석선생님은 어디로 가시죠?
(사이 정숙 잔을 들고 와서 준다)
[준기] 고맙소
[정숙] 십년동안이나 이집을 지켜왔는데 동업자의 의견은 한마디도 들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럴수 있단 말인가요
[준기] 난 너무 오랫동안 여기 있었어요 이젠 떠날때가 됐죠
[정숙] 글쎄 어디루요 이제와서
[준기] 차 맛이 좋군
[정숙] 기가 막혀서 갈대도 없는 사람아녜요 대책이나 세워줬나요
[페이지] 다-006,, 0C0060
[준기] 말이 동업자지 내가 한 일이 뭐 있나요
[정숙] 석선생님은 어린애나 마찬가지예요 지금와서 생활을 바꾼다는건
걸음마부터 새로 배우기 시작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준기] 그럼 걸음마부터 새로 배우죠 그런건 두렵지가 않아요
[정숙] 사람은 새나 물고기 같아요 환경이 바 뀌면 병들고 곧 죽어요
[준기] (웃으며)노여사가 날 도와주면 되지 않습니까?
[정숙]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내가 도와드릴수 있다고 믿으세요
[준기] (웃기만한다)
[정숙] 날 놀리시는군요 날
(현관밖에서 미영이 들어온다 식당으로 들어간다)
[미영] 파도가 더 높아졌어요
[정숙] 바닷가에서 오는 겁니까?
[미영] 경비정이 나가는 걸 보고 왔어요
[정숙] 그 젊은 양반은?
[미영] 같이 타고 나갔어요
[정숙] 저런 그건 위험해요 그 양반은 한쪽 손이
[페이지] 다-007,, 0C0070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다문다)
[미영] (웃으며)그런 얘길 들어두 민석오빤 화내지 않을거예요
[정숙] 친오빤 아니라고 했죠?
[미영] 오빠 친구죠
[정숙] 서로 사랑하나요
[미영] 아뇨 저 혼자 짝사랑하는거예요
[정숙] 짝사랑?
[미영] (준기에게)저 아저씨
[준기] 네
[미영] 미안하지만 지금 미리 계산을 해주시겠어요 모레 서독으로 떠나야 해요
내일 아침 일찍 여길 떠나지 않으면 난 늪속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대기만 할것
같아요
[준기] 내가 상관할 일을 아니지만
[정숙]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알거같애요 아가씨 그분한테 고백을 해요 그분도
아가씰 좋아하고 있는지 모르잖아요?
[준기] 내 말은
(무엇인가 말하려다 현관으로 간다 프론트에 가서 계산을 한다 준상은 쏘파에서
잠이 들었다)
[정숙] 저 양반은 언제나 저렇다니까
[페이지] 다-008,, 0C0080
자기생각을 말하는 법이 없어
[미영] 좋아하고 계시는 거죠 아주머니 눈을 보고 알았어요
[정숙] 어머나 내 눈이 아주 소녀처럼 빛나고 있단 말인가 애정에 차서(웃는다)
[미영] 전 고독하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요 그건 그저 단순히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워하는 그 이상의 감정예요
[정숙] 아가씨 그건 감정이 아냐 고독하다는 건 결코 감정이 아니예요
[미영] 그럼 뭐죠
[정숙] 그건 본능예요 인간이 자기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적인 행위 그게 고독
아닐까(갑자기 시큰해서 담배를 꺼낸다)나담배 좀 피울께요 남 앞에선 될수
있는대로 담배를 안피우죠 나이가 든 여자가 그것두 시집도 못간 여자가 담배를
물고 있는건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잖우 실례해요
(담배에 불을 붙힌다 미영 우두커니 서서 망설이다 앞자리에 앉는다)
[정숙] 결심을 했어요 떠나기로?
(사이)
[정숙] 나도 내일 떠나요 내일까진 그애가 돌아올것만
[페이지] 다-009,, 0C0090
같애 우리 내일 같이 올라갑시다
[미영] 만일 내가 그분한테 결혼하자고 하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일거예요
[정숙] 어째서?
[미영] 그분은 결혼할 처지가 못돼요
[정숙] 손을 다쳤기 때문에?
[미영] 마음의 상처가 깊기 때문이죠
[정숙] 사랑으로 치료할수도 있어요
[미영] 전 프랑크푸르트로 떠나야 해요 칠년동안 내 젊음을 바쳐서 쌓아온
모든것이 거기 있어요 난 그걸 버릴수가 없어요 사랑때문에 그걸 버린다 해도 난
후회할 거예요 우린 그걸 잘알고 있어요 난 그분이 날 잡아주길 기다렸지만
그분은 그럴수가 없을거예요 결국 내가 민석오빨 사랑하는 건 환상일지 몰라요 난
꿈을 꾸고 있는 거예요 난 꿈을 꾼거예요 김포공항을 떠나는 순간 난 그 사실을
곧 깨닫고 말거예요
[페이지] 다-010,, 0C0100
[정숙] 왜 사람들은(갑자기 감정이 충일해서 말을 끊는다 미영 다음 말을
기다리듯 정숙을 본다) 꿈같은 건 꾸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인생은 바람처럼
스쳐서 지나가 버리고 오늘은 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지만 그건 어제 불었던
그바람이 아니라는 걸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거든 우린 우린 꿈을 꾸면서 살고
있는게 아냐 우리가 살고 있는 것 바로 그 자체가 꿈이야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린 너무 보잘것 없는 존재가 되어버려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니라면 인간은
아름답게 보일수가 없는거야
(정숙 자신의 말에 감동한듯 움직이지 않는다 준기가 계산서를 갖고 온다 미영
계산을 치룬다)
[미영] 죄송합니다 내일 새벽에 인사도 없이 떠날 거예요 그분이 날 찾으면
그냥 갔다고만 해주세요 그럼 이해하실 거예요
(미영 현관으로 해서 이층으로 올라간다)
[준기] 가서 쉬시오 노여사(사이)잠이 안옵니까
[정숙] 올리가 있어요
[준기] 그애 때문에?
[페이지] 다-011,, 0C0110
[정숙] 그애 때문만은 아니예요(사이)석선생님 전 우리 얘길 해보고 싶어요
[준기] 우리 얘기요?
[정숙] 우리라는 말이 맘에 걸리시나요
[준기] 그렇진 않아요
[정숙] 봄엔 이 호텔이 헐린다구 했죠?
[준기] 헐려요
[정숙] 어디로 가실거예요?
[준기] 아까 대답했죠?
[정숙] 제가 도와주길 바라세요(사이)농담이었나요?
[준기] 그렇진 않아요
[정숙] (미소한다)석선생님이 결혼하시던날 생각이 나는군요 신부가 참
이쁘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아름다운 신부였죠 이쁘다 그게 부러웠어요 (사이)
그때 제일 후회한게 뭔지 아세요 왜 그전에 일이 그렇게 되기전에 한번이라도
고백을 못했을까 하는 거예요(사이)석선생님도 날 사랑했었죠 (사이)우린 서로
사랑하면서도 그걸 감추고 있었어요
[준기] (숨죽여 웃는다)
[정숙] 얼마 있다 선생님이 이혼을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로스엔젤레스에
있을 때였죠
[페이지] 다-012,, 0C0120
나는 서둘러 귀국을 했어요 마치 이번엔 내 차례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돌아와보니
선생님은 행방의 모연했어요 얘길 들었죠 그 아름다운 신부가
[준기] 그만합시다 그 얘긴 그만둬요
(준기 일어나 가려한다)
[정숙] 내 얘길 마저 들으세요(사이)아름다웠던 신부말예요 석선생님 아닌 딴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어요
[준기] 그만하라니까
[정숙] 아내의 부정 때문에 폐인처럼 되셨죠 허지만 다시 따져보죠 아내의
더렵혀진 순결이 괴로운게 아니였죠 자존심예요 자존심때문에 이리로 도망쳐
온거예요
[준기] (사이)
[정숙] 내말이 틀렸나요
[준기] 아떤 대답을 원합니까
[정숙] 난 매년 겨울에만 여길 찾아오죠 일년내내 여기오는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온거나 마찬가지예요
[준기] 왜 그걸 말해주지 않았오
[정숙] 석선생님 답지 않은 말씀이예요 그건
[페이지] 다-013,, 0C0130
(무거운 침묵 파도와 바람소리)
[준기] 아직도 내마음 속엔 그 여자에 대한 미움이 남아 있어요 지우려고 해도
되지 않는군 어떤 사람은 나보고 결벽증에 걸렸다고 할지도 모르지 허지만
순결이란게 말이오 순결에 대한 내 믿음이 회복되지 않는한 난 그림을 그릴수
없어요 또한 내 삶 자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거요 난 여기서 십년넘게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왔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바뀌는 바다의
빛깔이나 냄새를 맡으면서 그 미움을 지워버릴려고 했던 겁니다 그러니
지워지지가 않았어요
(정숙 슬픈듯이 보고 있다)
[준기] 만일 만일 내가 인간을 사랑할수 없다면 그렇다면 난 행복해질 권리가
없어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순결애 대한 믿음도 없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가 있겠어요
[정숙] 그럼 금년 겨울에도 내 청혼은 실패로 돌아가는군요
(사이)
[정숙] (허탈하게 웃는다)이젠 어떡하죠? 이 호텔은 헐리고 석선생님은
어디론가 떠나버릴 거고 난 기다릴 곳도 사람도 다 잃어버리게 됐으니
(하소연하듯 준기를 보는 정숙 그러나 이내 명랑한 그녀의 본성으로 돌아가서)
[페이지] 다-014,, 0C0140
[정숙] 그래요 내 주장이 옳은 거예요 인생은 꿈이예요 꿈꾸는게 아니라면
인생은 결코 아름답게 보일수가 없는거죠
(또다시 깊은 침묵이 흐른다 갑자기 정숙이 입을 연다)
[정숙] 네?
[준기] ---
[정숙] 뭐라고 하셨죠?
[준기] ---
[정숙] 제가 잘못 들었나 보죠 전 선생님이 뭐라고 하신줄 알았어요
파도로리였나요
(현관으로 나가서 이층으로 올라간다 처참하게 서있는 준기)
[페이지] 라-001,, 0D0010

[장] 제5장

(아침.마치 저녁처럼 흐린 날씨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있다 침울한 사람들
중원은 혜진을 위로하고 있다 이미 식사를 하고있는 준상 기순은 몇 수저 뜨는둥
마는둥 식사 대신 차를 마시고 있는 준기 민석과 정숙 뭐라고 얘길 하고있다)
[준상] 굉장한 날씨군 드디어 본격적으로 태풍이 부는 모양이군 (아무도 대꾸
가 없자) 제기랄 태풍 이라니까
(화가나서 먹는다)
[민석] 언제쯤 떠났읍니까
[정숙] 한시간쯤 됐을 거예요 메모를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가만있자 그걸 내가
어디다 놨더라?
[민석] 그만두십시요 나중에 찾거든 주십시요
[정숙] 지금 올라가실거 아닌가요?
[민석] 기왕 혼자 올라가게 된거 꼬말 찾을때까지 있어야겠어요
[준상] (밥을 열심히 먹고 있다가) 그애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믿습니까?
[페이지] 라-002,, 0D0020
(모두 일제히 준상을 본다)
[준상] 아무도 그 사실을 믿지않고 있으면서 왜 그앨 기다립니까? 뭐가 두려운
거예요?
[기순] 여보
(준상 기순을 피하듯 일어나서 한가운 데로 나온다)
[준상] 내 얘길 들어보세요 나 역시 그 소년이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허지만
그건 희망에 불과해요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희망예요
[기순] 여보 제발
[준상] 제가 보기엔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지금 당장 여길 떠나셔야 할 분들
같아요 그런데 다 못떠나고 있읍니다 그 소년한테 핑계를 대고 있어요 (민석을
가리키며) 저분과 동행이었던 여자분만 여길 떠났읍니다 그 여자분이 가장
용기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 그 소년에게 희망을 거는건 부질없는 짓입니다
그따위 희망은 버려야합니다
(혜진이 신음하듯 운다)
[중원] 너무하시는군요 모두 알고있는 얘길 뭣하러 하시는겁니까?
(준상 기가질린듯 보고있는 정숙에게 간다)
[준상] 작가선생 왜 말이 없으십니까?
[페이지] 라-003,, 0D0030
[준기] 내가 하죠
(이번엔 일제히 준기를 본다)
[준기] 희망을 버리라구요? 그럼 뭐가 남습니까?
[준상] 그걸 몰라서 묻는 겁니까?
[준기] 난 여지껏 희망을 걸고 살아오진 않았어요 난 현실적인 인간은 못되지만
꿈을 먹고 살아오지도 않았어요
[준상] 그렇다면 저와 닮으셨군요 우리에게 남는건 오늘 뿐이에요 중요한건
오늘입니다 쉴새없이 째깍거리며 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수없이 소멸해가는 일분
일초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지극히 짧은 순간밖에 살아있는게 아녜요
그런데 그 소년의 생존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읍니까?
[준기] 상관이 있읍니다
[준상] 그 게 워죠?
[준기] 그건 우리의 신념이죠 (사이) 다시 말할까요? 우린 그 애가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아니 살아있을 거라고 믿고 있읍니다 그 믿음은 깨어지지 않을 겁니다
[준상] 어리석은 믿음입니다 그 믿음은 곧 깨질 겁니다 소년은 이미 저 파도 가
삼켜버렸어요 아무런 흔적도 찾아내지 못할겁니다
(기순이 벌떡 일어나더니 현관으로 뛰어나간다)
[페이지] 라-004,, 0D0040
[준상] 실례합니다
(준상 따라 나간다 현관에서 기순을 잡는 다 침묵 이 흐른다 정숙이 꿈꾸듯
입을 연다)
[정숙] 옳아요 그앤 살아있어요 지금이라도 금방 저 문을 열고 들 어올 거예요
(사람들이 일제히 식당문을 바라본다)
[준상] 내 행동에 실망했나?
[기순]---
[준상] 실망했겠지
[기순] 아니오 실망은 안해요
[준상] 그럼?
[기순] 당신이 동화속에 나오는 왕자님이라고 상상해 본적은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건---네 이제야 확실히 안거지만요 그건---
[준상] 그건?
[기순] 내가 당신의 전부가 되는 거였어요 허지만 그건 아름다운 꿈에 불과한
거예요 난 당신의 일부예요 그게 당연한 거에요 그 이상을 바라는건 이기적인
행위예요
[준상] 결국 우린 원점으로 돌아간건가?
[기순] 그렇지 않아요 닌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분노를 느낄
[페이지] 라-005,, 0D0050
만큼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준상] 내가 당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나?
[기순] 아뇨
[준상] 그럼 조건 없이 날 사랑한다는 뜻인가?
[기순] 그게 바로 제 착각이었다니까요 내가 사랑하는만큼 당신이 날
사랑해주길 기대한 거예요
[준상] 나 혼자 떠나길 바라나?
(기순 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준상] 저 사람들한테 사과하겠어
[기순] 그럴 필요 없어요
(기순 이층으로 올라간다 정숙이 일어나 테라스 문을 연다 바람소리 파도소리
모두 그녀가 하는대로 보고있다)
[정숙] 그래요 태풍이 부는 거예요 겨울바다에 태풍이 불고 있어요 태풍이
(준상이 식당으로 들어온다)
[정숙] 도대체 왜 그 순진하고 귀여운 소년이 희생돼야 합니까? 왜?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정숙] 날이 밝으면 난 서울로 올라갈껍니다 (준기에게 가며)
[페이지] 라-006,, 0D0060
봄이오면 이 집이 헐린다고 했죠?
[준기] 헐립니다
[정숙] 잘됐군요 어차피 난 다신 이곳에 오지 않을 거니까요
[준기] 앉아요
[정숙] 난 서있겠어요 (완강하게 버티고 서있다)
[준상]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겠읍니까?
[정숙] 아니 아직도 여기 남아 계셨나요? 난 벌써 떠나신줄 알았는데
[준상] 저 역시 유감입니다만
[정숙] 정말 이건 말이 안되지 뭐예요? 그 어린애가---
(갑자기 혜진 울기 시작한다)
[중원] 또 그러네 우리 탓이 아니래두
[혜진] 우리 탓이예요
[중원] 운다고 뭐가 해결돼?
[민석] 아직 희망은 있어요 섬 위에서나 바다에서 아무런 그 애의 흔적도
발견하진 못했어요 깨진 갈매기알도 없었죠 만일 그 애가 파도 에 휩쓸린 거라면
안고있던 갈매기 알을 떨어뜨렸을 거 아닙니까?
[준상] 그말엔 나도 동감입니다
[정숙] 당신이 그런 말을?
[준상] 나라고 해서 그 애가 죽길 바라는줄 아십니까? 난 다만
[페이지] 라-007,, 0D0070
근 거 없는 희망을 걸거나 감상에 젖어 우는 따위의 행동이 질색이란거죠
[혜진] 아녜요 그런게 아녜요
[중원] 혜진아
[혜진] 사실은 우리가 거짓말을 한거예요 우린 그앨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앨 섬에 남겨두고 떠난걸 깨달은 건 거의 해변에 다 와서였어요
어쩌다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사진 때문이야 우린 사진 찍는데만
정신이 팔렸어---
[민석] 그래서 어떻게 됐읍니까? 돌아가 보지도 않았단 말입니까?
[혜진] 돌아가 봤어요
[민석] 그 시간이 얼마나 걸렸읍니까?
[혜진] 어쩌면 좋아? (운다)
[민석] 시간이 얼마나 걸렸느냐니까요
[정숙] 여기서 섬까지 가는데 한 시간 좀 넘게 걸립니다 그러니까 여기가지
왔다 다시 돌아갔으면 두 시간이나 세시간쯤 걸렸을 거예요
[민석] 왜 진작 그 얘길 안해줬읍니까? 그렇지만 희망이 있는데요 그동안에
그앤 딴 밸 타고 그 섬을 떠났는지도 모르잖아요? 안그래요?
[페이지] 라-008,, 0D0080
(민석 둘러본다 그러나 아무도 그말에 동의를 할수 가 없다 혜진 현관으로
뛰어나간다 밖으로 나간다 중원이 뒤따라 나와 밖으로 나간다 미영이 들어오다
마주친다 그바람에 가방을 떨어뜨리는 미영)
[중원] 미안합니다
(중원 밖으로 나간다 미영 가방을 프론트 데스크 앞에 놓고 우두커니 서있다)
[정숙] 밖에 누가 왔나봐요
(준기 현관으로 나간다)
[준기] 빈 방이 없는데요
[미영] 저예요
[준기] 돌아오셨군요
[미영] 기차를 놓쳤어요
[준기] 오후 기차를 타시죠 키를 다시 드리겠읍니다
[미영] 아니 그만두세요 그냥 여기 있다가 떠나겠어요
[준기] 그럼 짐이나 이리 주십시오
(준기 미영의 짐을 받아 내실로 들어간다 미영 망설이다가 식당으로 들어간다)
[페이지] 라-009,, 0D0090
[정숙] 내 짐작이 맞았군 그냥 떠났을 리가 없지
[미영] 미안해요 민석오빠
[민석] 시간이 없을텐데
[미영] 아직 시간은 있어요
(이번엔 민석도 미영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내실에서 준기가 나온다 밖으로
나간다)
[정숙] 메모를 전해주지 못햇는데
[미영] 이젠 필요없는 건데요 뭐
[정숙] (웃으며) 허긴 일부러 전해주지 않았지 내가 주책이 없었나?
(에이프론 스테이지에 조명 중원 혜진을 찾아다니고 있다 준기 온다)
[중원] 혹시 우리집 사람 못 보셨어요?
[준기] 못봤는데요
[중원] 얘가 어디로 갔어 바닷가로 뛰어갔는데 그만 놓쳤어요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준기] 별일 있겠어요
[중원] 그 애가 살아 돌아와야 할텐데 큰일 났어요 혜진인 아무래도 무슨
사고를 저지를것만 같애요 (사이)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페이지] 라-010,, 0D0100
[준기] 해안 경비대에 가 보려구요 그애 소식을 알아 보려구요
[중원] 혹시 우리집 사람 보이거든 데리고 와 주세요 전 이쪽으로 찾아가
보겠읍니다
(중원 간다 준기 보고있다가 간다 식당 다시 밝아진다 기순 이층에서 내려와
식당으로 다시 들어간다)
[준상] (화난듯) 여보 당장 여길 떠납시다
[기순] 그앤 어떻게 됐죠
[준상] 모두들 미쳤군 이젠 제발 그애 얘긴 그만둡시다
[정숙] 제발 좀 조용히 하세요
[준상] 그앤---미안합니다
(현관에 중원이 혜진을 데리고 들어온다)
[중원] 깜짝 놀랬잖아 어디 갔었어
[혜진] 필림을 바다속에 던져 버렸어요
[중원] 아니 왜
[혜진] 그애 사진이 찍혀 있잖아요
[중원] 몸이 꽁꽁 얼어 붙었군 이리와
(중원 식당으로 혜진을 데리고 들어간다)
[혜진] 미안해요 면목이 없어요
[정숙] 이쪽으로 앉히세요
[페이지] 라-011,, 0D0110
[중원] 고맙습니다
[정숙] 추운 가 보군요
[혜진] 난 불을 쬘 자격도 없어요
[중원] 쓸데없는 소리
(중원 혜진을 앉힌다)
[준상] 석선생은 어딜 가셨나?
[준기] 해안 경비대에 가신다고 하던대요
[정숙] 배가 들어왔어요?
[중원] 아직도 수색작업 중인가 봐요
[혜진] 죽었을 거예요 그앤
[중원]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는게 아냐
[정숙] 오후 기차로 떠나시는 게 좋겠어요 집에가면 잊어버릴 수가 있을 거예요
[혜진] 어떻게 그일을 잊을 수가 있겠어요 어떻게
[준상] 잊혀질거요 평생 그애 생각만 하면서 살 생각이오
[중원] 선생은 상관 마세요
[준상] 왜 내말엔 동의를 않는 거지
[정숙] 당신이야말로 제발 좀 떠나주세요
[준상] 여보 짐 꾸려요 제발
[기순] 제발 조용히좀 하세요 제발
(준기가 현관으로 들어온다
[페이지] 라-012,, 0D0120
망서리듯 하더니 활기있게 식당으로 들어간다)
[정숙] 어떻게 됐어요
[준기] 기쁜 소식이요
[정숙] 기쁜 소식이오?
[기순] 그앨 찾았나요?
[준상] 말두 안되는 소리
[준기] 네 찾았읍니다
[기순] 뭐라구요
[정숙] 살았다
[미영] 어쩜 민석씨 그 애가 살았대요
(민석에게 매달린다)
[준상] 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그애가 살아있다니
[준기] 방금 해양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는군요 지나가는 어선이 그앨 구출했다구
(혜진 울음이 터진다)
[중원] 이젠 살았어 진정해 혜진 어이 진정하라구
[준상] 도대체 무슨 소린지 난 믿어지지가 않는군
[준기] 나도 도무지 꿈만 같아요 그러니까 두사람이 배를 타고 섬을 떠난
후에야 그앤 혼자 남겨진걸 안 모양예요 겁이 났던 모양이죠 나무판자 같은걸
타고 무조건 육지쪽으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 지쳐서 꼼짝
[페이지] 라-013,, 0D0130
달싹을 못하게 됐다는군요 그래서 표류를 하게됐는데 전신이 꽁꽁 얼어 붙어서
동사직전에야 지나가는 어선에 발견됐대요 구출 당하는 즉시 의식을 잃었다가
오늘 아침에야 깨어 났다는군요 그래서 이제야 연락이 온 겁니다
[기순] 기적이예요 기적이 일어난거예요 여보 내가 뭐랬어요 기적이 일어
날거라고 했죠
[준상] 그럼 어떻게 되는건가 그럼 우린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건가
[기순] 그래요 돌아가죠
(기순 준상에게 안긴다 모든 사람이 보고있다 준상 쑥스러워서)
[준상] 가만있자 오후 두시차가 있던데 그걸 타고 갑시다 서둘러야겠는데---
[기순] 올라가서 짐 꾸릴께요
(기순 현관으로 해서 이층으로)
[준상] 난 아직두 어리둥절 한대요 내 아내가 그 소년의 생사에다 내길 걸길래
우리 부분 끝장이 다 싶었어요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난 도무지 정신을
못차리겠군
[페이지] 라-014,, 0D0140
[정숙] 아직도 깨닫지 못하셨군요 인생이란 언제나 뜻하지 않은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요
(모두 기운이 난다)
[미영] 민석오빠 나역시 그애의 운명에다 내길 걸은 거 모르시죠
[민석] 아니?
[미영] 알고 있어요?
[민석] 미영이가 어젯밤에 돌 아 왔길래 그런줄 짐작했었지
[미영] 그럼 화 나셨겠네요 저 부인처럼 불가능한 기적에다 내길 걸었으니까요
그건 당연한 거니까
[미영] 이젠 우리도 희망이 생긴건가요
[민석] 그런 셈이군 나도 용기가 생겼어
[미영] 반년만 있으면 후랑크후르트에서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설마
그때까지도 못 기다리시는 거 아니겠죠
[민석] 기다리지
[미영] 민석오빠
(미영 가만히 민석에게 안긴다)
[정숙] 모두 잘됐군요 잘됐어
[중원] 혜진아 여기서 기다려 내 올라가서 짐 가져올께
[혜진] 같이가 (가다가) 여러분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중원 혜진과 함께 이층으로 간다)
[민석] 자 이젠 우리도 떠나야지
[페이지] 라-015,, 0D0150
[준기] 짐 갖다 드리죠
(준기 내실로 간다 민석과 미영 현관으로 따라간다)
[준상] 난 아직도 이해가 안돼 어떻게 그런 기적이 일어났을까요
[정숙]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 기적이라고 하는 거 아녜요
[준상] 그런가요
(준상 느닷없이 허허 웃는다 잠시 침묵)
[준상] 그런데 작가 선생께선 왜 그렇게 우울하십니까 그애가 살아 돌아오길
제일 기다리시지 않으셨읍니까
[정숙] 그랬죠
[준상] 그런데요
[정숙] 그애가 살아와도 난 여전히 불행해선가 보죠
[준상] 아 불행하시군요
[정숙] 뭐라구요
[준상] 아닙니다 별 뜻없이 한말예요
(기순이 가방을 들고 이층에서 내려와 식당으로 들 어선다)
[기순] 짐 다 꾸렸어요 떠나요
[준상] 그럽시다
[페이지] 라-016,, 0D0160
[기순] 안녕히 계세요 먼저 떠납니다
[정숙] 안녕히 가세요
[기순] 그런데 사장님은 어딜 가셨죠
[준상] 걱정말아 계산은 다 끝냈으니까
[기순] 당신은 여전하군요 난 인사라도 하고 떠나려는 거예요
[준상] 또 시비요?
[기순] (웃으며) 아니요 당신을 포기했었으니까 그만한 것쯤은 용서해 드릴께요
여보 가요
(기순 팔짱 낀다 준상 기순의 가방을 받아들고 나간다)
[미영] 떠나시는 거예요
[준상] 역에서 만나겠죠 일분이라도 빨리 이 호텔에서 나가고 싶어요 갑시다
(준상과 기순 나간다 준기가 가방을 들고 나온다)
[준기] 여깅읍니다
[미영] 고맙습니다
[준기] 지금 떠나시는 겁니까
[미영] 신세 많이 졌어요
[준기] 안녕히 가십시요
[민석] 언제간 또 만나게 되겠죠
[페이지] 라-017,, 0D0170
(민석 미영 나간다 준기 식당으로 들어간다 정숙 탁자에 얼굴 묻고 울고있다
준기를 본다)
[정숙] 거짓말이죠?
[준기] (침묵)
[정숙] 사실이 아니죠 그 애가 살아 있다는건
[준기] (사이)
[정숙] 왜 그런 거짓말을
[준기] (사이)
[정숙] 그건 자선이 아녜요 위선예요 그건 위안이 아녜요 기만하는 거죠
[준기] 나로선 할 수 없었소
[정숙] 당신은 한번도 그 애가 살아있는 거라고 믿지 않았죠
[준기] 그렇소
[정숙] 살아있길 바라지도 않았죠
(준기 순간 분노의 빛)
[정숙] 그런 눈으로 무슨 얘길 하자는 거예요?
[준기] 도대체 날 뭘루 취급하는 거야 난 감정두 없는줄 아나?
[정숙] (환희에 차서) 활 내요 더 화를 내보세요
[준기] 화같은건 안내 난 다만 당신의 그 못돼먹은 말버릇을
[페이지] 라-018,, 0D0180
고쳐주고 싶은것 뿐이라구
[정숙] 지금도 화를 내고 있잖아요?
[준기] 당신도 어서 떠나요 모두 다 떠나라구 지금 당장이라도 이놈의 낡은
집을 때려부실테니까 어서 어서 떠나라구
(난폭하게 탁자를 주먹으로 꽝 친다 침묵)
[정숙] 가엾은 분
(다가가서 탁자위에 박힌듯 있는 주먹쥔 손을 감싼다)
[정숙] 인제 됐어요 생전 처음 화를 내셨군요 같이 떠나요 우리도 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가요 이젠 갈 수 있는거죠?
(혜진과 중원이 이층에서 내려온다)
[중원] 안계세요? (식당으로 가서 문 열고) 이젠 가야겠어요 계산을
해야겠는데요
[준기] 푸론트 위에 계산서가 있을겁니다 거기다 놓고 가세요
[중원] 안녕히 계십시요
(중원 프론트에 가서 계산을 한다 돈을 놓고 혜진과 나간다 준기와 정숙
오래도록 마주보고 서있다 문득 정숙이 현관으로 간다)
[페이지] 라-019,, 0D0190
[정숙] 참 나두 계산을 하고 떠나야죠 내 계산서도 프론트 데스크 위에 있나요?
[준기] ---
[정숙] 그래요 진실이란 그런건지도 몰라요 진실이란 결국 인간의 마음일 수
밖에 없어요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는 그 마음 그밖엔 아무것도 아니죠 (웃는다)
쓸데없는 얘길 했군요 그런데 내년 겨울엔 어디로 가죠? 가야겠군요
[준기] 노여사
[정숙] ---
[준기] 아직도 사는 게 꿈이라고 믿소?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인간을
아름답게 볼 수가 없는 거라구
[정숙] 그런 아주 바보같은 질문이군요
(정숙 식당을 나가 이층으로 올라간다 준기 혼자만이 남아있다)
[준기] (중얼거리듯) 결혼합시다 노여사 나도 데려가시오
(그러나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준기 정숙이 이층에서 가방을 들고 내려와
밖으로 나간다)
(막)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다 날개 다녀오겠습니다
달려라 아내 마로니에 길 마지막 수업
무지개가 끝나는 곳 무지개 쓰러지다 물새야 물새야
탱자 꽃 환상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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