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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 동화양행 김옥균 등장)
[김옥균] 와다 와다야 눈이 갑자기 왜 이모양일까? 통 보이질 않는군 (화천 등장)
[화전] 벌써 돌아오셨읍니까 상해는 동양 제일의 항구도시라서 구경거리도 많을줄
알았는데요
[김옥균] 밖에는 바람이 몹시 불더라 눈에 티가 들어갔는가 눈물이 자꾸 나와서
앞이 흐리구나
[화전] 안약을 찾아 드릴까요?
[김옥균] 그래 그래 주겠느냐?
[화전] 좀 누워계십시오
[김옥균] 청국 공사관의 오씨에게 청복을 한벌 사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돌아오셨는지 모르겠다.
[화전] 아직 안돌아 오셨읍니다.
[김옥균] 누구우 좀 편안하구나 그런데 아까 내가 읽던 통감을 어디다 두었더라?
[화전] 여깃읍니다.
[김옥균] 고맙다 공연히 여기까지 널 데려와서 고생이구나
[화전] 선생님을 모시는 일이 제겐 무척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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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없으면 무엇보다 선생님이 불편하셔서 못견디실걸요
[김옥균] 네 말이 옳다. 공연히 한번 그래 봤느니라 안약은 아직 못찾았는가?
[화전] 분병히 이쪽 가방에 넣어뒀는데, 이상하군. 약국에 가서 사와야 겠읍니다.
[김옥균] 네가 물건을 잃어버릴때도 있구나. 나하고 지내온 십년동안 처음있는
실수니라
[화전] 죄송합니다 선생님, 일본땅을 떠나본것은 난생 처음이라서 제가 흥분한
모양입니다. 또 오랫만에 선생님의 활기에 찬 모습을 뵈니 신바람이 난다는게
이모양이군요 얼른 다녀오겠읍니다.
[김옥균] 와다야 내려가는길에 아랫층 사무실에 가서 세이키에 마루( )의 마쓰모도
사무장을 좀 오시라고 일러라
[화전] 네 그렇게 하겠읍니다.
(홍종우 등장)
[홍종] 와다군 선생님이 웬일인신가 거류지구경을 나가신다기에 은행에서 마냥
꾸물대다 오는 길인데 선생님께서 몸이 불편하시다고
[화전] 대단치 않으세요 바람 때문에 눈병이 좀 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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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에요
[홍종우] 저런 그거 큰일이군 북양대신 이홍장을 만나는 일이 한시가 급한데
천하의 김옥균 선생이 눈꼽이 낀채 등장할수는 없지 그래 안약은 드렸나?
[화전] 지금 사러가는 길에요 그리고 제발 수선좀 피지 마세요. 일본에서 상해까지
오는동안 내내 배멀미 때문에 골탕을 먹이더니
[김옥균] 와다야 누구시냐
[홍종우] 접니다 홍종웁니다 은행에서 막 돌아오는 길이죠 내일 중으로 돈을 내어
주겠다고 약속하드군요 그리구 은행에 간 김에 총리아문 에 연락해서 선생님이 어제
도착 하셨다고 알려 드렸죠
[김옥균] 수고했오
[홍종우] 그런데 눈병이 나셨다구요
[화전] 대단치 않으시다니까요
[김옥균] 너 아직두 거기 있었느냐?
[화전] 안약을 둔데가 생각났어요 이쪽 작은 가방에 넣어둔 것을 깜빡 잊고 이분을
보니 생각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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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우] 내가 찾아보지
[화전] 안돼요 선생님 시중은 제가 할테니 나가서 볼일이나 보세요
[김옥균] 안약은 놓아두고 가서 마쓰모도 사무장이나 오시라고 일러라
[화전] 아까 외출하는걸 봤는데 돌아왔는지 모르겠군요
[김옥균] 급한 일이니 어서 가봐라 뭘 꾸물대느내
[화전] 네
(화전 퇴장)
[홍종우] 안약을 찾았읍니다 넣어 드릴까요?
[김옥균] 아니 이리 주시오 내가 직접 하리다
[홍종우] 안약을 넣으신 다음 눈을 가만히 감으신채 계십시오 곧 낳을 겁니다.
[김옥균] 아 시원하다 눈이 개운해 지니 정신까지 맑아지는군 정신이 맑아져 맑은
정신으로 난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 이제부터 닥쳐올 일들을 말야
[홍종우] 그러시겠읍니까?
[김옥균] 이대로 잠이나 잘까 한잠 푹 자고나면 정신이 더욱 맑아지겠지 기분이
점점 상쾌해지는군 밝은날 아침 다시 만납시다.
[홍종우] 그럼 편히 쉬십시오
(홍종우 권총을 꺼내서 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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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방 양화진 전영 등장)
[전영] 만백성은 들으라 지엄하신 대군주 폐하의 칙명을 받들어 여기에
대역부도죄인 옥균을 효수하노라 죽은자를 다시 일으키어 능지처참함은 이로서
왕실의 위엄을 사위에 보이어 후세를 가르킴이라 대역부도죄인 옥균은 본래
세신대족의 가문에 태어나 누대로 국록을 먹어 성은을 입었거늘 갑신시월에 홍영식
박영효등 이른바 개화당이라 자처하는 역신의 무리와 모의하여 갑신의 정변을
꾀하였도다. 위로는 대군주 폐하를 기만하여 낙후한 국토를 개화한다. 빙자하고
민태호, 민영목, 조영하등 중신을 도륙하여 정권을 탈취하려 하였도다. 다행히도
은혜로운 청국의 동병으로 역적의 무리는 멸망하고 오백년 왕조의 사직은 튼튼한
반석위에 다시 섰도다. 그러나 유독 대화당의 괴수 옥균은 몸을 타국에 숨기어 그
죄를 대죄치 아니하고 개전의 정이 없을 뿐더러 내외의 불순분자와 도당하여 재차
삼차 역모를 꾀함이 십여년에 이르렀도다. 이에 국민 상하가 분노하여 옥균을
규탄하였으나 물건너 땅에 꼭꼭 숨었으니 손이 미치지 못하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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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찌 하늘이 무심하랴. 의인 홍종우를 보내어 옥균을 말살하였도다. 이로서
악은 이땅에서 멸망하고 정의가 승리하였도다. 만백성은 거듭 들으라 이에 대역
부도죄인 옥균을 조선천지에 호수하여 만백성의 원한을 풀어주노니 의인 홍종우의
슬기로운 이야기와 역적 옥균의 불행한 이야기를 자손 만대에 전하라. 개국기원
오백삼년 삼월 의정부 개국기원 오백삼년 삼월 의정부
(전영퇴장 환상 홍종우, 김옥균등장)
[홍종우] 역사는 홍종우를 기록하여 비열한 암살자이며 음험한 반동주의자라
질타할 것이오 의로운 자의 피의 댓가로 권좌에 오르려던 의롭지 못한자의 으뜸이라
기록할 것이오 뜻있는 자는 <<그 이름을 입밖에 냄을 수치로 알며>> << >> 그 이름은
저주할 것이오 그런 이유로 해서 나는 악인이오. 악인은 언제나 악인이기를 사람들은
바라기 때문이오. 착한이는 언제나 착해야 하며 거목은 거목답게 쓰러져야 하는
것이오. 허나, 내가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나의 길을 같을것이오. 나는 악인이기를
원하오. 그러나 정의란 또 무엇이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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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신년이요. 아니 신앙이라고 하는것이 좀 더 현대적이고 장중한 표현이
되겠군. 그렇다면 그대의 정의만을 신앙이라 이르고 나의 신앙은 정의라 이르지
못할것이 무엇이오 착한것이 선이 되는것이 아니오 착한것이 악이 되는 놀라운
변화를 우리는 보아오지 않았오. 정의가 선악을 가름하는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오. 그러나 김공, 그대의 죽음이 순교임을 나는 믿고싶소. 정의의 소망임을 나는
믿고 싶소. 의로운 자는 죽음으로써 그의 정의를 실현하다 하던이다.
[김옥] 나는 빛을 보고자 했을 뿐이오. 깊은밤, 문득 잠을 깨어 몸도 마음도
수렁속에 빠져있음을 꺼닫고 그 진창과 어둠속에서 헤어나려고 애쓰고 있오. 나는
빛이 있음을 믿고있오.
[홍종우] 나역시 빛이 있음을 믿고있오. 그러나 그빛은 어디서 오며 그 빛을
발하는 물체는 무엇이오.
[김옥균] 나는 암흑세계에서 태어났으나 한번 눈을떠서 그 빛을 보메 그것이
구원의 빛임을 믿고 내가 보고자 하던것을 향해 나아갈 뿐이오.
[홍종우] 그렇다면 그대는 누구를 위해 개화를 꾀하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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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 나는 국왕과 더불어 그 빛을 보고자 원했오
[홍종우] 왕권은 개화를 거부하였오 전하는 왕실의 보존만을 원하였오 그런 이유로
그대는 민중속에서 그들의 거름이요 땅이요 씨앗이어야 하오 권력의 편에서서 하는
소리를 민중은 믿지 않소 그러기에 권력이란 믿음이 없는 나같은 자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오.
[김옥균] 국왕은 나에게 자유를 약속하시었오 나는 그 약속을 믿고 있오.
[홍종우] 무엇을 위해 자유를 원하시었오
[김옥균] 나와 피를 나눈 민족이요 자유가 행복을 줄것이라고 나는 믿소
[홍종우] 왕권의 비호를 받은 자유를 누가 받으려 한단 말이오 그대는 역사에도
인격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오 역사는 개인의 의지를 허용하지 않소 <<개인의 작은
의지가 또 다른 좀더 큰 의지를 형성하여 나아가서는 비장한 몰락이나 빛나는 죽음을
가져다 주는것이 아니오>> << >> 역사속에선 인간의 의지란 한낱 흔적에 지나지 않을
뿐이오 그러니 역사에 무슨 인격이 있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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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제1막
[장] (1장 경복궁)
(홍종우 등장)
[홍종우] 분명 꿈만같다. 이게 생시는 아냐 생시 일리가 없다. 여긴 틀림없는
대궐이 아닌가. 그런데 그 대궐안에 다름아닌 내가 거닐고 있다. 임금이 밟던 땅위에
내 못생긴 발바닥이 닿아 있다니 어디 그뿐인가. 이제 조금만 있으면 용안을
지척에서 우러러 볼수 있게 되지 않는가. 그러니 이게 꿈이 아니고 뭔가 헌데 제기랄
이거 사지가 와들와들 떨려와서 미치겠네. 이래가지고야 어디 제대로 쳐다볼것
같지도 않다 <<,허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떨것두 없다. 용안이라고 다를건 또
뭔가 사람 얼굴이야 다 그게 그거 아닌가 눈,코,귀,입,팔,다리 달릴건 달리구 뚫릴건
뚫렸을 뿐 나와 다를것두 없다. 특별히 다를게 있다면 그 머리위에 얹힌 모자.
그놈의 모자뿐이다. 내평생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무시무시한 모자는 써볼
재간이 없다만>> << >> 침착하자 홍종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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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독하게 먹고 임금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라 눈싸움에 이기는게 출세의
첫걸음이라더라. (김응식 등장)
[김응식] 이사람 뭘 그렇게 중얼대고 있나
[홍종우] 아야 깜짝이야 난 또 누구라고
<<[김응식] 모자가 어떻구 하던데 그게 무슨 소린가>> << >>
[홍종우] <<저런 내 목소리가 그렇게 컸나 이거 야단이군 또 들은 사람 없을까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불경죄로 잡혀가면 어떻하지 그건 그렇구>> << >> 제기랄
도대체 상감은 언제쯤 배알하게 되는건가 아침나절부터 이렇게 세워만 두긴가 벌써
해가 기울어 가고 있네
[김응식] 전하깨옵서는 아침 나절에 취침하셨다가 저녁 나절에 기침 하시네 그것두
몰랐나
[홍종우] 그럼 정사는 언제 돌보나
[김응식] 관리들 국록은 왜 먹이나 상감은 도장이나 찍으면 되는게야
[홍종우] 제기랄 그놈의 국록 더러워서 못먹겠다. 조선 십대 명문의 하나인
남양홍씨의 찌꺼기로 태어난 죄로 쭉 참는다만 홍씨가문중 우리 집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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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로 빠져서 내 선친대엔 고작 효창원봉사 자리 하나 얻어 걸렸네 명색이 좋아
효창원 봉사지 그게 막말로 능지기란 말일세 사람 해골이나 지키고 앉아서 꼴에
양반이랍시고 거들먹 대던 내 선친이 구역질 나서 족보고 호패고 다 팔아먹어
치웠네만 이것좀 보게 이 안경. 이놈만은 뱃가죽이 등가죽이 되도록 궁기가 들어도
팔지않고 십여년 고이 간직하고 있네. 내가 그나마 개쌍놈이 아니란 증거는 이것
뿐이란 말일세 언젠가 이놈을 내 이 넓쭉한 콧잔등에 척 걸치고선 내 활개치며 서울
장안을 누비고 다닐 참이네 그렇게 되면 물장수라고 날 얕잡아 보던 놈이나
쥐꼬리만한 세도 하나 가지고 날 업수이 여기던 자들이 후회막급이 돼서 내앞에서
살살대지 않겠나. 그땐 안면 몰수하고 사정없이 그런자들의 똥짱을 냅다 질러주겠네
[김응식] 이사람 흥분하지 말게 정말 누가 들을라
[홍종우] <<내 마누라만 해도 그렇지 그년이야 말로 죽일년이네 내가 청운의 뜻을
품고 왜놈땅으로 떠나면서 족보 판돈 오백냥 하고 집이랑 다 주고 떠났네 그런데
하필 붙어먹을 놈이 없어 그것두 다리 하나가 짧은 내 고종형허고 붙어 먹을게 뭔가
그것을 직사하게 바치는 년이라서 내가 오년씩이나 의지에 나가 있으니 환장할 만도
하다만 내참 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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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혀서 도대체 그런 족속들은 산다는게 쳐먹고 그짓하고 새끼나 내질르는게 일이란
말일세 그런 인간들이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자 모조리 엠병이나 걸려
싹 뒈져 버렸으면 속시원하겠네 미안하네>> << >> 하루종일 여깃 있다니 오만가지
쌍스런 잡념이 다 떠올라서 열통이 터질지경이야 허지만 오늘만 지나면 이 홍종우도
옛날의 홍종우가 아니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감의 마음에 쏙 들고 말테니까
[김응식] 자네 해대는 꼴이 아무래도 불안하군 자네가 하도 닥달질을 해서 민영소
대감에게 소개를 해주긴 해줬네만
[홍종우]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자네가 모시고 있는 민대감은 또 별건가
가랭이가 찢어지게 가난한 장호원의 양반 떨거지가 민시성 가졌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정승의 자리에 올랐네 임오군란이 일어나지만 않았어도 아니 중전마마가
어찌하여 그의 집까지 흘러가 피신처를 구하지만 않았어도 지금도 장호원에서
영양실조로 노리끼리 하게 말라 비틀어진 염소 수염이나 할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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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고 앉았을게 아닌가 그때 대위원 대감의 세력이 청군의 개입으로 꺾이지 않고 계속
되었다면 아마 그자는 돈 몇푼에 팔려 중전을 밀고 했을지도 모르는 일일세 모를일이
아니고 틀림없이 그랬을 거야 나라도 했을테니까 그러니 권세의 길이 일견 멀고 험해
보여도 다분히 팔자소관적인 면이 있단 말일세
[김응식] 자넨 출세를 위해서라면 성이라도 갈 셈인가
[홍종우] 가다마다 홍종우면 어떻고 민종우면 어떤가 장부가 한번 태어났으면
권세를 잡고 웅대한 포부를 전개하여야 할게 아닌가 능력도 없는 자들이 권좌에 올라
이래라 저래라 하는 꼴은 정말 못참겠네 벨이 꼬여서 밥알이 곤두서
[김응식] 그 벨 꼴리는 자가 저기 오고있네 전하앞에 나가거든 그 상소린 아예
그만두어
(김응식 퇴장)
(민영소 등장)
[민영소] 저놈은 우리집 종복 김응식이가 아닌가? 저놈이 무슨 수작을 부리던가?
[홍종우] 그럴리가 있겠읍니까? 그저 한가지 대감마님의 성격이 호방무비하는 믿고
따를만 하다 하였읍니다. 대감께서 아랫것들에 관대하시고 곤경에 빠진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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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구원하시니 신의로서 대감을 따르면 결코 이만을 취하고 버리지 아니할 것이라
하였읍니다.
[민영소] 전하께서는 지금 막 수라를 드시고 지밀로 나가셨네 가세.
[홍종우] 지밀이라니오?
[민영소] 이사람 정신 바짝차려 전하의 하문에 잘 생각해서 대답해야지 고지고식
말씀대로 해석하여 들으면 그대 신상에 이롭지 못할것이야 전하의 화술은
변화무쌍하여 그대같은 정치 초년생이 감당하기엔 힘들 것이야 그러나 지레짐작 겁은
먹지말게 전하께서는 오늘 자네에게 긴요한 부탁을 하나 하실 것인데 자네가 하기
따라서는 구름을 잡은듯 출세의 길이 열릴거란 말일세 <<다왔군>> << >> 이쪽으로
들어오게
(두사람 지밀로 들어선다)
[민영소] 전하께옵서는 지금 차를 드시고 계실게야 <<그런데>> << >> 전하께서는
외국의 진기한 풍물을 좋아하시니까 그대가 불란서에서 겪은 경험담 같은것을
불란서에서 격은 경험담 같은것을 재미있게 엮어 나가야 되네 파란만장 기상천외하게
말야 알겠나
(문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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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소] 전하께서 납시네
[홍종우]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다. 온갖 굴욕과 고통을 참아가며 오늘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 그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권좌로 가는 제발 냉정을
회복해 다오 나의 이성아 상감이 묻는 말에 고지 고식 대답해선 안된다구? 알겠다
무슨 소린지 줏대있게 대답하란 뜻이겠지 줏대있게
(문종이 또한번 울린다)
[민영] 이사람 무엇 하는게야 전하께서 납신다니까
(고종 등장)
[민영소] 용안 수려 하옵고 대경지극 하옵나이다. 오늘은 홍종우를
대령하였나이다.
[고종] 저자가 바로 그 허풍장이란 말이지 너의 허풍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중전의
귀에까지 들어 너를 만나 이르더라 이보게 저자를 위해 새로운 관청을 하나 만들게나
그리구 그 관청에다 말만 앞세우는 조선 천하의 입담가들을 모두 모아들여 그럼
세상이 한결 조용해 질테니 난 미사여구를 늘어 놓거나 말로서 그럴듯 하게 꾸며
상상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자들이 제일 질색이야 한때는 그런자들의 입담에
솔깃하여 국정의 개혁의 꾀하라 밀지를 내린적도 있었지 생각할수록 속은것이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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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일을 만들 뿐이야 입만 놀리는 자들을 짐은 좋아하지 않아 <<그건 경두
마찬가지야 그대를 적신들은 권모술수가 능하여 현상의 문제들은 곧잘 해결해
나가지만 뒤가 물러 나라꼴이 이모양이 되것두 그대들의 적당 주의가 빚어낸 결과란
말이지>> << >> 그런데 저자는 어째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느가? 저자의 허풍도
과장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짐의 허풍에 저자가 질려버린 것인가?
[민영소] 전하께서 하문하시지 않는가?
[고종] 저자를 탓하지 말라 내가 언제 말할 기회를 주었어야지 허지만 듣지 않아도
뻔한 일이야 <<각국 공사관의 외교에 능하다는 자들이 매일밤 나의 연회에 몰려들어
저마다 저의 나라의 진기한 풍물을 다투어 자랑하고 각종 오락을 소개하여 짐의
환심을 사려하지 않는가 얼마전에 배운 그 당구라는 놀음은 맘에 들더군 나처럼 울
안에 갇혀 사는 자들에겐 운동겸 심심파격이 돼서 난 그 놀음에 온통 정신을 뺨기고
있지>> << >> 그런데 자네말야 홍종우라고 했지? 일본을 거쳐 불란서까지 갖다
왔다니까 내가 하는 소린데 김옥균과 박영효는 지금 일본서 무얼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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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 역적 취급에 일본 정부도 골치를 앓고 있는것 같사옵나이다.
[고종] 저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군 그런데 그대의 첫인상은 별로 맘에 안들어 그
첫마디는 더욱 그렇구 그런식의 대답이야 누구는 못하겠는가 일본에 가서 뭘보고
돌아다녔기에 그따위 막연한 대답인가
[홍종우] 전하 <<소인이 어찌하여 전하의 높으신 뜻을 헤아리이까 소인은 성격이
원래 각박하여 밀을 부림을 농사로 삼지아니하나이다. 군자는 말로써 행하지
아니한다 하지 않사옵니이까>> << >> 소인이 비록 군자는 못되오나 어찌하여 말을
앞세워 전하를 기만하려 하겠나이까 전하께서는 저를 가리켜 허풍장이라
하시었사오나 영리하신 대군주 폐하께서 어찌 말로서 신하를 매도하려 하시나이까
전하께옵서 뜻을 내리시면 소인이 비록 불민하오나 분골쇄신 전하의 뜻을
받들것이오메 어리석은 자를 조롱하심은 군주의 도리가 아닌줄 아옵나이다.
[민영소] 어전이요 무엄하오
[고종] 저자의 말을 막지말라
[홍종우] 전하 작금의 국제성세를 살펴보건데 <<간섭이란 이후 조선의 종주국임을
자처하여온 청국의 세력이 노쇄하여 서양의 열강들이 북경성을 제집정원 거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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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하옵고 일본 조야에서는 다시금 정한론이 일고있다 하옵니다.>> << >> 일본의
국세는 새로 돋아나는 잎새와 같고 북경성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사옵나이다.
간악한 일본이 어찌 이와같은 종이 호랑이에 지나지 않는 청국을 두려워 하여 그들의
오랜 숙원인 조선침략의 야욕을 버리리이까 더욱이 일본에 망명한 역적 김옥균의
무리들이 일본 조야를 선동하여 조선 왕실의 무능을 비웃고 소수의 병력만 빌어주면
조선의 왕실을 정복해 보이겠다 장담한다 하옵니다. 전하 왕실이 보존되지 아니하고
어찌 이나라가 보존 되겠읍니까 전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왕권의 확립이옵니다.
왕권이 확립되지 아니하고 어찌 일본의 침략을 막으로리이까
[고종] 옥균이라면 이미 산송장 이거늘 그자가 무슨 일을 꾀하겠는가?
[홍종우] 전하 소인이 일본에 머무는 동안 들은바에 의하면 무도한 낭인배의
잡단인 현양사와 일본 정계의 거물 후쿠자와등이 결탁하여 김옥균을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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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의 선봉으로 삼으려 한다 하옵니다. <<옥균의 사람됨이 원래 좁고 사악하여 능히
그일을 자행할만 하옵니다. 더욱이 그자는 전하께서 저를 이용하여 일본의 세력을
조선에서 구축하고 헌신짝처럼 버렸다 하여 원한이 사뭇 크다 하옵니다.>> << >>
전하 옥균이 지은죄로 말하면 이미 죽어 마땅하거늘 전하께서 저를 버렸다 하여
원한으로 삼고 일본 정계를 움직여 전하의 땅과 백성을 매도하려하지 않사옵나이까
어찌 그를 가리켜 산송장이라 하시옵니까
[고종] 그렇다면 그대가 형가의 고사를 아는가? 왜 대답이 없는가? 너는 짐을 위해
분골쇄신의 각오가 서있다 하였지?
[홍종우] 그러하옵니다.
[고종] 그렇다면 그대가 짐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감이 어떠하냐? 나는 옥균에게
속은것이 분하다.
[홍종우] 저더러 암살자가 되라 하시옵나이까?
[문영] 말을 삼가시오 <<그대의>> <<고종-너의>> 말은 <<전하>> <<마치짐을>>를
암살자라 이르는듯 하구<<려>> <<나>>
[홍종우] 전하 망극하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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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소 고종에게 귓속말)
[홍종우] 제기랄 이거 내가 단단히 걸려들었구나 이놈의 주둥이가 웬수다.
어쩌자고 나오는대로 주워 삼켰단 말인가 그저 입에 단말만 골라서 아양이나 떨것을
<<[고종]>> <<[민영소]>> <<그대는 듣거라>> <<내말을 잘듣게>> 일이 성궁하면
통리교섭통상사 무아문의 독변지위를 얻게 될것이다.
[홍종우] 하오면 <<전하>> <<대감마님>> 뜻을 내리시옵소서
<<[고종]>> <<[민영소]>> 뜻이라 함은 무슨 뜻이<<냐>> <<가>> 이미 <<내>>
<< 전하의>>뜻을 <<말>> <<전>>했거늘 또 무슨뜻이 남았다 하는가
[홍종우] 전하의 칙서이옵니다.
<< [고종]>> <<[민영소]>> 의심도 많은자로다 네가 <<나>> <<전하>>를 믿지 못하니
<<내가>> <<전하께옵서>> 어찌 너를 믿겠느냐
[홍종우] <<전하 이나라 만백성과 산천초목에 이르기까지 전하의 것이 아닌것이
없사온데>> <<대감마님>> << >> 어찌 이와같은 중대한 일에 전하의 뜻이 없사오리까
전하의 칙서를 간청함은 전하를 믿지 못하여서가 아니라 대사를 당하여 위급에
처하였을때 전하의 칙서로 심지를 삼으려 하옵이옵니다.
<< [고종] 너는 나더러 암살자가 되라 하는가?
[홍종우] 전하 전하의 뜻이 어찌 사사로운 개인의 원한이라 하오니이까
[페이지] 021
[고종] 짐의 간교함은 마치 어린아이의 지혜와 같다>> << >>
<< [민영소]>> 내 생전에 너같이 질긴자는 보다 처음보는구나<<. 기다려보게>>
[홍종우] <<전하 통촉하시옵소서>> <<대감마님 살피시옵소서>>
<< [고종] 알았다 민공을 통하여 하회를 기다릴지어다>> << >>
(고종 퇴장)
<< [민영소] 자네의 그 호방한 기질엔 정말 탄복했네 전하께서도 내심 기뻐하고
계실게야 하회를 기다려 보게>> << >>
(민영소 퇴장)
[홍종우] 제기랄 임금이라고 오리발 내밀지 말란법이 어디있나 나를 음모에 옭아
넣은 그 수법만 봐도 알수 있거든 김옥균도 알고보면 그런식으로 당한게 아니냔 말야
지밀로 불러 거사하라 은근히 암시하고는 일이 여의치 못하니까 이제 와서 그자의
입을 영 막아버리겠다 그 속셈이지 그래놓고는 나더러 칙서도 없이 일본으로
건너가라고 다행히 일이 성공하면 적당히 포상하고 불행히 지운영의 꼴이나서 일이
발각되면 짐은 모르는 일이오 하고 시침을 딱데어 버리겠다 그말이지 흥 허지만 내가
어떤 놈인데 외무아문의 독변자리
[페이지] 022
시켜준다는 달콤한 말만 믿고 물러날까봐 훗날 무엇으로 그말을 증명할거야 약속의
말은 이미 이 지밀안 허공으로 사라졌거늘
[장] (2장 제물포)
(밤. 민영소, 홍종우)
[민영소] 황제 폐하의 칙서요 전하께옵서는 그대의 성공을 축복하여 주실것이요
부귀와 공명이 그대의 것이요
[홍종우] 대감 장부가 신념도 없이 어찌 대임을 맡겠읍니까 쾌념치 마십시오
[민영소] <<전하꼐서는 자운영의 신패를 들어 염려가 대단하셔>> << >> 김옥균은
음모가 뛰어난 자이니 그자의 술수에 걸려들지 않도록 동경에 가면 이일식이란 자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게야 그자는 사정에 밝은 자니까 잘 협력해서 일을 도모하도록
그리구 이일의 뒤에는 중전마마의 각별한 배려가 있음을 명심하도록 그럼 성공을
빌겠네 왕실의 위엄이 그대 한손에 달렸네 (민영소 퇴장)
[홍종우] 제기랄 왕실의 위엄이 내한손에 달렸다고 이손에 거 참 상스럽기도 한
말이로군
[페이지] 023
(김응식 등장)
[김응식] 뭐가 그렇게 우스운가? 난 자네 앞날이 불안하기만 하군
<<[홍종우] 우습지 않은가? 남대문 물장수 홍종우가 국왕의 칙서를 품에 넣다니
누가 상상이나 하겠나 더구나 국왕의 친필임에야
[김응식] 난 아무래도 자넬 민대감에게 팔아먹은 심정이야 어쩐지 호락호락 내
청을 들어주더니
[홍종우] 날 사지에 보내는 심경인가?
[김응식] 생각해 보게 자객을 풀어 김옥균을 쫓기 몇년인가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이야 성공한다해도 자넨 살아서 돌아오진 못해. 김옥균은 일본의 비호를 받는
인물이 아닌가 더군다나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아나 권분십년이래 민씨 세도가
이십년을 누렸네 그 기우러 가는 정권을 위해 목숨을 걸겠단 말인가?
[홍종우] 그래서 거는거야 능지기 아들 홍종우의 힘을 빌어야 할만큼 민씨 세도도
기우렀네 그러니 누군가가 그 민씨를 딛고 올라설게 아닌가 나더러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라구 난 못해 배가 아파서도 못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니까
[페이지] 024
그러나 어차피 개구녁 인생이라면 그까짓 목숨쯤 내버려 아까울게 뭐가 있겠나 난
걸겠어 난 권력을 원하니까 기꺼이 칼날이라도 쥐겠어
[김응식] 김옥균은 일국의 대권을 쥐었던 인물이네 바보가 아닐세
[홍종우] 고작 삼일천하가 아닌가 천하의 웃음거리지 물론 그자는 바보는 아냐
허지만 여보게 갑신정변이 왜놈공사 다게조오의 배신으로 허무하게 수포로 돌아가고
끝까지 어가를 다르던 홍영식이하 십일인이 북묘에서 청군의 칼아래 밤이슬이
되었을때 김옥균은 어디에 있었나 왜놈 공사 다게조오를 따라 일본으로 도망치고
있었네 맨사이 마루의 선복에 배를 깔고 엎디어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네 저기
새끼처럼 말야 살아남는다는것도 중요한 일이겠지 때로는 살아남는것이 죽는일 보다
어려운때도 있으니까 허지만 죽은 자만이 패배란 것일까 정작 살아 남아야 할것은
그들의 영혼이 아니었을까>> << >>
<< [홍종우] 여보게 응식이. 옥균이 날 기다리고 있네>> 그는
[페이지] 025
<< 이미 갑신년에>> 죽었어야 할 목숨이네 <<남은것은 치욕 뿐이야>> <<정작
살아남았어야할것은 그의 영혼이네>> 난 그에게 죽을 자리를 찾아 주겠네 <<말하자면
우린 상부상조하는 격이지>> << >> 내가 그의 목숨을 노리듯 그자역시 날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거네 <<이런 제기랄 내가 문자께나 쓰는군 허지만 무슨 상관인가
인격이 문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자가 인격을 만드는 세상이 아닌가 이리
와보게 자 들어봐 무슨 소리가 들리나 바다가 일럴이는 소리라네 내가 언젠가
자네에게 말했듯 그 여인이 내 핏줄속에서 저렇게 일렁이고 있네 고귀하였으나
비참하였던 여인이 저렇게 한이 맺혀 울고있는 거라네 여보게 저 소리를 기억해
두게나 행여 내가 살아서 돌아도지 못하면 저 소리를 내 음성이라 생각하게 그렇게
나마 날 추모해 주어
[김응식] 공연히 이러지 말게 눈물이 나네 허지만 내가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걸
이해해 주게
[홍종우] 자네 우정이 정말 날 울리네 그려 허지만 날 남대문 물장수 홍종우로만
생각진 말아주게 난 포부를 가지고 떠나는 거라네 내나이 수믈 아홉이 아닌가 자
이제 신세타령은 그만하세 마음이 약해질라 비수 한 자루에 운명을 건 암살자 답게
뱀처럼 지혜롭고 뱀처럼 비열하게
[페이지] 026
[김응식] 난 아무래두 자네가 가는길이 불안하기만 하이
[홍종우] 길이라구? 내가 가는 길 말인가? 그 길 얘기라면 난 자네에게 분명히
말해줄수 있네 자넨 그런 길을 걸어본 적이 없을테니까>> << >> 순백의 마로니에
꽃잎이 <<암살자의 길이란 언제나 어둡고 음산한게 아닌가 허지만 여보게 내가
가고자하는 길은 암살자의 길이 아닐세 그길 얘기라면 난 분명히 말할수 있네.
일본을거쳐 파리에 유학 갔을때였네 내가 일하고 있던 루불박물관에 가는 길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따라 끝없이 깔려 있었네 나는 눈이 부시고 황홀한 기분이
돼서 요술에 걸린듯 그 길을 따라 걷곤 했었지 그런데 그길이 끝나는 곳에 천주교의
성당이 하나 있었다네 난 그 성당 계단에 앉아서 내가 밟고 걸어온 마로니에 꽃잎을
바라보며 즐거운 상념에 잠기곤 했었네 난 그길을 프랑스의 자유라 이름이었다네
<<자 그만 이별함세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모두 잊어주어 개구장이 어린 시절
우리들의 우정만을 남겨두고 떠나고 싶네 하지만 여보게 언젠가는 자네하고 나하고도
그길을 같이 걸어갈수 있는 날이 오겠지 잘있게.>> << >>
[페이지] 가-001,, 0A0010
[막] 제2막
[장] (1장 교)
(밤.이일식 등장)
[이일] <<저런 개 자식>> <<홍종우>>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야 어떨떠
상스럽고 치사하고 냉혹하기가 이를데없다가도 어떨떠 한없이 점잖은 말만 골라서
늘어 놓는단 말야 <<허지만 그따위 변덕이나 두 계집을 한꺼번에 데리고노는거나
다를게 뭔가 난 이랬다 저랬다 하는 녀석은 딱 질색인데 하필 저런놈을 골라서
보내줄게 뭐라 민영소도 미쳤지 저런자의 어딜보고 글쎄 의리라곤 털끝만큼도 없어서
저한테 이롭다 싶으면 동업자인 나라도 덮칠놈이라니까 개자식 백정이면 백정답게
놀아야지 그깟 사람하나 죽이는데 무슨이유가 그렇게 많아 어디 그뿐인가>> << >>
벌써 며칠쩌 그자의 집주위만 빙빙돌고 있으니 난 저따위 복잡한놈은 딱 질색이야
그렇구말구 복잡해서 이로울건 하나도 없지 개자식 이제야 오는군 (홍종우 등장)
[이일] 대체 어떡할 작정인가? 저번 그자를 방문했을때
[페이지] 가-002,, 0A0020
해치웠으면 좋았을걸 <<그자가 눈치나 안챘나 모르겠어 물실호 가라고 그런기회가 또
쉽게 올것 같은가>> << >> 나라면 그때 해 치웠어 백정두 소를잡을땐 한번이상
얼굴을 보지않는법이야 그런데 하물며 사람을 잡는 판국에 얼굴을보고 또 보고
하게되면 자네마음도 약해질 뿐더러 그 자로서도 못 견딜일이란 말야 시간을 끌어
이로울게 하나두없어 생각난김에 단숨에 때려잡아야지
[홍종] 그래 당신은 어느 쪽이요? 단숨에 때려잡는 쪽이요 그반대요?
[이일] 난 이바닥에 얼굴이 팔린사람이야
[홍종] 어련하시겠오 아이고 다리야 좀 앉아서 쉬어야겠다
[이일] 대체 지금까지 어디서 얼정대다 오는길인가?
[홍종] 너무 사람이 많이 드나든단말야 좀처럼 기회가 안나
[이일] 뭐라구
[홍종] 서뿔리 일을 저질렀단 한발도 떼기전에 내가 먼저 당할판이거든 게다가
손님이 듬한 저녁 나절엔 그놈의 안마쟁이 도무지 틈이 나야 말이지
<<[이일] 개 자식 날 무시하는군
[홍종] 뭐라구요? 영감 지금 뭐라고 그랬지?
[이일] 아무것두 아냐 나 혼자 중얼댔을 뿐이지 개 자식>> << >>
[이일] 그러게 내 하는말 아닌가 그때 해치웠어야 하는건데
[홍종] 여보 영감. 일엔 때가있는법. 그렇게 쩔쩔매매 초조해 하지말고
[페이지] 가-003,, 0A0030
<< 귀도 밝다
[홍종] 저따위 영감쟁이를 보내 도대체 무슨일을 꾸미려구 민씨네 대가리도
알만하다 그러니 삼년이 넘도록 김옥균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그자가
헛기침만해도 질겁을 해서 내빼는 형편이 아닌가 포복할 노릇이다 정말 포복할
노릇잉야 저런 영감쟁이와함께 일을 하느니 차라리 영리한 강아지새끼를 한마리
기르는게 훨씬수월하겠다
[이일] 아니 가만히 들어보니 그건 날 욕하는 소리가 아닌가
[홍종] 아무것도 아니오 나혼자 중얼댔을 뿐이지
[이일] 뭐라구
[홍종] 개자식 귀도밝다
[이일] 저런 개 자식 정말 날 놀리는군 이것봐
[홍종] 왜요
[이일] 나보다 젊고 힘께나 쓴다고 큰소리 땅땅 치는데
[홍종] 나보다 나이좀 더 먹었다고 재시는 모양인데 영감님 그러지말고 우리
화해합시다. 심심 파적으로 한번 그래봤오
[이일] 내가 어째서 영감쟁이냐 이제 겨우 마흔 하난대
[홍종] 그말에 기분이 상하셨으면 내가 사과하리다 그런 의미로 우리 여기 앉아서
얘기나 합시다
[페이지] 가-004,, 0A0040
[이일] 싫네 앓느니 죽지 자네같은 자하곤 싫어
[홍종] 그러지말고 여기앉아서 나처럼 이렇게 손으로 턱을 괴고 옳지 잘됐어 바로
그거요 그러고>> << >> 우리 얘기나 합시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우리같은 신세라고 정서가 없으란 법두없지 아무튼 인간임엔 틀림없으니까 사람이란
가끔 정서적이될 필요가 있는 게요 여보 영감 내가 남대문에서 물장수하던 때 얘기요
우리집 이웃에 한젊은 과부가 살고있었다오
[이일] <<개자식>> << >> 또 음담패설을 시작하는군
[홍종] 그여인은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그어느 여인보다 아름다운 여자였오
아름다울 뿐더러 어딘가 기품이 있어 보였고 나같은 자로선 감히 범할수없는 위엄을
지닌 여인이었오
[이일] <<개 자식 수작하네>> <<아이구 모르겠다>>
[홍종] 그런데 그여인의 조용한 눈은 언제나 슬픔으로 가득차 있었던것이오
<<그여인의 눈을 대할때 마다 웬일인지 공포에 쌓이곤 하였오 난 그여인이 두려웠오
난 그여인을 사모하였으나 한편 죽도록 저주하였오>> << >> 임오군란이 일어나고
얼마후였오 빈무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페이지] 가-005,, 0A0050
그여인의 쓰러져가는 움막집 앞에 눈부시게 화사한 사인교가 하나 날아갈듯이 놓여
있었오 내가 영문을 몰라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만 있자니 느닷없이 포졸의 육모가
지독한 욕설과함께 내 등어리를 내려쳤던 것이오 영감 그 여인이 누구였는지
아시겠오 그여인이 바로 지엄하신상감의 총애를 받던 장빈 바로 그여인이었구려
지존과 살을 맞댄 여인 내가 그런 고귀한 여인을 사모하였다니 두고두고
웃음꺼리가아니겠오 그런데 영감 이 무슨 무자비한 운명이요 두달이 채못되어
장호원에 피신하였던 중전이 환궁하여 장빈을 옥에 가두고 말았오 그리곤 어느날
햇볕 따뜻하게 내려 쪼이는 건청궁 마당에 끌어내어 태를 친 다음 소나무에 매어달고
모진 수모를 가한후 그것도 모자라서 사타구니를 찢어죽이고 말았구려 세상에
이럴수가 그 고귀한 여인이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가야하다니 그후부터 나에겐 이상한
버릇이 생겼오 내 혈관속에 그여인과 같은 고귀한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상상하는것이오 그여인의 몸에 임금의 피가 흘렀던 것처럼 내 혈관속에서 그여인이
살아있는것이오 <<영감 이게 내 얘기의 전부요 하품이 나온다구 그럴테지 영감과
나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있는 자니까>> << >>
[페이지] 가-006,, 0A0060
[이일] 그런데 이게 무슨소리지 아까부터 희미하게 들려오더니 점점 꺼지는군 누가
이쪽으로 오고있군
[홍종] 영감 바로 그자요
[이일] 누구?
[홍종] 내가 기다리고 있던 자말요
[이일] 그럼 그자가 이거 큰일났군 어디 몸을 숨길데가 응 여기가 좋겠군
다리밑이라 냄새가 고약하긴 하지만 뭘 꾸물대고 있나 여기 숨었다 기회를 봐서
[홍종] 쉿 그자가 가까이 왔오
[이일] 어이쿠 큰일났군
(이일식 퇴장)
(맹인 등장)
(홍종우 지팡이를 잡아당긴다)
[맹인] 누구요?
[홍종] 사람이요
[맹인] 이걸 놓으시오 장님을 놀리면 천벌을 받소
[홍종] 이미 천벌을 받아죽은자요
[맹인] 대체 뉘신데 장님을 희롱하는게요
[홍종] 아직두 날 모르겠나
[맹인] 글쎄
[페이지] 가-007,, 0A0070
[홍종] 며칠전에 내다리를 주물러주고선
[맹인] 아 이와다씨의 소식을 물으시던 조선양반이 아니오 눈은 어두워도 귀는
밝아서 그독특한 목소리를 등르니 생각나는 군요 그후에 이와다씨와 만나셨다고요
[홍종] 덕분에
[맹인] 당신 칭찬이 대단하시드군요
[홍종] 그럴리가
[맹인] 사실입니다 불란서에 유학하셨다고요
[홍종] 한 이년 가있었지 루불박물관에서 동양미술부 고문으로 일하다 시시해져서
귀국해버렸지만 그래 이와다씨가나를 칭찬하셨다니 믿어지지않는 얘긴데
[맹인] 그분의 성품이 원래 관대하시고 지상하셔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선생님께선
당신의 솔직한 태도가 맘에 드신다고 말씀하시드군요
[홍종] 저런 그저 하시는 소리겠지만 칭찬을 들으니 기쁘군 그런데 이와다씨의
댁에는 매일 들르나?
[맹인] 이젠 습관이 되셨죠 당신의 안마는 마약같아서 하루라도 당신이 안오면
좀이 쑤실 지경이야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소리내어 웃으셨죠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와다씨가 조선정계의 거물 김옥균선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저역시 그분의 안마를
[페이지] 가-008,, 0A0080
해드리는것이 자랑이 되어 있읍니다 그러니 하루도 빠질수없죠 제가 하루만 못가도
안절부절 하시니까요
<<[홍종] 이건 좋은 소식이군 그자의 습관을 이용하도록 해보자
[맹인] 뭐라구요
[홍종] 아닐세 그저 중얼댔을뿐>> << >>
[맹인] 그런데 당신말고 누가 또 있읍니까
[홍종] 아닌데 누가?
[맹인] 아까부터 숨소리가 누군가 다리밑에서
(이일식 등장)
[이일] 아이구 이냄새 더 이상못참겠다
[맹인] 누구요?
[홍종] 나라니까
[맹인] 아니 당신말고 목소리가 꼭 수채구녕터지는 소리 같았는데
[이일] <<저런 개 자식>> <<눈먼 병신하고 무슨수작이야>> 난 저 자가 김옥균인줄
알았지 뭔가
[맹인] 나더러 <<개자식이>> << >>라하는 <<거요>> <<소리요>>?
[홍종] 자네가 잘못들었네 빨리 숨어있지 못해 개 자식
(이일식 퇴장)
[홍종] 미안하네 내가 데리고 다니는 종복인데 입이 걸어서 내가 바래다주지
가는길이니까
[페이지] 가-009,, 0A0090
(홍종우, 맹인 퇴장)
(이일식 등장)
[이일] 휴 살았다 그놈의 냄새 그런데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지는군 홍가녀석 날
골려줄속셈으로 계획적으로 이런 비수를 바로잡기 수십번두 더했지 그런데 눈먼
병신이라니 홍가녀석 어디 두고보자 (홍종우 등장)
[홍종] 두고보자는놈 무섭지 않더라
[이일] 꼭 때맞춰서 나타날게 뭐람 <<어딜갔다 오는 길인가>> << >>
[홍종] 난 그자의 눈을 보진 않았어 그자역시 날 보진 않았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장님이니까
[이일] 뭐라구 너 해치웠구나
[홍종] 생각난 김에 단숨에 때려잡았지 영감의 충고대로
[이일] <<이런 개 자식>> << >> 불상한 장님을 죽이다니
[홍종] 내가 죽인게아냐 영감이 죽인거 지 그 안마쟁이 말마따나 눈은 어두워도
귀는 밝거든 영감이 쓸데 없는말을 지꺼려댔어
[이일] 내가 언제?
[홍종] 김옥균이를 죽이러온 자객이라고 영감이 실토했지
[이일] 내가? 내가언제나 통 기억이 없는데 내가 그랬나 내가?
[페이지] 가-010,, 0A0100
[장] (제2장 목모가)
(김옥균, 화전)
[화전] 차를 가져왔읍니다 선생님 시사량시의 소설을 읽고 계십니까? <<10권째
저도 읽어보았읍니다>> << >> 시사량씨의 소설은 재미는 있지만 편견이 지나칩니다
갑신정변이나 선생님을 묘사한 부분이 특히 그랬읍니다 그런 일본식이죠 <<일본의
정객은 그 기질이 어쩐지 가식이많아 보이고 몰인정하지 않습니까 선생님처럼
소탈하시거나 인정이 넘치지는 않습니다>> << >> 더욱이 선생님이 일본의 조정을
받은것처럼 꾸며놓은 것은 화가나서 못견디겠어요 선생님을 가까이서 모셔본
사람이라면 그런소린 못할겁니다
[김옥] 와다 - 그건 네가 잘못이다 일본인은 일본식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시사량씨가 나를 어떻게 묘사하든 그건 그분의 자유가 아니겠느니>> << >>
[화전] 전 물론 선생님이 그런 결점투성이의 소설을 읽고 계시는 이유를 알고는
있읍니다 후쿠자와 선생은 선생님께서 분명 향수병에 걸리신 모양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페이지] 가-011,, 0A0110
<< [김옥] 그것두 너의 잘못이다 근자에 고향집이나 자결한 누이의 꿈을 자주꾸기는
한다만 그보다 나를 인정이 많다 이르는 너의 말이 날 부끄럽게 하는구나
[화전] 그건 무슨 까닭입니까
[김옥] 내가 혁명가로 자치하는터 인정이 많은 혁명가를 어디다 쓰겠는가 실은
시상량씨의 편견은 그점에 있었다
[화전] 그말씀은 뭔지 일본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역사는 엔격이라고
가르치셨읍니다 인격이없는 역사는 부질없는 피를 부를 뿐이다하셨읍니다>> << >>
[김옥] 그놈 오늘따라 수다구나 그러하고 나가서 시마무라씨가 지나가나 보아라
[화전] 안마사 말입니까 오늘은 오지않을 모양입니다
[김옥] 어제도 안오지 않었느냐
[화전] 그러구보니 그렇습니다 병이라도 난 모양이죠
[김옥] 그 사람에게 몸을 내맡기고 잡담을 나누는게 여간 즐겁지 않았는데
오늘밤은 너의 고향 오가사와라의 겨울처럼 길고 암담하구나 여기서 너를 만나
다행이었다 나는 천성이 사교를 좋아하여 고적한것은 견디지 못한다 너의 고향은
바람도 몹시 불더니만
[페이지] 가-012,, 0A0120
[화전] 제 고향 말씀을 하시니까 생각납니다만 그 조선분은 정말 두렵습니다.
<< 무엇때문에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지 전 집이 무너지지 않나 걱정이 있어요 그도
오백작이 말씀하시던 조선인 자객이 꼭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읍니다
[김옥] 네가 그분의 얘기를 엿들었는가
[화전] 죄송합니다 고의로 그런것은 아니예요 후쿠자와 선생이 고도오 백작의
목소리는 신바시역의 화통기차를 닮았다고 놀려대지 않습니까 두손으로 귀를 막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는데도 고도오백작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전 괴로웠어요
그런데>> << >> 그 조선사람의 목소리는 제 고향 오가사와라의 태풍을 연상시켰어요
그 웃음소리는 정말 무시무시하드군
[김옥] 천성이 착한 사람은 목소리가 큰법이다 목소리가 크면 생각도
단순해지는법이다 조용조용 말하는 사람이 위험한 법이야
[화전] 그럼 후쿠자와 선생님이나 선생님이 제일 위험한
[페이지] 가-013,, 0A00130
인물입니까
[김옥] 그놈 제법 정곡을 찌르는구나
(문종이 울린다)
[김옥] 나가봐라 안마사가 왔나보다
[화전] 그런가봅니다
(화전 퇴장)
(밖에서)
[홍종] 선생님께선 안에 계신가?
[화전] 난 또 누구시라고 지금 외출중이신데요
[홍종] 그래? 이거 낭패로군
[화전] 무슨일입니까 이렇게 늦게
[홍종] 갑자기 귀국하게 되어 인사를 드리러 왔는데 이거 섭섭하게되었군
[화전] 그러게 말입니다 내일 다시 오십시오
[김옥] 와다야 손님더러 들어오시라 일러라
[홍종] 저건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닌가 장난이 심했다 난 진담으로 알어 들었지
뭔가?
(화전, 홍종우 등장)
[홍종] 전 와다소년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실망이 여간 크지않었읍니다
[김옥] 갑자기 귀국하게 되었다니 무슨말이오
[페이지] 가-014,, 0A0140
[홍종] 일이 그렇게 되었읍니다 그래서 혹시 선생님께서 본국에 전하실 말씀이라도
있을가해서
[김옥] 죄인이 되어 쫓기는 몸이 무슨 연락할 일이 있겠오
[홍종] 이거 실례했읍니다 선생님을 심란하게해 드렸군요 전 오랜만에 귀국하게
되어 마음이 들떠서 그 생각을 깜박 잊고 있었군요 미안합니다 제 실수였읍니다
[김옥] 호의로 그런것을 가지고 너무 미안해 하면 내가 민망하외다
[홍종] 실수를 호의로 알아주시니 감격할 뿐입니다 귀국해서 우연히라도 선생님의
가족을 만나면 건강하신 모습을 전해드리겠읍니다
[김옥] 가문이 나로 하여 폐문이되었거늘 말을 전할 곳인들 남아있겠오 공연히
폐나 끼쳐드리지
[홍종] 이거 몸 둘바를 모르겠읍니다 경솔한 제 성격이 실수만을 부르는군요 입을
닥치고 있겠읍니다
[김옥] 와다야 뭘 보고만 섯느냐 차라두 끓이지 않구
[화전] 시간이 너무 늦어서 손님이 곧 돌아가실줄 알았읍니다
[김옥] 손님앞에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홍종] 그애를 탓하지 마십시오 그러지 않아도 인사만 드리고 곧 돌아갈
예정이었읍니다 귀국 준비로
[페이지] 가-015,, 0A0150
할게있고 해서
[김옥] 무슨 말씀을 이쪽으로 앉으시오 와다야 너는 나가보아라
[화전] 네
[홍종] 차는- 그만두고 그건 어쩐지 일본식 냄새가나서
<<[김옥] 일본식이라고요 오늘은 그말을 자주 듣는군
[홍종] 저말고 누가 또 그런 소릴 했읍니까
[화전] 접니다 그리구 제발좀 조용 조용히 말씀해 주십시오 집안사람이 모두
깨겠읍니다>> << >>
[김옥] 와다야 (화전 퇴장)
[김옥] 어린아이의 무례를 용서하시오 친자식같이 귀여워 하는 아이라서
[홍종] 아닙니다 곧 돌아가겠읍니다
[김옥] 별 말씀을 그러지 않아도 당신이 들려준재미난 얘기들을 생각하며 혼자서
웃고 있던 참이오 오늘밤은 유난히 심난하여서 말벗이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마침 잘
오셨오
[홍종] 일전에 너무 수다를 떨어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해드렸을까 내 내
걱정이이었읍니다 다행입니다
[김옥] 기분을 상하다니 당신의 얘기는 퍽 인상 깊었오
[페이지] 가-016,, 0A0160
마르세이유의 커다란 말 얘기는 정말 우습드군 그리고 포도주 그건 진짜
프랑스산이든걸 아직 반쯤 남았는데 오늘밤엔 그걸 마져 비우면서 정담이나 나눕시다
[홍종] 절 얘기꾼이라고 오핸 마십시오 밑천이 거의 바닥이 났읍니다 그보다
선생님의 고견이나 듣고 싶습니다 사실 말이지 선생님같은 거물과 사귀었다는것이
여간 자랑스럽지 않습니다 귀국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화젯거리가 되겠읍니다
[김옥] 날 화젯거리로 삼아 무슨 이득이 있겠오 공연한 오해를 사서 신상에
해롭기나 할일이지
[홍종] 그건 선생님께서 제 진심을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갑신의 장거대
제나이 열하옵이었읍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왜 민중을 궐기시키지 않었는가
원망했었읍니다 아니할말로 다게조오같은 유약한 자만을 믿고 거사하신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었읍니다 왜놈들은 믿을수 없읍니다 일본에 망명하신 선생님을
오가사하라 나혹까이도로 추방한자들이 아닙니까 본국에서는 선생님이 일본이 몸을
피하시어 저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들
[페이지] 가-017,, 0A0170
오해해서 민씨일파가 선생님을 일본의 앞잽이라고 몰아부치고 있지않습니까 통탄할
일입니다.
[김옥] 정치얘기는 그만합시다 다리가 쑤셔오는군 날씨가 추워오면 더 심해
진다니까
[홍종] 안마사를 부르시지 않구
[김옥] 글쎄 말이오 시마무라씨가 늘 들르곤 했는데 오늘은 안오는군
[홍종] 아 그장님 안마사 말입니까
[김옥] 그러구 보니 당신도 아는사람이군
[홍종] 친절한 일본인이었죠 선생님의 안마를 맏고 있는걸 자랑하더니
[김옥] 그건 무슨 뜻이오 불길하게 들리는군
[홍종] 그럼 모르고 계셨읍니까
[김옥] 무슨일을 그사람신변에 부행한 일이 생겼오
[홍종] 아닙니다 내가 이거 또 공연한 말을꺼 냈군 좋은 소식도 아닌데
[김옥] 그러지 않아도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었오 하루도 걸르지않고 들러 주었는데
어제 오늘 보이지 않길래 말이오
[홍종] 선생께서 궁금해 하시니 말씀드리긴 하겠읍니다만 정말 난 너무 앞뒤
생각없이 말을 꺼낸다니까 저도
[페이지] 가-018,, 0A0180
오늘이야 알았읍니다만 그 시마무라씨가 우에노 공원 가까운 다리부근에서
타살된시체로 발견되었다는겁니다
[김옥] 그 사람이? 그런 불행한 사람을 누가?
[홍종] 모르긴해도 강도의 짓이겠죠 돈이 많은 장님이었으니까요
[김옥] 저런 불행이 겹쳤군
[홍종] 어쩌면 또 다른 불순한 동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읍니다만 그 얘긴
그만물어주십시오 일본 경시청 발표에 의하면 시마무라씨는 개천에 버려져 있었는데
차마 눈 뜨고는 볼수 없을정도로 전신이 난자당해 있었다 합니다 강도의 소행이라면
그 까짓 장님을 죽이는데 그렇게까지 할필요가 있었겠읍니다 전 그 기사를 읽고
어떻게나 끔찍하던지 선생님이 걱정될 지경이었읍니다. <<매일 밤 선생님의 안마를
하던 사람이 그지경을 당했으니 심정이 사나워 지실것 같에서 그런데 모르고
계셨다니 다행이었읍니다.>> << >>
[김옥] 허망한 일이군 그 착한 사람이 <<그런데 난 신문에서 보지 못했는걸 어느
신문이오?>> << >>
[페이지] 가-019,, 0A0190
<< [홍종] 아사히던가요?
[김옥] 그건 나도 읽고 있오
[홍종] 그럼 요미우리던가요 아무튼 확실친 않은데 사회면이 구석자리에 조그맣게
난것이라서 그얘긴 제발 못들으신것으로 해주십시오>> << >> 자상한 선생님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리다니 실수가 실수를 더 부르기 전에 그만돌아가 보겠읍니다
[김옥] 미안하오 내가 너무 놀랜 형용을 하였나 보오
[홍종] 그건 그렇습니다 선생님이야 응지를 품으시고 개화의 큰 사업을 벌이신
분이 아닙니까 이렇게 심기가 허약해 지신모습을 뵈니 눈물이 납니다
[김옥] 당신의 그말이 비수처럼 내 가슴을 지르는군
[홍종] 용서하십시오 이제 그만돌아가겠읍니다
[김옥] 벌서 가시겠오 기분이 안 좋아서 미안하오 다시 만납시다
[홍종] 몸 조심하십시오 이런 내 정신보게 석별의 섭섭함을 이것으로 나마
표현하고 싶었는데 받아주십시오 대단한것은 아니나 제품을 한번도 떠난적이 없던
귀한 것입니다
[김옥] 무엇이요
[홍종] 운현궁 저하의 진영입니다
[김옥] 뭐라구
[페이지] 가-020,, 0A0200
[홍종] 평생 흠모하여 모시는 분의 진영입니다. 비록 지금은 중전의 독수에
걸리시어 큰 뜻을 잃으시고 운현궁에 유폐되신 몸이오나
[김옥] 그대에게 그렇게 귀한 물건을 무슨 뜻으로 날 주려하시오
[홍종] 별다른 뜻이야 있겠읍니까 제게 있는 귀한 물건이라곤 이것뿐이어서
[김옥] 내가 운현궁과 밀통하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믿고 이러는것이 아니오
[홍종] 그럴리가 있읍니까 전 원래 정치완 무관한 사람입니다
[김옥] 그렇다면 받아주겠오
[홍종] 고맙습니다
[김옥] 귀한 물건을 받았으니 무엇으로 답례를 하면 좋겠오?
[홍종] 그럴 필요까지야 있읍니까 받아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김옥] 그거야 예의가 아니지
[홍종] 정 그러시다면 선생의 친필을 하나 얻었으면 합니다 기념삼아
간직하겠읍니다
[김옥] 졸필을 얻어 무엇하겠오
[홍종] 무슨 말씀을 선생님의 명문이야 세상이다 아는 사실
[페이지] 가-021,, 0A0210
가보로 전하여 오늘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김옥] 지금의 나의 신세가 날개를 잃은 새와 같아서 그대의 지나친 찬사가
민망하군 더 거절하여 수모를 당하느니 청을 들어주어 면함이 현명한 노릇이겠군
그럽시다
[홍종] 잘도 걸려드는군 너의 간사한 혓바닥에는 나도 새삼 탄복하였다 저자는
나를 추호도 의심치않고 등을 돌리고 붓을들었구나 제발 명문을 남겨다오 너를 죽여
금의환향한후 너의 어리석음을 사람들에게 보이어 자랑하겠다. 자 기쁨은 나중에
쪼개어 두고두고 맛보기로 하고 영감의 충고대로 단숨에 때려잡자 그런데 총을
사용해선 안되겠군 와다라는 쪽바리새기가 밖에서 지키고 있지않은가 놈은 어려도
독기가 있어 보였다 옳지 비수를 사용하자 단숨에 저자의 등을 꿰뚫어 버리자 소리도
없이 자-
[김옥] 가까이 오지 마시오 다 쓰고난후 보시오 모처럼 붓을 드니 시상이 잘
떠오르질않는군
[홍종] 휴 놀랬다 난 저자가 등에도 눈을 달고있는줄 알았다 장익덕이 눈을 뜨고
있어 암살자가 놀래어 주저하였다
[페이지] 가-022,, 0A0220
하더니 그런데 왜 갑자기 떨려올까 저자의 음성이 하도 천진하여 마음이 쓰이는 구나
이래선 안되지 치우자 <<아니 이건 너무 비겁하다 등을 찔러 그를 죽였다하면
사람들이 뭐라하겠는가 날 비겁자라고 비웃을 것이 아닌가 그렇지 저를 불러 나를
돌아보는 순간에 찌르면 되지 않겠는가 과연 너는 흉악하구나
[김옥] 다 되어가오
[홍종] 그런데 김공>> << >>
[김옥]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오 한련이 남았을 뿐이요
<<[홍종] 김공 날 좀 보시오>> << >>
(문종이 울린다)
<< [김옥] 왜 그러시오>> << >>
[홍종] 누가 왔나봅니다
(문종이 울린다)
[김옥] 누굴가 이밤중에
<<[홍종] 하마터면 큰일날뻔했다 방문자가 조금만 늦었어도 일을 저지른 다음이
될번했구나 하늘이 악인을 돕는다는 말이 틀린말이 아니었구나>> << >>
(밖에서)
[두산] 급한일이라고 여쭈어라
[페이지] 가-023,, 0A0230
[화전] 지금 손님이 와계십니다
[김옥] 누구요?
[두산] 접니다 현양사의 도오야마올시다 후쿠자와 선생과 급한일로 방문하였읍니다
[김옥]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어떡하시겠오 나의 충실한 후원자들이 왔구려
만나봐도 해로울 사람들이 아니니 그대로 계시구려
[홍종] 아닙니다 이렇게 늦게 방문함은 중대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겠읍니까
[김옥] 그럼 어떡한다 저 글을 맺지 못하였는데
[홍종] 그럼 이렇게 하죠 지금 나가기도 뭐하니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겠읍니다
[김옥] 편리한대로 하시구려
[복택] 김공 뭘하고 있나? 우릴 얼려죽일 셈인가?
[김옥] 곧 나가겠오 그럼 조금만 기다려 주시오 별일은 아닐것이요 (김옥균 퇴장)
[홍종] 별일이 아니라고 아무래도 수상하다 아가 내가 비수를 꺼내었을때도 저자는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뗀것이 아닐까 <<맞어 그려놓곤 짐짓 나를 안심시켜
저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린것이다 흉악한놈
[페이지] 가-024,, 0A0240
내가 속을줄 알고 하마터면 꼼짝없이 당할뻔했는걸 그나저나 어떡한다>> << >> 여길
<<무슨수로 빠져나간다>> << >> 아이구 저놈들이 이리로 들어오는군
(홍종우 퇴장)
(김옥균, 복택, 두산만 등장)
[김옥] 후쿠자와선생 당신은 가끔 엉뚱한짓을 해서 날 놀래주는군 또 저번처럼
한잔 생각이 간절해서 이 흉물을 떠시는건 아니겠죠?
[복택] 이사람 이러지말게 벗이 그리워 찾아온 사람을 이렇게 면박주긴가
[김옥] 그래 중대한 일이란 무슨 일이요
[복택] 나보다 이 도오야마군에게 물어보게 실은 너무 추워서 일찍암치 이불속에
들어가 있는데 날 이리로 끌어낸건 도오야마군이니까
[두산] 말씀 드리죠 저 역시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술 생각이 간절해서
어이구 가서 한잔 할까하고 막 지을 나서려는 참인데
[복택] 자넨 언제나 그 말꼬리가 길어서 탈이야 사무라이 후예답게 용건만 추리게
[두산] 말꼬리야 선생님을 당할 제간이 있겠읍니까 그래 막 집을 나서려는데
[페이지] 가-025,, 0A0250
[복택] 잠깐 손님이 계시다고 하지 않나
[김옥] 상관없오 계속하시오
[복택] 누군가? 조선사람이라든데
[김옥] 당신은 의심이 많아서 탈이여 나역시 의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당신들
일본인은 정말 못따르겠군.
[복택] <<자네가 내 연신공격을 하니까 나두 할수없이 한마디 응수하겠네 이건 내
진심은 아니지만>> << >> 조선에서 자객이 일본에 들었다고 하네 이번엔 이일식이
같이 멍청한자가 아닌가보데 그런자야 이쪽에서 조심하지 않아도 지레겁을 먹고 몸을
사리는 축이지만 이번 온자는 다른가보데 독종이라네 <<이것으로 자네에 대한 내
인신공격은 끝일세>> << >>
[김옥] 그건 놀랠일두 아니군 그런일로 이런 날씨에 그 고생을 했다면 동정이
가는군 일본에 머물러 십년동안 암살자의 위협은 언제나 따라다닌것 아닌가 허지만
그런자들이 국왕의 친서를 가지고 왔다고는 말하지 말게 쓸게빠진 자들이 공명심에
눈이 어두어 날뛰는 것일뿐이니까
[복택] 이래서 걱정이 되는 거야 조선국왕이 자넬 버렸거늘 굳이 부인하는 이유는
뭔가 자넨 갑신저변이 실피한 이류를 일본<<의 위약으로 그리되었다고만>> <<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우리네만
[페이지] 가-026,, 0A0260
그건 사실과 좀 거리가 있는얘기야 자네네 국왕이 줏대를 가지고 일을 밀어주었던들
그렇게 무참한 결과를 빗진않았을거야 신념두 주의도 목표도 없는 왕실이 문제야
정권만 유지되면 나라가 보존된다는 사고방식도 위험하구 일본이 동양평화를 위해서
그대 나라<<를 찝쩍거리는 걸>> <<관심을 가졌다는걸>> 이해해 줘야지
[김옥] 내가 입을 다물고 있다고 자네가 웅변을 토하고 있다곤 생각말게 <<난 자넬
단단히 혼내주고 싶은 심정이야 허지만 참겠네 난 친구로서 자넬 대하고 싶으니까
허지만 인신공격시작한김에 마저한다?gt;> << >> 그대가 나의 후원자로서 내 입장을
동정하고 <<내가 조선의 정권을 장악하도록>> << >> 여러모로 도와주는건 잘알고있네
허지만 뒤로 가서는 멸한론을 발표하여 <<조선의 멸망을 구가하겠다 핏대를 올리며>>
<< >> 그대들 국민의 침략근성을 선동하고 있는것두 알고있네 또, 최근에는 탈아론을
발표하여 일본이 조선이나 청국같은 악우와 더불어 아시아에 남아있기보다는 차라리
구미를 따라 아시아에서 이탈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난 잘 알고있어 그러나 내가
그대의 무례를
[페이지] 가-027,, 0A0270
용서하고 친구로서 벗하는것은 자네가 일본인의 근성을 일본인답게 발휘하지만
그대로부터 내가 개화사상을 배웠기 때문이야 허지만 일본이 조선보다 일찍
서양문물에 눈을 떠서 좀 근대화 되었다고해서 벌써부터 서양인의 흉내를 내서는
곤란해 아무리 날뛰어봐도 그대들 납자코만은 어쩔수없을 테니까 <<게다짝을 하루
아침에 가죽으로 바꿀수는 없네>> << >> 자네들 손재간이 뛰어난건알고 있지만
손재간은 어디까지나 손재간에 지나지않을뿐 그손으로 장난질이나 좀 칠수있을까
언제까지구 아시아의 전부를 그대들 손안에 쥐고 흔들수는 없는거야 설사 그대들의
제국주의자가 성공한다 하드래도 말일쎄
[복택] 숨도 쉬지않고 잘도 떠들어대는군 와다말로는 자네가 요즘 의기 소침하여
불면증에 시달릴뿐더러 자주 악몽을 꾸는지 자다가도 헛소릴 질러댄다고 하더니 그건
날 조였구만 놀랬네 난 자네 숨이 넘어가지나 않나 걱정이었네
[김옥] 미안하네 자네 감정을 상하게하고 싶진 않었네
[복택] 천만에 그 정도의 말 가지고 이 후쿠자와의 속을 긁어놓았다고 생각하면
망상일세 허지만 자네가
[페이지] 가-028,, 0A0280
틈틈이 강조한 우정만은 고맙네 변하지 않았다니 마음이 흐믓하군
[두산] 전 두분이 오랫만에 격렬한 논쟁을 하시는걸 옆에서 뵈니 정말 마음
든든합니다 그럼 제 얘기를 마져 끝내겠읍니다
[복택] 개막은 내가 했으니 진행은 자네가 맡게 막은 내가 다시 내려주지
[두산] 그래 집을 막 나서려는데
[복택] 기억력도 좋군
[두산] 고도오백작으로 부터 사람이 와서 김선생님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이리로
오시겠다는것이었읍니다 그래 후쿠자오선생께 둘러 이리오는 길인데 이지경이로군요
[복택] 저 친구말에 의하면 이 도오공장께서 수상관저로 고도오백작을
불러들였다는 거야
[페이지] 나-001,, 0B0010
[김옥] 이런 야밤중에 말인가?
[두산] 그러니까 심상치 않다 그말 입니다
[김옥] 무슨일일까?
[두산] 잘은 모르지만좋은 소식이 아니겠읍니까? 이도오 공작께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우리의 계획을 지원해 주실지도 모르는 일이구, <<대동양경영의 일보는
조선인을 영리하신 이도오공께서 간과하실리가 없지 않습니까?>> << >> 그렇게 되면
김선생님의 입장도 한결 부드러워 질겁니다
[복택] 제발 고도오백작이 희소식이 가져왔으면 더 이상의 불행은 허약해져 가는
당신의 심기마져 꺾어버리고 말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의 십년적 공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김옥] 당신은 잘 나가다가도 끝머리가 수상해진다니까
[복택] 내말을 너무 불순하게만 듣지말게. 더는 몰라도 이도오공의 제정지원
보장만 얻어내도 성공이 아닌가 요는 경제야 모래를 씹으면서 정치를 할수는
없는일이 아닌가
(문종이 울린다)
[복택] 고도오백작이 오나보군. 씩씩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걸.
<< 고도오백작이 저런소리를 낼때는 듣지 않아도 뻔하지. 괴로운 일이야>> << >>
[페이지] 나-002,, 0B0020
(후등등장)
[두산만] 각하, 어서오십시오. 각하의 희소식을 기다리고 있은지 오래입니다
[후등] 그런거라면 이도오에게 직접가서 물어보게나. 김상 볼 낯두없어
[김옥균] 우선 앉기나 하십시오. 지금 저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테니까
무슨말씀을 하셔도 낙심하지 않을겁니다
[후등]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긴 하지만
[두산만] 맥 빠지는 소식입니까?
[후등] 그자의 뱃속엔 구렁이가 아마 백마리도 넘게 들었나보오. 알다가도 모를게
이도오의 컴컴한 뱃속이라니까
[복택] 자, 어디 얘기나 들어봅시다. 실망은 나중에 하기로 하구.
[후등] 하필이면 오밤중에 들어오라해서 그따위 싱거운 소릴해댈게 뭐요 이도오
녀석 날보더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손을 떼시요야. 무슨 소리 입니까? 하고 물으니까
내각에서 결의하기를 - 내 이말만은 차마 못하겠군
[김옥균] 상관없읍니다. 몰라서 약이 될것두 없읍니다
[후등] 당신을 추방하기로 결의했다는군
[페이지] 나-003,, 0B0030
[두산만] 뭐라구요!? 그게 될법이나 한 소립니까? 김선생께서 혹까이도오에서
돌아온지 이제 몇달이나 됐다구
[후등] 나두 그렇게 말하고 펄펄 뛰었지. 그랬드니 청국과 조선정부에서
기회있을때 마다 김상의 거취문제를 들고 나와 골치가 아프다는 거야 그래 이번엔
어디요 했더니 내참, 기가 막혀서
[두산만] 또 혹까이도 입니까?
[김옥균] 일본을 떠나라는 얘기겠지
[두산만] 설마
[후등] 그게 사실이네
[두산만] 저런, 그래 그냥 물러나 오셨읍니까?
[후등] 몇마디 하려는데 이도오 녀석 그냥 제방으로 들어가 버렸네
[두산만] 이거 낭패로군요. 어떡 하실 참입니까?
[후등] 무슨수를 써야지. 도대체 말도 안되는 소리야 김상을 잃으면 조선 경영의
보루를 잃게 되는거요 갑신때도 외부서와 다게조오가 이랬다 저랬다 변덕을 부려
기회를 일실하더니 또 그짝을 낼판인가. 지금 조선에서는 도처에서 민반이 일어나고
있어. 조선 정부로서는 그 수습에도 당할수가 없는 지경이야. 기회가 이렇게
무르익어가는 판국에 김상을
[페이지] 나-004,, 0B0040
추방하더니, 그럴바엔 무슨정성이 말라비틀어지게 뻗졌다고 사재를 기우려
십년동안이나 김상의 뒷치닥거리를 해왔단 말인가? 후쿠자와 선생, 당신은 학자니까
어디 한마디 해보시오. 이도오의 속셈은 뭐요?
[복택] 얘길 들어보니 일이 딱하게 됐읍니다. 허지만 흥분한다고 일이 해결될것은
아니고, 이도오공을 만나 다시 설득을 해보는 수 밖에.
[후등] 좋소, 이도오가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천황폐하라도 만나보겠오.김상 -
미안하오. 난 이만 돌아가겠오. 다시 봅시다 (후등퇴장)
[복택] <<그친구, 정신을 다 빼버리고 가버렸군>> <<우리도 이만 김공 너무실망을
말게 무슨수가 생기겠지>>
<< [김공] 잘들가게>>
<< [두산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입니까?
[복택] 자네가 모르는 일을 낸들 어떻게 아나. 그보다 도오야마군, 일전에
이집에다 네 호신용단검을 고르고 두고 갔는데 그걸 좀 찾아줘
[두산만] 단검이라니오?
[복택] 이방인가 저 쪽 방인가 모르겠네
[두산만] 아, 그 단검, 말씀인가요?
[김옥균] 그만큼 소란을 피웠으면 됐지 아직두 부족한가? 그만들 돌아가 주게
[페이지] 나-005,, 0B0050
[복택] 뭘 꾸물대나, 도오야마군.
[두산만] 네, 알았읍니다
[김옥균] 정신있나?
(두산만 퇴장)
[김옥균] 정말 파렴치하군, 어쩌자는 거야
[복택] 이건 순전한 내 우정의 표시야 내겐 일본의 이익이 중요하듯이 자네 목숨이
중하네, 난 자넬 한 인간으로서 좋아하는걸세 일본인대 조선인으로서가 아니라.
(두산만 등장)
[복택] 찾았나?
[두산만] 없는데요
[복택] 없어? 그거 이상하군
[두산만] 다른데 떨어 뜨린건 아닙니까? 더 찾아볼까요?
[복택] 아니, 그만가세. 주인이 좋아하지 않는 눈치야 비수를 찾으면 나에게
돌려주게.자네가 가지고 있는건 위험해. 자, 또 보세 너무 실망말고
[두산만] 다시 오겠읍니다
[김옥균] 잘들가게
(복택,두산만 퇴장)
(홍종우, 등장)>> << >>
[페이지] 나-006,, 0B0060
[홍종우] 정원이 훌륭합니다. 일본에서 볼만한건 역시 정원뿐이군요. 손님들은
돌아가셨읍니까? 제가 너무 폐를 끼쳐드린것 같습니다 이만 돌아가겠읍니다
[김옥균] 다됐오. 이걸 가져가셔야지
[홍종우]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그럼 한번 읽어볼까요?
[김옥균] 나중에 보시오. 쑥스러운 일이오
[홍종우] 해마다 먹을팔며 병주땅 지나느니, 괜히 지부는 사연을 묻는다. 내집은
저북두칠성아래, 칼은 남창일각 더리에 걸렸어라. 아, 과연 명문이군요.
감격했읍니다. 음, 이 시문은 의미심장한데, 눈치첸것이 아닐까? 전 원래 명사들과
사귀는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그래서 그런분들의 시화를 모으는것이 취미가
되버렸읍니다만, 선생님의 힘있는 문체를 대하니 문득, 얘미의 시문이 생각나는군요
[김옥균] 얘미라면 민영위를 말하는건가?
[홍종우] 불란서에서 귀국도중 상해에잠시 들렸는데 거기서 잠깐 만나뵈었죠
기념으로 한수 받아왔는데 선생님 글에 비할수는 없군요
[페이지] 나-007,, 0B0070
[김옥균] 그사람 상해에서 홍삼장사를 해서 단단히 치부를 했다던데
[홍종우] 그렇읍니다. 아, 이거 또 제가 실례했군요. 우정국 사건을 제가 깜박잊고
전 그저 제 친교가 넓어서 이홍장의 아드님이신 이경방 하고도 각별한 사이라는걸
자랑한다는 것이--
[김옥균] 상관있겠오. 민영익과 나는 한때, 적이었으나 지금은 같은 유랑인
신세인것을, 그도 나에게 원한이야 있겠오?
[홍종우] 민공도 같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김옥균] 그사람과 내얘기를 했오?
[홍종우] 선생님과 만나면 할말두 많겠지만 무엇보다 반가움이 앞설것 같다구요
<<[김옥균] 그런데 난 당신이 이미 가버린것이나 아닌가 생각했는데>> << >>
[홍종우] <<옆방에 있자니 손님의 얘기를 엿듣는일이 될것 같아서 정원에 나갔었죠
달빛이 하도 청아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지체했읍니다.>> << >> 그런데 선생님꼐
한가지 물어볼것이 있읍니다. 항간에선 선생님께서 이와다 슈우사쿠란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시게된 동기를 여러가지로 말을 합니다. <<어떤
[페이지] 나-008,, 0B0080
이는 다게조오의 철면피한 배신으로 곤경에 빠진 선생님을 덴사이마루의 일본선장,
쓰지씨가 구해준후 선생님의 사업이 저치른 돌밭을 경작함과 가다하여
이와다슈우사쿠라 이름지었자 하기도 하고 또 어떤사람은 선생께서 일본천하를
주유하시던 낭인시절에 선생님의 기차표를 사준 인정 많은 여느 일본인의 이름이
이와다여서 그런 일본식 이름을 쓰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둘 어느쪽일까
궁금했었는데 선생님을 만나뵈니 문득 그생각이 나는군요>> << >>
[김옥균] 그 대답이 듣고 싶으시오?
[홍종우] 저는 평범한 세속인이라 호기심은 못참는 성격입니다. <<허나 선생님께서
혹 제말이 불쾌하셨다면 듣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 >>
[김옥균] 어려운 대답은 아니오. 내가 이와다 라는 <<변명>> <<일본이름을>>
사용함은 <<그런 이유때문이 아니라>> << >> 그대와 같은 목적으로 날 방문하는
사람들을 경계하기 위새서요
[홍종우] 선생님을 흠모하여 고견을 듣고자 방문하였거늘 무슨 이유로 절
경계하십니까?
[김옥균] 그대가 흠모하는 것은 나의 포부가 아니라 나의
[페이지] 나-009,, 0B0090
목숨이 아니오. 당신의 뜻대로 내어주고 싶으나 하나뿐 이듯이 나의목숨도
하나뿐이어서 그렇게 하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그렇다고 그대 품속에 비수를
잡지는 마시오. 내가슴에 날카로운 비수를 찔러넣음은 손쉬운 일이나 그것을
도리키기는 어려운 일어요 때가오면 내어주리다
[홍종우] 선생의 담력엔 경탄할 뿐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지나친 경계심일뿐,
저같은 소인이 어찌 그같은 대담한 일을 자행할 수 있겠읍니가?
[김옥균] 너는 비겁한 자로구나 나역시 비겁자이나 비겁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어서 가거라. 너를 죽이지 않음은 나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너의 비겁 때문이다
[홍종우] 기다려 주십시오. 보여드릴것이 있읍니다
[김옥균] 품속의 비수는 감출수 있어도 내 이미 너의 추악한 마음을 보았거늘 또
무엇을 보여줄게 남았단 말이냐
[홍종우] 칙서요
[김옥균] 무엇이라고?
[홍종우] 황제폐하의
[김옥균] 황제폐하의?
[페이지] 나-010,, 0B0100
(막)
[막] 제3막
[장] 1장. 상야공원
(김옥균 등장 밖에서)
[복택] 김공, 어느쪽인가, 뭐가 통 뵈야지
[김옥균] 이쪽이요, 후쿠자와 선생
(복택등장)
[복택] 나같이 밤눈이 어두운자를 버려두고 혼자 내뺄 셈인가? 도대체 무슨
끙끙인가? 언제까지 이 우에노 공원을 헤매고 다닐참이냐 난 옷을 세겹이나
껴입었는데도 몸이 덜덜 떨려오네
[김옥균] 투덜대지 말게. 고집을 피워 따라나선건 자네가 아닌가. 이 귀찮은
친구야
[복택] 그래, 고작 간다는 곳이 우에노란 말인가? 대낮에도 암살자들이 들끓는
이런곳에서 뭘 하자는 건가?
[김옥균] 산책. 그뿐이야. 혹까이도에서 돌아온 이래 줄곧 집에만 있었더니 좀이
쑤셔오네
[페이지] 나-011,, 0B0110
[복택] 얼버무리지 말게
[김옥균] 사실일세. 그런데 막상 나와보니 정말 좋군 그래. 뼈속까지 얼어오는 이
겨울공기가 상쾌하네. 총총히 빛나는 저 별들이 오늘따라 영롱하군.
[복택] 이거 왜이러나. 정치하는 사람이 산찾고 별찾고 하면 다 된 얘기야 다같은
학자나 시인들이 무료해서 한마디씩 지껄여대는거지
[김옥균] 날 너무 나무라지 말게. 오늘은 나에게 특별한 날일세. 날 감상에 젖게
내버려 둬.
[복택] 이거 맥 빠지는군
[김옥균] 여보게, 후쿠자와군, 자네두 알다시피 난 천성이 모질어서 양친과
형제들이 역적으로 몰리어 떼죽음을 당하여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은 자였네.
갑신의 동지들이 뜻을 읽고 지금은 뿔뿔히 헤어져 생사조차 막연하건만 연민하는
마음조차 잃지 않았네. 그런데 오늘밤, 일본의 차가운 겨울달을 바라보니 갑신의
그날이 새삼 감회롭네. 전하께옵서 북묘를 향하시어 눈물을 글성이시던 그 가여운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저미는군. 그러니 오늘밤은 날 귀찮게 하지말게 밤새도록 이
우에노 공원을 미친놈처럼 뛰어다니고 싶네.
[페이지] 나-012,, 0B0120
[복택] 이런 어둠속에서 반짝이는건 자네의 눈물이었던가? 설마 우는건 아니겠지?
[김옥균] 나한테 아직도 눈물이남았다면 이세상을 내 못난 눈물로 가득 채우고
싶네. 허지만 걱정말게. 기회의 가치를 높이듣던 그 기개만은 아직 살아 있네. 불을
밝히어 경우궁으로 내달리며 하늘 천을 소리높여 부르던 김옥균의 젊은피가 아직은
살아있네. <<허지만 여보게, 오늘밤 만은 용서해 주게. 이대로 회한에 젖게
내버려둬>> << >>
(홍종우, 이일식 등장)
<< [이일식] 저 목소리는 익숙한데, 맞어, 저놈은 김옥균이 아닌가?
[홍종우] 바로 보았오
[이일식] 용케도 유인해 내었군. 지금 헤치울건가?
[홍종우] 누군가 같이있오. 이쪽으로 오는군>> << >>
(홍종우, 이일식 퇴장)
<< [복택] 자, 그만 돌아가세. 이젠 발톱까지 얼어오는군
[김옥균] 먼저가게. 제발 날 혼자 내버려두게>> << >>
[복택] 자네 아직두 이도오의 처사를 원망하고 있는거나 아닌가. 그일은 잘
해결됐지 않나. 그가 우리에게 사과했<<네>> <<잖나>>
[페이지] 나-013,, 0B0130
[김옥균] 이도오같은 자는 내 안중에도 없네. 그자가 날 추방한다해도 난 두렵지
않어. 날 지옥에 떨어뜨려보게. 내 의지를 꺽을 순 없네
[복택] 그런 기개라면 안심이야. 그렇다면 이럴필요가 뭐있나 자넨 마치 열병에
걸린것 같군
[김옥균] 열병이라구. 그럴지도 몰라. 허지만 후쿠자와군, 길고도 암담했던 이
어둠속에서 벗어날수만 있다면 육신이 찢어져나가는 고통은 참을수 있을것 같네. 자,
난 또 다른곳으로 가봐야겠네. 더이상 따라오지말게.
(김옥균 퇴장)
[복택] 저런, 뛰는군.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게. 어리석은 친구, 날 따돌린
셈인가?
(복택 퇴장)
(홍종우, 이일식 등장)
[이일식] 저쪽으로 가버렸군.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인데 저자가 자네 속임수에
걸려들다니. 저자의 질긴 목숨도 천운이 다한 것일까. 허지만 내가 잘못본게 아닐까?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어
[홍종우] 뭘 못 믿겠다는거요 영감
[이일식] 지운영이 때가 생각나네. 그때도 그자가 꼭
[페이지] 나-014,, 0B0140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뒷통수를 얻어맞은건 우리였단 말이지.
조조같은놈. <<그자의 사람 쳐 죽이는 솜씨만해도 그렇지. 갑신때 개화한답시고
이놈자놈 마구잡이로 쳐죽이고는 일이 여의치 못하니까 임금이구 뭐구 다 팽개치고
도망친 놈이 아닌가>> << >> 그런자가 이렇게 쉽게 걸려들다니, 무슨 함정이
있을거야.
[홍종우] 제기랄 의심은, 저번날 장님안마사를 헤치우는 내 솜씨를 보고서도
이러오?
[이일식] 그럼 어디 자세히 말좀해봐 어떻게 그자를 유인해냈나?
[홍종우] 처음부터 그자는 날 의심하고 있었오. 그래서 내가 선수를 친것 뿐이지
[이일식] 어떻게?
[홍종우] 누가 또 오는군. 영감, 빨리 이쪽으로
<<[이일식] 이거 정신 못차리겠군>> << >>
(홍종우, 이일식 퇴장)
(두만산,후등 등장)
[후등] 도오야마군, 좀 천천히 가세. 혈압올라 죽겠네
[두산만] 서둘러야 합니다. 벌써 김공이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후등] 후쿠자와선생이 같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두산만] 저쪽이 몇명이나 되는지 모르죠
[페이지] 나-015,, 0B0150
[후등] 이거 미치겠군. 도대체 그사람 정신이 있는 사람이야 어쩌자고 이따위짓을
하느냐말야. 어니꼬운걸 참고 이도오를 만나 김상을 일본에 체류하는것을 묵인하도록
일을 꾸며 놓았더니, 고작 한다는 짓이 자객에게 몸을 내맡겨? 집구석에나 처박혀
만들어 주는 떡이나 받아먹을 일이지. 이거 혈압 올라서 머리가 터질지경이군
[두산만] 자, 불평은 나중에 하시고 빨리 김공을 찾아보도록 하죠. 그를 잃고
후회하는것 보다는 낳지 않겠읍니까?
[후등] 그를 잃어서 얻는 소득도 작지는 않은것이야
[두산만] 무슨 말씀 이십니까?
[후등] 이런소린 하고싶지 않지만, 김상이 하도 애를 먹여서 홧김에 하는건데,
정부로서는 청국과의 일전을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단말일세
[두산만] 그렇다면 잘됐군요 청국의 세력을 조선에서 <<구축할>> <<몰아낼>> 수만
있다면 김공이 조선의 정권을 장악하도록 일을 꾸미는건 손바닥을 뒤집듯 쉬운일이
되지 않겠읍니까?
[후등] 그점이 문제라니까, 무슨구실이 있어야지
[두산만] 전쟁 말입니까?
[후등] 그래, 무작정 대포를 쏘아댈수는 없지 않은가?
[페이지] 나-016,, 0B0160
[두산만] 구실은 무슨 구실이 필요합니까? 단숨에 요절을 내던지 해야지 이러쿵
저러쿵 말만나면 일만 터질 뿐이죠 전쟁엔 기습이 약입니다
[후등] 이런 새대가리 같으니라구. 명분두 없는 전쟁을 일으키는데 구미열강이
저만치 앉아서 잘한다고 손뼉을 쳐줄것 같은가?
[두산만] 명분이다 구시이다는건 제 생리엔 맞지않는 얘깁니다. 그런데 그것과
김공과 무슨상관이 있읍니까?
[후등] 상관이 있고 없고는 높은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구. 자네같은 자하고 얘기
하느니 차라리 내가슴을 치겠네. 자, 어느쪽으로 간다
[두산만] 방향이 있을 수 있읍니까? 왔다갔다 하다보면 만날수 있겠죠
[후등] 이런답답한 녀석, 그렇게 무작정 에매다가는 김상의 모가지를 자객이 댕강
도려낸후에간 만나게 될게 아닌가 아무튼 할수없지. 앞장서게. 빌어먹을, 이놈의
혈압은 왜 이렇게 자꾸만 오르나
(후등, 두마산 퇴장)
(홍종우, 이일식 등장)
[홍종우] 계획대로 잘되어 가는군, 이젠 안심이야
[페이지] 나-017,, 0B0170
[이일식] 이보게, 저자들은 웬놈들인가?
[홍종우] 김옥균의 구원병이오
[이일식] 뭐라구? 그럼 그자들이 암살자 운운한건 우릴 가르켜 한말인가?
[홍종우] 그런셈이지
[이일식] 아아구, 이거 큰일났군. 우린 포위당한셈 아닌가 그러게 내 뭐래, 그자의
함정이라니까. 큰소리 치드니 꼼짝없이 당하게 됐군.
[홍종우] 당신같이 겁많은 자가 어떡하다 사람죽이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나?
알다가도 모르겠군
[이일식] 개자식, 잘난척하네. 이것봐, 차라리 아까 둘뿐일때 하나씩 맡아서
헤치우고 도망쳤으면 됐을게 아냐 어쩔셈이야?
[홍종우] 그는 어차피 누군가의 손에 죽어야할 사람, 서두를게 뭐요?
[이일식] 우리가 당하게 됐으니까 하는 소리지. 아이쿠 이게 무슨소리야 저쪽에서
누가 이리로 뛰어오고있네. 우릴 발견한 모양이지? 빨리 도망치세 (홍종우, 이일식
퇴장) <<(두만산, 후등 등장)
[후등] 무슨일인가? 도오야마군
[두만산] 그건제가 묻고싶은말입니다 각하
[페이지] 018,, 0B0180
[후등] 이런, 자네가 먼제 뛰지 않았나?
[두산만] 전 각하가 뛰시길래 무슨일이 생겼나 하고 덩달아 뛰었을 뿐입니다
[후등] 빌어먹을, 위죽박죽이군
[두산만] 그럼 아무일도 아닙니까?
[후등] 그건 내가 묻고싶은말야. 집에가서 쉬고싶군. 육실할놈의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운가, 그만가세
[두산만] 집으로 말입니까?
[후등] 아무대고
(후등, 두만산 퇴장)
(홍종우 등장)
[홍종우] 일이 점점 재미있어 지는구나. 임오군란 그때가 생각나는군. 그땐 정말
굉장했었지. 흥분한 군인들과 빈민들이 합세하여 닥치는 대로 대감님네 가재도구를
때려부수는판 이었지. 불을 지르고 고함을 지르고 제멋대로 날뛰지 않았던가. 나도
얼결에 한 몫끼어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면서 밤새도록 목이 터져라 죽여라 살려라
외쳐대지 않았나. 나두 미친놈이었지 그판에 실속이나 차리는건데--- 약싹 빠른
녀석들은 군중들이 휩쓸고 지나간 뒤를 의젓하게 따라다니며 한밑천 톡톡히
잡았거든. 아무튼 뛰다보니 날이 새었지 누군가 창덕궁으로 가라고 소리쳤지
[페이지] 나-019,, 0B0190
난 눈이 번쩍했지. 창덕궁이라면 임금이 사시는 곳이 아닌가. 난 몸이 떨리면서도
신이났었다. 그런데 오늘밤두 그 못지않게 짜릿하구나. 옳지, 저놈들의 뒤를 따라
다니자. 장난이나 치면서 하는 꼴이나 두고 보자. 난 재미있어 미칠지경이다
(홍종우 퇴장)
(이일식 등장)
[이일식] 난 그자들이 날 쫓아오는줄 알고 십년감수했네. 아무래도 난 겁이
너무많은것 같아. 허지만 여보게 응? 이 친구가 어디로 갔나 분명히 이쪽으로 먼저
같은데, 개자식, 날 버리고 혼자서 도망쳤구나 그럼 난 어떡하지? 생각이 잘떠오르질
않는구나 그렇지! 나두 도망쳐야지. 그걸 잊고 있었구나
(이일식 퇴장)
(다시 등장)
[이일식] 아이구 큰일이다. 저쪽에서도 누가 오는구나, 어디고 우선 숨어야겠다
(이일식 퇴장)>> << >>
(김옥균, 복택 등장)
[복택] 정말 놀라운 일이군. 자네가 오늘밤 만나기로 한 자가 홍종우란 말이지?
정신이 나갔군
[김옥균] 당신도 알고있는 사람인가?
[페이지] 나-020,, 0B0200
[복택] 아다마다, 일본에 와있는 조선인이래야 뻔하지 않은가. 그자는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않아 늘 대원군의 진영을 품에넣고 다니는 덜 되먹은 국수주의자자지.
조일신문에서 식자공 노릇을 한적이 있는데 일할때는 한복을 입기를 고집해서
홍고집이란 별명이 붙었다네 한마디로 골치아픈 놈이야. 조선 국공조참판이라
사칭하고 천주방직의 젼사를 오백원어치나 사기해 먹은 적두있지
[김옥균] 그거 통쾌한 일이군
[복택] 난 농담할 기분이 아니네. 그자가 어떡하다 불란서까지 흘러갔었던
모양인데 몇달전에 귀국하였다더니 어느새 일본에 와서 자네주위를 얼씬거리고 있지
않은가. 이래도 그자의 정체를 모르겠단 말인가
[김옥균] 알고는 있지
[복택] 뭐라구? 알고 있으면서 이런짓을해? 비열한 암살자를 상대루
[김옥균] 그는 내목숨을 노리고 왔으나 나 또한 그가 필요하네 그자는 날 몹시
감동시켰네. 난 그와 얘기하고 있는동안 많은것을 배웠네. 그자가 전력을 다하여
나를 유인코저 속임수를 쓰고 있을때 난 그자가 사랑스러워 못견딜지경이였네.우리
서로 통하는점이 있었단 말일세.
[페이지] 021,, 0B0210
[복택] 자네 정말 미쳤군
[김옥균] 바로 그거야. 우린 서로 광인이 아니겠나. 광인끼리 통하는거야 당연한
노릇이 아닌가?
[복택] 자네 날 설득하려고 드는데 어림없네. 난 그따위 괴변은 질색하는 사람이야
[김옥균] 건망증이 심한 친구로군. 내가 누구로부터 말을 배웠나 자네가 아닌가.
걸음마를 배워주고 예의범절을 가르쳤네 심지어 계집질 하는법까지 가르쳐주지
않았나 그런데 한가지 가르쳐주지 않은것이 있지. 그건뭔가, 자네의 제국주의 일세.
그걸 왜 진작 가르쳐주지 않았나 날 희생물로 삼아서 조선을 집어삼키겠다는 뱃장이
아니었나
[복택] 이빨까지 떨려오는군. 추위때문이 아니라는것만 알아둬.
[김옥균] 미안하네. 지나간 십여년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자네두 잘알고
있지 않은가. 난 고인 물 처럼 썩어만 갔네. 난 썩은거야 나를 암살하러온 그자보다
더 비열한 자가 바로 나란 말일세. 차라리 북코에서 홍역식과 과 함께 자결함이
나보기에도 장렬하지 않았겠나. 훗날을 기약하여 잔명을 보존한 댓가가 뭔가.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면서 썩고 있었네. 이놈의 악취는 정말 견딜 수 없네.
[복택] 그렇다고 이 친구야, 스스로 암살자에게 몸을
[페이지] 나-022,, 0B0220
내어던질건 뭐란 말인가 그럴바엔 차라리 조선으로 들어가게 가서 맞아죽든 굶어죽든
조선에서 죽으란 말야 난 자네 죽는 꼴 보기 싫으니까
[김옥균] 진정하게 내가 너무 흥분했었나보군. <<미안해 후쿠자와 난 너를
미워할수가 없군 너의 사상과 너의 육신이 이렇게도 다를수가 있다니
(홍종우 등장)
[홍종우] 제기랄, 저승길로 보내는 이별도 저처럼 요란하지는 않겠다. 허지만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사나이 끼리의 포옹은 비장한 감을 준다. 이크 이제야
떨어지는군
(홍종우 퇴장)>> << >>
[복택] 난 그만 가보겠네. 고도오 백작과 도오야마군이 어딘가에 있을텐데 다행히
만나면 그들도 데리고 가겠네. 몸조심 하게
[김옥균] 서투른 짓은 말게 내가 그를 믿지 못하면 그도 나를 믿지 못할터 칙서를
받는대로 곧 돌아 가겠네
[복택] 칙서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김옥균] 그자가 국왕의 칙서를 소지하고 있네
[페이지] 나-023,, 0B0230
[복택] 보나마나 자넬 죽이면 포상한다는 내용이겠지
[김옥균] 그자는 부인했네
[복택] 뭐라고 암살자가 아니라고 말인가
[김옥균] 내 눈으로 직접 보기전에는 믿지 못하겠네만 폐하께서 나에게 보낸
거라고 하드군
[복택] 자넨 아직두 국왕을 믿고 있나 어처구니 없군. 그렇게 이용만 당하고도
연연하다니
[김옥균] 나는 전하의 약속을 믿네. 아침에 해가 뜨는 것처럼 잘가게
(김옥균 복택 퇴장)
(홍종우 등장)
[홍종우] 아침에 해가 뜨는것 처럼 <<그 말을 상감께서 들으시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매우 궁금하군>> << >> 헌데 난 도무지 저자를 이해할 수가 없어 저자는 마치
임금의 갈비뼈로 만든 인간처럼 말을 하거든 <<내가 저자의 입장이라면 임금아니라
염려대왕이래도 때려죽일 판인데>> << >> 헌데 상감이란 작자는 날 보내어 그를
죽이려 하지 않는가 이렇게 되면 진짜 비열한 놈은 누구냐 말야 딱 잘라서 나라고
할놈이 누구야 저쪽에서 누가 오는군 두놈인데 저 띠뚱대는 자는 고도오백작이란
[페이지] 나-024,, 0B0240
미련한 곰새끼고 제법 날렵하게 달려오는 자는 얼띠기 사무라이 도오야마란 자가
틀림없군 익크 저쪽에서도 한놈 오는군 옳아 저건 영감이 아닌가 <<드디어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는군>> << >> 일이 제대로 돼가는데 저런 제기랄 저놈의 영감쟁이
갑자기 어디로 뛰는거야 <<이거 큰일인데>> << >> 여보 영감 여기야 여기 제기랄
못알아 듣는군. 내 목소리가 너무 낮았나 에라 모르겠다. 영감, 이쪽이요. 옳지
내쪽을 보는군 내가 손을 흔드는걸 본 모양인데 이리로 뛰어오는군 불쌍한 영감쟁이
혼깨나 나겠군. <<너무 칼을 휘둘러 대는군. 달빛에 반사해서 영감이 눈치채면
큰일인데 점점 다가오는군 이쪽도 이쯤해 두고 난 빠지자>> << >>
(홍종우 퇴장)
(후등 두산만 등장)
[후등] 분명히 이 근처에 소리가 났는데
[두산만] 맞습니다. 조선놈 목소리 였읍니다.
[후등] 그런데 아무도 없군
[두산만] 각하, 저길 보십시오. 누가 이리로 뛰어오고 있읍니다.
[후등] 이쪽으로 숨자 안심시켜놓고 뒤에서 덮쳐야지 놓치면 안돼
(이일식 등장)
[이일식] 아무도 없잖아 분명히 날 부르는 소리가 났는데 개자식 사람 미치게
노네. 한번 불러볼까
[페이지] 나-025,, 0B0250
아니지 그랬다간 김가의 패거리가 먼저 듣고 달려오면 어떡할려구 이 홍가놈이 날
골려 주려고 작심을 했나 골려줘 그게 이상하다 맞어 그게 함정이었어 이 개자식이
날 죽이셈이군 누구야
[후등] 이놈, 꼼짝말어. 그놈을 단단히 붙잡아
[이일식] 누구십니까
[후등] 네놈이 홍종우지
[이일식] 난 아닙니다. 난 그저 지나가는
[후등] 거짓말 그자의 얼굴을 처들어 보게 도오야마군 <<달빛에 비춰보세 저런
빌어먹을 하필 지금 구름 속으로 들어갈게 뭐람. 어두워서 뭐가 뵈야지>> << >>
아이구 이놈의 냄새. 이 냄새로만 미루어 봐도 이놈이 틀림없는 홍종우다 끌고가자
[페이지] 나-026,, 0B0260
[두산만] 여기서 처치해 버리죠
[이일식] 아이구 살려주십쇼 난 홍종우가 아니라 이일식이란 잡니다.
[후등] 이일식이 누구야
[이일식] 바로 저 아닙니까
[페이지] 다-001,, 0C0010
[후등] 도요야마군, 자넨 홍종우란 자의 얼굴을 아나
[두산만] 모릅니다. 각하께서는?
[후등] 나두 몰라. 끌고 가세
[이일식] 내가 아닙니다. 난 그런 악독한 놈이 곳되죠 <<개자식>> <<그 홍가놈>>
이놈 때문에 나죽네.벼락맞을 놈
(이일식, 후등, 두산만)
(홍종우 등장)
[홍종우] 잘 되간다.영감 날 너무 원망하진 말게. 영감은 나한테 지독한 악담을
퍼부었지만 죽게 내버려두진 않을테니.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목청을 가다듬고
슬프게, 처량하게, 그러면서도 공포에질린 살인이야 아익 나죽네.사람죽네
어디보자.옳지 저자들이 동요하는군. 으악- 도대체 너는 누구냐. 하하고 무슨
원한이었어 나를 찌르려 하느냐. 뭐라고 칙서? 안된다, 그것만은, 칙서만은 내어
줄수 없다. 아이구, 사람 죽이네 살려 주시오 옳지, 영감이 도망치는군 그런데
저놈의 빌어먹을 영감탱이 어디루 뛰는거야, 하필 이 쪽으로 올게 뭐란
(홍종우 퇴장)
(이일식 등장)
[이일식] 간신히 빠져 나왔다 그런데 큰일 났다. 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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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 친건 분명히 홍가의 비명소린데. 김가놈이 마구잡이로 쳐죽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살았다만,>> << >> 아이구 저자들이 쫓아오는군 <<애리상
홍가를 버려두고 도망칠순 없지만 나중에 만나서 사과하기로 하고 우선>> << >> 뛰자
<<나부터>> 살고 보자
(이일식 퇴장)
(홍종우 등장)
[홍종우] 저놈의 영감쟁이 죽게 내버려둘걸 잘못했군. 그런데 이자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것이나 아닐까, 나타날때가 됐는데 옳지 저기 누군가 달려 오는군
(밖에서)
[김옥균] 누구요<<?>> 불의의 피습을 당한자는 어느쪽인가<<?>>
[홍종우] 틀림없는 김가로군 너의 말로는 보는듯 하다 자, 시작하자. 아이구 너무
깊숙히 찔렀네 시늉만 낸다는것이 내가 너무 흥분했나보군 지독하게 아프군. 아주
가까이 왔군 이 쯤에 쓰러져 있자
(김옥균 등장)
[김옥균] <<신음소리가 나는것 같앴는데>> << >> 누굴까 <<?>> 그자가 당한게
아닐까<<?>> <<미련한 고도오가 한짓일지도 모르지 누구냐?>> << >>
[페이지] 다-003,, 0C0030
[홍종우] 살려주십시오
[김옥균] 너는 홍종우가 아닌가<<?>>
[홍종우] <<자비하신 저 목소리는 분명 김 선생님이 아니신가>> << >> 아이구
<<살았다>> << >> <<김선생님 네>> 그럿습니다--- <<홍종우니다.>>
[김옥균] <<아니 왠일인가>> << >> 누가 이런짓을
[홍종우] 먼저 이 칙서를 받아주십시오
[김옥균] 상처는 어떤가<<?>>
[홍종우] 죽을만큼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어두워서 다행히 급소는 피했죠.
허벅지를 찔렀을 뿐입니다. 그자들이 노린건 제가 아니고 이 칙서린 모양입니다.
칙서만 내어 주면 살려주겠다고 했읍니다. 아이고 다리야
[김옥균] 그자들의 얼굴을 보았는가<<?>>
[홍종우] 보지 못했읍니다. 그러나 짐작은 갑니다. 그러나 제 입으로 말 할수는
없읍니다. 그랬다간 제가 선생님과의 사이를 이간질 하려고 꾸민 연극이라고
오해받을테니까요. 아무튼 이젠 안심 입니다 폐하의 칙서를 선생님에게 전했으니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읍니다
[김옥균] 미안하군 나때문에 자네가 몹쓸짓을 당했군 그 사람들이 공연한 짓을
하는군
[페이지] 다-004,, 0C0040
[홍종우] 걸려드는구나. 아이구 누가 또 오는 모양입니다 전 도망쳐야겠읍니다
[김옥균] 상관없네 내가 지켜주지
[홍종우] 그 무자비한자들을 어떻게 믿습니까 날 아예 요절을 낼 작정으로 오는
모양입니다 (후등, 두산만 등장)
[후등] 비명을 지른건 누구요 당신들인가
[김옥균] 고도오의 짓이 틀림없구나
[두산만] 이분은 고도오 백작이시다. 도움을 주고저 왔으니 신분을 밝혀라
[홍종우] 조심하십시오
[김옥균] 나오, 김옥균이요
[후등] 김상이로군 어디 다친데 없?lt;<?>>
[김옥균] 당신들은 무슨 이유로 이사람을 해치려 하는거요<<?>>
[후등] 무슨 말이요
[김옥균] 이사람은 국왕께서 내게 보낸 칙사요
[후등] 뭐라구, 국왕의 칙사<<?>>
[장] (2장, 여인숙 홍종우, 김옥균)
[김옥균] 그대로 앉아계시오. 상처가 깊지 않다니 다행이오. 나의 우원자들은
당신을 피습한 사실을 부인하고
[페이지] 다-005,, 0C0050
있으나 내가 사과하겠오
[홍종우] 찾아주시니 감격할 뿐입니다. 그리구 제가 그분들에게 피습당했다고
짤라서 단정지을수는 없읍니다. <<너무나 당황해서 얼굴을 볼 겨를두 없었읍니다.
다른자들의 소행인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그 얘긴 꺼내지 말아주십시오>> << >>
선생님과 충실한 후원자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려는 자의 소행인지도 모르잖습니까
[김옥균] 뭣때문에 누가 말이요
[홍종우] 잘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읍니다. 제발 더이상 묻지 말아주십시오
괴롭습니다
[김옥균] 아량을 베풀어주니 고맙소. 그런데 전하의 칙서를 왜 진작 전해주지
않았오 그랬더라면 공연한 오해도 없었을 것인데
[홍종우] 만일의 경우 기밀이 누설될까 그것이 두려워서였읍니다. 더욱이
전하게서는 선생님이 전하를 경원하고 있지나 않나해서 걱정이 대단 하셨읍니다 만일
전하의 밀지가 누설되어 민씨 일파나 원세계에게 알려지면 입장이 난처해지실게
아닙니까
[김옥균] 믿어지지 않는 일이오
[홍종우] 저를 의심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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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 당신을 의심한건 사실이오. 허나 지금은 믿고 있오
[홍종우] 그렇다면 전하의 뜻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김옥균] 전하께서는 그토록 궁지에 몰려계시오<<?>>
[홍종우] 그렇읍니다. 청장 원세계는 스스로 원대인이라 부르며 전하를 협박까지
하는 형편입니다. 병술년에는 한로 밀약설을 구실삼아 국왕폐립 음모를 꾸미더니
그것이 북양대신 이홍장의 견제와 민영역대감의 활약으로 실패로 돌아간 후에는
성질이 더욱 난폭하여졌읍니다. 근자에는 심야에도 전하의 침소에까지 무상출입하며
망언망동을 서슴치 않을 뿐더러 항간에는 원세개가 전하를 독살하려 한다는 풍문까지
퍼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김옥균] 통분할 인이로군
[홍종우] 그런데 아니할말로 중전께서는 세자와 그혈족의 보호에만 급급하시어
전하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민영익 대감만이 전하를 모시어
진충할 뿐이었읍니다. 그런데 그 민대감마저 원세개의 원한을 피해 상해로 망명한
후에는 전하<<의>> <<는>> 고립무언 말 한마디 맘놓고 나눌 중신 한사람 주위에
남지않게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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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 민영익의 활약은 나도 들었오 그가 민씨 가문에 태어난건 그에게나
나라를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오 그만한 인물도 드물지 당신은 민영익과도 친교가
두텁다 했지<<?>>
[홍종우] 그렇습니다. 불란서에서 귀국하여 전하를 알현하니 전하께서는 그런
사정을 넌지시 귀띰하시며 마치 애원하시듯이 저를 바라보시었읍니다. 저도 전하의
딱한 처지가 가슴아팠읍니다만 원래 정치나 권력 싸움엔 진절머리가 나는 사람이라
선 득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더니 전하의 용안이 흐려지시며 눈물까지
글성이시는 것이었읍니다. 저는 그 순간 가슴이 미어져 내리는것 같애서 몸둘바를
골랐읍니다. 그래 세상에 이럴수가, 아무리 오백년 왕조가 그빛을 잃고 기우려가고
있다고 해도 일국의 군주께서 눈물을 보이시다니,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우셨으면
그러할까 생각되니 소위 조정의 대신들이란 작자들이 때려죽이고 싶도록 미웠읍니다.
전하를 이용하여 일신과 부귀영화만을 꿈꾸는 자들이 저주스러웠읍니다. 나라를 잃고
권력이 무슨 소용이며 나라없는 부귀가 무슨 가치가
[페이지] 다-008,, 0C0080
있겠읍니까 저는 분한 마음을 참을수 없어 어전임을 잊고 낙루하고 말았읍니다
[김옥균] 가여운 분 그분의 마음이 얼마나 상하셨을까
[홍종우] 짐작하시는 대로 입니다
[김옥균] 알았오. 전하께서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말해주시오 신의로서
행하리라.
[홍종우] 저는 전하께서 한가지 계책이 있음을 진언하였읍니다. 동경과 상해와
전하를 잇는 새로운 통로를 만드는것이 그것입니다
[김옥균] 동경과 상해를 잇는<<?>>
[홍종우] 동경에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선생님의 경륜은 저같은 소인이 보기에도
능히 기우러가는 국력을 일으켜세울만 합니다. 상해에는 민영익대감이 계십니다.
홍삼으로 치부한 민<<공>> <<대감>>의 재력은 능히 기사할 자금을 당할만큼
충분합니다
[김옥균] 나더러 민영익과 손을 잡으란 말이오<<?>>
[홍종우] 어찌 사사로운 원한을 따질게제가 되겠읍니?lt;<?>>
[김옥균] 그 사람과 나는 이념이 다르오
[홍종우] 그러나 뜻은 하나입니다
[김옥균] 뜻이라구 <<?>>
[홍종우] 그렇습니다. 전하의 뜻도 저의 뜻도 같습니다.
[페이지] 다-009,, 0C0090
나라를 보존코자하는
[김옥균] 그렇다면 무슨 방도로 정권을 장악할수 있겠오
[홍종우] 저는 원래 신분이 비천하여 장안의 의협심 많다 자처하는 부랑배와
친교가 두터웠읍니다. 그런자들 가운데에는 전국적으로 이만명이 넘는 보부상<<의>>
<< >> 무리의 우두머리인 김영수, 이기동이란자가 있어 저를 믿고 따르는
처지입니다. 그들을 이용하면 능히 대사를 이룰만 합니다
[김옥균] 그런자들을 믿을 수 있겠오?
[홍종우] 신분은 비천하나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누구도 따를수 없는 자들입니다
[김옥균] 그들에게 무슨힘이 있겠오
[홍종우] 그들의 원한이 무서운 일입니다. 오백년을 사람취급 한번 받아오지 못한
그들의 피가 무었보다 무서운 힙입니다
[김옥균] 그들의 뜻도 우리와 같단말이오<<?>>
[홍종우] 불란서혁명은 그런자들의 뜻이었읍니다. 그들에게 행복을 약속하면
목숨으로서 왕실을 지킬것입니다
<<[김옥균] 무서운 자로군- 저자의 심중을 헤아릴수가 없다 만일 저자가 진정한
천하의 칙사가 아니라면 위험천만한 인물이다
[홍종우] 동요하고 있구나. 그럴수밖에- 내말은 내가하고도
[페이지] 다-010,, 0C0100
놀랠만큼 그럴듯하다
[김옥균]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만 된다면 해볼만한 일이 아닌가
[홍종우] 보부상을 이용하여 정권을 장악한다구 웃기는 얘기구나 그런데 만일
저자가 안넘어가면>> << >>
[김옥균] <<하지만 믿을수 없는자다.>> << >> 저자의 언사는 너무나 유창하여
음고의 냄새가 짙다. 단지 내목숨만을 노리고 온자가 아닐까 <<허지만 저자의 말대로
된다면 해볼만한 일이 아닌가?>>
[홍종우] <<그럼 큰일이다. 여기서 헤치울수는 없지않은가 내가 잘되자고 하는
노릇인데 그럴수는 없다. 내가 살아서 돌아갈땅에서 찔러야 한다>> <<동요하고
있구나 그럴수밖에 내말은 내가 하고도 놀랄만큼 그럴듯하다.>>
[김옥균] <<결심이 흔들리는구나. 여기올때는 저자를 이용하여 일을
도모하려하였는데 아무튼 저자의 말을 다 들어보자>> << >> 그렇다면 내가 할일은
무어요 나더러 국내에 잠입하란 말이오<<?>>
[홍종우]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김옥균] 그럼
[홍종우] 우선 상해로 건너가 주십시오
[김옥균] 상해라구?
[홍종우] 거기서 민공을 만나 다음문제를 타결하시고, 또 북양대신 이홍장을
만나주십시오
[김옥균] 그사람이 나를 만나줄리도 없거니와 그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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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득이요
[홍종우] 이편지를 읽어 주십시오 이경방씨가 보낸 것입니다
[김옥균] 이경방이라면 주일청국공사 이경방말이오<<?>>
[홍종우] 그렇습니다. 이홍장의 친 아드님이신
[김옥균]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오
[홍종우] 저를 통하여 전해달라 부탁해왔읍니다. 읽어보시면 이유를 아시게
될것입니다.
[홍종우] 청국으로서는 조선의 내정에 더이상 간섭할능력이 없읍니다. <<구미
열강의 침략을 막아내는데만해도 힘이 부칠지경이니까요>> << >> 만일 조선이 일본과
손을 잡고 그들의 배후를 찌르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조선으로부터 손을 떼고
싶은것이 이홍장의 심경일것입니다. <<원세개도 이미 그의 신임을 잃었읍니다.
더욱이 민씨일파가 신흥 아라사제국에게 접근하여 인아거청이 정책을 쓰고자 하는바
어흥장으로서도 우리의 이익을 같아할수 밖에 없읍니다>> << >>
[김옥균] 대강 그런내용이군. 허지만 이홍장이 하필이면 친일세력인 나를 이용하려
들겠는가
[홍종우] 그것은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선생께서 일본과 가까운사이이기는 하나
그만큼 일본의 사정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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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지 않으십니까 그런 선생님과 손을 잡으면 일본의 움직임을 누구보다 쉽게
파악하여 대처할수 있는것이 아니겠읍니까<<?>>
[김옥균] 음, 좋소 그대가 솔직하게 모든것을 알려주니 고맙소 내 후원자들과
상의하여 곧 결정을 내리겠오
[홍종우] 물론 그분들과---아-
[김옥균] 왜 그러시오<<?>>
[홍종우] 아닙니다. 상처가
[김옥균] 심하오<<?>>
[홍종우] 너무 염려마십시오 거의 다 낳았읍니다만
[김옥균] 안되겠군 이쪽에 좀 누루시오
[홍종우] 건드리지 말아주십시오 마치 환부가 터져나가는 듯 괴롭습니다 잠간
이대로 있으면 낫겠죠
[김옥균] 고집피지 마시고 상해로 가자면 그대가 동행하지 않으면 안될것이오 이
모양으론 갈 수 없는것 이디오
[홍종우] 그럼 결심을 하셨읍니까?
[김옥균] 그렇게라도 해보는 도리밖에 또 있겠오
[홍종우] 그말씀을 들으니 아픈것이 말끔히 낳는것 같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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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균] 자, 고집피지 말고 좀 누우시오
[홍종우] 그럼 염치불구하고 눕겠읍니다. 용서하십시오 누우니 덜 하군요 좀
뜨끔거릴 뿐
[김옥균] 상처가 깊었던 모양이구려
[홍종우] 사실 말이지 정말 죽는줄 알았읍니다. 의사말이 조금만 칼날이 위로
갔어도 급소를 다칠번했다는군요 허나 이정도로 다행입니다 죽지 않고 살아서
선생님의 대업을 지켜볼수 있다는것만도
[김옥균] 걱정해주니 고맙소 그럼 난 이만 가보겠오 몸조리 잘하시오 다시
연락하리다. 일어나지 마시오
[홍종우] 아닙니다. 이런 실례는 없읍니다
[김옥균] 이런 사소한 예의를 가지고 격식을 차리자고 들면 앞으로 일을하는데
불편하오. 결코 편탄한일은 아니잖소 멀고 험난한 길이 될것이오
[홍종우] 선생님의 깊으신 배려가 그저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그럼 부끄럽지만
그대로 누워있겠읍니다>> << >>
[김옥균] 홍군- 앞으론 그렇게 부르겠오 동지로서 또 봅시다
[홍종우] 몸 조심하십시오 선생님의 후언자로도 이일의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되면
반가워하지는 않을것입니다. 선생님을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입
[페이지] 다-014,, 0C0140
니다.
[김옥균] 염려마십시오 그럼 (김옥균 퇴장)
[홍종우] 드디어 성공이구나 어디보자 걸음걸이도 가볍게 달려가는구나 너는
웃으며 가고 있지만 내눈에 비치는 너의 뒷모습이 어쩌면 그렇게도 측은하냐
용서하시라 내가 외무독변이 되어 대권을 쥐는날 너를 위해 조상의 술 한잔을
마시리라 기꺼이- 기꺼이
[페이지] 다-015,, 0C0150
[막] 제4막
[장] 1장. 신교역
(후등,두산만 등장)
[후등] 수배는 단단히 해놓았겠지
[두산만] 네.미야자끼등은 오사까행 열차에 이미 승차하여 대기하고 있고
역주위에도 우리 동지들을 배치해놓았읍니다
[후등] 잘했어 만일의 사태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김상의 목숨만은 지켜야하네
[두산만] 걱정 마십시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읍니까?
[후등] 방심하였다가 김상이 피습을 당하면 낭패야, 최소한 일본 땅에서 그런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만은 막아야 돼
[두산만] 무슨 이유입니까?
[후등] 일본의 귀신문제가 아닌가 정치적 망명자는 관례로서 보호하기 되어있어
[두산만] 그뿐입니까
[후등] 그뿐이야. 더 덧붙인다면 안면 때문에이라고 해두자 허긴 그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진 못하겠지만
[페이지] 다-016,, 0C0160
[두산만] 김선생의 이번여행이 그렇게 위험한것이라면 왜 끝까지 만류하시지
않습니까
[후등] 김상이 원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해
[두산만] 그런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입니까
[후등] 그러니까 미친자라는거지. 우에노사건이후로 김상의 태도가 달라졌어
우리가 홍종우를 피습했다고 믿는 모양이야
[두산만] 설마 그럴리가
[후등] 우리가 저의 국왕의 밀서를 가로챌라고 했다는 거야 맘대로 하라지 죽든지
말든지 이젠 지쳤어 허지만 나는 들인 밑천은 뽑는 사람이야. 보상은 받아내고
말테니까
[두산만] 누구에게서 말입니까?
[후등] 누군누구야 김상한테서 그런데 저기 오는자는 그 조선놈이 아닌가. 저런
죽일놈- 저다리 절뚝이는 꼴 좀 봐 또 혈압오르네
(홍종우 등장)
<< [홍종우] 이거 잘못 걸렸구나 저놈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일찌감치 나왔는데
모른척하구 그냥 객차에 올라가 앉어? 아니 이대로 나타자. 그 쪽이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을까 제기랄 날 잡아 먹을듯이
[페이지] 다-017,, 0C0170
노려보고 있구나
[후등] 뭘 힐끔힐끔 쳐다보는거야- 이놈이 히죽웃네 저웃는 꼴이 어쩌면 저렇게도
얄미운가
[두산만] 모른척하고 한번 혼내줄까요?
[후등] 내버려둬 골치만 아파지지
[홍종우] 개자식들- 뭐라고 쑤근대는 거야 기분이 안 좋은데 그런데 이경방이
보내준다던 청국공사관 서기 우프른이란 작자는 왜 안타타날까 좀 안심이 되겠는데>>
<< >>
[후등] 왜들 아직 안오지<<?>> 시간은 얼마나 남았나<<?>>
[두산만] 충분합니다. 저기들 오시는군요 (김옥균,복택,화전 등장)
[후등] 이제야들 오시오<<?>> 어서 탑시다 여긴 위험하오
[김옥균] 상관있겠오. 지금가면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모를일 재촉하지 마십시오
[복택] 난 아무래도 걱정이야
[홍종우] 와다군 가방 하나는 내가 들어줄세
[화전] 그만두십시오 다리도 불편하신데
[홍종우] 성낼것까지야 없잖은가<<?>>
[화전] 누가 성을 냈다고 <<화를 내십니까>> <<그러십니까>> <<?>>
[홍종우] 내 참-
[페이지] 다-018,, 0C0180
[두산만] 아직 시간은 있읍니다. 이십분가량
[후등] 자네 이리좀 오게
[두산만] 저 말입니까?
[김옥균] 후쿠자와군, 그런 우울한 얼굴은 말래두 난 쫓겨가는 사람이 아닐세
지금까지는 쫓기우면서 살아왔지만 이번만은 달라. 자넨 이해해 주겠지
[복택] 난 이해못해 저자는 위험인물이야 믿을수 없어 자넨 너무 사람을
믿는다니까
<<[김옥균] 저 같은 소인배가 나를 감히 어쩌겠나 공연한 기우아
[홍종우] 뭘 꾸물대고 있나 어서 타지 않고 오사까에서 배로 갈아타기까진 안심이
안돼
[김옥균] 시작이 늦었다고 말하지말게 잘못이 발견되면 남은일은 한가지 뿐 새로
시작하는거야. 미련이 많으면 회한도 크네 난 너무 오랫동안 망서려만왔어 이젠
움직이고 싶네>> << >>
[복택] <<어쩌면>> 파멸을 초래할지도 모르네 그점은 생각했나<<?>>
[김옥균] 파멸이라구 내가 파멸당한다 그말이지 후크자와- 그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얘길세
[복택] 그럼 자넨 희망을 버렸단 말인가?
[페이지] 다-019,, 0C0190
[두산만] 전 아구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읍니다. 그가 죽으면 모든게 끝나는것이
아닙니까
[후등] 김상이 끝날 뿐이지 우리에겐 새로운 시작이구
<<[두산만] 무슨 말씀이신지
[후등] 죽어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어. 산사람들에 의해서 말야
[두산만] 전-도무지
[후등] 자넨 몰라두 돼>> << >>
[홍종우] 아무래도 불안하군 와다군 우린 먼저 올라가서 자릴잡지 개자식 들은척도
않네
[복택] 그건 무슨 말인가<<?>>
[김옥균] 후쿠자와군 난 희망을 버렸으나 희망을 가지고 떠나는 거라네 난 언제나
자유스럽지 못하다고 느끼면서 살아왔지 늘 쫓기고 늘 고독했으며 는 혼돈한
가운데서 살아왔네 희망을 버릴수 없었기 때문이야 그러나 바로 말해서 내가 믿는건
전하의 약속이었지 전하는 아니었네 나는 그약속을 아직두 믿고 있네 우리가
행복해져야하며 그럴 권리가 있다는것과 그런 권리를 위해서 생각하고 고뇌한자들이
생각할줄 모르고 순종할줄 밖에 모르는 불행한 민중을 위해서 싸워줘야 한다고- 조선
[페이지] 다-020,, 0C0200
은 미개국이네 일본보다도 백년은 뒤떨어졌네 허지만 우린 수천년을 암흑세계에서
살아왔네 죽지않고 살아왔네 그까짓 백년 쯤이야 그것에 비하면 잠간인것이네 시간이
되가는군 기적이 우네 허지만 떠나라고 재촉하지는 말게 난 자네들과 좀더 같이있고
싶군
[복택] 나두 하고 싶은 말은 많네 허지만 난 않겠어 그렇게 보내주기를 원하겠지
<<[후등] 몇분 남았나?
[두산만] 아직 십분 남았읍니다
[후등] 사고나 없었으면 일본에서 일이 벌어지면 곤란해>> << >>
[김옥균] 그런데 후쿠자와군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동안 누군가 줄곧 나의
배후에 숨어 나의 희망을 이용하고 있었네. 행동할 의지를 탄압하고 있었네 그리고
그 탄압이 불가항력의 힘이라고 믿게 만들고 있네 내가 일본에 머물기 십년동안
우리의 이해는 달랐으나 우리의 아상은 같았네 그게 뭔가 권력인가 돈이었나
명예였나 아닐세.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진 않네 그건 우리의 삶 자체가 아닐까-
아니 그저
[페이지] 다-021,, 0C0210
소박하게 우정이라고만 해두세 우리가 서로 통할수있다는것 심지어는 암살자와도
말일세 그게 자유가 아닐까<<?>> 그래서 난 희망을 버렸네 또 기적이 우는군 이젠
그만 이별하세 그러나 난 희망을 가지고 떠나네 내 앞에 전개될 신천지를 그리며
사모하면서 떠나는 거라네 내가 보려 하지 않았던 또 다른 세계가 - 날 기다리고
있네 날 축복해주게
[후등] 김상, 출발할 시간이오 어서 타시오
[김옥균] 잘 계시오
[후등] 이젠 안심이다
[김옥균] 잘있게
[두산만] 정말 섭섭합니다
[복택] 와다, 선생님을 잘 모셔야한다. 저 사람을 조심해
[화전] 알고 있읍니다
[김옥균] 후쿠자와선생
[복택] 다시 또 만나겠지<<?>>
[김옥균] 그럼, 다시 만나야지
(김옥균,화전,홍종우퇴장)
[복택] 그여 떠나가는구나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가
[후등] 이무튼 시원섭섭하군 잘된 일이야
[두산만] 무슨 말씀이십니까<<?>>
[페이지] 다-022,, 0C0220
[복택] 김공, 살수 있는데까지는 살아야하는---
(굉음)
[장] (2장.서경환의 갑판
(새벽.김옥균,화전)
[화전] 밤새도록 여기 계셨읍니까<<?>> 전 그런줄도 모르고 아무래도 말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태풍이라도 볼것 같군요. 선생님 그만 선실로 들어가십시오 나간은
위험합니다
[김옥균] 홍종우는 일어났느냐<<?>>
[화전] 그 사람은 배멀미 때문에 꼼짝 못하는 모양입니다. 잘됐지 뭡니까 그사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웃거리는건 불안합니다. 선실문을 걸어잠그고 꼼짝도
안합니다
[김옥균] 그래<<?>?
[화전] 그런데 오늘 새벽날씨는 제고향 오가사와라의 날씨를 생각케합니다 태풍이
부는날은 늘 이랬읍니다. 태풍이 꼭 불겁니다. 뱃사람들도 제말에 동조하드군요
게다가 전 어제밤 꿈에 죽은 아버님을 뵈었읍니다
[김옥균] 너도 그랬느내 나도 누이의 꿈을 꾸었느니라
[화전] 그것보십시오. 섣어른 말씀이 태품이 불기전날 밤엔 으례 죽은이의 꿈을
꾼다고 했읍니다
[페이지] 다-023,, 0C0230
[김옥균] 오가사와라에서 내가 들려준 얘기들이 생각나는구나 부정한 아이를 낳은
여자가 노한 해신을 달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 얘기며 태풍으로 목숨을 잃은 어부가
어느날 혼뱅이되어 돌아왔는데 너무 나이를 먹어 누군줄 몰라 보았다고
[화전] 왜 웃으십니까 사람은 죽어서도 나이를 먹습니다 태풍이 부는건 나이를
먹은 본백이 또 한번 죽는 신음소리가고 어른들이 말씀 하십니다. 또 한번 죽어서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는 거라구요
[김옥균] 너더러 다시 태어나라 한다면 어떤 사람이 되겠느냐?
[화전] 그건 어려운 질문이십니다. 선생님같은분이 되었으면 하는게 제 소원이지만
그렇게되면 선생님이 와다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되실겁니다
[김옥균] 네가 진실로 나를 사랑하느냐?
[화전] 선생님의 그 말씀은 너무 몰인정하십니다. 그런 말씀을 듣고 있느니 차라리
죽고 싶습니다
[김옥균] 네가 정말로 우느냐 내가 잘못했다. 그만 그치거라
[화전] 어찌 선생님더러 말씀을 취소하라 떼를 쓰겠읍니까 울게 내버려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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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 그녀석, 내가졌다 내가졌어
[화전] 선생님- 그러시다면 제청을 하나 들어주십시오
[김옥균] 무엇이냐
[화전] 그만 일본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김옥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화전] 그사람은 믿을수 없는 사람입니다. 후쿠자와 선생님은 그사람이 선생님을
해칠것이라고 말씀하셨읍니다
[김옥균] 그사람이 공연한 말을 하는구나
[화전] 선생님 부탁입니다. 그사람은
[김옥균] 와다야 내가 일본을 떠난것은 그를 믿어서가 아니다. 네가 자라면
알게될것이다만, 와다야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 그게 진심이라면 그런 얘긴
꺼내지 마라 너는 오가사와라의 바닷가에서 내가 만났던 그 와다 이어야 한다 나는
너의 음성에서 오가사와라의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를 듣고 싶은것이다. 그런 못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화전] 네. 선생님
[김옥균] 그럼 선실에 들어가 있거라. 나는 아침해가 뜨는것을 구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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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 이런날씨에 말씀이십니까<<?>>
[김옥균] 내 마음엔 드느니라 내가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런 세계가
(화전 퇴장)
(홍종우 등장)
[홍종우] 마침내 좋은 기회가 왔구나 사나운 눈초리로 나를 감시하던 와다녀석도
배멀미가 난다고 드러누운 나를 보고는 방심해 버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저자는 무슨
생각에 잠겨 밤새도록 꼼짝도 않고 저 모양으로 서있는 것일까 무슨 생각일까- 나의
생각은 단지 하나, 화려한 권좌의 길이다. 그런데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
상해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신천지가 아니라 죽은인 것이다 그런데 너는
그것을 알고나 있는것이냐. 자, 이젠 끝내자 내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면 너도 끝이
나는 것이다. 거목은 쓰러지고 거목의 그늘에 가리워 빛을 보지 못하던 장초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겠지. 제발 행복한 공상이나 하고 있거라. 불행한 순간의 너를
죽이는 것만은 삼가겠다. 내 마지막 자선이다. <<그런데 지금 해치우면 진리품을
잃게되지 않을까 그렇군 세이케이마루는 일본의 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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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마저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내 목숨이야 건지겠지만 나의 개선이 너무 쓸쓸하지
않은가 나는 너를 동반하여 개선하리라>> << >> 권좌의 길이 눈에 보인다. 내가
꿈에도 그리던 파리의 <<그>> <<마로니에>> 꽃기로 이제부터 가는것이다. 김옥균-
너는 죽어서 나와함께 그길을 가는것이다. 나는 살아서- 너는 죽어서. 우리는 그렇게
개선하는 것이다
(밖에서)
[소리들]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갑판에 있는 선객들은 선실로 들어가 주시오
태풍이다.태풍이다.태풍이다"
(환상적인 총성)
(화전 등장)
[화전] 참혹한 일입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다니 믿을수 없는 일입니다.
< ,그분이 숨을 거두시다니>> << >> 선생님의 온 몸에서 선혈이 넘쳐흘러서 이 세상이
온통 그분의 고귀한 피로 물들고 말았읍니다 총성을 듣고 달려갔을때 선생님은
동화양행 8호실문앞에 뭄을 누이<<고 계셨고, 가슴이 에이는 슬픔으로 선생님을
불러복 또 불러보았으나>> <<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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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말을 잃으신채>> << >> 눈을 감고 계셨던것입니다. 그렇습니다.선생님은 눈을
감고 계셨읍니다. 이미 체념하신 것일까 이미 예지하신 일이라는듯 <<선생님의
모습은 평온하기 그지 없으셨읍니다>> << >> 그러나 허무한 일입니다. 거목이
쓰러졌는데 <<하늘은 왜 이다지도 맑고 청명하단 말입니까 3월 29일 불행한 하루가
지나고>> << >> 저는 선생님의 시신을 정갈히 하하여 입관하고 일본으로 선생님의
영령을 모셔가기 위하여 상해부두로 운구하였읍니다. 그런데 이 무슨 해괴한
일입이까 제가 운반절차를 상의하기 위하여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선생님의
영구가 감쪽같이 없어져 버렸던 것입니다 자객 홍종우가 선생님의 시신을 훔쳐서
청국군함 웨이위안호에 싣고 황해를 건너고 있었던 것입니다. 4월 14일 양화진두에는
사지를 찢기우고 목을 짤리운 참혹한 수급으로 선생님은 또 한번 운명하셨던
것압니다.
(복택, 후등,두산만 등장)
[화전] 한국 개혁당의 수령 김옥균은 진실로 세계대세를 통찰한바 있어 마침내
일본에 의지하여 한국의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고 중국의 침략을 억제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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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써 동양평화의 기초를 확립하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다가 불행하게 흉탄을
맞고 쓰러졌으나- 그의 정충고절은 마땅히 오늘에 와서는 크게 표창하지 않을수
없다. 생각컨데 일본제국은 유신이라는 큰 일을 완성하고 나라의 빛이 중외에
선야되고 타잉완을 점령-사할린을 회복- 다시 한국을 합병하는 국운의 발전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이 모두 청일, 노일전쟁의 결과에 힘입은 것이 많다.
그러나 청일전쟁의 대승리는 노일전쟁의 전초전으로 확신하다. 전자없이 후자의
승리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당시 온 나라가 힘을 합하여 적을 무찌를 정신을
고무하여 우리가 승리함으로써 동양평화의 기초를 확립할 기회를 얻은것은 김옥균의
비참한 학상의 피가 드디어 도화선이 되었던 사실을 의심 할수 없다. 김옥균은 그
당시 한국 정부의 부패무능을 개탄해 일본의 힘을 빌어 그것을 만회하고자 일본
동지들과 일을 꾀하다 실패- 일본에 망령 전후 십여년동안 갖은 고통을 겪었으나
끝내 뜻을 굽히지 않다가 중국의 이홍장부자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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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형편이 중국에 불리할것을 알아차리고 먼저 일본에 있는 김옥균을 그냥 두는것은
범을 들에 둔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에- 여러가지로 암살방법을 꾸미다가
홍종우로 하여금 상하이로 유인케하여 죽인 다음 시체를 군함에 실어 산국으로
돌려보내 엄중하게 처벌케했다 일은 이미 20년이 더 지났으나 그 참혹한 사태는
아직도 세상 사람들이 다 기억하고 있다. 이들 청국이나 한국이 국제상의 의례를
무시하고, 일본 보호아래 있던 김옥균에게 포악한 조치를 가한데 일본 국민은 분격한
나머지 마침내 청일전쟁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김옥균의 선혈이 변하여 두차례의 큰
전쟁을 일으킨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 한국 합병의 대업이 이룩되어 팔도의 국민이
일본 황제의 은혜를 입고 있는 이때, 특히 폐하의 대전을 받드는 좋은 날을 맞아
한국 개혁의 대의를 외치다가 동양평화의 희생물로 참변을 당한 김옥균의 충성을
모른다함은 우리 국민들의참기 어려운 부끄러움이 되겠기로- 원컨대 정부에서
김옥균은 표창하고 그 자손에게 하늘의 은총을 흡족히 내라는것은 비단 김옥균 한
사람을 위해서만 아니라 새 한국을 일본에 동화시키는 일로 확신한다. 우리들은
지난해에 내각총리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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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총독각하에 대하여 정부와 교섭할것을 건의함. 천구백십육년 일월
-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