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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1장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
(어둠 속에서 "안녕하세요"하는 외침 소리. 이어서 여기저기서 "안녕하세요"하는 외침 소리와 함께 객석과 무대에 동시에 불이 켜진다.
아이들이 무대와 객석의 여기저기에서 뛰어나오며 "안녕하세요"를 외친다.
인삿말 외에 간단한 질문을 덧붙여도 좋다. 객석의 한사람과 얼굴을 마주대고 인사를 나눌때는 그날의 날씨라든가, 상대방의 복장, 또는 취미등에 대해서 가벼운 질문이나 조크를 동반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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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빨리, 가깝게 번갈아 던지면서 극장안을 수런거림 속에 몰아간다.
이윽고 배우들도 무대위로 모여든다. "안녕하세요"는 계속 던져야 한다.
배우들은 차츰 한무더기로 모여든다. 그때쯤 객석의 불은 꺼진다. 배우들도
완전히 얼굴을 마주하고 한덩어리로 조여든다. 무대의 조명도 이들에게
집중된다. "안녕하세요"를 합창하는 소리가 점점 낮아짇다.
나중에는 속삭임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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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도 아주 어두워진다.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린다.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들려도 좋다. 수진이 상징적인 옥상위에 서 있다 배우들은 군중과 경찰
등으로 바뀌어서 수진을 향해 소리친다)
[군중] 위험해 뛰어 내리면 안돼
미친아인가봐 누가 올라가서 저 앨 잡아요
(등 외친다)
[수진] 여기선 모든게 잘 보인다 육삼빌딩도 보이고 한강다리도 보이고
남산도 보이고.. 그리고 우리집도 보여 자동차도 보이고 사람들도 보이고
빌딩 사무실에서 임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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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도 보이고 학교 운동장도 보여 아주 잘 보여 (깔깔웃고) 난 말야
할머니가 제일 좋아 시골 할머니네 집에 가면 조그만 산이 있는데 난 거기
올라가서 묵이 터지라 노랠 불렀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또
이런 노래도 불렀지 "어젯밤 꿈에는..."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나혼자
걸으면.." (동요와 유행가를 멋대로 섞어서 부른다) ..내가 죽으면 할머니가
제일 슬퍼할거야 할머닌 진짜 날 이뻐하시거든. 난 이 세상이 싫어 사람들이
미워, 더러운 세상 침이나 뱉어 줄거야 퉤 퉤퉤퉤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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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욕해줄거야 이놈의 세상 벼락이나 맞어라. 천둥도 울고 벼락도 내리쳐
우르릉 꽝 꽝 우르릉 꽝꽝... (사이) 잘 있어 모두들 잘 있어 내 친구
수진이, 인숙이, 은주, 경옥이.. 그리고 지훈이, 명수, 민규, 종철이.. 모두
다 안녕 덜렁이도 잘 있어 내 예쁜 강아지.. 그리고 내책상도 잘있고 내침대,
그리고 입 삐뚤이 수학선생님도 안녕.. 맛있는 음식도 안녕 브람스
아저씨하고 마돈난 아줌마도 안녕 엄마 아버지도 안녕 헬멧헷새도 잘 있어
군침나는 떡볶기도 오징어 튀김도 이젠 그만야.. 천둥도 울고 벼락도 내리쳐
우르릉꽝 우르릉 꽝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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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몸을 날려 뛰어 내린다. 배우들이 수진의 몸을 손을 펴서 받는다.
조명 암전. 강한 음악과 함께 조명. 수진을 번쩍 들어올리는 배우들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며 무대 중앙으로 수진을 들고 나간다. 관을 번쩍 쳐들고
가는 장례행진과도 같은 모양이다. 무대 중앙에 수진을 내려놓고 주문과 함께
몸을 비트는 원시적 율동을 한다. 점점 주문소리가 커지고 동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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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다. 그 절정에서 단발마 같은 비명의 합창과 함께 모든 동작이
정지된다.)
(박수치며 나오는 김선생)
[김] 잘했어 아주 잘했어
(조명 들어오고 수진 일어난다 지쳐서 쉬는 배우들)
[김] 표현상의 몇가지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소영이의 죽음을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하게 잘 처리 했어요
(모두 시무룩 하다)
[김] 왜들기운이 없어 칭찬까지 해줬는데
[인숙] 소영이의 죽음을 깔끔하게 처리 했다니요 너무 하세요 선생님
[김] 말이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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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 소영이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요
[경옥] 그래요 그런 표현은 너무 비정해요
[영수] 우린 연극연습을 하고 있는 중야
[인숙] 소영이가 죽은건 연극이 아냐 사실이지
[은주] 아 배고파 뭐 좀 먹고 하자
[인숙] 어떻게 배고프다는 소릴 할 수가 있니 소영이 얘길 하고 있는데
[은주] 굶는다고 소영이 생각을 더 하는건 아니잖아 혼자서만 슬픈척
하지마
[인숙] 소영인 우릴 대신해서 목숨을 끊은거야 그런데 넌 남의일 처럼
눈꼽만큼의 아픔도 느끼지 않는다는 거야.
[민규] 흥분하지 마 소영인 소영이고 우린 우리야
[인숙]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민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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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난 실감이 안나 소영이가 왜 죽었는지 이해두 안되고
[인숙] 어휴 바보같애
[수진] 우리가 알고 싶은게 바로 그거야 소영이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소영이가 느꼈던 절망, 슬픔 그걸 찾아내기 위해서 모인거야
[지훈] 맞어 우린 지금부터 그 얘기를 만들어가야 해
[수진] 나비처럼 떨어졌을까?
[민규] 뭐가?
[수진] 소영인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내렸어
[인숙] 낙엽처럼 떨어졌겠지
[조철] 바람처럼 스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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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 (익살부리듯 나서며 노래 부른다) 어떤 모습 이었을까
[종철] (크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민규] (노래) 무서웠겠지
[인숙] (노래) 나비처럼
[은주] (노래) 꽃잎처럼
[경옥] (노래) 하늘을 나는 새처럼
[수진] (노래) 그렇게 자유스러웠을까?
(일제히 일어나 노래와 춤을 계속 한다.
바라보는 김선생)
[노래] 어떤 모습이었을까
두려움을 느꼈을까
두렵지는 않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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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앤 아마 웃고 있었을지도 몰라
우리를 붙잡아 매놓고 있는 모든것들로
부터 그애는 영원한 자유를 얻었잖아
우리가 꿈꾸는 미래
우리가 원하는 행복
그 모든걸 그앤 가졌잖아
그래 소영인 날아간거야
새처럼 훨훨 나비처럼 팔랑이며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처럼
소영인 날아오른거야
(사방에서 뛰어나오는 아이들 무용극을 벌인다. 헤드폰쓰고 책 읽으며 먹으면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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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히 안경 꺼내 쓰고 책 읽는다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책 읽는다 밥
먹으면서 책 읽는다. 갑자기 책을 집어 던지고 뛰어 오른다 신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여기저기서 악마의 탈을 쓴 부모와 선생들과 어른들이 그들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쫓기는 아이들 신음한다. 고통 받는다.
수진이가 옥상위로 뛰어 올라간다)
[수진] (노래)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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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느꼈을까 두렵지는 않았을거야
그앤 아마 웃고 있었을지도 몰라
우리를 붙잡아 놓고 있는 모든것들로
부터 그애는 영원한 자유를 얻었잖아
우리가 꿈꾸는 미래
우리가 원하는 행복
그 모든걸 그앤 가졌잖아
그래 소영인 날아간 거야
새처럼 훨훨 나비처럼 팔랑이며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소영인 날아오른거야
(수진의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은 모두 억압으로 풀려나 비상하는
화희의 율동을 이룬다. 그 정점에서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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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2장 "죽은 아이에 대한 추억"
(조명 복판에 떨어지면 수진과 지훈이 나온다)
[수진] 소영인 열일곱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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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빗방울처럼 영롱한 소녀였습니다.
[수진] 항상 명랑했고, 우수운 소리도 잘하구요 그늘 한점 없는 아이였어요
[지훈] 자살이요? 상상조차할 수 없는 아이였습니다.
[수진] 그런데 죽었어요. 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까요
[지훈] 우리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극을 만들어 보기로 했죠.
[수진] 우리가 모르는 고통을 그애는 당하고 있었을꺼에요
[지훈] 우리가 몰랐던 소영이의 절망
[수진] 슬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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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외로움을
[수진] 무엇이 소영이를 물방울에 부서지듯 부서지게 만들었을까요
[지훈] 그건 어쩌면 우리가느끼고 있는 모든 외로움과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조명 밝아지면 승연이 먹을것을 잔뜩 들고 들어온다. 우르르 몰려드는
아이들)
[승연] 시장들 하지. 김밥이랑 싸왔어
(환성을 지르며 먹는 아이들)
[승연] 연습도 잘 되기를
[김] 이제 시작인걸요
[명수] 첫 장면도 아주 근사하게만들었어요
[승연] 어떻게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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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 두번째 장면들두 죽은 아이에 대한
추억에요.
[승연] 그럼 나도 등장해야겠네. 소영일 내가 막 만난건 나였으니까
[김] 좋아요. 그 얘기부터합시다.
[승연] 난 그저 해본 소린데. 난 연극도 못해요
[명수] 있었던 일 그대로 해야만 돼요. 시작하세요 선생님
(승연을 중앙으로 끌고가는 명수)
[승연] 난 못해 정말
[김] 소영일 어디서 만났죠
[승연] 수업이 끝나고 두시간쯤 지났을 거예요 좀 늦게 퇴근하는데
소영이가 도서관 앞 스탠드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어요
[김] 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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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연] 소영아, 왜 그러고 앉아있니?
(수진, 계단에 앉는다)
[승연] 도서관에서 공부했니
[수진] 아뇨
[승연] 집이 어디지
[수진] 가까워요
[승연] 같이 갈까
[수진] 싫어요
[승연] 기분 나쁜일 있었니
[수진] 아뇨
[승연] 피자파이 먹으러가자. 선생님이 살께
[수진] 먹기 싫어요
[승연] 소영이가 왜 화가 났을까
[수진] 나 그냥 내버려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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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연] 그러자. 귀찮게 해서 미안하구나.
(승연 간다)
[수진] 선생님
(멈추는 승연)
[수진] 남잔 모두 더럽죠!
[승연] 그건 무슨 말이지
[수진] 더러워요. 남잔 모두다
[승연] (다가 와서 옆에 앉는다) 소영이가 사랑에 빠졌나 보구나
[수진] 아뇨
[승연] 괜찮아. 선생님두 너만한 나이때 좋아하는 남자 애가 있었어.
[수진] 정말에요
[승연] 난 아주 심각했어. 잠두 못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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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렸어. 선생님의 첫 사랑이었어.
(꿈에 젖어 승연이는 수진 얘기하듯이 가만 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승연)
[승연] (노래)
[노래] 휘파람 소리 같은 거야, 사랑은,
가만히 가슴을 파고드는 쓸쓸한 느낌
때로는 힘차게 다가와서 나를 일으켜
세워 주기도 하지만
사랑은 휘파람 소리 같은거야.
(반주 흐르면서)
[수진] 잘 생겼어요. 그분도
[승연] 아주 멋있는 남자였어.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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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상상하는)
[승연] (노래)
[노래] 내가 늘 꿈꾸던 그런 남자였지
키는 크고,
가슴도 넓고,
친절하고,
말을 애껴쓰고,
난 그 사람을 쳐다보기만 해도
가슴이 터질것처럼,
기쁨이 넘쳐 흘렀지.
[수진] (벌떡 일어나며 외친다) 나두 그런 남자애를 알아요. 선생님. 난
사랑에 빠졌다구요
(상쾌한 리듬으로 바뀐다. 김선생과 지훈, 명수, 민국, 종철이 춤추기
시작한다. 러시아풍의 남성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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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다. 승연과 수진, 인숙, 은주, 경옥, 각각 상대를 정해서 춤춘다)
춤추면서 사랑의 환희를 노래한다) 점점 빠르고 경쾌하게 마치 축제의
느낌으로 올라간다) 승연이 다시 노래 부르며 앞으로 나온다)
[승연] (노래)
[노래] 휘파람 소리같은거야. 사랑은,
가만히 가슴을 파고드는 쓸쓸한 느낌,
때로는 힘차게 다가와서 나를
일으켜 세워주기도 하지만,
사랑은 휘파람 소리같은거야..
(수진은 계단에 앉아 상상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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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 김선생과 아이들은 제자리에 돌아가있다)
(승연 수진 옆에 가만히 앉는다)
[수진] 사랑은 아름다운 거예요..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면 사랑이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그렇죠. 선생님
[승연] 아름답기도 하고... 슬픈것이기도 하고.. 부드럽고.. 아주
무겁고... 그래 그건 달콤한 것만도 아니지.
[수진] (생각에 잠겨 미소하는)
[승연] 소영이한테 정말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생겼나 보구나. 그건
나쁜일도 아니구 허지만 내년엔 대학엘 가야지. 공부에 방해가 될만큼 심각한
연애는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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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시무룩) 난 아무도 좋아 안해요
[승연] 사랑에 빠졌다면서
[수진] (벌떡 일어나며) 더러워요. 남자들은 구역질 나요
(뛰어가 버리는 수진)
(조명 전체에 밝아진다)
[승연] 소영인 그렇게 소리치면서 달려가 버렸어요
[김] 그게 소영이의 마지막 모습이었군요
[경옥] 소영이한테 남자 친구가 있었다는건 있을 수 없어요
[승연] 왜
[경옥] 괴팍해요. 성격이. 미팅 같은것도 언제나 빠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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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선생님 말대로라면 소영인 남자친구 문제로 고민한거 같은데.
[경옥] 맹세해요. 소영이한텐 남자친구가 없었어요
[인숙] 혹시 소영이가 지훈이 좋아한거 아닐까
[지훈] 우린 그냥 친구였어
[종철] 고백해 지훈아
[명수] 자수해서 광명찾아
[지훈] 그냥 친구였다니까
[승연] 그냥 친구하고 남자친군 뭐가 다르지
[은주] 그것두 모르세요. 선생님 그냥친구는 남녀 구별없이 사귀는 거에요
[승연] 남자친구는?
[민규] 애인 사이죠
(모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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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소영인 그래서 자살한게 아냐
(모두 지훈 본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지훈을 잡는다)
[지훈] 소영일 마지막으로 만난건 윤선생님이 아니라 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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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이 조명속으로 들어와 고개 푹 숙이고 서있다)
[지훈] 웬일이니 소영아
[수진] 공부방해돼서 미안해
[지훈] 괜찮아. 저녁 먹고 쉬는 중야
[수진] 난말야, 지금 미친거 같애. 누구하고 얘기라두 하지 않으면 우리집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릴 기분야 그래서 너한테 전화한거야
[지훈] (웃으며) 나도 가끔 그런 기분을 느껴
[수진] (보더니) 넌 내 마음 몰라
[지훈] 고민 생겼니
(수진 갑자기 역렬한 몸짓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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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노래)
[노래] 고민, 고민, 고민, 미칠것 같애
내일이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눈앞이 캄캄해
성적표를 받아들면 심장이 얼어버려
난 머리도 나쁘고, 못생기고
아주 형편 없는 애야
(고개를 푹 숙이고 우는 수진)
[지훈] 대학 못간다고 우리 인생이 끝나는건 아니잖아
[수진] (노래)
[노래] 대학, 대학, 대학, 미칠것 같애
대학에 못간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눈앞이 캄캄해
[지훈] 소영아, 아이스크림 먹으러갈까
[수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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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맘편하게 생각해. 넌 여자니까 나보다 났잖아 대학 못가면 시집가면
되잖아
[수진] 남잔 더러워, 짐승이야
[지훈] (웃으며) 나도 그러냐?
[수진] (노래)
[노래] 난 죽을거야, 죽어버릴거야
그 방법 밖엔 없어
(격렬한 음악이 흐르면서 수진 모던댄스에 가까운 격렬한 춤을춘다 아이들
죽음의 가면을 쓰고 나와 수진과 춤춘다. 카니벌같기도 하고
원어부족의죽음의 의식같은 춤이다. 수진을 싸고 돈다 공포에 떠는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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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다. 막판에 올린다 고꾸라지듯 쓰러지는 수진 아이들 물러간다 음악이
잔잔하고 애잔한 것으로 바뀐다)
[수진] 난 아빨 존경했어. 엄만 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안달이셨지만
아빤 달랐어
(무대 한쪽에 경옥이 소영엄마로 등장)
[경옥] 내가 미쳐 미쳐, 성적표가 이게 뭐니 밤잠 안자고 뒷바라지 해준
결과가 삼십팔등이니, 삼팔 따라가 아냐 비싼 과외시켜, 선생님들 멕여살려
란학군이 최고로 좋다고 해서 아파트까지 옮겨 도대체 내가 안해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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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십팔등? 이기집애야 대학 떨어져봐. 나중에 시집이나 제대로 갈거
같애
[수진] 시집 안가면 되잖아
[경옥] 안먹고 살거야 그럼
[수진] 내가 벌어서
[경옥] 공부도 못하는 니까짓게 뭘해서 돈을 벌어
[수진] 아버지처럼 사기해서 벌지
[경옥] 뭐라구 아이구 이년아, 남이 들을라
(경옥 악쓰며 퇴장. 민규가 소영 아버지로 등장한다)
[수진] 잘못했어요 아버지
[민규] 난 너희들에게 뭔가 남겨주고 싶었다 허지만 아버지가 남겨줄만한
것은 아무것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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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구나. 너희들의 행복을 위해선 돈이 필요했어.
[수진] 아버지 사진이 신문에 났어요
[민규] 아버진 재수가 없었을 뿐야. 뇌물을 나만 받았냐
[수진] 좋아요. 우릴 위해서 아버지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처요, 그럼 그
여잔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민규] 그 여자라니?
[수진] 그 젊은 여자요
[민규] 아니, 네가
[수진] 난 봤어요, 봤어요, 다 봤어요
(가벼운 음악에 맞춰 은주가 젊은 여자로 나와서 관능적인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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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는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은주를 따라다닌다 민규에게 안겨 교태를
부리는 은주)
[수진] 난 아버질 경멸해요. 미워요
(암전 다시 연습장으로 돌아온다)
[김] (지훈에게) 소영이가 아버지 문제로 고민을 하더란 말이지
[지훈] 예, 자꾸만 죽고싶다고 했어요 전 그냥 해보는 소리겠지 했는데
선생님 소영인 제 잘못으로 죽은 거예요 제가 그 때 좀더 적극적으로 소영일
말렸다면 그런일도 안 일어났을지도 몰라요
[승연] 지훈이가 죄의식을 느낄건 없어
[지훈] 전 사실 귀찮았거든요. 소영이 일에 깊숙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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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난 그저 얘기나 들어줄 생각이었죠 소영이 얘길
심각하게 듣질 않았어요
[김] 그래서 소영이가 자살을 했을까
[지훈] 무슨 말씀이세요?
[김] 아버지 문제나 성적, 그것두 하나의 원인은 되겠지. 허지만 그것
때문에 소영이가 죽음을 선택했으리라곤 생각이 안돼
[인숙]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란 말씀이신가요.
[김] 소영이가 그정도로 약한 애라곤 생각이 안돼
[종철] 그럼, 무엇 때문이죠
(모두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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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3장) : 나의 인생은 어디에 있나요
(김선생이 앞으로 나온다)
[김] 내말을 잘들어봐. 우리가 산다는 것은 수많은 관계의 연속이라고 할
수있어 우선 부모와 나, 나와 형제, 나와 친구, 선생님과 나, 사회에
진출해서도 마찬가지야,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때로는 우정을 느끼고, 때로는
갈등을 느끼기도 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이런 모든관계속에서 사람은
살아가는 거야. 그런데 어느날 그중 하나가 끊어져 나가는 거야 나를
엮어주고 있는줄 하나가 끊어져 버리는 거야, 그리고 또하나, 마치 인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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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하는 줄이 끊어져 나간것처럼 나는 기우뚱 하는 거지 이렇게-
(줄이 끊겨서 한쪽으로 기운 인형의 시늉을 하는 김)
[김] (노래)
[노래] 사랑의 줄이 끊어지만, 이렇게
우정의 줄이 끊어지면 이렇게
외롭게 들판에 서있는 허수아비처럼
이렇게 이렇게 이런모습이 되버리지
(줄이 끊긴 인형의 모습을 그때마다 보여주는 김선생. 아이들은 뒤에서
김선생과 같은 동작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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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노래)
[노래] 우리를 묶어주는끈
나를 움직이는끈
나를 잡아당기고
나는 너를 잡아당시고
너는 나를 잡아당기고
이렇게 -
이렇게 -
(서로 잡아 당시면서 인형을 조작하면 그리로 움직인는 상대)
[김] (노래)
[노래] 내 생각도 이래
소영이는 그모든 끈이 끊어져나간거야
그래서 절망을 느꼈을 거야
누구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을 거야
아무도 없다는 두려움을 느꼈을 거야
그래서 소영이는 다버린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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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모이라고 손짓하는 김. 아이들 김 주위에 모여든다)
[김] (반주에 맞춰서 대사) 너희들도 이때 이세상에 나 혼자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적이 없어. 누구도 도와줄수 없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수 없다는
(끄덕이는 아이들)
[김] 그래서 죽고싶도록 외로움을 느낀적이 있었지?
(모두 끄덕인다)
[승연] (노래)
[노래] 나 혼자라는 느낌
그건 아주 쓸쓸한거야
내손을 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느낌....
[페이지] 039
(찬란한 여운이 흐른다. 모두 심각하다)
[은주]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어
[민규] 나두
[종철] 나두 그래. 난 유명한 주방장이 되고 싶거든 그런데 집에서 그 얘길
꺼냇다가 아버지한테 야구배트로 스무대나 맞았어.
[경옥] 난 모델이 되고 싶거든. 그랬더니 집안망신 시킨다고 나가서 살래.
[명수] 난 개그맨이 되고 싶어. 하지만 아버진 나보고 의사가 되래. 어휴!
난 피만 보면 소름이 끼치는데 어지러워 현기증나.
[인숙] 난 변호사가 되고 싶어.
[페이지] 040
허지만 엄만 나보고 가정과나 가래. 여자가 변호사같은 일을 하면 팔자가
세진데나.
[수진] 난 피아노 좀 안치고 살았으면 좋겠어.
[은주] 너희들은 고민두 팔자다. 난 대학에 가고 싶지만 집에선 졸업하면
취직이나 하래.
[은주] 지훈이 니 고민은 뭐니
[지훈] 난 작가가 되고 싶거든.
[은주] 넌 뭐든지 될 수 있잖아. 집두 부자겠다 뭐가 걱정이니
[지훈] 난 장남이니까 아버지 회살 물려받아야 된대
[명수] 지훈아, 난 니네 회사 기획부장이나 시켜주라
[페이지] 041
[지훈] 난 아버질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아버지하곤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
[인숙] 왜 모두 반대지
[종철] 부모님들은 왜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못하게 하지. 꼭
청개구리 같애
[명수] 부모란 그런 거야
[김] 좋아. 그걸 연극으로 만들어 보자
[명수] 뭘 말이죠
[김] 너희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모님을 그려보란 말야. 자, 시작하자!
(아이들, 남녀 쌍으로 네 그룹을 만들어 흩어진다. 그 위에 조명)
[경옥] (엄마로) 뭐가 되고 싶다구
[페이지] 042
[종철] 주 -
[경옥] 큰소리로 말해 봐
[종철] 주, 주방장요
[경옥] 너 미쳤니, 제정신이야
[종철] 엄마 신문도 못 봤어요. 요즘 큰 호텔의 주방장은 이사데도래요.
월급도 많이 받구요.
[경옥] 시끄러워. 기껏 키워놨더니 주방장야.
[종철] 주방장이 아니구요. 요리사에요, 요리사.
[경옥] 그건 여자나 하는 일야. 정서는 커가지고 머리에 괴상한 모자나
쓰고 이거나 하겠다는 거야. (중국집에서 국수만드는 시늉)
[종철] 엄마, 난 머리가 나뻐서 공부도 못해요. 난 먹는게 취미잖아요. 난
티브이도 오늘의 요리시간이 제일 재밌어요.
[페이지] 043
난 음식 만드는게 좋다구요.
[경옥] 시끄럽다니까 (꽤 소리치고 모델 시늉한다)
[종철] (아버지로) 어디서 궁뎅일 삐쭉 내미는 거냐
[경옥] 전 다리가 길잖아요. 아버지 그래서 모델이 되기로 했어요.
[종철] 사람들 많은데서 수영복 입고 왔다갔다 하겠다는 거냐
[경옥] 난 튀기같은 세계적인 모델이 될 거예요
[종철] 뭐, 튀김? 그 넋 나간 소리 그만하고 얌전하게 살림이나 배워.
[경옥] 난 시집 안 갈거에요
[종철] 시끄러워. 또 한번 그따위 소릴하면 발목아질 분질러 놓겠다.
[경옥] 알았어요. 졸업하면 시집가서 애나 펑펑 날게요.
[페이지] 044
(다른 곳에 조명)
[명수] (아버지) 뭐 여자 변호사?
[인숙] 네. 변호사가 되서 남성에게 억압받고 사는 여성의 권익을 위해서
싸울 거예요.
[명수] 여권운동가가 되겠다는 거냐. 안돼! 우리집안에 사나운 여잔 니
엄마 하나로 충분하다.
[인숙] 난 변호사가 될 거예요 아버지
[명수] 가정과에 가서 남편 시중드는 법이나 잘 배워. 뭣 때문에 여자가 돈
버느라고 고생하냐. 돈 잘벌고 능력있는 남자한테 시집가서 편안하게 살지.
여잔 그저 남잘 잘 잡아야 돼. 대학다니는 동안 괜찮은 녀석 만나거든 꽉
잡아라.
[페이지] 045
도망치지 못하게 꽉 잡아. 알았니
(소리치고 개그맨 흉내낸다)
[인숙] 아니 애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티브이 켜놓고 뭘하는 거야(티브이
보더니) 아니 또 바보녀석 흉내내는 거냐
[명수] 너무 웃겨요
[인숙] 어서 공부나 해
[명수] 엄마, 내 실력가지곤 엄마가 소원하는 의대에 가긴 글렀어요
[인숙] 내년에 떨어지면 재수 해.
[명수] 재수해도 안돼요
[인숙] 그럼 삼수 사수 오수를 해서라도 꼭 의대에 들어가.
[페이지] 046
[명수] 엄마, 난 예방주사 맞는 것도 무서워요 그런데 어떻게 남의 병을
고치는 의사가 되겠어요. 돌팔이 의사면 몰라두.
[인숙] 돌팔이든 땡칠이든 하여간 의사만 되란 말야. 그럼 아파트하고
빌딩이 달린 색시가 쫙 줄을 설테니까.
[명수] 난 개그맨이 되고 싶단 말예요
[인숙] 어림없다. 나하나 못 웃기는 녀석이 무슨 얼어죽을 개그맨이야.
[명수] 엄마
[인숙] 아버지한테 일를 거야 너
(딴 곳에 조명 떨어진다)
[은주] 난 대학 갈거에요
[민규] 나두 널 대학에 보내주고 싶지만
[페이지] 047
아버지 능력으론
[은주] 제가 벌어서 다닐께요. 아르바이트 하면 되잖아요
[민규] 그렇게 대학에 가고 싶니
[은주] 예. 가고 싶어요 친구들은 내년이면 모두 여대생이 될텐데
[민규] 친구들이 부러워서 대학에 가겠다는 거냐
[은주] 나 혼자만 챙피하잖아요
[민규] 좋다. 그게 니 소원이라면 대학에 보내주마. 허지만 허영심으로
대학에 다닌다는 건 난 반대다. 대학 다닐려고 술집에 나가는 여대생도
있다고 하드라. 그렇게까지 해서 대학졸업장을 따야하겠니. 그렇게 해서 얼굴
대학졸업장이 무슨 소용이겠니.
[페이지] 048
[은주] 그래두 난 갈거예요 대학 못 가면 난 죽어 버릴 거에요
(엄마로 변해서) 대학 안가면 뭐 하겠다는 거니
[민규] 취직할 거에요
[은주] 취직
[페이지] 049
[민규] 내손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어요. 독립해서 살고 싶다구요.
[은주] 집에 돈이없어서 취직을 하겠다는 거냐?
[민규] 그래서가 아녜요.
[은주] 그럼 뭐야?
[민규] 내인생을 살아보고 싶단 말에요.
[은주] 이녀석이 밤낮 소설책만 읽더니 머리가 어떻게 됐구나. 엉뚱한 소리
고만하고 공부나 해 어서
(딴곳에 조명 떨어진다)
[수진] 허지만 엄만 제가 피아니스트가 되길 원하세요
[지훈] 아빤 수진이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수진] 내가 원하는 사람이요?
[지훈] 그래 엄마나 아빨위해서 살아선 안돼 니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지
[페이지] 050
[수진] 정말에요 아빠?
[지훈] 그래
[수진] 고마워요 아빠
(지훈에게 안기는 수진. 아이들 일제히 야유를 보낸다. 부끄러워 떨어지는
지훈과 수진)
[김] 모두 잘했어. 그런데 바람직한 부모님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모두
반대만 그렸구나
[인숙] 자식이 바라는 인생을 살라고 격려해 주는 부모님이 있을거 같애요
선생님 없어요 넌 어리니까 넌 아직 세상을 모르니까 그러니까 내가 니
인생을 판단해주마. 모두 그런 식이죠.
[종철] 그래요 선생님 우린 우리 인생이 있어요.
(무대뒤에서 꽹과리 소리. 사물놀이패가
[페이지] 051
나온다 지훈이 의 앞으로 나선다)
[지훈] (굿거리를 한다) 마루넘어오던 부정 재넘어오던 부정 신실히 적적이
물리쳐 줍소사. 산에 올라서 낙락장송 늘어진 가지에 목을 매어두
자격영산이오. 들로 내려서 만경창파에 둥실 빠져 수산영산이며, 거기거리에
객사 영산, 총맞고, 칼맞고 가던 영산, 부스럼 뜨걸에가던 영산이요. 폐병에
가던 영산, 자동차사고로 가는 영산, 엠병속병에 가는 영산, 에이즈에 걸려
가는 영산, 위염,간염으로 가는 영산, 소정받고 노자받아 좋은데로 천도를
허소이다. 에쑤 에쑤
[페이지] 052
[산소리] (꽹과리치며) 에쑤 쉬, 자 잡귀들이 물러갔으니 무엇으로
놀아볼까 이중에 원한 가진자 원통한자 억울한자 죽고싶은자 할말있는자
하소연 들어주는 놀이마당이 좋겠구나.
(하둘놀이, 어우러진다. 춤추며 돌아가는 사물놀이 패의 아이들)
(이하 주중인물들은 누가 나와도 좋다)
[화초부] 이놈자식 뭐가 부족해서 집나간거야
[화초] (고개숙인채)
[화초부] 그동안 뭘 하고 다녔어
[화초] 오락실에두 가고 술집에두 가고 만화가게두 가구 심야다방가서
비디오도 보고
[화초부] 이놈 너 중학교 때까지는 얌전하더니
[페이지] 053
갑자기 왜 변했냐
[화초] 다 아버지 닮아서 그렇죠
[모두] 아버지 닮아서 그렇죠
(풍물소리 어울러지고 닐리 나와서 춤춘다. 닐리모 쫓아나온다)
[닐리모] 당장 때려치우지 못해 말만한 계집애가 그게 무슨 짓야?
[닐리] 엄만 이것두 몰라 에어로빅
[닐리모] 춤잘추면 대학 붙여준대니
[닐리] 난 대학 안갈거야
[닐리며] 다 대학가는데 너만 안가면 시집은 어떻게 가니
[닐리] 난 이해가 안돼 돼지나 개미새끼처럼 누가 이거 샀다하면 우 몰려가
사구 이런게 유행 한다하면 너나할것없이 몸에 휘감고 다니고
[페이지] 054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든가 기술을 배우든가 각자 개성대로 살아가면
되는거 아냐
[모두] 맞다. 맞다 공부 좋아하는 사람만 대학으로 추방하라
[고수] 얼쑤
[선생1] 팔보나와. 형편없는 자식 넌 도둑놈야
[팔보] 잘못했습니다.
(선생1 팔보를 걷어찬다)
[모두] 우 - (야유한다)
[선생1] 컨닝은 도둑이나 마찬가지야
[팔보] 왜때려요 씨
[선생1] 이자식봐라 씨? 너 내일부터 학교 나올 필요없어
[팔보] 그래요. 난 학교 안다닐거에요 날 개패듯
[페이지] 055
패는 학교
[모두] 학생도 인격이 있다 인격이 있어
[팔보] 제가 컨닝한건 정말 비겁한 짓이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절
구둣발로 걷어 찰때는 정말 자존심 상하고 죽고싶고-
(사물눌이 드높아진다. 장비가 숨어서 담배피는 모습. 선생2가 나선다)
[선생2] 장비, 이놈아 여긴 학교 화장실이야 여기서 너구리 잡을일 있냐
[장비] 아이구 죽었구나
[선생2] 조그만 녀석이 담밸피면 키크겠니 더 쪼그라든다
[장비]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선생2] 나두 어릴 때 아버지 몰래 광에 숨어서 담밸피다 걸려서 얼마나
두드려맞았는지 허지만
[페이지] 056
지금은 아버님이 정말 그립다. 난 아버지의 회초리 덕분에 지금 이렇게
건강하잖니. 다음부턴 피우지 말어
[장비] 예 선생님.
[모두] 그 선생님 멋지다. 멋쟁이 멋쟁이.
[장비] 전 그날 정말 작살나는 줄 알았어요 그 다음부턴 담배보기를 뱀처럼
보고삽니다.
[고수] 얼 쑤.
[인숙] 저흰 갈곳이 없읍니다.
[모두] 옳아요 옳아요
[인숙] 그래서 우리가 기껏 가는곳이란
[명수] 학교에서
[은주] 도서관에서
[종철] 공부방이죠
[모두] 우린 갈곳이 없어요
[페이지] 057
(사물놀이 흥겹고 빠르게 어우러진다. 모두 춤판에 뛰어들어 정신없이
춤춘다. 그 정점에서 암전)
[장] 제4장. 수많은 좌절
(김선생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다. 승연이 민우것 싸들고 들어온다)
[승연] 왜 애들이 아무도 안보이죠?
[김] 오늘은 모두 늦나봅니다.
[승연] 집에서 못가게 하는거 아닐가요.
[김] 글세요
[승연] 학부형 한분이 학교로 전활했어요
[김] 누구 학부형이라고 하든가요?
[승연] 이름두 안밝히구요 화부터냈어요.
[페이지] 058
공부하는 학생들 데리고 무슨 짓이냐구요
[김] 저두 그런 전화받았읍니다.
[승연] 계속하실거예요
[김] 아이들이 원하면 계속해야죠
[승연] 김선생님 입장이 난처해질텐데요.
[김] 소영이 같은 아이가 더 나와선 안됩니다 나두 아이들도 그애의 죽음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요
[승연] 그래요 저두 같은 생각예요
(지훈과 수진, 종철, 경옥등이 들어온다. 인사한다)
[승연] 늦었구나. 무슨일있었니?
[모두] 아뇨
(강하게 부인한다)
[페이지] 059
(명수, 민규, 은주 들어온다 인사 나눈다)
[김] 인숙이만 안 왔구나. 누구 인숙이 못봤니
(모두 눈치만본다. 숨기는 기색이다)
[김] 좋아 그럼 시작할까 어저께까지 우리가 그만 얘기는 내가 정리를 했다
오늘은...
(모두 시무룩하다)
[김] 왜들 그래 나한테 뭐 숨기는거 있으면 말을 해봐
[페이지] 060
[페이지] 061
[명수] 선생님, 정말 막을 올리실거에요?
[김] 왜 연극도 그만 두고 싶니
[명수] 아뇨, 하고 싶어요
[경옥] 어른들도 우릴 이해못해줘요, 연극을 한다고 하니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거예요
[은주] 세대차이라는 거지뭐
[명수] 맞어, 얘기가 안통해
(모두 왁자지껄 떠든다)
[김] 자 조용히 해봐, 아주 먼 옛날부터 세대간의갈등은 없었다, 이집트
사람들이 파피루스에 기록한 글에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하고 젊은 세대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내용이 들어있거든
[은주] 그러니까 그건 피할수 없는 숙명이란건가요?
[민규] 그래서 우리더러 참고 견디란 말씀이죠?
[페이지] 062
[김] 너희들이 너무 피해의식에 젖어있지않나해서 하는 소리다, 너희들이
느끼는 제약도 내 세대도 겪었고 또 너희들 다음세대도 겪는거다
[종철] 맞아, 내 동생한테 나도 모르게 니들은 이핼 못하겠다는 말이
튀어나가지뭐야
[지숙] 허지만 선생님은 우리같은 입시지옥도 겪지 않으셨잖아요
[김] 지금 같지야 않았지, 허지만 그러나 다른 어려움이 많았지
[명수] 참어라, 참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김] 무조건 참으라곤 하지 않았다, 무조건 순응하는건 젊음이 아니지
[수진] 젊음은 어떤건가요 선생님
[김] 이미 있는것에 대한 반대 에너지라고나 할까 기존의 틀에 대한 도전,
그것이 젊음의 특권이
[페이지] 063
아닐까
[지훈] 그럼 우리의 반항이 정당하다고 보세요
[김] 그 방법이나 발상이 문제겠지, 어른들도 모두 틀렸다, 그러니까
무조건 반대로만 하겠다, 이런식이라면 너무 유치한거 아닐까
[은주] 그건 선생님이 우리 고민을 몰라서 하시는 말씀에요
[명수] 고민하는건 좋아요, 하지만 이왕이면 좀더 폼나는 고민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우린 뭐죠, 시험점수 한점 올라가고 내려갈때마다 웃었다
울었다 숨막혀요
[김] 좋아, 그럼 너희들의 진짜 고민을 들어보자
(인숙이 뛰어들어온다,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페이지] 064
[명수] 시간 약속좀 지켜라
[인숙] 휴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안오셨구나
[종철] 무슨소리야
[인숙] 아무것도 아냐
[명수] 너두 고민 생겼니, 얼굴색이 안좋다
[인숙] 그래 난 정말 고민이야
(인숙 뛰어나가며 노래부른다)
[인숙] (노래)
[노래] 나는 열일곱살
매일같이 재잘거리는 열일곱살, 허리는
날씬해지고 가슴은 부풀어오르는 열일곱살
(여자 아이들 뛰어나온다, 브로드웨이 쇼걸같은 모자를 쓰고 팔짱끼고
춤춘다, 똑같은 복장에 흰우산을 쓴 소녀들이 우루루 등장해서 이들과 어울려
춤춘다)
[페이지] 065
[명수] (노래)
[노래] 나는 열일곱살
매일같이 자라나는 열일곱살
콧수염이 자꾸나네
아침마다 면도를 해야하는 열일곱살
(남자아이들, 브레리크 댄스춘다, 소년들이 뛰어나와 격렬한 춤춘다
뒷골목의 불량자같은 춤이다)
(소녀들의 간드러진 춤과 소년들의 격정적인 춤이 교차된다, 현대무용이
한참 어우러지는 데 인숙부와모가 등장)
[인숙부] 도대체 이게 무슨 짓들이야
(흩어지는 아이들)
[인숙부] 금쪽같은 시간에 공부는 안하고 사내하고 계집애들이 어울려서
춤판을 벌이다니
[페이지] 066
당신이 선생이요?
[김] 그렇습니다, 누구시죠
(인숙, 얼른 아이들뒤에 숨는다)
[인숙부] 나 인숙이 애비올시다
[김] 아 그러세요, 어서 오십시요
[인숙부] 이렇게 예고없이 찾아와 실례인줄은 압니다만
[인숙모] 여보 인사치례는 그만하고요 본론부터 얘길 하세요
[김] 무슨 말씀인데...
[인숙모] 대체 우리 애를 꼬여내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수진] 인숙이 어머니, 그런거 아녜요, 우리가 원해서..
[인숙모] 너희들은 가만있어
[인숙부] 인숙이가 가져온 대본은 봤어요, 도대체 내용
[페이지] 067
이 그게 뭡니까
부모를 그따위 무식한 사람으로 표현을 해두 되는 겁니까
[김선생] 그건 오햅니다.
[인숙모] 오해고 뭐고 필요없어요, 인숙아, 너 이리 나오지 못해
[인숙] 싫어요
[인숙모] 아니 얘가, 어서 썩 나와
[김선생] 잠깐만 제 얘길 들어보십시요
[인숙모] 보세요, 여보, 그렇게 착하고 말 잘듣던 우리 인숙이가 두눈을
빤히 뜨고 날 노려보고 있잖아요
[인숙부] 이보시오, 애들을 선동해서 뭘 어쩌자는 거요
[승연] 말씀이 지나치세요, 선동이라니요
[페이지] 068
[인숙부] 입시공부에 열중해야할 시기에 연극이니 뭐니 하고 작당을
해가지고 놀러다니는 게 그게 잘 된일이요
[인숙모] 우리 인숙이가 대학에 떨어지면 당신이 책임질거냐구요
[수진] 그럼 인숙이가 소영이처럼 되면 그 책임도 누가 지죠
[인숙모] 넌 나서지마, 건방지게
[수진] 소영이가 누군지 아시죠, 10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애 말예요
[인숙모] 얘가 누굴 협박하는 건가, 도대체 우리 인숙이가 그애와 무슨
상관이야
[기숙] 우리 모두 상관이 있어요, 우린 모두 소영이하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요, 인숙이도 마찬가지구요
[페이지] 069
[인숙모] 끔찍해라, 얘들이 미쳤나봐
[지숙] 다른점이 있다면 소영인 우리보다 더 예민하고 용기가 있었다는 것
뿐에요, 지금 처럼 우리한테 공부만 강요한다면 우리도 소영이하고 똑같은
결론에 도달할지도 몰라요
[인숙부] 시끄럽다,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이 우리 인숙이만
데려가면 그만이니까
(인숙을 끌고간다)
[인숙] 아빠, 내말좀 들어보세요, 난 내가 누군지 알아야돼요, 나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연극도 끝내고 나서 더 열심히 공부할께요
[인숙부] 시끄러워, 생각하고 자시고 할 시간이 어딨냐 우선 대학부터
들어가고 봐야지, 가자
(끌고간다)
[페이지] 070
[인숙] 싫어요, 난 안갈래요
[인숙부] 아니 이년이
(인숙을 때리려고하는 인숙부)
[김] (막으며) 잠깐만 제 말을 들어 보세요
[인숙부] 당신은 비켜
[김] 인숙이 아버님, 중요한건 대학이 아닙니다, 인숙이의 인생이죠
[인숙부] 당신도 선생이지 인숙이 부모가 아냐, 학교에선 공부나 잘
가르키면되는거야
[김] 학교는 사랑도 만드는 곳이지 성적표를 만드는 곳이 아닙니다.
[인숙부] 뭐라구
[김] 인숙일 놔주십시오
[인숙부] 니가뭔데 상관이야
(인숙부 김선생의 뺨을 때린다, 모두 놀라서 본다)
[인숙부] 가자, 집에가서 어디두고보자 (끌고간다)
[인숙] 선생님 도와주세요, 선생님
[페이지] 071
(인숙 끌려나간다)
(모두 침묵 김선생만 바라본다)
[김] (웃으며) 왜들 내얼굴만쳐다보는 거야 갑자기 벙어리들이 됐나..
(손뼉치며) 자자, 다음 장면을 만들어보자.
(괜히 분준히 움직이는 김선생. 그러나 모두 김선생만 바라볼뿐이다)
[김] 자, 움직여 모두.. 다음 장면은 여러분의 하루의 일과를 꾸며보기로
하자. 새벽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기전 시간과 학교에서의 생활, 그리고....
(맥이 풀려 말을 멈추는 김)
[김] 난 괜찮아.
[수진] 정말 괜찮으세요.
[페이지] 072
[김] 뺨한대 맞았다고 하늘이 무너지나.
(은주와 경옥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종철] 너무해요, 선생님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우리들 보는 앞에서..
[은주] 난 학교 그만 둘거야.
[승연] 너희들은 아버지 엄마가 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지, 아직
아버지 엄마가 돼 본적이없으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지순] 그게 무슨말씀이예요?
[승연] 자, 모두 모여봐.
(아이들 승연주위에 모인다. 김선생은 계단에 힘없이 앉는다)
[승연] (노래)
[노래] 상상들 해봐요. 순백의 면사
포를 쓴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을.
[페이지] 073
사랑하는 사람과 일생을 같이하기
위해서 부케를 가슴에 안은 신부의
모습을. (대사로) 자, 미래으 예비신부들은 이쪽으로..
(여자들 한쪽으로 선다)
[승연] (대사) 미래의 신랑도 이쪽으로.
(남자들 선다. 여자들에게 꽃다발을 던져둔다. 여자들 흰수건을 머리에
쓰고 꽃다발 안는다)
[승연] (노래)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봐.
내 모습이 그 눈속에 잠겨 있을거야
이제 두 사람은 부부가 됐읍니다.
딴따라 딴..딴따라딴 (결혼 행진곡)
(춤추는 아이들. 결혼식과 신혼여행 사진찍기등을 무용으로 보여준다)
[페이지] 074
[승연] 달콤한 신혼생활은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죠. 아내는
산더미같은 집안일, 남편은 직장으로, 사는건 전쟁이야.
(바쁜 출근시간, 남자들 행진하듯 출근하고 여자들 배웅하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서 바쁘다)
[승연] 어느날 갑자기 애기가 생기지, 아빠와 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지.
(애기인형대신으로 소도구를 하나씩 들고 젖먹이고 잠재우고 기저귀
갈아끼는 장면)
[승연] 아이들은 나무처럼 자라나지. 어제태어난 애기가 오늘은 국민학생,
내일은 중학생, 나무처럼자라나지.
[페이지] 075
(반주 조용희 바뀌며 모두 모이라는 손짓하는 승연. 아이들 주위에 모여
앉는다)
[승연] 부모란뭘까. 그건 자식을 위해 대신 죽어 줄수도 없는 존재란다.
자식이 아프면 밤을 새워 대신 아프고, 나보다 잘되기를 바라고,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나를 버리는 부모.
(노래조의 대사로서서히 바뀐다)
인숙이 아버지는 인숙이 생각만을 하신거야. 인숙일 사랑하니까.
[종철] 그건 잘못된 사랑이잖아요.
[승연] 그럴수도 있겠지.
[경옥] 선생님도 뺨을 때린건 도저히 용서 못해요.
[페이지] 076
[승연] 인숙이부모님의 생각이나 행동은 정당한게 못되겠지. 허지만 인숙이
부모님도 인숙이가 대학에 들어가기를 원하신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물불을 안가리시는거지. 내말뜻 알겠어? 생각은 잘못되지만 부모란
그런거야. 자식을 위해서는 죽을수도 있는 존재...
(모두 생각에 잠긴다. 조금은 이해가 되어흩어진다. 그러나 기운들이없다
승연, 김선생에게간다)
[승연] 내가 틀렸나요.
[김] 아닙니다. 난 인숙이 아버님두 이해합니다. 현실이 그렇잖습니까.
대학에 못가면 사람들 구실도 못하는.
[페이지] 077
[승연] 용길 내세요. 학교는 사람을 만드는 곳이라고 김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요.
[김] 저 아이들이 자연히 인생을 찾길 원했어요. 삶의 목표를 뚜렷이
세우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허지만 그걸 일년후로 미뤄야 할까봐요..
입시가 끝나고 나서.
[승연] 포기하실건가요.
[김] 그게 편하니까요.
[승연] (킹) 저 아이들의 꿈은 어떻하구요.
[김] ------
[승연] 사랑도 없이 자라나는 것이 두렵지 않으세요?
[김] ------
[승연] 김선생님이 필요해요. 아이들한텐.
[페이지] 078
(소란스러운 소리에 보는 김과 승연, 조명들어가면 아이들이 소도구등을
옮기고 있다. 집과, 거리, 학교, 도서실, 오락실등을 만든다)
[승연] 뭐하는 거니?
[지순] 다음장면을 만들어야죠.
[병수] (익살스럽게) 우리들의 하루.(음악이 흐른다. 분주히 움직이는
아이들. 인숙이 뛰어들어온다. 숨가쁘다)
[경옥] 인숙아, 돌아왔구나.
[민규] 선생님, 인숙이가 왔어요.
[김] 인숙아.
[페이지] 079
[인숙] 미안해요, 선생님.
[김] 잊어버려라, 선생님도 다 잊어버렸어.
(음악 고조된다. 아이들의 하루 생활이 시작된다. 새벽부터, 학교생활,
도서관 생활들의 코믹하게 진행된다. 이윽고 파김치가되어 학교에서 나오는
여학생들. 남자들이 건달처럼 여학생을 둘러싼다)
[명수] 미팅하자.
[은주] 바뻐, 비켜.
[민규] 새로 생긴 닭장이 있는데 안갈래.
[인숙] 야, 거울 좀 쳐다보고 데이트 신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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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내 얼굴이 어때서.
[인숙] 꼭 돼지족발처럼 생겼다.
[민규] 뭐, 돼지족발.
(웃고 도망치는 여학생들----- 아이스크림집으로 들어간다. 시무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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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옥] 난 집에 들어가기 겁나, 성적표를 내놨다간 그냥
[인숙]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지 뭐
[은주] 난 이번에도 야단 맞으면 집을 나와 버릴거야
[경옥] 뭘 먹고 살려고
[은주] 성경말씀에도 있잖니, 하늘에 나는 새를 봐라 일용할 양식도
걱정하지 아니하고
[경옥] 허지만 우린새가 아니잖아?
[은주] 수진인 좋겠다. 성적걱정안해두 되니
[수진] (고개 숙인다)
(다른 음악으로 바뀌고 여학생들 각자 집으로 간다. 남학생들이 아버지로
바뀌어서 험난하게 노려보고 있다)
[동철] 이십점? 수학이 이십점? 이걸 점수라고 받아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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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옥] 다른 과목은 자신 있는데 수학은 못하겠어요
[동철] 뭐가 다른 과목도 자신 있다는거야, 영어는 삼십오점 국어는 사십점
사회는 삼십팔점, 손들엇
[경옥] (손든다)
[동철] 정신날때까지 반성하고 있어
(다른 집이다)
[은주] 아버지 기뻐하세요 삼등이나 올랐어요
[민규] 뭐라구 우리 딸이 삼등을 했다구, 어디보자 아니 사십구등 아니야
[은주] 예, 지난번엔 사십육등이었는데 삼등이나 올라서 사십구등이잖아요
[민규] 아이구 웬수
(알밤준다. 다른 집)
[명수] 학교고 뭐고 다 집어 쳐
[인숙] 다음번엔 잘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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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 어디 챙피해서 살겠냐, 내가 이래뵈도 동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줄곧 수석이었어 그런데 애비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너때문에
챙피해서 못살겠다
[인숙] 아버진 나보다 체면이 더 중요하세요
(대드는 인숙, 다른 집)
[수진] 죄송해요 아버지, 지난달엔 몸이 좀 안좋아서 공부를 열심히
못했어요
[지훈] 성적이 좋고 나쁘고가 문제가 아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져야지, 지난달엔 일등했는데 이등이라니 이게
이게 말이 되니
[수진] 항상 일등만 할 순 없잖아요
[지훈] 한번도 일등을 놓친적이 없던 니가 이등을 했으니까 아버지가
실망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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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전이젠 지쳤어요, 일등만 한다는게 너무 힘들어요 죽고 싶어요,
미칠 거 같애요
(여학생들 한꺼번에 무대 중앙으로 뛰어 나온다.)
[경옥] 너두 집에서 쫓겨났구나
[인숙] 은주 너두
[은주] 수진이 너두 쫓겨났니, 니가 쫓겨났다니 마음 든든하다
[인숙] 좋아, 이번엔 버티는거야, 엄마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빌때까지 집에
안들어가는거야
[경옥] 좋아, 가출하는거야
[인숙] (전화거는 시늉) 아 돼지족발 돈있는거 다 가지고 지금당장 나와,
알았지
(남학생들 우르르 몰려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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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 (노래)
[노래] 내 이름이 성적표는 아니잖아요
[동철] (노래)
[노래] 성적표가 행북의조건도 아니잖아요
[은주] (노래)
[노래] 행복은 책속에 들어있는게 아녜요
[민규] (노래)
[노래] 우리는 성적표의 노예가 아녜요
[수진] (노래)
[노래] 사랑을 배워주세요
[지훈] 사랑하는 법을 배워주세요
[인숙] 나는 꿈꾸고 있어요
[명수] 우리는 꿈을 잃어 버렸어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서로 인사나누고 장난친다 환호와 즐거움,
마치 행진곡풍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추는 아이들의 집단, 풍선이 날고
행진이 시작된다 그 춤의 절정에서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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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 오장, 오늘밤에는 별이 보인다)
(희미한 조명, 김선생과 아이들 무대 여기저기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거의
실루엣에 가까운 조명이다. 고백시간이다. 아이들도 자신의 괴로움을
한사람씩 얘기한다. 한가지 주의할점은 배우 자신의 고백을 해도 좋다는
것이다 배우가 자신의 얘기를 할때는 대본을 무시해도 좋다)
(고백장면은 전체적으로 담담하고 사실에 가까운 것이좋다)
[경옥] 엄마가 미워요.... 엄마는 뭐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해요,
아버진.. 마음이 약해요. 엄마한테 꼼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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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요 경제권도 엄마가 쥐고 있어요 엄만 뭐든지 돈으로 해결할려고 해요
국민학교때부터 엄만 학교에 뻔질나게 찾아와요, 애들 보는 앞에서
선생님한테 봉투준적두 있어요, 애들이 놀렸어요 그때부터 죽어두공부하기
싫어요, 엄말 골탕 먹이고 싶어서 시험볼때아는것두 일부러 틀리고
했어요..... 하여간 전 엄마가 미워요
(사이)
[명수] 난 성격이 낙천적예요, 심각한건 싫어해요 그런데 집이나 학교나
사회가 날 자꾸 심각하게 만드는거 같애요, 경쟁을 시키는거죠 내가 저앨
잡아먹지 않으면 내가 잡혀먹인다고
[페이지] 088
배워요, 난... 웃으면서 살고 싶어요 허지만 친구들 눈빛을 보면 무서워요
진짜 친구를 사귀기가 힘이 들어요, 그래서 세상이 싫을때가 많아요, 한번은
죽으려고 약을 사 모든 적두 있어요, 허지만 죽느게 무서워서 그만 뒀어요,
부탁이 있는대요, 좀 친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페이지] 089
[인수] 우리 아버지 보셨죠? 우리 아버진 돈 밖에 몰라요. 그것두 좋은
일해서 버는 돈 같지가 않아요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번돈이죠 우리집은
부자에요 없는게 없어요. 허지만 가장 중요한게 없어요 가족간에 사랑이죠
집에서 밥 먹을때 우린 아무 얘기도 안해요 꼭 유령의 집 같애요
(사이)
[민규] 우리집은 가난해요 친구들한테두 말 안했지만 우리 아버진
청수부에요 엄만 파출부일 나가구요 난 대학에 안갈 생각에요 동생들도 많고
해서 취직을 해서 엄마 아버질 도와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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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진 나보고 꼭 대학가래요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된대요.. 사실 전
비겁해요 엄마 아버지가 잘 사는 것 처럼 거짓말을 시켰거든요 용돈이 궁해서
남의걸 훔친적두 있어요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시치미 떼고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몇십억원씩 남의 돈 먹구 사는 사람도 있는데 하고 날 합리화시키죠
가난한건 참 싫어요 허지만 가난한걸 부끄러워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난을 부끄러워 하는건 우리 엄마 아버질 부끄럽게 만드는 거잖아요 허지만
가난한걸 숨기게되요 남들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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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니까요
(사이)
[승연] 나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어. 가난은 부끄러운게 아냐 그걸
부끄럽게 여긴다는 게 더 부끄러운 거지. 허지만 선생님두 고백 할게 있어
선생님은 부자집에 시집가려고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하고 교제를 한적이
있어. 편안히 살고 싶어서. 허지만 그건 틀린거야 선생님은 가장 소중한
사랑을 잃어버릴뻔 했으니까 난 너희들과 진짜 친구가 되고 싶어
(사이)
[종철] 나는요 본드에 미쳤었어요. 그걸 하면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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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무서움도 사라지고 입시걱정도 안되구요. 집에선 날 의심 안해요.
착한 아들로 알고 있죠 공부한다고 방문 걸어잠그고 영어 테잎 틀어놓고 본드
마셨어죠 정말 천국가는 기분에요 요즘에도 시험만 가가워오면 그걸 해요
나른줄 알지만 안할수가 없어요 난 정말 요리학교 같은델 가고 싶어요 난..
난 정말 공부엔 취미가 없어요 정말 머리가 나빠요 머리가 나쁜에두 있는거
아녜요 머리가 나쁜게 내 잘못인가요 머리가 나쁘면 나쁜대로 할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안해요..
[페이지] 093
머리가 나뻐서...
(사이)
[은주] 난.. 난 죽는게 좋을거 같아요 난 사실은.. 싫어요 난 고백
안할래요 안해두 되죠 난 안할수가 없어요 미안해요 선생님. 미안해 니들
얘기만 듣고 내 얘긴 안해서
[김] 사과는 내가 해야 할것 같다. 너희들의 고민, 너희들이 당하는 고통을
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그러면서도 아무 도움도 줄수가 없는게 괴로워
사랑과 꿈과 희망대신 성적표밖에는 줄게 없는 나.. 미안하구나
[페이지] 094
(사이)
(깊은 침묵이 흐른다)
(무대 뒷편에 엷은 망사발 뒤에 조명 들어간다. 지훈과 수진이 앉아있다.
이 장면역시 실루엣으로 처리하면 좋겠다)
[수진] 졸억하면 뭘 할거니
[지훈] 글쎄 우선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 가야겠지 넌
[수진] 난 피아노보다 사회학과에 들어가고 싶거든. 대학졸업후엔 자선
단체같은 데서 일해보고 싶어
[지훈] 넌 공불 잘 하니까 원하는 대학에 들어
[페이지] 095
갈수 있을거야
[수진] 집에서 반댈 하는걸
[지훈] 아직 시간이 있잖아 부모님과 잘 상의를 해봐
[수진] 우린.. 앞으로 자주 못만나겠구나
[지훈] 대학생이 되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가 있잖아
[수진] 그렇긴 하지
[지훈] 수진아
[수진] 응
[지훈] 나 말야
[수진] 말해봐 뭐
[지훈] 앞으로 너하고 더 가까워지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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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그래 그러든지
[지훈] 난 널.. 특별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내말뜻 알겠니
[수진] 나 한테두 니가 특별해 난 널..
[지훈] 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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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아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구.
[지훈] 그랬구나. 난 또 넌 나한테 관심이 없는줄 알았지.
[수진] 지금도 바쁘잖아. 우리한텐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던 거야.
[지훈] 그럼 약속한거다.
[수진] 그래.
[지훈] 약속 어기면 안돼.
[수진] 너나 꼭지켜.
[지훈] 난 절대로 배반 안해. 난 너말고는 아무도 좋아해 본 적이 없어.
정말야.
[수진] 나두 알고 있었어.
[지훈] 수진아.
[수진] 왜
(지훈 수진의 손잡는다. 고개 숙이는 수진.
[페이지] 098
가만히 이마를 대는 지훈.)
(잠시 사이)
[수진] 저것 봐. 별이 보인다.
[지훈] 어디?
[수진] 저기
(객석 위에 별이 반짝인다.)
[수진] 저기도 보이네, 별들이 반짝이잖아.
(객석 전체에 별이 빛나기 시작한다.
무대위에도 별이 빛난다.)
(김선생과 아이들도 별을 본다)
[승연] (노래) 휘바람 같은 거야. 사랑은
(앞의 가사 참조)
(승연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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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과 수진의 포옹. 노래가 높아지고 아이들 일어나 별을 향해 와서들
노래부른다. 더욱 빛나기 시작하는 별들. 점점 힘차게 상수하는 노래. 아이들
손에 손잡고 객석을 향해 선다. 노래의 절정에서 손을 함께 쳐든다. 누군가
"사랑해요"라고 외친다. 일제히 객석을 향해 "사랑해요"를 외친다. 무대 뒷쪽
출입구를 통해 다른 아이를이 쏟아져 들어온다. 객석을 누비며 "사랑해요"를
외친다. 이리저리 뛰기 시작하는 아이들. 객석과 무대가 한덩어리가 된다.
[페이지] 100
"사랑해요"로 덮힌다. 이윽고 아이들 무대 위로 모인다. "사랑해요"를
합창하며 한군데로 모인다. 점점 낮아지는 "사랑해요"의 합창 한덩어리로
모여드는 아이들. "사랑해요"는 속삭임으로 변한다. 동자과 목소리 정지한다.
(꽹과리 소리)
(사물놀이 패가 등장한다)
(아이들 한꺼번에 "사라해요"를 외친다.)
(사물놀이와 어우러진다.)
(흥겨운 춤판)
[페이지] 101
(객석과 무대의 간격이 사라진다)
(배우가 객석으로 관객이 무대위로 뛰어 오른다.)
("사랑해요"란 외침은 계속된다.)
(그 놀이판의 정점에서 모든것이 정지되고 암전)
(별만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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